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어 Chair - 혁신적인 의자 디자인 500
파이돈 편집부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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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굉장히 두꺼워도 6페이지부터 505페이지까지는 모두 '혁신적인 의자 디자인 500'으로 채워져 있다. 모양도 형태도 쓰임새도 제각각인데 의자가 단순히 앉아서 쉬는 기능적인 용도뿐만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게 되는 조형미까지 엿볼 수 있다. 예전에 <뮤지엄 산>이라는 미술관 내에 전시되어 있는 의자를 본 적 있는데 혁신적인 디자인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걸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인체공학적인 설계는 20세기 초반에도 있었고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디자인이 멋지다. 띠지에 실린 사진은 1958년에 아르네 야콥센이 만든 '백조 의자'라 이름 붙인 의자다.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모양도 독특하다.


이 책에 수록된 500개의 디자인은 1000년대 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멍에 모양 등받이 의자'부터 2017년에 만든 '발트해 자작나무 두 조각 의자'까지 시대를 넘나든다. 안락의자부터 접이식 해먹 의자, 라운지 의자, 사파리 의자, 캡 의자, 공작 의자 등등 많은 종류의 의자를 볼 수 있었고 실용적인 용도보단 오래 앉기 힘들 것 같은 의자도 있었다. 누구나 탐낼 만큼 디자인이 아름다운 의자도 있었고 현재까지 보급되어 사용되는 의자도 있었다. 이 두꺼운 책을 펼쳐서 의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의자의 발전상과 역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로 제작된 의자를 보고 있으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 의자를 봤을 때 느꼈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의자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고 왜 혁신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신기한 건 접이식 의자는 이미 1640년 경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중국 편자 모양 등받이 접이식 의자'로 편자 모양의 등받이와 팔걸이를 이루는 둥근 상부 가로대부터 좌판을 받치는 날렵한 X자 모양의 접이식 다리까지 균형이 잘 맞는 요소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안락의자도 1700년대 영국에서 만들어졌는데 '체스터필드 안락의자'는 체스터필드 백작 4세 필립 스탠호프의 의뢰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둥글게 말린 팔걸이 모양, 같은 높이의 등받이와 팔걸이, 못머리로 장식된 테두리를 가진 이 의자는 바른 자세로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데 1인용 가죽 소파 같다.


다양한 의자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무엇 하나 비슷한 디자인을 가진 의자도 없었고 너무나도 시대를 앞서나갔다고 생각했다. 설계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공들인 노력과 장인 정신은 대단했다. 가구 디자인은 가구 디자이너의 창의력에 따라 때론 지금껏 없었던 혁신적인 디자인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뮤지엄 산>에서 르 코르뷔지에가 만든 의자를 이 책에서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의자 하나만으로도 편안함과 안락함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가진 의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에 수록된 500개의 의자를 봐도 좋을 것 같다. 연도 순으로 정렬된 설명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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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신화에서 시작되었다 - 전 세계가 열광하는 콘텐츠의 공식
오키타 미즈호 지음, 이정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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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소비하는 문화 속 이야기의 뼈대는 어느 날 번뜩이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천 년 전 전해 내려오는 신화로부터 비롯되었다. 신화는 세계 곳곳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로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믿음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흔히들 서양 문화를 배울 때 <그리스·로마 신화>를 필독하길 권하는 이유가 있다. 영화,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연극, 뮤지컬을 잘 살펴보면 새롭게 창작한 것도 아이디어는 어느 신화 속 이야기에 영감받아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신화를 빼놓고는 말하기 어렵다. 히어로 무비 속에 등장하는 <토르>도 북유럽 신화에서 따와 재해석했을 뿐이다. 이처럼 신화가 문화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신화학자로 쉽고 재미있게 신화 속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엄청난 흥행을 기록 중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중심 테마가 실은 인도네시아에서 전해져 오는 '바나나와 돌의 이야기' 속 바나나와 돌의 관계처럼 영원한 삶과 죽음을 작가의 해석으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신화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작가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자신의 작품의 중심축을 이룰 테마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이미 오래전부터 검증된 이야기인데다 작가 나름의 역량과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얼마든지 또 다른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낼 수 있다. 지금처럼 즐길 거리가 많지 않고 활자가 보급될 때까지 구전에서 구전으로 전파되었던 이야기였다. 누군가가 들려주는 신화 속 이야기만큼 굉장한 몰입감을 주는 흥미진진한 오락거리는 없었을 테다. 그만큼 이야기가 가진 힘이 컸고 꿈과 희망,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신화는 48가지로 짧게 어느 부분에서 차용되었는지 소개한다. 인간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과 콘텐츠가 가진 힘에서 신화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의 보물 창고와 같다. 시대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이야기의 근원을 쫓아가니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신화로 전해져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집단을 이뤄 생활하는 곳에는 항상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이 신화로써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신앙처럼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할 일종의 규율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우리들이 지금 열광하는 문화의 밑바탕엔 신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 이야기들은 어떤 작품 속 중요 테마로써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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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영문법 100법칙 - 읽으면서 이해하고 암기 필요없는
도키요시 히데야 지음, 김의정 옮김 / 더북에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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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배운 영어 공부는 잊어라. 억지로 암기하지 말고 읽으면서 원리를 깨우치다 보면 저절로 영어 공부가 되는 신기한 책이다. 영어 공부에 항상 실패를 거듭해온 내가 배운 기존 학습법들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이 책을 읽자마자 깨달았다. 제1장 영어 세계의 3가지 법칙이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영어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면 어순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기초개념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작정 공부했으니 실력이 늘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되도록 영어의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줘서 읽는 맛이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만 반복해서 읽으면 된다. 머리로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차이점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읽다 보면 영어로 말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될 것이다.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영문법 1위에 오른 이유를 알 것 같다. 기존에 보던 책들은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고 해도 대부분 암기 위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영어의 원리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100가지 법칙은 동사(문장의 형식, 시제, 현재분사, 과거분사, 동사원형, 가정법, 조동사), 형용사, 명사, 부사, 전치사, 어순을 배우도록 구성되었다. 영문법 기초를 다지고 싶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오랜만에 뭔가 번뜩이는 느낌을 받게 만든 책이었다. 영어를 공부하다 점점 어려워지고 복잡해서 그만둔 경험이 많았는데 이 책은 확실히 달랐다. 영어의 미묘한 뉘앙스, 기분을 콕 짚어서 설명해 줘서 배워나가는 재미가 있다. 외우는 목적보다는 언어의 본래 목적인 쓰임새를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서 써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당장 이해를 못 하더라도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읽어나가면서 이해가 안 됐던 부분만 반복해서 보면 된다. 그동안 우린 시험을 목적으로 한 암기 위주로 영어를 배워왔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공부를 해도 실력이 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책보다 우선 이 책으로 기초를 다지고 나면 영어로 어떻게 말하고 읽는지를 알게 될 것 같다. 기초만 확실하게 다져두면 단어는 암기가 아니라 그때그때 알아나가면 된다. 맞춰지지 않았던 퍼즐이 서서히 풀리는 기분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지 디자인이 눈에 잘 띄지 않고 옛날 스타일이라서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 내용은 좋은데 반해 표지 디자인에 가려진 느낌이 없잖아 있다. 다음 개정판에서는 산뜻한 느낌의 색상과 디자인, 가독성 높은 폰트로 바꾼다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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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도슨트가 알려주는 전시 스크립트 쓰기 - 진심이 닿는 전시 해설의 노하우
김인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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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나 박물관, 고궁 등 관람 해설 시간에 우리는 도슨트의 안내를 받으며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여기서 도슨트는 전시 기획자인 큐레이터, 학예사와 달리 관람객과 직접 만나 작품 설명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 책은 도슨트의 선정 과정과 역할, 스크립트 쓰는 노하우를 현직 미술관 도슨트가 알려주고 있다. 도슨트는 도슨트 모집 공고에 따라 서류 전형 후 면접 절차를 거쳐 선발된 대상자가 소정의 교육을 받은 뒤 활동하는 전문 문화자원봉사자라고 보면 된다. 도슨트의 역할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여 예술을 감상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에 미술관 운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력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지원자 수가 꾸준히 늘어 현재는 15: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도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 사람들은 도슨트의 역할과 전시 해설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지 전혀 모른다. 전시 해설을 하는 분이라는 이미지만 갖고 있을 뿐이다. 미술관 소속 직원이 아닌 문화자원봉사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책 덕분에 도슨트의 스크립트 자료 수집과 작성 과정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새삼 도슨트의 노고와 역할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도슨트 지원 계획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기본 지침서로 삼아도 될 정도로 전시 스크립트 쓰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다. 스크립트는 대본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초안을 거쳐 실제 해설로 말하는 과정을 통해 다듬으면서 수정안을 완성해나간다. 오류는 바로잡고 사실 관계를 분명하게 해둬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모니터링, 전시 연계 프로그램 활용, 보조 자료 사용, 돌발 상황 대처 등으로 다듬는다.


도슨트는 미술관의 조연이 아니라 전시를 이끌어나가는 주연이라고 생각한다. 미술관에 찾아오는 관람객들을 위해 전시된 작품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도슨트의 경력과 경험이 쌓이면 스크립트 가감 요령과 연령대에 따른 해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해설, 작품 형식에 따른 맞춤 해설 등 다양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유연하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 도슨트의 역할을 오디오 가이드, 로봇 큐아이가 대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스크립트 작성이 필요함으로 도슨트 해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도슨트가 문화자원봉사자라고 해도 결코 만만한 분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처럼 전시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도슨트와 전시 스크립트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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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지 키워드로 읽는 오늘의 베트남
안경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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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고 있는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다. 올해 한-베 수교 30주년을 맞이했고 수출국 3위이자 이주자 출신국 2위인 나라다. 2017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5년 4개월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제18대 감독으로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베트남에 '박항서'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덕분에 많은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을 찾았고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생겼다. '박항서' 효과 덕분에 베트남과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현재 베트남은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 연령이 32.8세로 젊고 중산층 인구 비율이 전체 1/3로 약 3,3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지닌 베트남과의 인연이 깊은 저자를 통해 역사, 문화, 사회, 경제에 대해 알아본다.


베트남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민족으로 몽골, 프랑스, 미국과 같은 외세를 물리친 나라다. 또한 세계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가 가장 활발한 나라로 서기 40~42년까지 구국 독립항쟁을 위해 싸운 쯩 자매의 호국 정신을 기리는 의미로 구정 연휴를 지내고 음력 정월 초엿새부터 열흘 사이에 국가 주도로 '하이바쯩 축제'를 개최한다. 자국 독립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매년 되새기는 축제를 연다는 점에서 베트남이 얼마나 자존감이 높은 나라인지를 알게 해준다. 외세 침략에 대한 저항정신이 강해 중국과 인접해있지만 중국 사대주의가 없는 국가이기도 하다. 베트남에 대해 궁금했던 '응우옌' 성을 가진 가진이 열 중에 넷이라고 한다. 그래서 성을 부르지 않고 끝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이름뿐만 아니라 성도 바꾸는 특이한 문화가 생겨난 건 생존을 위한 실용주의 덕이다.


한국과 비슷한 유교 전통이 살아있고 근면 성실하다는 점에서 유독 한국인의 특성과 가장 닮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슷한 문화와 전통, 외세 침탈이 잦았던 역사적 배경 덕분에 베트남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노이, 다낭, 달랏, 호찌민 등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분짜, 퍼, 바인미, 넹꾸온, 후띠예우, 껌스언 등 대표 음식은 친숙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베트남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베트남어가 어렵고 생소하지만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고 베트남 현지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기 때문에 앞으로 두 나라 사이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을 깊이 있게 알려고 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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