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질문 새로운 답변 - 경제학 거인들의 거의 모든 경제이야기
조계완 지음 / 앨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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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두꺼운 책이다. 828페이지에 달할만큼 이제까지 경제학의 토대를 세운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대한 글로 채워져 있어서 이 모든 것을 다루다보니 섣불리 책을 집어들어 정독하기엔 다소 부담감이 느껴질만큼의 두께를 자랑한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시장과 개인, 경쟁을, 2부에서는 민주주의와 집단, 윤리, 3부에서는 발전, 제도, 통제를, 4부에서는 이데올로기와 과학, 정치를, 5부에서는 여사, 지식, 행복을 다루는데 경제학,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철학, 문화까지 지난 수백년간 유럽과 미국에서 발전해온 경제학의 모든 지적유산들을 단 한 권으로 총망라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초반부터 많은 경제학자들의 이름이 나온다. 그들의 이름을 달달 외우는 것보다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사항의 뼈대만 이해하고 목차 순서와는 상관없이 각개격파식으로 읽으면 좋을 듯 싶다. 소비와 생산, 자본이 맞물려서 경제학이라는 이론이 생겨난 것인데 번역서였으면 더 딱딱하게 읽혔을 것 같다. 하지만 딱딱한 이론만을 나열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거의 경제학의 총론을 다루고 있는 복잡한 주제의 책임에도 글은 대중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정도로 진입장벽을 낮췄다.


경제학의 대가들이 오랫동안 내려져온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저자는 비교, 분석하여 명확하게 꼬집어준다. 워낙 방대한 주제를 다루다보니 균형감을 잃을만도 한데 주제별로 각각 나눠서 설명해주니 전반적인 자본주의의 개념과 배분과 분배, 노동시장에 대한 얘기들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을 통해 독자는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 생각해볼만 하다. 경제라면 지긋지긋해서 아예 담을 쌓고 있는 분이라도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는 학자들의 주장을 보며 다각도의 시선을 갖고 읽을 수 있어서 유익한 책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더 좋은 점을 들면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가 경제에 미친 영향과 노동시장의 변화과정, 민주주의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부분들을 총괄해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나름의 생각을 갖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지적영역을 넓힐 수 있는 책인데 이 책을 전부 한 번에 완독해야겠다는 무모한 욕심만 버린다면 관심있는 주제부터 읽고 시야를 넓히는 데는 이만큼 남는 것이 많은 책은 없을 것이다.


저자가 2000년부터 이 책을 쓰기 위해 구상하고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만든만큼 고스란히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 있으며, 그 오랜 시간동안 기울인 노력 덕분에 개인과 집단, 제도에 대하여 좀 더 생각이 많아지게 된 책이다. 책 소개처럼 말 그대로 인문학적인 안목으로 만든 수준 높은 정치경제학 교양사로 근대 이후의 모든 경제학 이론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기사도 좋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담은 이 책을 먼저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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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2
나혜석 외 지음, 성현경 엮음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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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에 본격적인 여행의 시대에 접어들만큼 관광문화의 발달과 여행객의 급증으로 해외에 나가 문물을 익히는 층이 늘어났다고 한다. 서문에서 한 예로 기차를 타고 파리로 갈 경우 1등석이 1천원, 2등석이 730원, 3등석이 320원이였다고 하며, 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갈 경우에는 1등석이 330원, 2등석이 210원, 3등석이 110원이였다고 한다. 그 당시 받은 월급은 보면 대강 감이 잡힐텐데 신문기자 월급이 70원이었고, 여점원 월급 25원, 문인논객의 원고료가 120~350원일만큼 격차가 컸다. <삼천리>라는 대중잡지에서는 당시 엘리트들의 기행문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연재된 기행문에서 글을 발췌하여 현대적인 어법과 문장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그래서 간혹 옛스러운 표현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때 외국으로 나가 새로운 문화를 보고 느꼈을 엘리트들의 생각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일제에 식민지배를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 그 아픔을 함께 나눠가지려고 했다. 지금이야 마음만 먹으면 여권발급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것은 그리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다못해 가까운 일본도 배를 통해 당일치기로 갔다올 수 있는 세상이다. 1930년대는 지금과도 모든 것이 달랐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동거리에 있어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었고, 그들이 갖고 있는 지식도 어느 정도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조국을 해방시켜야겠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만국 유람기가 단순히 해외여행의 행운을 누리는 호사가 아니라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누구보다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설사 목숨을 잃는다해도 가야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허헌, 최승희, 나혜석, 박인덕, 정석태, 최영숙, 손기정, 오영섭, 안창호 외 그들이 남긴 기행문은 이제 후대에 와서 책으로 만나볼 수 있음은 행운인 듯 싶다. 그때를 살아보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려운데 근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이 <삼천리>라는 대중잡지에 실린 기행문을 통해 남겨졌기 때문에 소위 엘리트라고 지칭하는 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모든 것이 생소했을 듯 싶다. 어디서든 쉽게 해외사진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얘기로만 드는 것이 전부였을텐데 그들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현실을 직시하여 동등하게 바라봤다는 점은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강대국의 남긴 문화에 기죽지도 않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했으며 해외로 떠난 여행 이후에는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근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을 담은 이 책은 <미주의 인상>에 이은 현실문학 - 동아시아 근대와 역사 총서 두번째 책으로 앞으로 발간될 3, 4권도 기대가 되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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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 하루 60끼, 몸무게 27kg 희귀병을 앓고 있는 그녀가 전해 주는 삶의 메시지!
리지 벨라스케스 지음, 김정우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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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외모에만 집중하여 열광하는 외모 지상주의에 비판하면서도 여성을 볼 때 외모를 기준으로 본다. 사람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 마음의 중심을 봐야한다고 하지만 속마음은 상대방의 외모가 매력적으로 아름답기를 바란다. 하물며 여성은 스스로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여성인데 양수없는 자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태어났을 때는 몸무게가 0.9kg, 신장이 53cm일 정도로 정상체중에서 한참 부족했지만 의료진의 예상과는 달리 정신검사에서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다. 신체적으로 아주 작은 몸으로 태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부모님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어서 리지 벨라스케스가 다른 사람보다 작은 몸으로 태어난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혹시나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할까봐 직접 집으로 초대하여 리지와 어울려서 자랄 수 있도록 친구를 만들어주었고 리지가 성장할 때 큰 버팀목이 되어준다. 뒤에서 누군가 리지를 보며 수군거릴 때도 친구들은 그 사람에게 무안함을 안겨주면서 리지가 혹여나 상처받지 않도록 곁에서 거들어주었다. 그래도 여성으로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질 수 없는 리지는 때때로 자신을 향한 악의적인 손가락질과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로 올라온 유투브 동영상과 달린 댓글을 읽으며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누구라도 리지와 같은 입장에 놓여있게 되면 큰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는 선천적인 이유로 인해 하루에 30끼를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건강이 나빠져서 한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되었고 체형이 워낙 작아 어린이 옷을 입어야 할 정도다. 이 책을 쓴 때가 24살 정도니 아직 한창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다. 그런데도 그녀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부모님의 영향과 어릴 적부터 항상 곁에 있어준 친구들 그리고 신앙의 힘이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하루를 시작할 때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잡기 전에 긍정적인 쪽으로 자꾸만 생각하려고 노력한 덕분이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그렇게 사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그냥 죽으라고 종용하지만 그녀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심지어 강연을 하러 다니기도 한다. 그녀가 전해주는 희망의 메세지에 감동을 받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지금 자신의 삶이 남루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게 '난 살아서 행복해질 것을 선택했다.'는 그녀를 보며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더 예뼈지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성형하는 여성들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이 더 감동스러운 이유는 세상의 편견과 험악한 조롱에 직면해서도 당당하게 맞서 자신을 올바르게 지켜나간 삶의 흔적들 때문이다.



이 책은 각 이야기마다 끊임없이 질문한다. 생각을 나누고 리지가 제안하는 방식인데 아마도 책을 읽으면서 서로가 가진 생각을 무엇인지 공유하라는 의미를 담은 듯 싶다.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다.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지만 생각은 바꿀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표지를 봤을 때 과연 내가 리지를 두 눈으로 볼 때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대놓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뒤에서 수군거리는 짓은 하지 않을 듯 싶다. 우린 때때로 생각없이 행한 우리의 행위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모를 때가 있다. 내 입장과 기분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사회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라고 여기는 사회보다는 편견을 잠시 거두고 그 사람의 말과 진심 그리고 내면을 바라다볼 줄 아는 건전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 책이 바로 희귀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제2, 제3의 리지에게 희망을 전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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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 백 마디 불통의 말, 한 마디 소통의 말
김종영 지음 / 진성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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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보다 입으로 내뱉는 말이 때론 어려울 때가 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고 하며, 발없는 말이 천 리를 가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는 말은 소통이 중요한 요즘과 같은 시대에 더욱 그 의미가 중요해졌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공감과 소통의 수사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전에 수사학은 무엇일까? 최초의 수사학이라는 학문이 나온 곳은 바로 고대 그리스인데 지금으로부터 2,500여년 전이라고 하니 고대에도 사람들과 토론을 할 때 수사학 기법이 얼마나 잘 쓰였는지를 보여준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지식 정보화 시대로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짐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 일부러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유명한 철학가들을 많이 배출해내었다. 그 정점에 서 있는 책이 바로 인류 최고의 서사시로 일컬어지고 있는 <일리아스>라는 책에 기술되어 있다. 각 철학자들마다 주장한 수사학의 개념도 조금씩 다르다. 이들의 말을 공통적으로 짚어보면 수사학은 단지 말을 잘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연설자의 덕목과 교양을 키우며 논리적으로 말을 하는 능력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공감과 소통이 없는 말은 일방향으로 전달할 뿐이며,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역사적 사실들 속에서 수사학의 개념들을 풀어내고자 한 점이다. 


이 책에선 수사학 소통의 원리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제1원리는 발견의 원리, 제2원리는 배치의 원리, 제3원리는 표현의 원리, 제4원리는 기억의 원리, 제5원리는 전달의 원리이다. 결국 말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고 있다. 적들로부터 고립된 상황에서 그리스 용병은 크세노폰의 일장연설에 힘을 얻어 위기상황을 이겨내고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예는 그래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말을 현명하게 쓰면 상대방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능력을 키우게 되지만 말에 폐부를 찌르는 독한 말은 상대방을 좌절케 만든다. 강단에 올라서서 청중들을 향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미리 적어온 글만 읽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켜서 그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건 많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이 책은 실용서보다는 인문교양서에 가깝지만 수사학을 통해 말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었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수사적 소통의 기본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1. 그럴 법하게 말하라, 2. 시의적절하게 말하라, 3. 조화롭게 말하라인데 타이밍을 잘 맞춰서 상식선의 말과 균형감있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실된 말이 중요해진 이 시점에서 단지 말만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보다는 진심을 담아서 상대방에게 호소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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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동통신 봉수 - 우리 터 우리 혼, 오늘도 팔도가 무사하다 봉화가 전해 주네
최진연 글.사진 / 강이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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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전국 팔도에 세워졌던 봉수를 답사하고 조사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봉수가 세워진 지역을 직접 찾아가 주변을 조사하고 답사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책에 나온 사진들을 보면 원형 그대로 보존한 곳보다는 1885년 전신·전화 등 근대통신장비가 도입되면서 고종 32년 왕명으로 중단된 이후 방치된 채 파괴되거나 유실된 봉수가 많다고 한다. 이제는 쓸모없어진 시설이기에 다른 용도로 변경되거나 복원을 했더라도 관련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설프기 짝이 없는 봉수도 볼 수 있었다. 조선후기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증보문헌비고>에 보면 봉수는 전국에 676기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봉수전문 학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1,150여기인데 이중 북한이 650여기이고, 남한이 500여기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근데 이 중에서도 지금까지 그 흔적이 남아있는 건 400여기라고 하니 표지처럼 봉수 전문가가 아니면 단지 돌무더기에 불과한 채 남아있는 봉수가 많다고 한다.


봉수는 외부로부터의 위험을 알리기 위한 통신수단이었다. 봉수꾼이 봉수대 근처에 기거하면서 전국에서 전해져오는 신호를 알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동통신이었던 셈이다. 만약 연기를 피울 수 없는 상황이면 말을 이용하여 다음 봉수대에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현재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것은 수원 화성봉돈이다. 모양을 보니 남산 정상에 세워진 목멱산봉수가 복원할 때 많이 참고한 듯 싶다. 이 책은 역사에 있어서 봉수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지금 남아있는 봉수는 어떤 형태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생생한 사진으로 보여준다. 어떻게보면 인기없는 주제일 수도 있다. 역사 속의 유명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단지 봉수라는 것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 실린 사진으로 만나보는 봉수를 보고 있으면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땅을 살았던 선조들도 원거리에서 위험유무를 가장 빠르게 알릴 수 있는 통신수단을 고민해왔다는 것이고, 산 정상에 수많은 봉수대를 세우면서 소식을 전해들으려고 했다는 점이다. 


역사는 역사를 기억하는 일만큼이나 잘 보존하고 발굴해내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중요하지 않다며 유지보수에도 소홀히 할 때 하나둘 자연스레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30여년간 저자는 발로 뛰면서 현재 남아있는 봉수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얼마나 애를 썼는지 짐작조차 할 수 있다. 문헌에는 나와있다고 하지만 봉수를 기록한 자료는 몇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옛 이동통신 봉수>는 근래 봉수의 기록을 담은 최초의 책이자 역사서로써 기억될 것이다. 봉수마다 형태도 다르고 복원하기 위한 노력, 봉수대에서 바라본 주변 지형의 모습까지 실제 살아있는 역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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