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9.4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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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는 다르게 혹독하게 춥지 않았던 겨울이 지나가고 모든 사람들이 고대하던 봄이 곧 새싹을 움트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피어나려 한다. 4월은 새로운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12개월 중 4분의 1을 보내고 이제부터 속도를 내는 시작점에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처럼 49주년을 맞은 샘터는 잦은 창간과 폐간 소식이 잇따르는 잡지계에서도 오랜 기간 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번 창간 49주년 기념호에서도 읽을거리가 풍성하게 실려 있다. 가볍게 읽어도 좋을 꼭지였지만 유독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휴식의 기술 '스리랑카에서 배운 느림의 미학'이라는 꼭지인데 바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도 같은 글이었다.


2018년 초 퇴사를 하고 스리랑카를 여행하는 중에 저자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기차가 발달하지 않은 스리랑카에서 시속 50km도 채 되지 않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보단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음미하기 시작했다. 빨리 달렸다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자연의 웅장함과 함께 현지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느리고 불편한 10시간이었지만 또 다른 기쁨을 느끼며 행복과 자유는 그리 대단한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히 지나쳤던 일들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봤다는 저자에게 공감이 갔던 내용이었다. 이는 파랑새 희망수기 꼭지에서 '늦깎이 사회 초년생이 찾은 꿈'의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올해로 예순하나가 되었지만 취미로 조경수를 키운 경험을 살려 조경기능사를 따고 숲해설가에 도전하며 사는 저자는 보람된 노후를 준비하며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며칠 전 볕 좋은 날에 장충단 공원을 찾아갔는데 꼭지에 실려서 기분이 묘했다. 길모퉁이 근대건축 '장춘단의 낮은 목소리'에서 다룬 장충단 공원은 고종 황제가 갑신정변과 을미사변 때 순국한 장병들을 위해 1900년 11월 장충단비를 세웠던 곳이다. 하지만 1910년 이후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뽑아버리고 놀이공원으로 만들었던 곳이다. 이제는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고 어르신들은 게이트볼장에서 운동하는 등 산책로로써 사랑받는 공원이기도 하다. 우여곡절이 많은 역사의 기억은 장충단 공원 내 '장충단 : 기억의 공간' 박물관에서 그 내력을 읽을 수 있었다. 도시 곳곳에 옛 건물을 허물고 아파트나 신축 건물이 들어서는 이 시대에 근대건축이 지닌 의미와 세월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꼭지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끔찍한 사건·사고 소식이 끓이지 않고 있다. 연암의 눈으로 세상 보기 '참된 인간성을 일깨우는 범의 꾸짖음'을 읽으면 인간만큼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집요한 존재도 없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세상에 법이 없다면 무법천지가 되어 자기 멋대로 하며 남의 것을 빼앗고 죽여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가장 도덕적인 집단으로 여긴다고 한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느끼게 된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약육강식의 밀림과도 같은 세상과 다를 바 없다. 연암의 '호질'에서 인용한 글을 읽으며 인간과 자연을 공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지구에 생명을 갖고 태어난 존재는 모두가 소중하며 휴머니즘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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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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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미스터리 스릴러와 추리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신작 <인어가 잠든 집>은 메디컬 심리물에 가까운 데다 뇌사 상태에 빠진 미즈호를 의료 과학기술에 힘을 빌려 실험하는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사회 윤리를 꼬집고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가 보여준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자세한 상황 설명과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가업을 이어받은 가즈마사는 주식회사 하리마 테크를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MI) 분야에 온 힘을 쏟은 결과 승승장구 가도를 달릴 수 있었고, 8년 전에 결혼한 가오루코로부터 결혼한 지 1년 만에 미즈호라는 여자아이를 얻었다. 그리고 2년 뒤 이쿠토라는 남자아이를 얻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오다 가즈마사가 바람피운 사실이 드러나며 1년 전 이들 부부는 별거 상태에 들어갔다.


사건의 발달은 이렇다. 미즈호는 외부모에게 맡겨져 수영장에서 놀다가 물에 빠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즈마사와 가오루코는 의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장기 기증을 할지 아니면 치료를 계속 해나갈지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가오루코는 치료를 계속하겠다며 장기 기증을 거부하면서 윤리적인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미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미즈호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다. 일말의 희망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들은 가즈마사 회사의 BRS라는 기술과 호시노가 적극적으로 연구하며 연명 치료는 계속 이어나간다. 게이메이 대학에서 극비리에 연구 중인 AIBS 기술 실험을 미즈호의 몸을 사용한다. 아무리 가즈마사 재산이 많더라도 최신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체로 자신의 딸을 사용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윤리와 양심을 덮어두고 죽은 듯 누운 미즈호를 곁에 두는 것으로 괜찮은 걸까?


생각해보니 가오루코의 지나친 모정으로 발현된 비극이나 다름없다. 살아있는 듯 보이지만 의사 표현도 못 한 채 의료 과학의 실험체가 돼버린 딸을 가까이 두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일반인들이라면 불가능한 환경과 조건일 것이다. 미즈호처럼 자신의 자녀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면 장기 기증이나 매장 혹은 화장을 선택했을 것이다. 등장인물 중 호시노 유야의 애인인 가와시마 마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하리마 저택에서 미즈호가 기계에 의지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 집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미즈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가오루코는 점점 집착이 강해져 현실감각을 잃어간다. 이는 '5장 이 가슴에 칼을 꽂으면'에서 격정적으로 묘사되고 그녀의 가득 찬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 부부는 다른 이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역시 장르가 바뀌어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흡인력은 대단하고 느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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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김은상 지음 / 멘토프레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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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기르던 반려묘 델마의 몸을 씻어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영원한 작별을 고한 작가는 이후부터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길을 걷다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을라치면 델마가 마치 나를 찾는 것 같아 몇 번이고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는 저자는 어느 날 발견한 길고양이를 위한 먹이를 주는 노력으로 친해진다. 존재의 부재를 메꾸기 위해 다른 고양이를 곁에 두려 하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져 떠나간 뒤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소설은 자신이 기르던 델마를 통해 경험한 감정을 살려 쓴 책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에게 길들여지듯 수동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삶 곳곳에 우울함과 외로움이 깊게 베여있다.


이렇게 답답한 삶의 유일한 탈출구는 고양이 델마와 또래 이성친구인 경화를 향한 사랑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해줄 것 같은 동질감을 느끼며 이 감정은 애틋함으로 발전해간다. 하지만 주인공은 서른 중반이 되도록 연애를 경험하지 못한다. 이성을 만나 사랑하고 연인이 되는 일이 마치 조각배를 타고 망망대해에 나가는 일처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머니의 뜻대로 사고하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원하는 사랑을 쟁취하지 못한 것을 표현한 말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데리고 사는 이유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라고 한다. 자신이 사랑을 주는 만큼 나를 따라주기 때문에 현실의 외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어서다.


델마에게 감정이입을 할수록 의존성은 높아져만 가는데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갑자기 떠나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경화마저도 연락이 끊겨 버리고 마는데 이제 사랑을 주고받을 존재가 세상에 없어진 셈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곁을 잘 내어주지 않는 동물인데 작고 약한 동물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가 자신의 목을 맡기는 순간은 그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뜻이라는 의미다. 주인공은 뒤늦게 고양이의 마음을 이해했다. 살아있기 위해 어디든 떠나야만 한다는. 어머니로부터 독립하여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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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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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서 보던 곰돌이 푸는 천하태평 세상 편한 캐릭터로 기억한다. 느긋하게 걷는 데다 말투 또한 느려서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순진한 성격 탓에 친구들로부터 자주 속고 당하는 일도 많지만 절대 화를 내는 법이 없다. 요즘처럼 빠릿빠릿하고 약아빠진 사람이 이득을 챙기는 시대에 곰돌이 푸는 세상 물정 모르고 이용하기 좋은 캐릭터인 것이다. 하지만 곰돌이 푸는 무엇을 하기 위해 전혀 애쓰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듯 살아간다. 매사에 급하지 않고 잘 인정하는 탓에 화를 내는 법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자신에게 맞는 편한 속도로 살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애써 복잡한 일을 만들지도 않는다. 그런 느긋함 덕분에 곰돌이 푸는 만사가 편안한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


한 개인에게 요구되는 지식과 정보량은 엄청나게 많다. 머릿속으로 다 채울 수가 없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보조 기기로 활용해야 할 정도다. 세상 돌아가는 일도 복잡해서 신경 쓸 일이 많은 현대인들은 만성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이렇게 복잡하기만 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저자는 곰돌이 푸와 도가 철학에서 찾고 있다. 도가 철학의 지혜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바로 곰돌이 푸인 것이다. 곰돌이 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생각하고 움직인다.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고 스스로 욕망에 사로잡혀서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욕심내지도 않는다. 그저 유일한 소확행은 꿀단지를 빠는 것뿐 그 외에는 별일도 하지 않으며 그저 존재할 뿐이다.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도 않는다.


곰돌이 푸처럼 세상 편안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마도 도시가 아닌 자연 속에 살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천성이 느긋하고 여유로워서 자신의 속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바쁘게 살아야 하는 도시의 피로감은 우리의 마음을 각박하게 만든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는 욕망은 남들과의 비교 심리로 스스로를 불행하기 만들 뿐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곰돌이 푸처럼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을까? 욕심을 버리고 조금은 편안하게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속앓이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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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생각법 - 1등 플랫폼 기업들은 무엇을 생각했고 어떻게 성장했는가
이승훈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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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개념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양면시장에 대한 것이다. 플랫폼 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기업으로 구글, 애플, 유튜브,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네이버, 다음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양면시장을 지향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 플랫폼을 성립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최소한의 요건은 양면 구조를 설계하는 것인데 이는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참여자들이 새로운 가치를 얻어 갈 수 있는 적절한 도구를 갖추고 있을 때 파급력은 점점 커진다. 이미 우리들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많은 IT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다. 위에 언급한 기업들의 점유율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워낙 높은 데다 이용자 수가 많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대체할 다른 기업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양면시장을 어떤 아이디어와 생각으로 설계했는지 <플랫폼의 생각법>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들 기업들은 플랫폼을 성장하기 위한 도구와 수익모델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발전하였고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개발을 다한 결과다. 하나의 잘 된 플랫폼은 이를 연계시켜 서비스를 확장시키는 등 비즈니스 개발에 있어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네이버가 이만큼 성장할 줄 예측할 수 없었고,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이 급부상하면서 다음과 통합하고 카카오스토리, 카카오맵, 카카오TV, 이모티콘 등으로 확장하는 것을 보면 플랫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넓고 크다. 플랫폼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선량한 독점을 하는 것인데 플랫폼 기업들의 이익이 아닌 무언가 다른 본질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벌어들인 수익의 많은 부분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에 사용할 때 플랫폼은 유지될 수 있다. 만일 자본주의적 기업의 모습을 보였다면 서서히 시장에서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앞으로 플랫폼의 미래는 개방성을 얼마나 잘 유지하면서 변화에 잘 대응하느냐일 것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기술 개발을 아끼지 않을 때 전망을 밝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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