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확실히 인도를 사랑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십 년간 인도 여행을 하며 애정을 보일 리 없다.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며 류시화 작가에게 놀라웠던 것은 힌디어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정차 중인 기차역에 내려 어느 허름한 슈퍼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도 영어가 아닌 힌디어를 쓰는 걸로 봐서 보통 이상이었다. 어디서 힌디어를 배웠길래 현지인과 무리 없이 의사소통까지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차치하고서라도 에피소드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인도에서 별 희한한 일을 겪지만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당최 알 수 없는 인도인이지만 대부분 철학적인 말로 귀결된다.


겨우 찾은 숙소는 쥐가 들끓고 지저분한 데다 불편함 투성이인 인도 여행은 그 모든 걸 감수하고 여행할 가치가 있을까? 누구는 삶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양하러 찾는다고 하지만 저자의 경험담을 듣기만 해도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다. 수십 년을 오가며 만난 인도인 중 그래도 기억에 오래 남는 일들이지 않은가? 여행 에세이로 읽는 류시화의 글은 정말 잘 읽혔다.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기대되었고 언뜻 읽는 것만으로도 현지에서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 끝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명단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오랜 인연을 가지 사람부터 다양하다.


특이한 점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닌 이야기 중심의 철학서이기도 하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순한 삶의 진리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습득된 우선순위 보다 일상의 언어로 무엇이 더 중요한 지를 알려주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자들이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경쟁을 통한 승리만이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셈법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답답하게 보이지만 그들은 오랜 생활에서 터득한 지혜인 것이다. 낯선 이방인일 뿐인 저자는 그렇게 인도 여행을 하며 깨달은 바를 열심히 책으로 쓰고 번역해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구별 여행자들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시간을 살며 우연한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는 여행자라니 제목조차 낭만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래곤 티스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1990년대 초반에 처음 <쥬리기 공원>을 읽고 마이클 클라이튼에 흠뻑 빠진 적이 있었다. 이후 영화화되며 공룡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갔는데 미국에서 2017년에 발간된 <드래곤 티스>는 <쥬라기 공원>의 프리퀼 성격을 갖고 있는데다, 사후 10년 만에 나온 마지막 작품이라는 의미는 매우 크다. <드래곤 티스>를 읽고 있으면 독자들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모험하는 것처럼 빠른 전개와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큰 즐거움을 준다. 이처럼 가독성 좋으면서 클래시컬한 소설을 오랜만에 만나보는 것 같다. 19세기 미 서부 지역은 인디언과의 전쟁이 한창이라 매우 위험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당시 실존 인물이었던 코프와 마시라는 고생물학자가 등장하는데 두 라이벌 간의 공룡 화석 발굴 경쟁은 흥미진진하다.


이 거대한 모험의 첫 시작은 천 달러 내기에서 창피당하고 싶지 않았던 윌리엄 존슨이 미시 교수가 이끄는 서부 원정대에 사진사로 합류하면서부터 시작한다.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말썽만 피우던 윌리엄은 사진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목표의식을 가지면서 자립심이 강한 청년으로 성장한다. 유럽이 아닌 서부로 간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반대하지 않았던 것도 부쩍 커버린 아들의 좋은 변화를 내심 기뻐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미시 교수 일행이 되어 기차에 타는 순간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서부로 향하는 동안 수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짜릿하게 아름다웠던 순간도 스쳤지만 그보다는 더 험악하고 위험천만한 일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물론 불편한 잠자리와 부족한 식량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감지덕지해야 했다.


단지 아침식사에 한 시간이 늦어서 미시 일행으로부터 낙오당한 윌리엄은 운 좋게도(?) 코프 일행을 만나 다시 서부로 여행할 수 있었지만 상황을 썩 좋지 못했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윌리엄 시각에서 둘을 비교하는 대목이다. 둘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달라서 각각 겪어본 윌리엄이기에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목적으로 윌리엄이 선택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1부 서부 탐사대, 2부 매몰된 세계, 3부 용의 이빨로 나뉘어서 분기점은 예상해볼 수 있었다. 사실상 1부 서부 탐사대가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면 2부 매몰된 세계부터는 와일드한 서부에서 공룡 화석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3부 용의 이빨은 모든 모험이 마무리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반드시 영화화해주었으면 좋겠다. 미지로 가득한 서부를 여행하며 공룡 화석을 발견한다는 내용은 정말 매력적이다. 다시 위험천만한 모험의 세계로 뛰어들어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이 나에게 - 고흐와 셰익스피어 사이에서 인생을 만나다
안경숙 지음 / 한길사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 명화와 함께 예술가의 정취가 담겨있어 저자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사랑이 나에게>을 읽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나 또한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겠죠.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가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내기 때문에 몰입하기 쉬웠습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길지 않아서 출퇴근 이동할 때 짬짬이 읽기에 적당한 책입니다. 방구석에 있을 때는 몽상에 그치지만 세상 밖으로 나와 걷는 순간은 곧 현실이 됩니다. 사람들을 보며 귀가해선 자극을 받고 에너지는 충전됩니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켜켜이 쌓인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별거 아닌 소소한 일상이 지켜진다는 게 얼마나 크나큰 행복인지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전혀 갈등을 겪지 않을 수 없지만 함께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습니다. 다들 행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데 버리지 못한 미련과 아픔들로 인해 상처받고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해왔을까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왜 삶을 즐기지 못하고 살았을까라는 아쉬움이 큽니다.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특별한 일들을 기대하며 뜻하지 못한 이벤트에 더 많이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처럼 명화에 스며든 에세이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누구에게나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 흘러가고 잦은 후회를 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을 즐기고 덜 걱정하면서 살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에피소드 상황에 맞는 명화를 천천히 보면서 생각을 합니다. 우리 잘 살고 있는 거 맞지 하면서 말이죠. 복잡한 일들이 연이어 터지고 세대 간 갈등이 큰 시대입니다. 요즘 들어 이와 같은 에세이를 읽으면 일상이 정말 소중하다고 느끼고 아름다웠던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며 위안을 얻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중요했던 고민도 지나고 보면 가볍게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일이었는데 선택지가 좁았던 때에 무엇 하나 결정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오늘은 조금 더 눈부신 인생을 꿈꿔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낭떠러지 위에 전원주택... '걸레도시'된 용인시>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 내용보다 실린 사진이 충격적이었다. 산 정상까지 깎아내리는 것은 물론 아예 반을 싹둑 잘라내 대규모 물류창고 단지와 주택 단지를 개발하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용인시 외곽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말 숲을 파괴하면서까지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에 가슴이 답답했다. 자연을 파괴하는 건 한순간에 끝나지만 울창한 숲을 이루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사는 주변에 나무들이 하나둘 뽑혀나간다는 상상을 해보자. 후손들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강산을 보존하고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는 기사였다.


도심 한가운데 공원과 많을수록 좋다.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해를 청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잘 조성된 수목원은 사람에게 휴식과 여유로움을 준다. 사람 사는 곳 주변에 나무가 많을수록 좋은 건 시원한 응달을 내어주기도 하지만 깨끗한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사람에게 여러모로 이롭고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나무로 연장을 만들고 더위와 추위를 피할 집을 짓거나 연료로 쓸 땔감으로 사용되는 등 생활에 큰 도움을 줄 만큼 활용도가 높다. 나무는 종류도 다양해서 쓰임새에 따라 목재로 쓰이는 나무도 각각 다르다. 이렇게 나무는 오랜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함께 하면서 이제 친구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 책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나무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무의 정의, 이로움, 쓰임새, 생장의 비밀, 숲의 역할, 숯과 건축, 나무의 어제와 미래까지 포괄적인 부분을 이야기한다. 또한 중간마다 '나무 이야기'를 실어서 더욱 자세히 나무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책은 한마디로 나무 예찬서라 할만하다. 나무에 관해 사색하며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로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숲 해설사는 우리 마음 안으로 나무와 자연을 소통하도록 돕는다. 자연이 내는 소리와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게 하고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나무를 잘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독할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부의 진실 - 마음부자들의 7가지 성공 원칙
팀 샌더스 지음, 권혜아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절망의 나락에 빠져든 저자는 15년간 방황의 샛길 인생을 걸어갔다. 다시 정상 궤도로 진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데 모든 일은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배운 삶의 기본 원칙을 실천하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감의 원칙을 따르자 다시 인생의 정상 궤도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세상을 포기한 채 살아가던 저자는 할머니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들은 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얘야, 네가 고교 시절과 대학 초반까지는 했었는데 지금은 하지 않는 건 무엇이지?" 그때는 규칙적으로 실천하던 일들이 있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마음에 좋은 양식을 공급한다. 감사의 근육을 단련한다. 준비된 사람이 되어라."처럼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잊고 지냈던 일들을 떠올리고 다시 팀이 돌아왔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길었던 방황을 끝내고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할머니는 단순하지만 뼈 있는 교훈을 어릴 적에 이미 알려주었다. 사기꾼에게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친척 집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려고 한 클라렌스가 집에 왔을 때 열심히 일한 대가로 일당보다 더 많은 20달러를 주고 할아버지를 위해 마련한 새 구두까지 내어주었다. 할머니는 몸소 팀에게 보여준 것이다. 부유한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 부자가 진정한 부자라는 깨달음을 말이다.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무언가를 베풀어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은 우리들의 삶을 더욱 행복하고 풍요롭게 이끌어준다. 단순하지만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내 마음에 강한 동기부여를 받았다. 세상이 규정한 성공만을 위해 내달라기 보다 내 안에 자신감을 키우는 노력을 하다 보면 목적 없는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마음 부자가 되리라고 믿는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 7가지 원칙은 아래와 같다.


완벽한 자신감을 갖는 원칙


원칙 1. 마음에 좋은 양식을 공급하라.

원칙 2. 대화를 발전시켜라.

원칙 3. 감사의 근육을 단련시켜라.

원칙 4. 나누면 풍요로워진다.

원칙 5. 자신을 준비하라.

원칙 6. 자신감의 균형을 맞춰라.

원칙 7. 약속하고 약속 지키기.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에 빠져 무의미한 삶을 보내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팀이 할머니로부터 "그때는 했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 건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받은 뒤로 새롭게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부정적인 기사에 노출되다 보니 생각도 자포자기하는 식으로 바뀐 것만 같다. 누구에게나 한 번 밖에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모든 것을 다 포기한 것 마냥 무의미하게 의욕 없이 살아가고 있을까? 삶의 의미를 되찾고 싶을 때마다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으로 강력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