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평전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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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남긴 조선 후기 실학자로 요동·요하·북경 등을 여행하며 청나라의 문물과 생활 풍습 등 앞선 그들의 신문물을 소개하며 배워야 할 점을 논하면서 조선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비판하는 등 당시 매우 큰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배청론이 대세였던 시대에 청나라의 주요 도시를 다니면서 직접 보며 느낀 바를 기행문인 <열하일기>에 기록함과 동시에 재치 있는 문체와 참신한 의견으로 재야에서는 즐겨 읽었다고 하니 그들도 외부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이미지는 깨어있는 선각자로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했고 이를 통해 조선이 지닌 문제를 통찰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열하일기>가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평전이라 함은 한 인물에 대하여 비평을 결 들여 본인이 아닌 누군가가 쓴 전기를 일컫는다. 이 책에서는 유한준, 정조, 박규수, 오복, 이씨 부인, 박종채, 이재성, 백동수, 유언호, 연암, 간호윤 등 11인이 각자의 시각에서 연암이라는 인물을 평가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각자의 위치에 따라 연암 박지원은 다르게 불러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는 평전이 지닌 가치를 높여주었고 연암 박지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보는 그에 대한 평가를 색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상상력과 이야기에 얼개를 붙여 인물마다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문헌 기록과 자료를 종합하여 평전의 특색을 살렸다.


그의 대표작인 <열하일기>는 출판사를 통해 꾸준히 출간되는 등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연암 박지원은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해 소개된 책이 별로 없었다. <연암 평전>은 입체감 있게 읽기 좋았고 무엇보다도 인물마다 문체가 달라서 평전을 읽는 몰입감이 살아있다. 오늘날 우리가 연암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며 스스로 삼류 선비 문둥이라 부르라고 한 것처럼 해학과 풍자로 낮은 백성들도 인간 대접받기를 원했다. 그의 글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통할 정도로 수준 높았는데 아직까지 배명 숭배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선시대를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암 박지원의 인간적인 면과 당대 평가를 두루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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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든 여자 -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도축장에서 찾은 인생의 맛!
캐머스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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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새로운 직업으로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글만 쓰는 음식 전문 잡지 편집자로 10년간 일해오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뒤 프랑스 생장으로 날아가 도축사로 일하게 됩니다. 프랑스에 도착했던 날의 메스꺼움처럼 모든 환경이 낯선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만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그녀는 도축사가 되기로 결심한 셈이죠. <칼은 든 여자>는 저자의 경험담을 고스란히 담아서인지 446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임에도 한 번 빠져들면 술술 읽게 되는 책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프랑스를 선택했을까요? 그녀는 "프랑스에 가서 동물을 저녁식사로 바꿔놓을지 말지를 놓고 치열하게 싸울 생각이었다. ... 내가 직접 진짜가 되고 싶었다."며 잡지 편집자로 일하면서 잃어버렸다고 느꼈던 정직함을 되찾기 위해 글쓰기라는 세계와 연을 끊고 칼을 집어 들었다고 말한다.


잡지 편집자로 음식점과 농장 등 현장 취재를 하며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왔다면 이제는 직접 돼지를 도축하는 공장에서 일하며 육가공이 식탁 위에 오르는 과정을 일하면서 배우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호주에서 취업 비자를 받고 도축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의 경험담을 읽은 적이 있는데 온통 피바다인데다 많은 힘이 드는 일이라서 도전하기 어려웠을 텐데 저자는 그곳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은 듯싶습니다. 도축 현장은 우리가 애써 알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동물의 사체는 냉동 상태로 와서 부위별로 절단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먹게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지. 그녀는 미국으로 되돌아와서 포틀랜드고기공동체를 설립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도축과 정형 수업, 육식에 대한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을 벌이며 대중들에게 책임감 있는 육류 소비를 하자는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올바른 육류 소비를 위해 가려진 진실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직접 겪으며 수많은 의문과 질문 사이에서 고민해오던 일을 책에 담았고 육류 소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잡지 편집자에서 일하다 해고를 당한 후 도축업의 세계에서 일하면서 고기를 먹는 것과 관련해서 생생한 얘기를 들려줍니다. 매우 두꺼운 책이지만 우리들이 소비하는 고기에 대해서 생각할 점들이 많았습니다. 때로는 정직하게 사실을 밝히는 일이 어렵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도축부터 유통, 가공, 소비까지 각 단계마다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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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바튼 호수의 기적 - 새와 파리, 물고기,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운누르 외쿨스도티르 지음, 서경홍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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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 놔둘 때 우리는 조화를 이루며 서식하는 수많은 종의 새와 물고기, 식물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보존한다는 건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고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관리만 해준다면 후세에도 아름답게 빛나는 자연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미바튼에서 미바튼의 뜻은 모기와 호수를 합친 말입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복되더라도 책 제목을 <미바튼 호수의 기적>으로 지었나 봅니다. 미바튼은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곳으로 섬, 곶, 분화구, 용암, 산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지형을 묘사한 설명만 들으면 매우 척박하고 동식물들이 살기에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의외로 꽤나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미바튼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유사 분화구가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활발하게 화산 활동이 이루어진 결과겠지요. 저자는 12년간 미바튼 자연연구소의 출판 책임자이자 언론 홍보를 담당하며 미바튼 새의 개체 수를 파악하는 일에 참여하는 등 오랫동안 미바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저자가 호수 가까운 곳에 살며 얼마나 많은 새와 물고기들을 관찰하며 지냈는지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페이지마다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보면서 처음 보는 동식물이 신기하기도 하고 미바튼에서의 기적을 알고 싶어졌습니다. 생태환경을 개선한다는 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환경오염으로 훼손되지 않는 한 복원 능력이 있는 자연에서의 생태계는 회복될 것입니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동식물들이 하나둘씩 멸종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개체 수가 부족하고 이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질 때 급속도로 생태계는 무너지고 멸종으로 인해 더 이상 지구에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멸종은 자연재해 보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사냥과 환경파괴로 일어난 대참사입니다. <미바튼 호수의 기적>을 읽고 있으면 사람들이 미바튼에서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변하는 환경에 의해 예전에 겪었던 일들을 하나둘씩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또한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자연을 지키자고 할 것이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안다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무분별한 포획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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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그리움이다
김순복 지음 / 다차원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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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떠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스페인은 반드시 포함될 것입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호기심도 크고 산티아고 순례길, 피카소, 소피아 여왕 예술궁전,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 등 가우디가 남긴 빛나는 건축물,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로 대표되는 스타급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축구장 등 이루 셀 수없이 가보고 싶은 곳이 많습니다. 저자의 글과 사진을 보고 있으면 스페인에 아름다운 건축물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 도시 곳곳에 잘 보존되고 있어서 부러웠습니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큰 내홍을 겪으면서도 전통을 유지시키며 세계인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제목을 <스페인은 그리움이다> 지은 의미를 생각해보니 사진을 찍으면서 얼마나 눈에 밟히는 장소와 장면들이 많았을까요?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바라보았을 것 같습니다.


글과 사진만 남긴 것이 아니라 책 말미에 보면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에는 고스란히 스페인의 정경과 분위기에 채색되어 있습니다. 스페인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찍었을 사진을 볼 때마다 새롭고 마음은 어느새 스페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강렬한 색상과 열정이 넘치는 나라로 각인된 스페인을 저자는 청춘과 꿈,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며 마치 한창 젊었을 시절로 되돌아간 듯 설렘을 가득 안고 곳곳을 둘러보았을 겁니다. 누구나 열렬히 바라고 끝없이 열망하면 그것은 곧 동경의 대상이 되어 직접 가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됩니다. 적지 않은 중년의 나이가 되어 밤 열 시가 되어서야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낯선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낯설게 찾아온 행복감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냅니다. 열심히 교직 생활을 하며 달려온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듯 터키에 함께 갔던 친구의 권유로 시작된 스페인 여행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여행을 하며 전달자의 입장에서 보통 에세이 형식으로 책을 쓰게 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은 여행지에서 발견한 피사체를 표현할 때 고스란히 글에 전달됩니다. 저자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와 인용으로 소개하고 있어 술술 읽혔고 오히려 사진을 감상하느라 푹 빠져서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오히려 이 책에 실린 사진 때문에 가보고 싶은 곳이 늘어났다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부러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조용히 혼자 다녀오는 편이라고 하는데 스페인에서는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낯선 환경이었지만 스페인의 어느 작은 도시를 걸을 때 본 좁은 골목 사이에서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등 사느라 바빠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회상하게 됩니다. 이렇듯 여행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며, 나를 나답게 만드는 시간인 듯싶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든 여행을 하든 꼭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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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인간의 탄생 - 세기전환기 독일 문학에서 발견한 에로틱의 미학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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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세 시대의 유럽도 성에 대해 드러내놓고 언급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성을 다룰 때는 문학과 예술의 힘을 빌려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은 19세기 중반부터 세기 전환기까지의 독일 문학에서 드러난 성이라는 주제를 문학과 예술에서 살펴보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과 인간관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아마도 독일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그 당시 명성 높은 예술가들이 저급한 주제라고 생각하던 성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구스타프 클림트가 20세기 초에 그린 '다나에'를 표지로 사용했는데 굉장히 관능적이고 에로틱시즘이 강하게 느껴지는 그림이다. 다나에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채로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질끈 감은 두 눈과 살짝 벌린 입은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 표정이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다나에'에서 노골적인 묘사를 통한 감추기의 미학을 특징으로 회화적 전통성을 파괴하기 위해 관능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했다. 구스타프 클림트도 세기의 전환을 겪으면서 화려한 그림으로 탄생하게 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기존의 전통성을 부정하고 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면서 미술사의 변천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 책은 문학과 예술 외에도 역사적인 이야기와 시대적인 부분을 함께 다루고 있어서 격변기의 독일 문학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4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시대적 배경 설명과 함께 그 당시 문학 작품의 일부를 소개해줘서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한 노력이 보이지만 집중해서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저급 문화로 취급받던 성과 에로틱이 주류 문화로 편입되면서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세기 전환기에 사회 문화적인 큰 변화를 가져오는 분위기 덕분에 억압과 통제의 대상이었던 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문학과 예술이 가진 힘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가진 본능과 욕망에 충실하면서 기존 질서의 악습을 타파하고 평등한 사회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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