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더 크라이시스 Beyond The Crisis - 보이지 않는 손이 그린 침체와 회복의 곡선들
안근모 지음 / 어바웃어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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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작년부터 올해까지 잇따른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인해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고통지수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40년 만에 찾아온 나쁜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선 기준 금리를 상향 발표로 빅 스텝을 밟는다. 한국도 금리를 연일 올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금리 인상은 영끌한 세대가 값아야 할 이자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역전세 현상도 빚고 있다. 공공요금도 함께 올라 그 어느 때보다 비싼 물가를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된다면 언제 경기 침체로 이어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나라는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르기 쉽습니다. 그러면 수입 물가가 더욱 오르고,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결국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에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경제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국제경제를 알아야 하는데 '불가능한 삼위일체' 또는 '트릴레마'라고 부르는 개념이 있다. 자유로운 자본 이동, 안정된 환율, 통화정책의 주권인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환율과 금리를 적절히 나눠서 희생하는 전략을 취하는데 일본처럼 극단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려면 안정된 환율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책을 읽고 있으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는 악화일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 경제의 큰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수출이 6개월째 부진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암울하게 들리는 이유다.


"에너지 가격이 대폭 오르면 수입 물가도 크게 상승해 교역조건이 나빠집니다. 원가가 대폭 상승하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서 버는 돈이 줄어듭니다."


환율 변동에 민감을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전 세계 경제에서 환율, 달러 환율이 굉장히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 폭에 따라 달러화 부채 상환 부담 비율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미국 사례를 들면 1980년대 초반에 미 연준이 살인적인 긴축에 나서면서 대량 실업을 유발했고 이는 곧 물가 안정과 낮은 실업률로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단 경기가 살리려면 실업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경제는 변수가 많고 기존 사례들로 미래를 예측할 뿐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통찰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기 바란다. 그래서 어려운 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지혜를 다 함께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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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프레지던트 -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 이야기
탁현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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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에게도 국뽕으로 차오르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의전 행사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당사자와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갖게 해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825일, 1195개의 대통령 일정 가운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만을 추려서 펴낸 책으로 공연 연출과 행사 기획 능력이 탁월했던 탁현민이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5년간 선임행정관, 대통령 행사 기획 자문의원,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수행하면서 겪은 일을 담았다. 의전 수행에 있어서는 베테랑 중 베테랑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도 좋아서 책이 술술 읽힌다. 하나의 의전 행사를 치르기 위해 관련 공무원들의 노고와 수고스러움에 박수를 보낸다.


정권이 바뀐 지 불과 몇 개월이 되었다지만 벌써부터 실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서 속상했다. 국격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만큼 부끄러운 일들이 연일 벌어지는 현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모든 행사마다 그 의미와 상징성,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한껏 높았던 품격이 물거품이 돼버렸다. 국가 행사에선 대통령의 모든 몸짓, 연설 내용, 눈빛이나 행동까지 남다른 무게감을 갖고 있다. 행사 후 언론에선 앞다투어 행사 중 생긴 이슈나 연설 내용에 대하여 의미를 분석하고 해석하기 바쁘다. 그만큼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의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관련 부처와의 의견 조율, 사전 답사, 동선 파악 등 행사 진행에 관련한 모든 과정을 담당해야 했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자리는 아니었다.


얼마나 심적으로 부담감이 컸을지는 책에 나온 에피소드를 읽어봐도 고뇌가 느껴진다. 5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치른 대통령 일정 내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공무원들의 피나는 노력과 막중한 책임감 덕분에 우린 감동을 느꼈고 드높은 국격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는 남아있는 영상과 사진, 자료로나마 그날을 추억할 뿐이다. 다시없을 순간이고 지금 봐도 의전 행사의 품격과 우수함에 절로 감탄이 새어 나온다. 이 책은 의전 행사와 관련된 소중한 유산이자 기록물로 남을 것이다. 꼭지 오른쪽 상단에 QR코드를 찍으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연결되니 다시 보기를 해도 좋을 듯싶다. 찬란했던 봄날에 햇살을 맞으며 행복했던 기억이 아련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이 커지는 것 같다.


거대한 담론, 이념을 갖고 읽지 않아도 그간의 노력들은 대통령을 위한 것보다 국격을 높이고 국익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왔다.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으론 결코 수행해낼 수 없는 결과물이다. 정부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과 행사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공무원들이 없었다면 국가 행사를 보며 감동받는 일이 있을까? 기존 권위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들과 간소화를 한 덕분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게 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소외받는 사람이 없도록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예우를 다했으며 항상 국민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어갈수록 대통령의 소탈한 웃음과 진정성 있는 연설로 잠시 우린 행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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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 유럽에서 아시아 바이킹에서 소말리아 해적까지
피터 레어 지음, 홍우정 옮김 / 레드리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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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무법자 해적. 해적질은 영화나 소설에서 표현하는 것과 달리 익사하거나 굶어 죽어죽고 괴혈병, 말라리아, 전염병, 외래 질병에 걸려 죽는 것은 물론 적과 싸우다 죽을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직업이다. 해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가난이나 실업, 가혹한 생활과 암울한 미래 등 절망에 빠진 자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이지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해적질은 어느 계층에서 참여할까? 노동자, 소매업자, 장인, 어민, 선원 등 서민 출신 외에도 해적이 되거나 사략선을 타는 귀족도 많았다고 한다. 그 당시 중세 시대엔 파벌 간 싸움이 잦아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해적질을 했다고 한다. 사략선은 계약한 군주를 위해 싸우는 것이고, 해적선은 자신을 위해 싸운다는 것이 다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해적을 단지 게임, 영화, 소설에서 그리는 것처럼 바다를 마음껏 누리는 낭만적인 모습으로만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왜구, 소말리아 해적, 카리브해 해적처럼 바다에서 마주치면 도망치거나 맞서 싸워야 하는 무법자일 뿐이다. 그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강탈, 약탈, 살인까지 서슴지 않고 선박을 습격하기 때문이다. 해적질을 하려면 우선 선원 모집부터 배를 확보해야 하는데 보통 무역상이 사용할 법한 원양 항해용 선박을 선호했다고 한다. 일반 상선으로 쓰이는 정크선을 선호한 이유는 평범하고 순해 보이는 외관 때문으로 영화처럼 대놓고 해적을 알리지 않았다. 전투선으로 개조해 빠르게 목표물에 접근해야 했고 배가 많이 오가는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해적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대부분 해적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된 책이었고 해적 범주에 바이킹, 명나라 해적, 왜구, 평등공유단, 양식형제단, 카리브해 해적 등 광범위하다. 심지어 국가에서 해적질을 묵인했는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드레이크 선장을 고용해 보물선을 약탈하도록 지원한 것이 좋은 예다. 해적행위를 이해관계에 따라 허용한 결과 지중해와 북해, 동아시아 바다에서 토착 해적들이 오랫동안 활동했고 유럽 해상강국들에 의해 식민지를 점령했던 맥락과도 이어진다. 해적은 각 나라에서 필요에 따라 중요한 해상 자원이었던 셈이다. 오늘날에 성행하고 있는 불법 조업은 단속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해적행위를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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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 최인훈과 나눈 예술철학, 40년의 배움
김기우 지음 / 창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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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90년대에 심취했던 문학적 향수를 느꼈다. 지금보다 볼거리가 부족했던 그 시절에 문학은 내 정신세계를 구축시켰던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읽는 재미에 푹 빠져들어 몇 날 며칠을 붙잡고 그 두꺼운 책을 완독했을 때 뿌듯함은 한층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도 이미 최인훈 작가를 만나기 전부터 그의 문학세계에 빠져있었다. 1982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면접 자리부터 2018년 7월 임종을 거두는 날까지 오랜 인연이 이어졌고, 최인훈 작가와 나눈 40년의 배움을 이 책에 소상히 기록하였다. 순서대로 정독해도 좋지만 기록일과 무관하게 펼쳐들고 읽어도 뜻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다. 최인훈 작가의 작품세계를 해체하여 예술론을 펼치는 와중에도 시대적 사건을 놓치지 않았다.


1980년대에서 2018년까지 이어진 기록은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최인훈 선생님을 만나 대화를 나눌 때는 소소한 일상보다 배움의 시간이 훨씬 길었다. 배움은 끝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같은 문학세계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깊이감이 남다르다. 최인훈 작가의 작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어 문학적 담론의 자리가 배움의 터전으로 바뀐다. 독서 모임 이후 한동안 잘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다. 최근엔 다른 누군가와 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좀처럼 없다 보니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읽는 것만으로도 예전 기억을 복원시켰다. 문학보다 먹고사는 현실적인 문제가 중요해진 시대에서 공허해진 마음의 양식을 영양가 없이 섭취하는 데 급급하나 보다.


지나보니 알게 되더라.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대화는 서로에게 깨달음을 주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40년간 배움의 시간을 가진 저자가 쓴 책을 통해 우리들은 읽음으로써 마음이 충만해지는 기회를 얻어서 좋다. 문학이란 곧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학문인데 예술 철학을 깊이 파고들수록 어렵고 복잡해도 얻는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진리를 탐구하는 정신일 것이다. 문학소년으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헌책방을 제 집 드나들듯 자주 오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저자는 평생의 스승을 모셨다는 것만으로 행운아인 것 같다. 그래서 최인훈 작가가 쓴 작품들을 집요하게 탐구했었고 문학세계를 온전히 해석하려고 했다. 이 책은 최인훈 작가 사후에 바치는 헌정록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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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티튜드 - 자신만의 유연함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밀
도리스 메르틴 지음, 이미옥 옮김 / 카시오페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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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은가?" 이런 질문들을 곱씹어 보면 삶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태도가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질문이고 무엇에 집중하며 사는가에 따라 인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 요소라고 한다. 저자가 예시로 든 아래 '11가지 유연함의 태도' 목차만 읽어봐도 내가 가진 문제점과 해결하려면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만한 지점들이 보인다. 현실적으로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 만족한다는 건 어렵기 때문에 차근차근 당장 실천해 볼 만한 주제 위주로 태도를 바꿔나가다 보면 삶을 대하는 자세도 좋은 방향으로 변해갈지 모른다.


1. 무엇이 나를 이끄는가
2. 조화롭게 살고 있는가

3. 발 뻗고 누울 공간이 충분한가

4. 집은 나의 안식처가 되는가

5. 일의 굴레에 빠지지 않았는가

6. 나에게 완전히 몰입하고 있는가

7.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8. 배우자는 나에게 어떤 사람인가

9. 누구와 관계 맺고 있는가

10.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가
11. 적절히 반응하고 있는가


우리들이 쉽게 간과하는 부분은 사실 내가 일상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11가지 유연함의 태도를 보면 대부분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집은 충분히 아늑한 쉼터로서의 역할을 하는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일과 일상을 균형감 있게 사는가다.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다면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조화롭게 살고 있는지,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지를 따져보면서 나를 더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라는 말이다. 직장 생활로 바쁠 때는 신경 쓰지 못하거나 소홀했던 일들도 있을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맑고 건강한 상태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사는 데 있다.


균형감 있게 산다는 건 인생의 행복이 애먼 곳에 있지 않다는 얘기다. 소소한 일들이 무덤덤해지고 다른 사람처럼 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기 보다 감정적 소모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내게 맞는 삶을 찾아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을 부러워하기 보다 매 순간 다가오는 일들을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모든 사안은 다르게 보인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다면 주변 사람이나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어차피 유연함의 태도는 습관으로 만들어 올바른 삶의 가치를 추구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충분히 잘 살고 있으며, 행복하게 살아야 마땅하다. 길지 않은 인생인데 행복조차 마음껏 누리지 못하면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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