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저녁달 클래식 1
제인 오스틴 지음, 주정자 옮김 / 저녁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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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21살에 이미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 첫 장편소설을 완성했지만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거다. 그 뒤로 무려 17년이 지난 1813년에 이 원고를 기초로 <오만과 편견>을 출간한 뒤 대표작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몸 상태가 악화되어 42세가 되던 1817년 7월 18일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출간된 지 지금으로부터 2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전문학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의의는 18~19세기 당시 영국의 인사, 식사, 예절 등 일상적인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 문화, 전경까지 시대상을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시골 마을인 롱본에 다섯 딸을 둔 딸 부잣집 베넷 집안 근처인 네더필드 파크로 많은 재산을 가진 빙리 집안이 이사를 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베넷 씨가 빙리 집안으로 인사를 몰래 간 뒤 무도회 초대를 받은 베넷 집안 딸 중 유독 눈에 띄는 미모를 가진 제인 베넷 양과 엘리자베스(일라이자 리지)가 주목받는다. 연 수입이 4~5천 파운드인 빙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판이 좋을 만큼 사교성이 뛰어난 인물이다. 무도회에 참석한 제인과 두 번이나 춤을 추게 되면서 호감을 가지게 된다. 같은 무도회에 빙리 친구로 온 다아시는 연 수입 1만 파운드로 잘 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오만하고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에는 엘리자베스에게 빠지지 않았지만 다시 마주칠 때는 한시라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그 매력에 헤어 나오지 못해 짝사랑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베넷 부인도 그렇고 캐럴라인 빙리 양도 험담하기 바쁘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구나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소설에서 오가는 대화에 잘 표현되었다. 분명 베넷 집안과 빙리 집안, 다아시 집안 사이엔 신분과 재산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이를 넘고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뒤늦은 사랑에 빠진다. 로맨틱 드라마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들고 제인 오스틴이 남녀 간의 오묘한 심리를 잘 그려냈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시 고전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21살에 이미 뛰어난 인물 묘사와 이야기를 엮어낸 장편소설을 완성했으니 그녀는 정말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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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차린 밥상 - 소설로 맛보는 음식 인문학 여행
정혜경 지음 / 드루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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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계승되지 않고 끊겨 잊혀가는 우리 음식 문화들이 많다. 저자는 우리 대하소설에 나온 음식을 통해 이를 복원하고자 이 책을 기획하였다. 최명희 <혼불>, 박완서 <미망>, 박경리 <토지>, 이상과 심훈, 판소리 다섯 마당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토끼전>, <적벽가>에 기록된 바에 따라 그 시대의 풍속과 음식 문화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알아본다. 대하소설은 그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대체 기록물로 지역별로 구습 되어온 전통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을 엿보기에 더없이 좋은 텍스트다. 주변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로 주식류, 부식류, 기호식 할 것 없이 여러 가지 음식들을 만들어 먹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학 작품 속에서 발췌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곧잘 해주시던 음식이 겹쳐서 떠오른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명절 때면 각종 전과 토란국을 빠짐없이 먹었고 제철 과일이나 방앗간에서 떡을 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서구화된 지금의 음식 문화와는 달리 그 시절엔 소박하지만 건강한 식재료가 삼시 세끼 상 위에 올랐다. 지금은 비싸서 자주 못 먹지만 고등어구이, 임연수 구이, 갈치구이 등 생선구이를 먹으며 자랐다. 문학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과거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 음식에서 옛 향수를 느끼며 우리의 기억을 복원시킨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기도 하다.


책 중간마다 수록된 음식 사진과 그림, 도표로 정리한 식재료와 음식 분류를 보면 되려 우리 음식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소설 속 음식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인 혼, 미, 향, 한, 반, 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음식은 곧 그 나라의 문화이기에 공감되는 말이다. 후대에 사는 우리들이 그 가치를 계승하고 예전엔 즐겨먹었지만 점점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선조들은 꽤나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음식들은 오로지 우리 땅에서 자란 식재료로 만들어 맛은 훨씬 뛰어났을 것이다. 문학에 담긴 한상차림은 우리 삶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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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아오키 료사쿠 지음, 신혜정 옮김 / 잇담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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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협력자까지 합쳐 6~8명 정도인 소규모 프로덕트 디자인 회사인 TENT는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그들이 만든 제품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10여 년 동안 독일 IF 디자인상 금상, 레드닷 디자인상, 굿디자인상 베스트 100 등 각종 디자인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너무 편리해!", "그냥 매일 쓰게 됩니다."라며 디자인만 유려한 제품이 아닌 매일 쓰고 싶어지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입소문이 났다. TENT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법도 독특하다. 


"발언 하나하나가 슛(좋은 아이디어)인지 패스(다른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힌트)인지를 인식하게 만듭니다. 슛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좋은 패스를 건네는 사람도 칭찬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TENT는 '슛은 넣지 못하더라도) 패스라도 많이 건네자!'라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회사를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루한 회의가 때론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걸 알 것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마음껏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면 아무래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6~8명 정도인 회사에서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의 발언이 인정받고, 모두가 칭찬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TENT의 문화는 디자인 회사로써 무척 부러운 부분이다. TENT는 힌지에 생각나는 대로 일단 그려보고 시제품을 몇 번이고 만들라고 한다. 생각하고 시험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오히려 시행착오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결코 한 번에 완벽한 제품은 나오지 않는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환경이었다면 팀원들이 새로운 일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TENT의 히트작인 프라인팬주 개발 비화에서 보듯 수없이 만들고, 사용하고, 다시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만족할 때까지 문제점을 가다듬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제품이 완성되었다. 다른 프로덕트 디자인 회사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일을 하는 회사라면 더더욱 TENT만의 기업 문화, 환경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오너 주도로 모든 사항들을 결정짓는 수직 구도에선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되도록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TENT는 아이디어를 내서 실생활에 쓸모 있는 제품 디자인을 만드는 일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마치 일도 '놀이'처럼 즐기면서 하는 혁신적인 회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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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레임 - 발상의 전환을 위한 28가지 생각 도구
네이선 퍼.수재너 하몬 퍼 지음, 한정훈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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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시대에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불확실성 구급 십자가 아이콘'으로 재구성, 준비, 실행, 지속성이 있다. 발상의 전환을 위한 28가지 생각 도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재구성 - 발상의 전환, 역보험, 미개척지, 인접한 가능성, 무한 게임, 이야기, 후회 최소화, 평정심, 불확실성 선언문

· 준비 - 위험도 파악, 개인적 실제 옵션, 불확실성 균형추, 덤보 깃털, 활주로와 착륙점, 자원의 재인식, 맞춤형 삶, 기계를 억지로 가동하지 말라

· 실행 - 활성화 및 잠금 해제, 가치 대 목표, 인지적 유연성, 안갯속에서 배우기, 1만 장의 사진, 브리콜라주, 작은 발걸음, 피벗

· 지속성 - 정서적 위생, 현실 점검, 마법의 힘


이 28가지 생각 도구들이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해쳐 나오게 하는 방법들이다. 어차피 우리들의 인생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계획한 대로 진행되거나 예상한 대로 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영역에 있는 것들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유튜버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이 채널이 잘 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인생의 목표는 외부에 있지만 결과는 부분적으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 세상은 불공평하고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보상을 얻지 못했다고 믿는 경박한 운명론에 갇히기 쉽다."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이 높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를 내면에 두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관점을 채택한다고 한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보다 최선을 다하는데 오로지 집중한다는 것이다. 불확실성 선언문에 따르면 그저 최선을 다하고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담담하게 지켜볼 때 후회도 남지 않는다. 결과에 집착한다면 우린 과정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성공과 실패가 전부라고 쉽게 생각해버린다.


이 책은 우리 사회처럼 치열하게 서로 경쟁하는 승자독식의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런 통념들을 따르지 않고 생각하고 사고하는 관점을 바꾼다면 얼마든지 멋진 삶을 살아간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28가지 생각 도구들은 삶의 규칙들이 불확실성을 만났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관점을 전환하게 하는 키워드라고 보면 된다. 오히려 불확실한 일들로 넘쳐나는 시대에 이를 기회로 전환시켜 활용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을 것이다. 저자가 보여준 통찰은 희망 회로가 아닌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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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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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선 잘 느끼지 못하다가 사건·사고 소식과 이후 벌어지는 일들에 신뢰란 찾아보기 힘든 사례가 너무나도 많았다. 지켜져야 할 신뢰가 깨졌을 때 피해 당사자인 개인이 무너지고 곰 버섯처럼 퍼진 불신은 사회를 병들게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기, 기망, 결함, 약속 불이행, 거짓말(눈속임) 등인데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고 등 뒤에 칼을 꽂은 일은 피해 당사자가 아닌데도 분통이 터진다. 이 책에서 얘기한 대로 "아주 적은 정보를 바탕으로 누군가를 선뜻 신뢰하는 행동은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다."라며 사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집단 활동은 초기 신뢰도 깔려 있다는 전제로 의심 없이 작동한다. 근데 이를 예방하고 통제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방관하거나 법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피해 사례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가 자신을 신뢰하면 그 신뢰가 옳았음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신축 아파트 부실시공, 급발진 사고, 전세 사기, 주가조작, 중고거래 사기 등 상호 간의 신뢰를 어긋나게 한 것도 문제지만 사건 후 대응이나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 피해를 당했을 때 안전장치도 없고 법적 처분이 낮게 책정되어 공분을 사게 한다.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로 "유감 표현, 해명, 책임 인정, 회개 선언, 보상 제안, 사면 요청"이 있는데 구성 요소가 많을수록 그 사과가 효과적이라고 인식한다.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 사고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인정, 진상 규명, 법적 처분 등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 우리 사회의 신뢰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진상 규명과 법적 처분은 너무나도 오래 걸리고 국민 법 감정에도 동떨어져 사회적 정의도 무너졌다.


"결국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끝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때가 많으며, 화해가 아니라 나머지 사람들의 양가감정과 적의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 사례를 들어 신뢰가 인간 행동에 주는 영향을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 조직 행동학자가 쓴 책이라 신뢰관계를 비교 실험하면서 인간의 행동이 주어진 상황에 따라 어떻게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흥미롭게 접근하여 해석하고 있다. 신뢰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만약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회라면 불신과 갈등이 팽배해져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을 기업, 집단, 사회에서 필독서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저자가 '들어가며'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도 신뢰를 쌓고, 유지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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