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영화 가이드북 - 영화에서 여행의 팁을 얻다
박용민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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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로 손꼽히는 뉴욕을 볼거리, 교통, 호텔, 식당, 쇼핑, 민족·언어·종교로 파트를 나뉘어 영화와 함께 소개해줘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국내에서도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인 곳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간다는 점을 생각하며 이 책의 시도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주요 스팟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들을 수 있던 점과 함께 영화에 나왔던 장면을 상기시키며 시각적으로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서 집중이 잘 되었다. 이 장소가 어느 영화에 배경으로 나왔던 곳이었구나 하며 직접 보면서 하게 될 이야기들은 정말 많을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의 명대사와 명장면은 누구나 한 번쯤 따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재미를 느끼며 뉴욕 곳곳을 여행하는 색다른 체험도 기대해보게 하는 <뉴욕 영화 가이드북>이다. 


지금까지 영화와 결합시킨 여행 가이드북을 읽은 기억이 없는데 특정 장소를 소개할 때마다 영화 속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해줘서 읽는 맛이 나는 책이다. 한편으로 뉴욕을 주요 배경으로 찍은 영화가 이렇게도 많은 줄 몰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총 434편의 영화를 소개해주고 있지만 전작에 소개된 영화 중 중복된 영화를 제외하고 나면 뉴욕과 관련된 영화만 해도 총 577편이라고 하니 영화 마니아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설령 사정상 뉴욕 여행을 가지 못하더라도 이 책에 소개된 영화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 세계의 마천루인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9/11 테러 후 지어진 프리덤 타워, 울워스 빌딩 등이 있다. 무한도전 팀과 싸이가 2012년 연말에 공연한 타임스퀘어는 매년 5천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지만 1984년에는 2,300건의 범죄가 일어난 곳이었다니 오늘날의 놀라운 변화는 1994년 시장으로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의 지도력과 뉴욕 부동산 활황에 따른 재개발 붐이라고 한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고, 과거의 찬란한 영광 뒤에는 아픈 상처와 지우고 싶은 역사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얼마나 많은 외계인에게 침공을 당하고 도시 전체가 침수되는가 하면 킹콩은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이들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벤저스가 총출동하여 막는다. 수많은 연인들의 사랑을 이뤄가는 로맨틱한 공간으로 활용되는가 하면 이름도 없는 영웅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시민들을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로 인해 얻어지는 이득은 뉴욕을 매우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서 이제는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도시가 되었다. 아무래도 영화와 함께 이 책을 두고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여행하는 꿈을 꾸며 읽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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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9.3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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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위주로 감동을 주는 잡지를 읽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를 만큼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많았다. 뒤표지에도 발행인의 글이 실려 있어 무심코 읽어보니 어른에 대한 정의를 '진정한 어른이란 다른 세대나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자신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진 채 대립하기 때문에 발생된다. 나이를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삼정노인정에서 30여 명의 어르신들의 식사를 살뜰하게 챙기며 총무를 맡고 있는 양춘재 할머니의 똑 부러진 일처리에 칭찬이 자자하다. 겉으로 보기엔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시는 것 같지만 그녀에겐 크나큰 아픔이 있었다. 정든 학생들을 위해 시래기콩탕을 끓이고 도토리묵무침을 해주던 날 얘기를 들어본다. 25년 전 두 아들과 막내 사위와 함께 서울 큰딸 네로 가던 길에 교차로를 달려오던 승용차가 덮쳐 두 아들을 잃고 본인은 갈비뼈 12대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갑자기 빠진 몸무게에 힘겨워 흑염소를 고아 겨우 몸을 추스르고 강원도 춘천에서 안 해본 일 없이 살아왔다는 그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더라고... 그럭저럭 산 게 25년이여. 허허." 담담하게 되뇌며 호방하게 웃기까지 보낸 그 세월을 견디며 이웃들에게 뽀얀 국물의 시래기콩탕을 내오는 손길이 시리다.


'인성의 재발견' 꼭지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이면이 우리나라 교육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은 씁쓸함이 느껴진다. 서울대 의대 합격을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고용한 입시 코디네이터와 부모들의 지나친 욕망은 아이들을 삶의 주체적인 인간이 아닌 부모님의 로드맵에 따라 기능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오히려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줘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힘인데 입시 공부라는 위태로운 줄타기에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세상의 논리를 가르치기보다는 자신의 삶과 행복을 스스로 결정하는 아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응답하라 청춘아지트 - 취향을 나누는 문화살롱'은 요즘 다시 불고 있는 아닐로그 감성을 반영하는 건전한 모임이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에서는 굳이 나이, 직업, 학력에 얽매이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취향관의 공간을 살펴보면 1층에서는 편안한 대화와 만남이 이뤄지는 거실과 커피, 술 등을 제공하는 바가 자리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소규모 살롱에 적합한 세 개의 개별 공간이 갖춰져 있다. 소규모 살롱은 여섯 명 정도가 참여하여 취향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살롱이 열리는 공간이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특별해 보였다. 합정동 2층 양옥집에서는 이렇게 취향을 마음껏 얘기하는 사람들이 모여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샘터 3월호를 읽으니 다음에도 또 어떤 이야기로 따뜻함을 선사해 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특별날 것은 없지만 그래서 하나하나 소중한 우리들의 살아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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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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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의 시작 '우리와 당신들'은 전작 '베어타운'에서 전개된 스토리가 이어받아 초반부터 상당한 몰입감을 느끼며 읽게 되었다. 베어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은 하키라는 스포츠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 같다. 신성한 스포츠 정신 위에 정치인과 후원자의 그림자가 가려져 있고, 오직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정의롭지 못한 일이 벌어져도 묵인하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은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베어타운 하키팀의 최고 에이스인 케빈은 어느 날 베어타운 하키단 단장 페테르 안데르손의 딸인 마야를 성폭행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중요한 시합에서 케빈에게 출장 정지를 내린다. 이로 인해 게임에 져버리자 그들은 진실보다는 희생양으로 마야와 페테르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 한다.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모습은 이제 베어타운과 헤드 두 도시 간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진실을 외면한 채 이를 해결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현상은 증오가 또 다른 증오를 낳는다는 것이다. 케빈이 성폭행 했다는 사실보다 마야 때문에 베어타운 하키팀의 최고 에이스를 잃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긴 마을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가해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내리고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회복하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작가 특유의 현상을 꼬집는 날카롭고 섬세한 묘사로 인해 읽으면서도 등장인물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흡입력 있게 전개된다. 2018년 아마존, 굿리즈 올해의 책 선정,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평점 4.8/5, 전격 영화화 결정 등 이 소설은 복잡한 인간 심리에 대한 묘사를 파고들어 그 사회 속에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쓰면서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를 생동감 있게 넘쳤다. 그들에게서 선악에 대한 애매모호한 경계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독자의 판단에 넘기는 부분이 좋았다. 세상은 흑과 백, 선과 악으로 완전히 양분하기란 어렵다. 중간 지대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고, 변화무쌍한 일들을 겪기 때문에 복잡하다. 예전에도 어느 소설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가 바로 등장인물에 몰입했을 때였다. 그의 앞에 펼쳐질 세상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며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두 궁금해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무척이나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가는데 결국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받을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 앞에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길 바라며 읽게 되었고, 마법 같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들이 인기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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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 그들 - ‘그들’을 악마로 몰아 ‘우리’의 표를 쟁취하는 진짜 악마들
이안 브레머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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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수 대 진보, 강대국 대 개도국, 기독교 대 이슬람, 가진 자 대 없는 자 등이 서로 극렬하게 맞서서 대립하는 시대다. 첨예하게 맞서서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이 시대를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하여 논쟁점이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밀도 높게 쓴 이 책을 읽으면서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보수 대 진보로 양분되어 서로를 향한 증오심과 날선 비난이 최대치에 달한 느낌이 들어 앞으로의 미래가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갈등을 조장시키는 진짜 '악마들'의 실체에 대해서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그 거대한 세력은 정부나 권력자도 아닌 최대 자본을 소유한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이었고,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와 경제를 장악해왔던 것이다.



우리 대 그들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경제 불평등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숨 가쁘게 돌아보며 문제를 짚어보니 확실히 보는 시야가 확 트게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하나의 목소리로 결집시켜 주장할 때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고 독재 정권을 끌어내리는 힘이 되어준다. 이 책은 승자와 패자, 경고 신호, 위기와 희망의 경계선, 장벽, 뉴딜 등 현재 세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해결점을 제시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안들에 경종을 울리며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인 듯싶다. 시시각각 들려오는 위기 상황은 우리를 공포와 불안으로 몰고 갈 것이다. 큰 권력을 지닌 자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려 할 텐데 이럴 때일수록 핵심을 잘 파악해서 현명하게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증오와 비난을 재생산하는 것으로는 무엇도 현상을 해결해낼 수 없다. 오히려 세대 간의 갈등만 커질 뿐이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는 우리에게 찬란한 미래는 요원할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첨예한 대립 양산과 오버랩된 장면들이 많았다. 아마 진짜 공포가 언제 우리의 숨통을 쥐어올지 모른 채 그들의 원하는 대로 움직인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에 대한 이유 없는 적대심과 가짜 뉴스를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이 시대에 우리는 올바른 잣대로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경제 불황이 깊어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사람들은 보수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대 타협하는 자세와 포용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다른 나라의 상황을 분석한 글을 읽으면서 국제 정세에 대한 시야가 트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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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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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에 타계한 박완서 작가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나의 아름다운 이웃>의 개정판 소식을 반가워할 것이다. 이미 1991년과 2003년에 출간된 적이 있으니 깊은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책머리에 밝힌 것처럼 책에 실린 짧은 소설들은 문단에 나오고 나서 10년 안에 쓴 것들이니 모두 1970년대의 산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정판을 내면서 일부러 시대에 뒤떨어진 표현이나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고치지 않았다. 고치지 않은 덕분에 후대에 읽는 독자들은 작가가 묘사한 1970년대의 장면을 고스란히 책에서 포착해내게 되었다. '마른 꽃잎의 추억 4' 에서 부인은 집에 전화기를 새로 개통한 것이 반가웠던지 남편과 통화를 하는 내내 기분이 들떠있다. 그 전화기에서 울리는 '쓰-' 소리가 고혹적으로 들리는 반면 찌르릉 소리는 도전적이라니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거리에는 공중전화가 집집마다 전화기가 놓인 것을 생각하면 이젠 그리운 풍경이 되어버렸다.


시대에 따라 소설은 다른 관점에서 읽힐 수도 있겠구나. '열쇠 소년'에 등장하는 재롱부리며 부르는 CF 송과 부부 교사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마련한 아파트에서의 생활. 맞벌이 부부로 계속 생활해야 하는 이유는 아이가 제대로 학교를 마치고 사람 구실을 하려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란다. 이 얘기가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을 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비교적 짧은 단편임에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유려한 글 솜씨에 천상 글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간단하게 주고받는 대화 속에도 인물들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이야기 전개에 막힘이 없다. 한국 문학계에 큰 발자국을 남긴 작가의 초기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고 자개장 위에 전화기와 결혼사진, 빗, 로션 등이 놓인 그림의 양장본이라 마치 새 책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원통 모양을 한 알라딘 난로의 불빛에 의지하여 열심히 밤에도 글을 써 내려갔을 일렁이는 그림자 속의 작가는 어떤 생각을 품었을지 궁금하다.


70년대의 감성은 지금보다는 분명 순수했을 것이다.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었기에 진심을 그대로 믿고 받아주었던 낭만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970년대의 집 밖은 긴장과 억압의 분위기로 발표하는 것 하나하나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유신시대를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문학을 향한 열정으로 하얗게 밤을 불태운 작가의 글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나의 작품은 시간을 초월하여 다시 읽힐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유는 글이 시대상을 반영하여 문장마다 살아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글을 쓴 시기의 배경을 이해한다면 더 마음에 와닿게 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이렇게 다시 박완서 작가의 짧은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순간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책에 수록된 46편의 짧은 소설마다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들었고,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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