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사랑일까
김종오 지음 / 이다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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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구구절절 내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지난 시절이 문뜩 떠올랐다. 사랑에는 어리석었던 머뭇거리만 했던 그때 내 모습들이 겹쳤다. 모두 내 얘기처럼 들렸다. 아직도 내겐 사랑은 어렵다. 어떤 방정식이나 규칙이 정해져 있는 것인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책 속에 소개된 에피소드들은 사랑 앞에 갈팡질팡하거나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넌지시 조언을 해준다. 주변에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 소식을 끊지 않고 가끔씩 만나는 것 같은데 막상 만나면 일방적으로 얘기하거나 밥 먹고 헤어지는 정도다. 이제는 서로에 대해서 알만도 한데 아직 취향, 성향, 취미조차 제대로 모른다고 한다. 사랑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어찔할 바를 모른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머릿속은 분주해지고 마음은 달뜨기 마련이다. 내 생각보다는 지금 만나고 있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한다.


<우리는, 정말 사랑일까>는 청춘들이라면 겪어봤을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책이다. 그래서 쉽게 감정이입을 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연예고수가 읽으면 그때는 그랬었지 하며 회상에 젖을 것이고, 연예하수들은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사랑을 놓치지 않았을텐데라는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연예감정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서서히 마음의 문이 열리도록 완급조절도 하면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안다해도 실전에서는 생각처럼 마음과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 그저 본능과 현장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 몽상에 젖어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꿈꾸지만 깨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 뿐이다. 그 간격을 두고 환상이 생기고 다 좋을 것이라는 콩깍지로 포장을 씌우기 마련이다. 그렇게 사랑이 마음 속에서 싹트고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슬쩍 스쳐가며 보기만 해도 마음이 떨리고 그저 모든 것이 다 좋기만 할 뿐이다.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사랑은 정말 사랑일까? 지나간 내 행동을 반추해보며 마음은 아프지만 다시 식어버린 마음을 뜨겁게 할 사랑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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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콘서트 - 지루할 틈 없이 즐기는 인문학
이윤재.이종준 지음 / 페르소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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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콘서트라는 제목 붙인 책들이 유행을 탄 적이 있다. 이번에는 <말 콘서트>라는 제목의 책이다. 워낙 많은 명사들이 콘서트에 참여해서 그런지 더욱 풍성해졌고 소위 명언, 어록이라고 부르는 그 말들에 얽힌 뒷 이야기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록의 정확한 어원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이 콘서트에 초대된 사람들은 철학가, 예술가, 성직자, 전쟁영웅, 대통령, 총리, 주석, 세기의 여배우, 여가수까지 다양하며 인생, 처세, 지혜에 따른 이야기들은 인문학 파티가 그렇게 지루한 얘기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명언만 수록된 책들은 여러가지 형태로 이미 시중에는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그 명언과 어록에 얽힌 이야기까지 담은 책은 별로 못 본 것 같다. 명사들의 사진이나 삽화까지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지루할 새가 없었다. 그들의 성격이나 취향까지 그 말 속에 담겨있기 때문에 많은 상식들을 확장시킬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인상적인 부분들이 참 많다. 프랑스 문학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한 볼테르는 이런 말은 남겼다. "스스로 사유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특권을 누리게 하라." 이어서 존 스튜어트 밀의 토론의 자유에서 매우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한 사람을 뺀 모든 인류가 같은 의견이고, 단 한 사람이 반대의견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인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힘을 가고 있다 할지라도, 인류를 침묵시키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 본문


공리주의에 입각한 그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라도 그 사람의 입을 막고 침묵시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역설한 대목이다. 요즘같은 시기에 와닿았던 명언인데 지역 주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시간을 쓸 수 없다며 선거운동 비용을 한 푼도 쓰지 않고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존 스튜어트 밀 다운 생각이 아닌가 싶다. 


재치있는 말솜씨와 우리가 제대로 몰랐던 부분까지 화려한 콘서트가 펼쳐지는 이 책은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봐도 꽤 괜찮은 경험이다. 우리가 흔히 듣고 그렇게 말했다고 믿었던 것들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 그걸 깨주어서 더 가치있고 인문학이라는 파도에서 풍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책이다. 기존 명언만 지루하게 나열된 책에 질렸다면 <말 콘서트>를 통해 그 말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또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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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전문가 조철선의 기획 실무 노트 - 전략가를 지향하는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단 한 권의 경영 전략 실무서
조철선 지음 / 전략시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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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디자인 실무를 하면서 경력이 쌓여갈수록 기획서를 볼 기회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기획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년전 모 아카데미에서 일주일간 기획관련 교육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론과 용어들로 교육을 받을수록 이해도는 떨어졌다. 몇 일 듣는다고 실무에 적용시키기는 커녕 이론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경영전략전문가 조철선의 기획실무노트>를 읽게 되었는데 왠만한 백과사전에 버금갈 정도의 두께와 부피를 가진 책이다. 이 책은 전문가들의 기획 이론을 총집대성한 책으로 실무에 적용시키는데 유용한 이론들을 총망라하였다. 기획과 경영을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는 부담이 가는 책이다. 마치 대학 전공과목 책에서나 읽을법한 이론들이 줄곧 나열되어 있어서 난이도로 따지면 중상급에 해당될만큼 전문적인 분야에 속하기 때문이다.


휴대하고 다니기엔 곤란하고 책장에 놓기에는 독특한 판형으로 꽂아두기도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책이다. 기획실무자들이라면 이론 밑바탕에 알아두어야 할 모든 지식들이 총체된 책이기 때문에 모든 내용들이 참고사항이다.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주로 사업전략에 대해서 많은 분량이 할애되었는데 그 중에서 '기획서 작성 스킬'이 실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이다. 기획서는 단순히 정보를 보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의사 결정권자의 전략적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한다. 기획서를 작성할 때는 어떻게 의사결정권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느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즉, 실무에 비춰보면 제안서가 그런 경우가 많다. 제안서는 클라이언트가 여러 제안서를 읽어보고 결정을 하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시킬만큼 작성되었는지가 중요하고 웹에이전시의 경우 기획서는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때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책에서 유용한 점은 논리를 전개시키는 이론적인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고 적절한 다이어그램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책에 나온 기획서의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획서는 설득 자료다. 둘째, 기획서는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다. 셋째, 기획서는 실행 방안이다. 넷째, 기획서는 노력의 산물이다. 다섯째, 기획서는 표현되는 결과물이다. 기획이 의사결정권자에게 논리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고 뜬구름 잡는 비현실적인 데이터들이 아니라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냉철하게 작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과 전략적 제안을 담고 있어야 문서로서의 기획서가 될 수 있다. 기획은 다양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끈기와 열정들로 만들어진 것으로 머릿속에 든 지식만으로는 좋은 기획서가 나올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획서를 작성할 때 일관성있는 편집과 깔끔하고 보기 좋도록 구성해야 하는데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서 간결하게 그래프와 정보들을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했던 부분이 떠오른다. 아마 실무에서 기획자라는 직책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뜨끔할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정작 내가 작성한 기획서는 현실을 반영한 구체적인 정보와 실행방안이 들어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그렇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론적인 토대 위에 전략을 세운다면 경쟁력있게 승자독식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기획은 맨 윗단 작업이다. 기획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면 그 이후의 프로젝트는 우왕좌왕 헤매일 수밖에 없다. 하물며 기획없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리도 없고 완성되지도 않는다. 아마 기획에 목마른 실무자나 이론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모든 전략과 기획의 이론이 총망라된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창업이나 경영을 할 때도 어떻게 하면 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지 전략을 세우고 실천방안들을 계획하는데 다양한 성공사례들을 읽다보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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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런어웨이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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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진주 귀고리 소녀 이후 4년만에 출간한 신작 <라스트 런어웨이>은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면 1850년대는 노예제도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극심해진 시기라고 한다. 주인공은 퀘이커 교도로 17세기 영국에서 설립된 프로테스탄튼의 소규모 종파인 프렌드파의 일원을 가리키는데 모든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는 평등사상에 반하는 노예제도에 반대한 단체로 노예제도 폐지운동과 지하철도의 확산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다수의 퀘이커 교도들은 실제로는 그 당시 실정법을 어기는 것을 두려워해서 도망친 노예 돕기를 주저했다고 한다.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북부의 허드슨에서 웰링톤으로 토머스의 마차를 타고 갔을 때 뒤쫓아 온 도너번은 노예사냥꾼으로 확실한 자유가 보장되는 캐나다로 도망치려는 노예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그 근방을 감시하고 다닌다. 마을 중앙에 수배 포스터까지 붙여 노예를 사냥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반면 모자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누이 벨은 관대한 편이다. 아서가 퀘이커 교도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모자가게에서 일하는 대가로 머무는 것을 허락했고 그녀가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도움을 준다. 


이 소설의 핵심은 영국과 다른 환경인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을 목격하게 되고 그들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생활하는 것을 보고 아너는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믿고 노예탈출을 도와주는 것이다. 1850년대는 대략 320만명의 노예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남부 목장에서 면화생산에서 노동을 하거나 하인, 하녀로 생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미국 노예들의 실상과 영국에서 언니를 따라 온 아서가 홀로 남겨진 상황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법을 위반하더라도 인간으로서 가질 권리인 자유가 박탈된 노예들의 탈출을 도와주는 한 여인의 삶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영국에서 자란 그녀가 낯선 미국 문화에 적응해나가지만 종교적 결심이었든 아니면 노예제도에 불합리함을 깨닫고 도왔는지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용기는 큰 울림이 있다.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과연 트레이스 슈발리에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든다.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에는 군더더기가 없고 마치 그 당시의 감성으로 독자들을 이끌어준다. 읽다보면 내가 아너가 된 듯 느껴지고 아너의 시각에서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느낌마저 준다. 노을진 들판에 서 있는 여성이 그려진 표지만큼이나 한 번 읽고 잊혀질 소설이 아니다. 한 번을 읽어도 모두 기억날만큼 그 기억은 뚜렷하게 머릿속에 각인된다. 우리가 만약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양심을 걸고 자유를 찾아 탈출한 노예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법을 어기는 행위임을 알면서 양심과 갈등하며 주인공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선뜻 나서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당연히 내 의지대로 행동할 것이다. 주인공 아너도 퀘이커 교도라는 종교적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노예들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랐을 것이다. 모자가게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창가 밖으로 보이던 피부색이 다른 흑인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19세기까지 존재했던 미국 내 노예제도의 실상과 노예제도가 제조업에만 의존했던 미국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잔잔한 감동과 서정적으로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독자들은 본인이 아서가 된 것처럼 가슴으로 파고드는 강한 뜨거움이 올라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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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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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그리 넉넉치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가족들로부터 온갖 학대를 받아온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은주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엇나가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아버지가 칼을 들고 위협하던 그 날 두 번째 가출을 감행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은주는 찜질방이나 호텔 등을 전전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노력해보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은주의 어머니는 악착같이 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지숙에게까지 찾아가 으름장을 놓으면 행패를 부리는데 원래는 그도 착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어릴 적 겪어던 성폭력의 아픔과 고된 삶이 그녀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가난하고 고된 삶 속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5년만에 선보인 은주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우리 주변에 들어봄직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방송에서 들어봤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들은 말투와 행동에서 극명하게 묘사하는 필체를 보면서 과연 권비영 작가라고 생각했다. 인물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소설을 생동감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읽다보면 무거운 기분이 들게 하는데 그건 아마도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다문화센터의 한국어 수강생들. 은주는 터키의 유학생으로 온 에민과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하는데 은주가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에민을 찾아 터키로 갔을 때 만난 에민의 가족들 덕분이었다. 그곳에서 따뜻한 부성애를 느끼고 자신에게 상처만 주었던 그동안의 일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가 정신착란을 겪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는 소식에 놀란 은주는 서둘러 고국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요양원에 입원시킨다. 그곳에서 외할머니로부터 어머니의 지난 과거를 듣게 된다.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은주를 읽다보면 빙점이 떠오른다. 빙점은 원죄와 용서라는 대주제가 소설을 지탱하고 있다면 은주는 상처와 치유라는 맥락으로 풀어갈 수 있을 듯 싶다. 그 치유하는 과정까지 얼마나 큰 아픔을 겪어왔을 지는 소설이 모두 말해준다. 학원을 차린 뒤로는 자신을 돈버는 기계로 생각했던 어머니, 술을 마시는 날이면 가정폭력이 일상화된 무능력한 아버지, 그런 부모님을 따라 푹언을 일삼았던 오빠까지. 은주는 이들을 용서하고 치유함으로 인해 자신의 아픔과 상처도 치유할 수 있었다. 이번 소설을 통해 권비영 작가의 드라마같은 스토리텔링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여자들을 위한 소설이라고 하지만 남자가 읽으면 그녀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등장인물간의 대화와 갈등은 소설로서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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