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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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일상들이 오늘도, 내일도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연일 들려오는 소식들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세상의 이야기일까? 일터에서 아깝게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젊은이와 교통사고, 자살, 불치병 등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사람들을 보면 아무 일 없다는 듯 하루를 시작하는 오늘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20~30대까지만 해도 시간이 소중한다는 것을 잘 모르고 지냈다. 친구로부터 같은 학교 동기가 오토바이를 타다 전봇대에 부딪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도, 약 2년간 일했던 직장의 이사님이 자살했다는 소식에도 슬픈 감정이 전해오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전 16년간 함께 동고동락하며 살갑게 지내던 애견을 여행 보내야 할 때 한동안 집안은 적막했다. 늘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일상이 사라진 것이다.


곁에 늘 함께 있을 줄 알았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 할 때 받는 정신적 충격은 상당하다. 자꾸 생각나고 마치 현실이 아닌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들은 생애 주기가 있고 한계 수명이 있듯이 언젠가 생명이 다하면 여행을 떠나는 존재인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애프터문이라는 가구 공방의 디렉터로 활동하며 고양이와 개를 기르고 있는데 함께 한 시간만큼이나 생긴 에피소드가 많다.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 다르게 주인에게 내리사랑을 받으며 평화롭게 하루를 보내는 모습들도 언젠가 그리워할 일상이라는 것을.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기 때문에 오늘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사색하며 읽은 책이다.


좋은 미래는 좋은 현재를 쌓으므로 닿는 지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욕심내지 않고 정성스럽게 가구를 만든다는 저자의 생활은 스물네 살에 다른 대학에 입학하며 평온하게 보내다 6개월이 되었을 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부터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간절했던 흔해빠진 대학교에서의 생활도 돈, 명예, 승진, 건강 같은 보편적 가치보다 안온한 일상이 소중해졌다. 5년 동안 몇 개월 동안 검사를 받아왔지만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고, 이제는 가구 공방에서 지내며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며 살아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별다른 일 없이 보낸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고, 축복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간절하게 바라는 일상일지도 모를 하루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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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상 수집 에세이
하람 지음 / 지콜론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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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으로부터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며 뭐라고 답해줄 수 있을까? 열거 가능한 취미들은 많다. 하지만 취미가 곧 좋아하는 것인지는 명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말 좋아하는 건 받아들이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대개 독립하려는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그 일만 붙잡고 몇 날 며칠을 해도 쉽게 질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누군가 좋아하는 색상, 음식, 영화 장르, 취미 등을 물어올 때면 콕 집어 대답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때 좋아하던 색상도 시간이 흘러 싫어질 수 있고 다른 색상이 좋아질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해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대답은 늘 두루뭉술해버린다.


어디까지나 일상에 대한 소소한 기록들이다.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해 기록하고 나면 나를 둘러싼 세계가 훨씬 아름다워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는 프롤로그의 말을 들어보면 나와 세계가 만나는 접점에서 나라는 사람의 취향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일상에서 겪은 일들을 소소하게 풀어낸 책을 읽을 때면 마음으로 위로받을 때가 많다. 별일 아닌 일상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자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모르던 사실을 친구나 가족들이 먼저 발견해서 알려주고,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특별한 날에 준비하기도 한다.


저자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여행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일이 아닌 좋아하는 건 아무리 해도 계속 붙잡게 되어 있다. 지금 어딘가에서 이 책을 읽고 있을 독자들도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일상 속에서 찾게 되기를 바란다. 일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우연찮게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어릴 적에는 자연이 그렇게 좋은 줄 몰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이 내겐 힐링을 주는 순간이었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고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좋아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직접 해보니 재밌고 좋아지게 된 사례들도 많다. 우리도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건 무엇이 있는지 수집하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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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계일주 전성시대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정화용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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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보통 세계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터키, 브라질, 이집트, 인도, 러시아 등의 나라들은 근 10년 이래 환율이 유리한 시기라고 말한다. 터키를 예로 들면 10리라짜리 한 끼를 식사를 먹는다고 했을 때 기존에 3.000원에서 1,800원이면 먹을 수 있으니 40%나 저렴한 비용만 지출되는 것이다. 이렇게 환율에 따라서 상당 부분 여행경비를 줄일 수 있는 일이 많고, 관광만을 목적으로 간다는 생각을 버리면 아낄 수 있는 부분은 많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한 달 렌트비 약 18만원이면 괜찮은 숙소를 구할 수 있고, 기본적인 생활도 3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니 두려워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보다 훨씬 물가도 저렴하고 시장에서 건강한 식재료를 구해 요리해 먹으면 식비도 절감할 수 있다.


사회생활 2년차에 세계일주를 꿈꾸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 실제로 2달 후에 세계로 떠난 저자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 당당히 발을 내딛었다. 여행을 떠난지 얼마되지 않아 실연을 당하고 900달러라는 거금을 절도 당했지만 중도에 멈출 수는 없었다. 낯선 세계의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여행자였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에 동화되어 간다.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하는 것만으로 무비자 여행이 가능한 나라가 188개라고 하니 대단하다. 1년 10개월동안 세계일주 여행을 하며 27번 비행기를 탔는데 항공료가 총 303만원 들었다고 하니 놀라웠다. 2~3천만원이면 세계일주가 가능하다고 하니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아름답고 이국적인 자연을 만나고, 신비스러운 세계 유산을 직접 보며 현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행복해보였다.


여행하며 터득한 알짜배기 정보와 함께 그곳에서 겪은 이야기들은 누구나 가고 싶은 여행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킨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들이 많다. 저자는 영어를 할 줄 알기 때문인지 현지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나눠서 그들의 문화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생활 풍습이나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들이 사는 곳으로 가야 안다. 특별한 사람만 세계 여행을 간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고 갔다오고 나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 여행이 또다른 꿈을 품을 수 있게 해주었고,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며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감있게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듯 싶다. 세계는 정말 넓고 많은 사람들이 지구 위에 살아간다. 세계일주 버킷리스트를 갖고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떠나보자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많은 것을 알아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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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신예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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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라니 책명 하나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저자의 엄청난 필력에 무릎을 탁 치고 간다. 어찌나 맛깔나게 글 재료들을 버무려내는지 어느 입담 좋은 분이 나를 붙잡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은 느낌이다. 무려 20년 차 프리랜서로 독립생활 중인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이 담겨있는 책이다. 이 책은 지속 가능한 - 태도, 휴식, 재능, 돈, 자립, 나 등 각 주제에 따라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하나씩 풀어놓는 방식의 에세이다. 오랜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겪은 고충이나 일적인 부분은 뼛속까지 '을'로 살아야 하는 프리랜서의 입장에서 공감 가는 내용이었다. 글마다 함께 곁들인 추임새가 들어가는데 마치 명랑만화의 주인공처럼 재치가 넘친다.


글에 자신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머릿속 생각을 솔직하게 끄집어내기 때문에 공감대를 갖고 읽을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게 될 텐데 그 위에 생각 한 스푼을 얹어 놓은 것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도 꽤 잘 찍는 저자를 보면 그래도 어디에 속박되지 않은 채 재미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삶의 정답은 없을 것이다. 오로지 내 선택에 따른 결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 결국 모든 것이 지속 가능하려면 소신이 뚜렷해야 한다. 팔랑귀처럼 주위 사람의 말이 흔들리지 말고 하나의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일할 때는 프로페셔널하게 일하고 쉴 때는 내일이 없다는 듯 잘 놀아야 한다.


모든 건 경제적 자유로 귀결되겠지만 중요한 건 일과 삶, 일과 꿈, 일과 휴식이 균형 잡혀야 건강하다는 점이다. 반백수로 살면 어떤가? 오로지 일만을 위해 인생을 허비하기보단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며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은 정해져있고 일만 하다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건강한 안내서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유튜브에서 신예희로 검색해서 들어봤는데 여행작가로서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입담도 꽤 좋았다. 귀에 쏙쏙 들어오고, 역시 다양한 것을 하며 재미있게 사는 게 인생이지 않을까 싶었다. 핸드북처럼 손에 잡히는 판형도 마음에 들었지만 읽으면서 격공하며 킥킥거리게 만드는 유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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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돈을 보았다 - 회사를 박차고 나온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의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하경제 추적기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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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형식에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할 만큼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저자가 세계 각지를 다니며 직접 취재하며 경험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에 현실감 있게 글마다 생생하게 살아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세계 글로벌 기업들보다 더욱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이들이 바로 마피아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러시아, 일본, 중국에서 활동 중인 범죄 기업의 수익을 합치면 1조 달러에 이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탈리아의 마피아가 800억 달러, 러시아 마피아는 6,380억 달러, 일본 야쿠자는 7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인다. 대부분 합법을 가장한 채 기업 형태로 조직적인 운영을 하며 마약매매, 납치, 소매치기, 매춘, 사기도박 등으로 지하경제를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지하 경제의 '검은 돈'을 찾아 나서기 위해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 속으로 파고드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또한 어떻게 속아왔는지 알 수 있어서 한편으론 내 지갑을 지키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저자는 취재를 위해 미국, 아르헨티나, 인도, 스페인, 영국, 멕시코, 이스라엘, 콜롬비아 등을 돌며 지하경제의 실체를 고발한다. 이탈리아는 소매치기의 소굴이라는 소리를 오래전부터 들어왔는데 저자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직접 겪은 소매치기 체험기도 흥미진진하다. 세계 곳곳에서는 정상적인 경로가 아닌 방법으로 선량한 시민들의 지갑을 터는 이들이 존재한다. 불법으로 취득한 자금을 역추적하는 이 책은 또한 자본주의의 진짜 얼굴이 얼마나 잔인하고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를 보니 독자들도 현장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현장감에 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그 실체를 마주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접근하는 과정들은 어느 범죄 스릴러 못지않은 긴장감을 준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전작들이 읽고 싶어졌다.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커서 읽는 순간 몰입하게 만든다. 회사를 박차고 나온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라는 소개보다 마피아들의 막대한 부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라는 의문점에서 출발해 세계 일주를 하며 현장 취재에 뛰어든 저자의 모습은 담대해 보였다. 지하 경제의 실상을 파헤쳐서 고발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큰 축에 지하 경제 또한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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