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 인생의 중간항로에서 만나는 융 심리학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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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를 저자는 중간항로로 부르며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중간항로는 1차 성인기라는 확장된 사춘기와 피할 수 없는 노년과 죽음 사이에서 한 인격을 재정의하고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이자 통과의례다. 이 길을 의식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삶을 더 의미 있게 구축할 수 있다."


마흔 즈음에 이르러서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고 전보다 훨씬 삶과 죽음을 고찰하게 되는 시기다. 중간항로를 통과할 때엔 잃어버렸던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여정을 떠날지 아니면 현실에 수긍하며 버텨야 할지 고민한다. 예전보다 못한 건강과 체력 저하를 느끼며 더 늦기 전에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갈망이 불만으로 가득 차버린 현실의 나와 충돌을 빚는다. 제2의 사춘기가 찾아온 듯 어릴 적에 꿈꿨던 미래와 다른 현실 앞에 우울증, 무기력감,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지루함, 직장이나 관계를 계속 갈아치우는 일, 우울증, 불안장애, 점점 커지는 강박 증상을 들 수 있다. ... 내면의 압박이 커지면 지금까지 사용한 전략으로는 점점 억누르기 힘들어지고 자아의 위기가 폭발한다."


누구나 중간항로에선 겪는 통과의례처럼 찾아오는 증상이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으며 내면이 외치는 진실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이를 해소할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며, 억누르며 버텨온 지금까지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분명 지금보다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융 심리학을 기초로 쓰인 이 책은 분명 읽기 쉬운 건 아니지만 중년에 놓인 사람들에겐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중년이 되면 커다란 상실의 아픔을 겪지 않은 이가 없다. 주변 친척이나 친구, 부모, 배우자를 잃어버린 경험은 자신의 존재와 앞으로 삶에 전환점을 맞는 이유도 죽음의 두려움을 매우 가까이에서 겪었기 때문이다. 상실을 인정하기까지 받아야 할 상처를 견디며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살면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결국 불타오르는 열정이 나를 이끌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게 해주었다. 앞날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무슨 의미로 살아가는가?


"현재의 삶을 가장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과거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만 하면서 망설임과 부끄러움 속에 말년의 허약함과 죽음을 맞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장 온전하고 충실하게 살아야 할 시기는 분명 바로 지금이다."


이 말처럼 삶을 관통하는 통찰력 있는 충고는 없을 것 같다.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오늘의 나는 과거에 겪은 경험과 쌓아 올린 일들이 만든 결과물이다. 망설임과 부끄러움으로 하고 싶은 일을 주저하기보다는 바로 오늘 충실하게 사는 것이 최선이며, 백세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들이 오늘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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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이인규 지음 / 조갑제닷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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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팔이 하기 전에 故 노무현 前 대통령에게 사죄부터 하는 게 도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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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2 -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 자전시집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2
홍쌍리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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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중지 키워낸 매화나무와 백운산을 휘돌아가는 섬진강 줄기가 보이는 자리에 청매실농원이 있다. 하얗게 지천을 물들이는 매화꽃이 장관을 이루고 인산인해 물밀듯 밀려드는 상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청매실농원 덕분에 매화마을이 생겨났고 자연스레 광양 지역 명소가 되었다. 정자에 앉아 매화나무와 섬진강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시구 하나 건져 올렸으리라. 복잡한 속내는 접어두고 홀로 자연과 보내는 시간만은 고요해진 마음이 평화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 마음은 고스란히 시구 하나하나에 묻어져 나와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본질만 걸러냈다. 부질없는 욕망의 찌꺼기를 매화 꽃밭에 뿌려두고 좋은 기억만 담고 돌아가는 청매실농원은 앞으로도 봄의 전령사로 사랑받는 곳으로 남을 것이다.

혼자만의 노력과 열정이었다면 고되고 힘들기만 했을 텐데 다행히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로 인해 청매실농원은 빛을 보았다. 시를 읊조리고 매화나무에 핀 꽃을 보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속에 고단함을 씻어낸다. 팔순의 고령임에도 여전히 해맑은 웃음을 보이는 홍쌍리 명인의 삶이 그녀가 지은 시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보니 맑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자서전이나 에세이도 아닌 자전 시집 낼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매화꽃을 심고 가꾸면서 평생을 일군 덕분에 꾸밈없는 글이 좋았다. 청매실농원이 전국에 알려지 전까지 이름 모를 매실 장인으로 매일 매화나무와 함께 보냈다. 청매실농원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이라면 놀라지 않는 이가 드물고 장독대 개수에 압도당한다.


고운 심성 허투루 보내지 않고 시에 옮겨 담았다. 오히려 시집으로 펴냈기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함축된 느낌도 들었다. 속절없이 흘러만 가는 세월이 아쉬워 뒷걸음치기보단 인생을 마무리할 때 남길 시집을 펴냈으니 여한이 없으리라. 치열한 생존 경쟁은 때론 우리를 턱 밑까지 따라와 숨 가쁘게 만들지만 자연은 언제나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다. 매화꽃 닮은 딸과 매실 같은 아들을 둔 인간 불도저 홍쌍리 명인이 가꾼 매화나무 아래 거름 밥이 되어 나무 한 그루 없던 악산을 꽃 천지로 만들었다. 언젠가 내게도 행복한 날이 오겠지 하며 그 무수한 세월을 오로지 매화와 매실에 바쳤다. 일 년에 한 번 만날 뿐이지만 후회는 없단다. 그렇게 자연에서 얻는 행복은 나를 살리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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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 - 역사를 뒤집은 게임 체인저
폴 록하트 지음, 이수영 옮김 / 레드리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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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무기에서 총과 대포 같은 화기의 등장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화력이 발전할수록 대량 살상무기의 위력은 증가하였고 무기의 성능과 위력에 따라 전쟁은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 각 국가마다 무기 개발에 앞장섰고 이는 곧 새로운 사회 시스템의 등장과 산업 발전, 정치 체제를 변화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세 시대를 지나 근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무기 수요의 증가로 기술자, 발명가, 제조업자, 직업 군인, 정부 관리의 협력 관계가 긴밀해졌다. 무기 개발은 곧 총체적인 산업 발전과 산업 혁명을 일으켰고 열강들의 제국주의 시대를 열게 했다. 잦은 전투와 전쟁이 군사, 과학, 경제, 항해술을 발전시켰던 것이다.

전쟁과 무기에 관심이 많다면 '화력'은 무기가 발전해 온 역사를 매우 자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흥미로울 것이다. 물론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에 집중되어 있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현대사까지 다루는 내용을 볼 때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9세기에 이미 중국에서 화약이 발명되었지만 전쟁 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킨 건 유럽이었다. 임진왜란 때 검과 활을 주무기로 삼던 조선을 침략한 왜가 들고나온 조총의 화력에 밀린 걸 보면 앞다투어 전쟁 무기를 개발했던 서양에서 현대 무기를 생산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산업 혁명 이후로 전투기, 탱크, 항공모함, 잠수함 등이 개발되었고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을 이룬 건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제1, 2차대전을 거치면서였다.


대량 살상무기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도 하지만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몬다. 아직 끝나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테러 공격을 보면 얼마나 우리에게 위협적인지 두려움 그 자체다. 무기는 곧 과학 기술의 총체이기에 신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어떤 기술이 접목되었을지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앞으로 고도화된 기술로 신무기는 계속 등장할 것이다. 이젠 화기의 시대는 끝났지만 군비 경쟁은 멈추지 않았다.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기 때문이다. 드론을 이용한 탱크 폭격에 이어 레이저 무기라는 광학 병기가 개발 중이다. 지난 수백 년의 역사를 통해 화기가 인류사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 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쟁이 오늘날의 국가를 만들었다면, 오늘날의 전쟁을 만든 것은 화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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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1 -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 자전시집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1
홍쌍리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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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마주 보고 있는 형세의 청매실농원은 홍쌍리 명인이 손수 가꾼 매화마을로 유명세를 치러서 지금은 3~4월 봄철이면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여행사 패키지여행으로 십 년 전에 청매실농원을 찾은 적이 있는데 주변이 온통 새하얀 매화꽃이 장관을 이루었고 발 디딜 틈 없이 밀려드는 사람들이 다시 찾아온 봄을 만끽했던 기억이 난다. 그보다 훨씬 전에 웹에이전시에서 홈페이지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자전 시집으로 만나는 감회가 새롭다. 등단한 시인은 아니지만 시에 삶의 애환이 담겨있다. 24살에 시집와서 아무것도 없던 야산을 매화밭으로 일구는 동안 고된 일상을 견디며 오직 기댈 곳은 자연뿐인 삶에서 이제는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청매실농원을 꽃피워냈다.

언제 이렇게 많은 시를 지었는지 이젠 홍쌍리 시인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시에는 당시 느꼈던 심정과 경험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어서 시를 읊는 독자들도 비슷한 감정을 전해 받는다. 얼마나 고단하고 지난한 세월이었을까? 매화밭을 일궈내고 가을철이면 매실을 수확하는 일이 보통 일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섬진강을 마주한 자연과 함께라서 버텨낼 힘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떨어지면 붙을 때까지 / 내 인생에 대충은 없다 / 설렁설렁 사는 게 싫어 / 설렁탕은 안 먹는다" - '일에 미쳐라' 중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왔다. 자신이 하는 일은 대충하는 법이 없고 뭐든 열과 성을 다했다. 설렁설렁 사는 게 싫어 설렁탕조차 안 먹는다는 건 일을 대하는 본인의 철학이다. 하려거든 달려들었으면 붙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다. 청매실농원은 자신에게 주는 훈장처럼 이젠 봄철이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래서 대충 할 수 없었다. 맨몸으로 매화밭을 일궈냈다는 자부심도 있다.


"일할 때는 아픈 줄도 몰라 / 맑은 마음 밝은 미소로 살게 한 흙은 / 한숨~ 눈물~ 기쁨도 다 들어주는 게 일터 / 흙은 영원한 내 일터 / 흙은 영원한 내 동무" - '일은 나의 보람' 중에서


우리도 자연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엔 이념도 빈부도 다 부질없다. 그저 살아있는 오늘과 살게 해준 자연에 감사하며 흙을 일터 삼아 생명을 피워낼 뿐이다. 그래서 저자가 지은 시에는 사람과 자연이 지닌 순수함이 묻어 나온다. 고단했지만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봄이 오면 거짓말처럼 백운산을 하얗게 물들이는 매화밭을 보며 한가득 짊어진 걱정과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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