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수업 -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김소향 옮김 / 인빅투스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세월호 사건처럼 대형참사가 벌어진 후에는 큰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시대를 지나오면서 특별한 규제나 원칙없이 지어진 건물들이 부실시공으로 무너져내리고 관리자들의 안전관리와 비상상황에 대한 대처 미흡으로 인해 화를 키운 경우가 많다. 그 참사를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한순간 죽음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아무런 잘못도 없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 애인, 친구들과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들을 떠나보낸 남겨진 사람들은 크나큰 상실감을 겪게 된다고 한다. 평생 지우지 못할 아픔으로 얼마나 힘들어할 지 사랑하는 애인과 이별한 뒤에 느끼는 슬픔은 비할 바가 못될 것이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모두 부정하게 된다. 이런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 뿐만 아니라 실종자 구조나 수색을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분노로 절규한다. 시간이 흐른 뒤 타협과 절망, 수용의 단계로 접어든다는 것이 바로 슬픔의 다섯 단계인데 이는 차례차례 단계별로 겪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올 수도 있고 복합적으로 섞이기도 한다. 


<상실수업>은 바로 위의 경우처럼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남겨진 가족들이 상실감을 서서히 치유해나가면 과정에 관한 책이다. 여기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우리가 상실을 겪은 후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볼 수 없게 된다면 이를 누군가 치유해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혼자 힘으로는 그 터널에서 빠져나오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지 알 수 없다. 간혹 뉴스로 전해듣는 소식 중에 연애인들의 자살을 듣게 되면 그를 사랑했던 팬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결코 지우지 못할 기억이다. 그래서 정신심리적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꾸준히 치유해나가야 한다. 지금에서야 그 중요성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제대로 된 개념도 없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몰랐다. 우리들은 마치 살아있는 이 순간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스치는 순간들이고 모두가 잠깐 있다가 사라지는 신기루일 뿐이다. 


<상실수업>을 읽으면서 중요한 것은 현재 있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아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주변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내보낸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을 치유하고 다독거려 상실의 깊은 늪에서 아픔을 털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책이다. 지금 이 시기에 우리들은 상실수업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9년 6월 3~4일간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기억하는가? 텐안먼 사건의 기억은 아직도 뉴스를 통해 본 장면으로 생생하게 남아있다. 정규군 탱크 앞에서 자유를 외치던 청년의 외침을, 특권층의 부패와 물가 상승에 따른 불만들이 쌓여 급기야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로까지 번진 그 시기를 기점으로 한 것이 바로 이 <자유로운 삶>의 시대적 배경이다. 난, 핑핑 부부는 바로 텐안먼 사건에 따른 반대자들의 숙청을 피해 이미 미국에 와 있는 상태인데 공항에서 아들은 타오타오가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진 작가의 역량과 잘된 번역이 조화를 이뤄서 매우 몰입도있게 잘 읽히는 소설이다. 잘 읽히는다는 것은 바로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전개속도 뿐만 아니라 소설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은 공감을 이루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또한 이민자로서의 삶을 오래전부터 살아왔고 그들이 겪었을 고충이나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고국을 떠나 낯선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인종차별을 겪어야 했고 훨씬 낮은 일에도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우 가족이 견딜 수 있었던 건 메이스필드 가족 다락방에 머물면서 살 수 있었고, 가정 일을 도와주며 일정량의 수고비를 받는 생활은 이 땅에 정착하는 데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우 부부는 고학자로 영어로 대화가 가능했고 어떻게든 타오타오가 미국 시민권을 따서 미국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한 생활비와 타오타오가 정착해서 생활하려면 그때까지 경제적인 안정을 이뤄야 했다. 난은 어렵게 공장에 취직하여 야간 경비원으로 일을 시작하였는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지만 공장 밖을 벗어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잠시 밖에 나가 야간 간식거리를 사다가 깡패들에게 당할 위기에 처하고, 공장을 이전한다는 소식에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뉴욕의 한 식당에서 주방 보조를 하게 된다. 이들 가족에겐 고난은 연이어 이어지게 되는데 하이디의 아이와 타오타오가 불화를 겪게 되면서 집을 비워야 했다. 그 후로 이들 가족은 참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이들의 일상은 처절하게 낯선 땅 미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친 한 가족의 눈물겨운 이민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든 과정들이 반복된다. 과연 자유로운 삶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자유를 찾기 위해 중국을 벗어나 미국에서 살게 되지만 생활이나 직업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 경제적으로 속박된 삶을 살아간다. 자유는 누구를 위한 자유였던 것일까? 어쩌면 이들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 그렇게 어려운 순간에도 난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장소가 어디든 시를 쓰고자 했고 돈을 열심히 모으는 길이 아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이들 가족들의 행적을 통해 받은 감동과 많은 분량임에도 전혀 지루할 새 없이 전개되는 소설로 과연 중국 출신 임에도 펜포크너상과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 <노자도덕경>과 「대학」으로 파보는 남녀의 즐거움 즐겁고 발랄한 동아시아 문명 시리즈 2
이호영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이성에 대한 테마는 영원할 것이다. 단지 남자와 여자로 나뉠 뿐인데도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나 이해가지 않는 일들이 많다는 것은 참 신기할 뿐이다. 그래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가 되었나보디. 이번에 집어든 <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는 기존 다뤄졌던 내용들보다는 한층 적나라하다. 이성간의 성은 빼놓을 수도 없고 숨기고 감춘다고 감춰질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다만 관습상 터부시되어 온 유교적 영향 때문에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재미있게 쓸려고 종교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어 천지창조를 하나의 동화나 신화이야기로 만들어버렸다. 아담은 아달로 하와는 노리개로 전락시켰고 릴리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기독교 신앙을 조금 비튼 모형이 아니라 모티브만 따온 전혀 다른 이야기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성경 말씀과 혼동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될만큼 성관계, 섹스에 집착한 내용은 무엇을 말하기 위함이었을까? 누구도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는 본능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죄가 될 수 없고 그러기에 세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학자적 입장에서 접근하다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고 자칫 저자의 주장을 왜곡되어 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 생각이 들었다.


유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주제라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적나라한 속사정, 겉치레를 모두 다 파헤쳐져서 알려주길 고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이 책의 구성을 세가지로 정했다고 하는데 첫째, 진화생물학에서 주장하는 최초의 현생인류 이야기를 창조신화라는 형식에 빗대어 풀어본다. 둘째, 친밀성의 의사소통과 결합체 이론을 근간으로 노자의 도덕경과 대학의 사상을 빌미로 동아시아의 남녀관계가 가진 특징을 풀어본다. 셋째, 뒤집어 입기에서 남녀의 현대적 모습을 알아본다. 이렇게 구성되었는데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조금의 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또한 이성이 보인 행동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사실 앞부분은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데 본론은 노자도덕경 - 여자의 속사정과 대학 - 남자의 겉치레인데 여자와 남자를 동양철학으로 알아본다는 의미가 있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단지 머릿속으로 계산해내듯 답을 내놓기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만 있으면 다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자의 마음, 남자의 자존심을 이해한다면 대화를 나눌 때 조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우리는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을 내려야 한다. 상대방이 보인 호감의 표시가 무엇인지, 친밀감을 보일 때 보이는 행동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방식이 다르고 언어체계나 관심사, 관습에 길들어진 사고로 인해 같으면서 전혀 다른 존재인 남자와 여자. 여성은 남성보다 우월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동등하게 살아가는 존재인 것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각에서 이성을 알고 싶으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업의 시대 - 중국 CCTV.EBS 방영 다큐멘터리
중국 CCTV 다큐멘터리 제작팀 (총감독 런쉐안) 지음, 허유영 옮김, 런쉐안 / 다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려 47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기업에 관한 역사와 흥미성쇠를 다룬 흥미로운 책이다. 기업은 인간의 모든 욕망을 실현시키는 공간과도 같다. 동인도회사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1689년 무렵 국가의 특징을 가지고 인도 벵골, 첸나이, 뭄바이를 자주적으로 통치하였다고 한다. 물론 자체적으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전성기때는 영국 정규군의 두 배가 넘는 30만명의 병력으로 식민지를 약탈하고 수탈한 역사를 갖고 있다. 재미있는 건 막대한 부를 창출한다는 명목으로 주식발행을 통해 동인도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사람은 평범한 일반인이라는 것이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인도를 비롯한 수많은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켜 약탈의 도구로 쓰인 것이다. 기업이 탐욕의 근원임과 동시에 이익창출을 효과적으로 낼 수 있는 집단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떤 발명품이 개발되었을 때 이를 대량생산과 유통으로 판매하기에 최적합한 조직이 바로 기업이다. 기업은 생산과 유통, 판매, 마케팅이 조직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익창출에 효과적이다. 


이 책은 경제교양 서적으로 누구나 알기 쉽게 쓰여진 책이라서 몰입하면서 읽기 좋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기업들의 이면을 들춰보고 그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례들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만한다. 근대적인 기업의 형태도 유럽에서 시작되었는데 지구상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생기고 사라지곤 하였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역사를 통해 현재 기업들의 역할과 그들이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까지 알아볼 수 있었다. 집대성이라는 말에 이견을 달 이유는 없지만 이 한 권의 책에는 대표적인 기업에 관한 내용들을 알기 쉽게 정리되어서 역사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충분한 책이다. 이제는 자국 내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고 있다. 인사이트 리뷰에선 저명한 학자와 기업가 간의 인터뷰라던가 좀 더 디테일하게 다룸으로써 심층적으로 기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요즘처럼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어렵지 않게 쓰여진 책이라서 더 반가웠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학이 어려운 이유는 평생 살면서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에게 대한 개념정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파타피직스와 언캐니를 다루고 있는 이미지 인문학은 2권으로 구성된 책이다. 진중권 교수가 쓴 책은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읽게 된 이미지 인문학은 그간 그가 보여준 지식세계의 일부분을 본 느낌이 들었다. 글은 말하듯 쉽게 쓰는 걸 선호하는지라 막상 수많은 개념들이 몇 페이지 안되는 지은이의 말 속에 모두 등장하는데 파타피직스, 언캐니부터 플루서, 보드리야르같은 학자는 관련 학과나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모두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것이라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글을 읽다보면 파타피직스의 개념이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 현실사회에 등장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을 통찰력있게 꼬집은 저자의 필력이 더해지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서서히 개념론적 원리를 수긍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조금 앞선 세대인 진중권 교수처럼 같이 공유한 디지털은 모뎀으로 송수신했던 PC통신과 컴퓨터일 것이다. 대전 EXPO나 수많은 박람회, 전시회에서도 디지털 기술 안에 아날로그의 감성을 넣은 발명품들을 많이 보아왔다. 가상세계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이 현실처럼 느껴지고 현실에서 보여지는 개념들이 가상세계처럼 느껴지는 파타피직스의 세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게 모르게 우리들이 공유하고 경험해왔던 것들이다. 예를 들면 터치스크린이 있는데 화면을 누르면 그림이 움직인다거나 기능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초반에는 신기함 정도에 머물렀지만 다른 기술과 만나게 되면서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이제 빼놓을 수 없다. 전국민이 보유하다시피 한 스마트폰도 터치스크린 개념이 들어간 것인데 디지털 체계와 아날로그가 만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날로그 세계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모두 디지털 체계 속으로 편입된 우리들의 주변환경은 이제 신기하거나 놀랍지 않은 일상적인 세계가 되버렸다. 이 파타피직스는 많은 개념들에 포함된다. 



파타피직스는 프랑스 작가인 알프레드 자리가 제안한 새로운 분과로 형이상학을 패러디한 명칭이라고 한다. 알프레드 자라가 제안한 파타피직스는 초현실주의와 초합리주의에 영향을 주었는데 파타피직스는 한마디로 상상력을 통해 가상과 실재를 화해시키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개념적 사례를 들춰봄으로써 우리 일상에서 드러난 많은 예들이 결국은 파타피직스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성필의 '마그리트의 빛', 이명호의 '나무' 연작 시리즈, 안성석의 '역사적 현재' 시리즈, 시몬 아티의 <벽 프로젝트> 연작 시리즈, 칼라 TV로 본 1인 미디어의 등장, 나꼼수로 대표되는 팟캐스트, 닌텐도의 Wii,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사진의 기호학, 픽토리얼리즘, 다큐멘터리, 사회주의 팝아트, 포레스트 검프 등 진정한 지식확장을 충족시키는 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볼 때는 그런 개념이었는지조차 몰랐는데 부제처럼 현실과 가상이 중첩되는 파타피직스라는 세계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시대의 흐름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왔고 현재는 디지털이 아날로그의 요소를 편입시켜 이미지로 재현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영화 <아바타>나 <매트릭스>는 가상현실 속의 세계이지만 양극단을 넘나드는 공간이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근미래에 실현될 것 같은 소재인데 허공에 투사된 영상 위에 손으로 조작한다. <아이언맨>에도 등장하여서 가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에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었나 싶다. 메타포에서 파타포로 넘어가다보면 은유적으로 패러디하여 표현하게 된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등장하는 체스보드 위에 말이 되어 싸우는 해리포터 일당과 소설 <겨울나라의 앨리스>는 스토리 라인이 체스의 특정 기보에 따라 구성되었다고 하는데 앨리스는 현실의 육체가 통째 가상으로 들어간 케이스다. 19세기에 이런 상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진정으로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는 걸 여실히 보여준 예가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이미지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현실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된 수많은 예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본다는 점이 의미있다. 진중권 교수의 필력도 대단한 것이 이론적 정립을 위해 그 유래를 깊이있게 파고들어 수많은 학자들과 예술가들을 이어주고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해주기에 인문학적으로도 지식의 파도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매력적인 노란색상과 고품질의 사진, 적절히 포진된 일러스트 단면 이미지와 깔끔하게 정리된 편집점은 책의 가치를 높이고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지식인이 된 듯 지적 허영심을 허용한다. 이 책을 다 읽고난 뒤 이미지 인문학 2편인 섬뜩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언캐니의 세계도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