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100쇄 기념 에디션)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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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샘터>에서 연재했던 글을 모아 <내 생애 단 한 번>을 출간하였고, 다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으로 제목을 바꿔 100쇄 기념 에디션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글 중간에 유방암 투병 얘기가 나와서 잘 극복해가고 있다며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써서 혹시나 했는데 다시 책날개에서 이력을 훑어보다 2009년 5월 9일 57세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오늘'이라는 가능성은 자신이 암을 알게 되고 병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자신에 대해서 굉장히 솔직하셨던 분 같았습니다.


'잘난 척하며 살던 장영희가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려 죽을 수 있다. 하지만 병을 통해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사랑을 배우고, 조금 더 착해진 장영희가 바로 오늘 성공적으로 항암 치료를 끝내고 병을 훌훌 털고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면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늘 반반의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살아간다.' -p.62


그 어느 누구도 앞 일을 함부로 예단할 수 없습니다. 암 투병이라면 오늘 내일 할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헛되지 않게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부분에서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이 책은 저자가 일상에서 겪은 소소한 일들에 대해 쓴 책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전 유쾌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일들을 보며 별것 아닌 일들로 채워진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함께 한 시간만큼이나 애틋하고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모든 일들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암 투병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아끼던 제자와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남깁니다. 그래서 저자의 글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다들 암 투병을 극복하는 줄 알았지만 자신의 생명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릴 적 소아마비에 걸려 평생을 목발에 의지해 살아가야 했음에도 박사 학위를 받고 서강대 영미어문 전공 교수이자 번역가, 칼럼니스트, 중고교 영어 교과서 집필자이자 저자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 나갑니다. 평생을 후회 없이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음 속의 도깨비'에서처럼 명언마다 토를 달 듯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 참 통쾌하게 느껴집니다. 현실 속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태어나 한 번뿐인 우리들의 생명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걸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오늘 하루하루를 기쁘게 맞이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다. ...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을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덤이 아니라, 없어도 좋으나 있으니 더 좋은 덤이 되고 싶다.' - p.122~123


이 땅을 다녀갈 때 저자 말이 맞았다며 실천하며 산다면 그것으로 보람이지 않겠습니까? 모두 어차피 자연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이왕 살아가는 인생인데 헛된 것을 쫓기보다는 마음의 중심을 보며 더 많이 베풀고 보람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 하나 허투루 흘려들을 말이 없습니다. 그 자체로 삶이 녹아들어 있고 이렇게 자신의 흔적을 분명히 남기고 갔으니까요. 이 책을 읽고 작은 희망을 품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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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풀 Joyful - 바깥 세계로부터 충만해지는 내면의 즐거움
잉그리드 페텔 리 지음,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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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살면서 즐거운 감정을 느낄 때는 과연 언제일까요? 자신이 즐겁다고 생각하면 몸 안에서 행복한 기운이 충만해져서 활력이 넘쳐납니다. <조이풀>은 즐거움에 관한 탁월한 책으로 '보이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비결을 사례를 들어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즐거움은 어디서 오는지 목차를 쭉 훑어보면 수긍이 가는 내용이더군요.


에너지 - 색과 빛은 언제나 우리 마음을 흔든다

풍요 - 좋은 건 너무 많아도 좋다

자유 - 자연 속에서는 누구나 온전히 즐겁다

조화 - 마음에는 늘 어느 정도의 질서가 필요하다

놀이 - 우리 안엔 늘 놀고 싶은 아이가 있다

놀라움 - 즐거움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초월 - 일상의 흐름과 소용돌이 위로 가볍게 들어올려지다

마법 - 경이로운 일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찾으려는 마음이 있는 한

축하 - 즐거움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

재생 - 꽃 핌, 영원히 굽이치는 파도 같은 것


첫 장부터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밝은 톤의 색상을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게 되거든요. 색상에 따라 분위기와 기운이 달라지기 때문에 채도가 높은 색을 위주로 채색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효과를 준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밝고 선명한 색은 현 상태에서 안주하려는 태도를 벗어나게 해준다고 합니다.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에 있는 건물마다 퍼블릭 컬러를 칠하기 시작하자 5년간 사업체 수는 세 배로 늘고, 세수는 여섯 배 증가했으며, 5천 개의 불법 건물을 철거하고 4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공공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단지 건물에 밝은 톤의 색을 칠하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도시 전체에 활기가 생기고 치안이 좋아졌으며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기 시작했다니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숲에서 살고 싶은 꿈이 있어서 자유에 대한 부분은 정말 공감이 되었습니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숲에서 분비되는 피톤치드라는 물질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자연에 머물면서 시선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누구로부터 통제받지 않고 사는 삶은 그 자체로 행복이니까요. 이렇게 이 책은 10가지 주제를 다루며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즐거워질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매우 실천적인 사례들이었고 설득력 있게 쉽게 쓰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무슨 일이든 즐거워야 할 맛 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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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준비생의 런던 -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
이동진 외 지음 / 트래블코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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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준비생 시리즈는 해외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이에 대해 퇴사 전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일종의 큐레이션 같은 책입니다. 전작은 일본을 다뤘다면 이번 신작은 런던입니다. <퇴사준비생의 런던>의 키워드는 '재정의, 재발견, 재구성'입니다. 대부분의 아이템들은 기존에도 존재했던 콘텐츠입니다. 골즈보로 북스를 예로 들면 유서 깊은 고 서점가에 자리 잡으면서 다른 서점과의 차별화를 꾀합니다. 초판에 작가의 서명을 받은 초판 서명본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초판 서명본의 가치는 매우 높아서 실제 가격보다 높게 책정됩니다.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이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가명으로 쓴 <쿠쿠스 롤링>이라는 소설에 저자 사인을 받아 250권의 책을 출판사에 요청하게 되는데 나중에 진짜 저자가 알려지면서 초판 서명본은 100배 이상의 가치로 폭등하게 됩니다. 여기서 명성을 쌓은 후 골즈보로 북스에서만 판매하는 독점 에디션을 출판사와 협업으로 제작하며 무료 멤버십을 운영하는 등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었습니다.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틈새 분야를 개척하였고, 책을 보는 안목을 높게 평가하게 계기가 바로 초판 서명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점을 다른 분야와 접목시키거나 종합 예술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그 서점에서만 특별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오리지널리티와 무형의 미래가치까지 생각하는 마인드가 골즈보로 북스의 성공을 이끈 것입니다.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공간을 재구성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재정의하며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재발견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주고 있습니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것만으로도 훨씬 가치있게 재탄생합니다. 키친 웨어 브랜드인 조셉 조셉의 경우 제품을 요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일상을 위한 도구로 정의를 내림으로써 감각적인 디자인과 제품의 편리성을 한층 높였습니다. 핵심 역량을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으로 정의한 뒤로 기존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제품 디자인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퇴사준비생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나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려는 노력들이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책에 소개된 업체들로부터 비즈니스부터 경영 마인드까지 배운다는 자세로 읽다 보면 인사이트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현재보다 더 넓게 내다보고 상상력을 실현해나가는 것이 바로 올바른 자세는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분야로 진출할지는 개인의 성향과 재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들은 분명한 목적성이 있었고 실제 경영으로 입증해냈다는 점입니다. 브랜드의 가치는 기업이 스스로 창출해나가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혁신과 가치를 부여하면서 고객들이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어떤 도시로 이동하여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발견해낼지 벌써부터 다음 책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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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게 죽기보다 싫을 때 읽는 책 - 내 마음을 괴롭히는 관계습관 처방전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김한결 옮김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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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속에서 되도록 튀는 행동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가급적 삼가는 같은 문화권이라 상당히 공감이 갔던 책입니다. 대부분 읽다 보면 내 얘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받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하면 내성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문제의 본질을 당사자의 탓으로 돌립니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카멜레온' 사고는 굉장히 흔히 겪는 일입니다.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아이 적성이나 재능과는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입시학원에 보내는 경우입니다. 남들이 입는 옷을 따라 입거나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스마트폰을 가져야 안심이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를 강하게 지배하는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서로를 괴롭히는 족쇄가 되었습니다. 하든 말든 상관없는 일들도 많은데 마음이 편해지려면 '해야 한다'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책에는 당장 그만둬야 할 관계 습관으로 사고방식, 태도, 듣기, 말하기, 행동 방식으로 나눠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해서 놀라웠고, 지독하게 괴롭혀온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겪는 일이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다 보니 감정을 숨기고 맞지 않는 일도 무조건 참아야 했습니다.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 감정을 분출하게 됩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는 힘든 일입니다. 속마음을 감추고 참다 보니 만성 스트레스로 쌓여 마음이 병든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직장생활은 다 그런 것이다'며 각자가 겪고 있는 마음의 병은 제대로 돌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은연중에 자신을 괴롭혀 온 본질을 스스로 지우기 위해 애쓰는 상황인 거죠.


만일 그 당시에 이 책을 읽었다면 스트레스 대처법이나 상황에 대한 관점을 유연하게 바꿨을지도 모릅니다. 각 꼭지 끝에는 그만둔 사람과 그만두지 않은 사람에 대해 보여주며 서로 비교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그만둬야 합니다. '하지만'을 쓰면 인생까지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을 애둘러 피하기 위해 말 사이에 간격을 둬서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타자 중심인 사람일수록 '하지만'을 습관적으로 자주 쓴다고 하네요. 이처럼 남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기보다는 서로를 인정하고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 자신에게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예민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면 더더욱 이 책을 정독하고 삶에 실천하기를 권장합니다. 이제는 자립하여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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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9.5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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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완연한 봄 날씨라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들려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진다. 최근 발생한 '진주아파트 방화 살인사건'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민이 일으킨 사건이라 그 충격이 훨씬 컸다. 사회에 대한 분노만이 남아 더불어 살지 못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듣다가 <샘터>를 펼쳐들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매번 읽을 때마다 작은 감동을 받는다. 이번 <샘터 5월호>에도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이야기들로 인해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토토로의 숲에서 춤을'에서 토토로의 숲이 계획 토지에 포함되어 앞으로 볼 수 없다는 소식을 아이들이 듣게 된다. 누군가가 '숲을 사자'는 계획으로부터 시작해 용돈을 모으게 되었고, 이 소식을 들은 '이웃집 토토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거액을 보태 결국 3억 엔이 넘는 돈을 모아 숲을 사들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도쿄 변두리에 위치한 사야마 구릉지대의 작은 숲은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토토로의 배경이 된 곳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상징적인 장소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사라져 버렸다면 그 상실감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모여 그 작은 숲을 지켜냈다는 사실에서 작은 힘들을 합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 몸을 누일 자리'를 읽을 때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타지인 독일에서 살다 육십을 넘으면 긴 타향살이를 끝내고 고국으로 귀국해 고향에서 편하게 살다가 갈 계획이었다. 여섯 명이나 되는 손자 손녀들이 독일 하늘 아래에서 재롱 피우는 모습을 보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칠순 중반이 되어 한국행을 포기하고 독일에서 잠들기로 결정한다. 그 후 시청 공공묘지 관리과에 가서 묘지 예약을 신청하는데 사후에 묻힐 묘지를 고르는 장면은 낯설었지만 자유롭게 묘지를 결정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축복인가. 누구나 수명이 다하고 나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누구나 한 번 떠나야 하는 죽음의 세상. 그 평등한 자연의 법칙을 알고 나니 내가 더 성숙해진 느낌이다.' 이 마지막 문장에서 아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특집 그렇게 어른이 된다'에서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철이 드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어른이 되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나보다 힘들 배우자를 위한 작은 배려가 모두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산티아고에서 배운 인생'은 20여 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가 그 상처와 아픔을 잊기 위해 오지를 여행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배운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예순아홉의 나이에 600킬로미터에 이르는 고단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아이를 낳다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2개월밖에 안 된 딸아이를 업고 걷는 사람도 있다. 서로의 아픔을 위로받고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걸으며 인생을 배운다. '이상한 나라의 통과의례'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진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직업과 학교를 강제당한 채 가혹한 통과의례를 치러야 하는 실태가 뼈아프다.


그 외에도 군산 개복동을 되살리려는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아파트 개발 속에서도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영등포 영단 주택, 버려진 공간을 되살린 실험적 문화 공연에 대한 정보, 20세기 추억으로 돌아간 듯한 뉴트로의 시대에 롤러장의 부활과 낭만 오락실 소식은 반가웠다. 이제 잊혀져 가는 옛 것들을 내버려 두지 않고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시키는 이러한 실험들을 보며 사람들에겐 투박하지만 서로가 소통하는 공간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 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샘터 5월호도 가슴을 적시는 따뜻한 이야기 덕분에 감수성이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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