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무기 -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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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생태계에서는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천적 관계에 따라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 속에서는 저마다 생존을 위한 무기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동물들은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해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나 벙어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다. 보호색을 갖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동물의 세계를 인간의 무기와 연결지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무척 흥미를 갖고 읽게 되는 책이다. 기존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읽다보니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위대한 지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인류사에서 인간들이 발명하고 발전시켜나간 무기들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자연 속 동물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이다. 이 책은 동물들이 저마다 지닌 능력으로 어떻게 사냥을 했는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데 인간의 전쟁과 유사한 점이 많아 놀라웠다.

이 책이 흡입력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은 신비로운 동물의 세계가 지닌 비밀과 인류사에서 비중이 큰 전쟁사를 가독성 높은 문장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생물학 뿐만 아니라 역사를 파고들어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기사는 전투나 경기를 위해 장비를 사야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기사가 가진 재산이 부유할수록 주문맞춤형 갑옷을 입을 수 있고 창과 칼, 대검, 철퇴, 방패, 말도 자비로 사야했다고 한다. 이때도 빈부의 격차에 따라 질과 양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를 동물의 세계에 적용하면 무기 크키의 차이가 곧 건강과 영양, 전체 컨디션, 수컷 개체의 유전적 특질을 반영하기 때문에 전투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수컷의 건강과 지위, 싸움 능력, 전체적인 자질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보여주는 믿을 만한 신호는 바로 얼마나 훌륭한 무기를 갖고 있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서로 경쟁하며 싸워 서열을 정리해나가는 것이다. 무리를 위해 사냥을 나서는 것도 같은 매락이다. 그들이 지닌 무기로 사냥 성공여부가 생존 여부를 판가름한다.

읽을수록 놀라운 것도 하나도 같은 모양의 동물이 없고 특이한 무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들과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도 어느 시점까지만 그렇고 대량 살상 무기를 통해 무기 경쟁을 벌이면 우리는 지구상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동물들의 세계를 자세히 관찰한 덕분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마다 고유 객체이며, 무기 모양이나 쓰임새도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고 읽게 만드는 힘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그만큼 많고 세상은 넓다는 것이다. 호기심을 채워줄 부분이 많은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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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프 -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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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프레임>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 때문인지 12년만에 나온 <굿 라이프>는 어떤 인사이트가 담겨있을 지 기대되었다. 역시 기대한대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선을 환기시켜주는 책이었다. 특히 챕터 3은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은 행복하기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고 있다. 총 10가지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데 행복의 공통분모와 삶의 방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1.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은 한다.
2.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3. 비교하지 않는다.
4.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5.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6.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7. 돈으로 시간을 산다.
8.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9.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10. 비움으로 채운다.

우리가 기존에 잘 아는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해야 덜 스트레스 받고 그 일을 오래 할 수 있다. 목표를 갖고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른 사람과 나를 저울질하며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돈으로 이야깃거리와 시간, 경험을 산다면 훨씬 풍부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자주 산책하듯 걷고 명상으로 생각을 비워내며 여행을 통해 세상과의 접촉을 한다면 행복한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통해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시간 빈곤에 허덕이는 우리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갖어야 한다. 언뜻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지만 읽다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게 되는 책이다.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행복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고 인생을 통찰하기 위해 세 파트로 나눴다. 파트 1 행복한 삶, 파트 2 의미있는 삶, 파트 3 품격있는 삶으로 하나 밖에 없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저자는 연구팀과 함께 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서술하고 있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행복에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행복을 더 느끼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이 많을 때 스스로 행복감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늘 존재하지만 가벼운 스트레스 정도를 받으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1.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
2. 여행의 가치를 아는 삶
3. 인생의 맞바람과 뒷바람을 모두 아는 삶
4. 냉소적이지 않은 삶
5. 질투하지 않는 삶
6. 한결같이 노력하는 삶
7.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유혹을 이겨내는 삶
8. 가정이 아름다운 삶
9. 죽음을 인식하며 사는 삶
10.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삶


위 항목은 품격있는 삶에서 나온 삶에 대한 우리의 자세이다. 삶을 유연하게 살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마음을 비워내는 삶이야 말로 좋은 인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항상 완벽할 수는 없지만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느슨하게 만들고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사람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산다. 그래서 자신을 가둔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정신을 맑게 하고 조금은 무던해질 때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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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행복 - 내려놓고 나니 찾아드는
김기남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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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인지 서점가에서는 행복을 주제로 한 책들로 넘쳐나고 있다. <인맥관리의 기술>, <서른, 인맥이 필요할 때>, <하루 1시간 인맥관리> 등 지금까지 펴낸 7권은 모두 인맥에 대한 책이었는데 이번 신간은 행복에 관한 에세이 집이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애먼 곳에 있지 않다. 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보낼 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나를 품어주는 자연과 함께 할 때 마음으로 느끼는 따뜻함이 바로 행복이다. 충만한 마음에 안정을 느끼고 매사에 감사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 아닌가? <보통의 행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가 일상 속에서 겪은 소소한 일들 속에서 찾아낸 깨달음은 삶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매일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작은 일에도 만족할 줄 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우리는 항상 행복하길 원한다. 그러면서 남들이 가진 것을 가지지 못했다며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돈과 명예를 모두 가졌다고 해도 마음이 불안하고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에게 행복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며 불평, 불만을 쏟아내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며 옳은 일을 위해 마음을 쓸 때 비로소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이 찾아오는 것 같다. 저자는 인맥관리 전문가답게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제게 행복을 맛보는 순간이 됩니다"라며 행복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서로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줄 때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제주도에서 한 달을 머물며 여행할 때가 생각난다. 나라는 사람은 숲을 가로지를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걸 알았다. 자연 속에 있으면 마음이 평온하고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 내가 머물 자리는 결국 자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의 최종 목적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애쓰지 말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즐겁게 살아가려고 하다보면 행복은 어느새 내가 머문 일상 속으로 찾아들어오지 않을까?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살아가도록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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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현대인의 시간빈곤에 관한 아이러니
한중섭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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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빠르게 걷는 사람들로 분주한 출근길. 이미 만석으로 가득차 버린 버스, 지하철에 몸을 구기며 일터로 향하는 직장인들. 회사로 출근하는 길부터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9 to 6 혹은 야근이나 회식이 걸린 날은 더 늦게 퇴근해야 한다. 어제 많은 일들을 처리했음에도 오늘 다시 그만큼의 일이 쌓여 빠르게 처리해야만 한다. 여러 개의 일이 겹치고 스트레스가 쌓인 채 또 몇 주가 흐른다.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루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바쁘게 보내야 하는 일이 일상이다. 직장인 뿐만 아니라 입시생, 수험생, 주부도 모두 바쁜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직장인들은 휴가기간도 느긋하게 보내지도 못하고 짧은 기간에 많이 즐길려다 보니 복귀 후엔 휴가 후유증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퇴근길에 빌딩을 올라다보면 아직 불빛이 환한 곳을 보게 된다. 그러면 누군가 퇴근하지 못한 채 늦게까지 일하고 있구나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회사생활이라는 건 힘든 순간의 반복이구나.


올해 초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교육 사업을 하는 중견 기업에서 근무하던 한 웹디자이너가 장시간 근로로 인해 과로 자살을 한 것이다. 네 사람이 해야 할 몫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었고 그러다 우울증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야근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직종에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남의 일로 들리지 않았다. 게임 회사에서는 크런치 모드라고 출시일이 다가오면 개발자, 디자이너 할 것 없이 밤샘작업을 몇 주동안 진행한다고 한다. 한 때 회사를 다니면서 번아웃을 겪은 적이 있다. 일상이 무기력했고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였다. 바쁘게 산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은연중에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은 곧 성실하고 열심히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 빈곤에 허덕이는 한국을 보고 있으면 나쁜 바쁨이 삶을 가속화시켜 심신을 망가트릴 것만 같다. 왜 우리들의 일상에는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사라진 걸까?

무한경쟁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이는 대신 잠을 줄여 나간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 보상을 받을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저물 때면 집으로 돌아가 쉬던 농경 사회는 흘리는 땀에 정직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할 여유가 있고 시간은 넉넉하다. 반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매시매분매초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일과 일정에 대한 강박관념은 하루를 숨막히게 만들고 어느새 자발적 노예가 되어 기계적인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교육 환경과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게 하는 아르바이트 현장, 도서관에서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인 멕시코 다음으로 근무시간이 많다.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물리적인 시간 투자 대신에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이 맞는 그런 인생을 나는 꿈꾼다.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은 살아가는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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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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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도시의 삶에 익숙한 나는 몇 년 전부터 자꾸만 마음이 자연으로 향하는 걸 느끼고 있다. 팸투어를 하면서 농촌 체험마을에 들러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볼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매번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왔다. 연고도 없고 시골에서 생활한 적도 없지만 도시보다는 농촌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 것만은 사실이다. 관련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던 차에 만난 김종광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인 <놀러 가자고요>는 범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람들의 애환과 에피소드들이 얽힌 소설로 읽을수록 유쾌한 입담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그다지 서로 연관이 없을 것 같아도 단편으로 이어진 이 소설은 범골이라는 시골 마을로 이어진다는 특색이 있다. '장기 호랑이'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소싯쩍에 장기 두는 것을 좋아해서 장기를 열심히 두었던 기억이 나는데 소설 속 아이는 한게임 장기에 빠져 대련을 두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써서 즐겁게 읽었다. 바둑은 각종 대회가 개최되는 걸 생각해볼 때 장기는 재미삼아 두는 정도에 그치는 것을 감안할 때 작품해설에 나와있는 것처럼 잊혀져가는 농촌을 대신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집쌔고 누가 옆에서 훈수 두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처럼.

이 소설집은 '장기 호랑이'에 이어 범골사 해설, 범골 달인 열전, 놀러 가자고요, 김싸도, 봇도랑 치기, 산후조리, 만병통치 욕조기, 아홉 살배기의 한숨 등 총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었다. 재밌는 것은 모두 농촌을 기반으로 인물이나 지역이 서로 이어져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범골사 해설은 범골이라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기 위해 성염구가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소설, 야담, 수기, 일기, 실록, 신문, 엽서 등의 기록들을 나열하고 설명하면서 범골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 사람들의 생활상과 삶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놀러 가자고요'다. 대부분 노인회장 김사또의 아내인 오지랖이 놀러 갈 마을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여러 사람과 통화한 것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설이다. 농촌을 이해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대화 내용도 많고 이제 다 나이들어서 어느 곳 하나 마음 편하게 놀러갈 수 조차 없는 것이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범골 달인 열전'도 보면 농촌 사람들의 생활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경운기나 이양기를 갖추면서 점점 기계화되어가는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마을마다 특기를 하나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롭게 읽혔다. 마을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면 달인으로 인정 받으니까 농촌 생활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몇 년전부터 귀농이다 귀촌이다 하며 도시에서 시골 혹은 소도시로 내려가 정착해 생활하는 사람들이 두드러지게 많아졌다. 도시에서 베인 습성은 그대로 농촌에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다. 결국 사람들과 만나 부대끼고 어울리기 위해 살아야하는 점 때문이다. 작은 곳이다보니 자연스레 남 얘기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걸로 인해 갈등이 불거지는 현상도 있다고 들었다. 근데 이 책은 아홉 편의 단편소설 속에서 그 부분도 잘 표현해내고 있다. 아마 저자가 충남 보령 출신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실제처럼 그려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글은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꾸밈이 없고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가 대화 속에 담겨 있어서 농촌이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농촌소설이라는 소개로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편견은 여지없이 깨지고 수려한 입담에 독자들은 어느새 범골에 사는 사람처럼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에 빠져들며 읽게 될 것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농촌의 일상과 실상을 재치있는 입담으로 풀어낸 이 소설은 그래서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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