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과 줄리엣 - 희곡집 에세이
한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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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연극을 관람했지만 동성애를 다룬 내용을 결코 쉽지 않은 소재다.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것은 물론 관객을 설득시키기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미 연극, 뮤지컬, 영화로 발표되었는데 이를 스핀 오프시켜 <줄리엣과 줄리엣>으로 선보인 것이다. 즉, 몬테규 가의 줄리엣과 캐플렛 가의 줄리엣이 무도회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지금보다 훨씬 도덕적 규범이 엄격했던 중세 시대에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이다. 이를 작가 만의 상상력을 더해 원작을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 이 희곡집 에세이는 대본과 에세이를 결합하여 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고전 명작을 재해석한다는 건 위험 부담이 큰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퀴어 소재라니 창작은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과연 몇몇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만으로 만족했을지 궁금하다. 아주 오래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연극을 보러 갔다가 사실은 동성애를 다룬 내용이라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 충분히 관객들이 용인할 수 있도록 설득시키는 작업은 필요하다.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미화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개연성과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작품에서 드러나야 한다. 어느 하나 부족할 것 없이 자란 귀족 명문가의 아가씨들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서로에게 반해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까지 약속하니 말이다.


<줄리엣과 줄리엣>은 2018년 3월 21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첫 초연을 한 뒤로 2021년 10월 21일 브릭스씨어터에서 4연까지 할 정도로 성공한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극으로 끝난다는 건 같지만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여자 간의 사랑으로 승려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살짝 코믹스럽고 연결 다리 역할로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대본도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대사로 바꿨다. 만약 소극장에서 이 무대를 관람했다면 소재를 알고 있음에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배우들의 열연과 진짜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어서다. 그 대상이 반드시 이성일 필요는 없으며, 진짜 우리가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를 다큐로 받아들이느냐 연극적 상상력을 남을지가 관건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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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외교 -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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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만찬에 오른 음식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했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외교에서 음식이 가지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이 책은 음식 외교에서 기억될 27가지 모습을 담았다. 외교 현장에서도 음식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고 새로 알게 된 사실들도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달콤한 외교, 깊은 풍미의 외교, 스토리가 있는 음식 외교, 역발상 음식 외교, 씁쓸한 외교, 독한 맛 외교로 분류하여 만찬장에 오른 음식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음식 하나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가져오거나 그 반대일 수 있다는 걸 역사가 증명하는 듯싶다. 아직까지도 옥류관에서 먹은 평양냉면의 명성이 입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음식 선정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음식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건 우시바 노부히코 주미 일본 대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을 초청해서 음식을 대접했는데 독일 출신이지만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비너 슈니첼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미 국무부 내 일본전문가로부터 우시바에 대한 정보를 들은 키신저는 그를 싫어하게 되었고, 미일 간 외교에도 악영향을 끼쳐서 소원한 관계가 된 것은 물론이다. 눈치 없는 음식 외교가 상대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시바 사례가 바로 일본 외교의 실상을 드러냈는데 요즘처럼 음식과 식기, 장식까지도 의미를 부여하며 상대국을 대접하는 시대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져서 음식 외교를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는 부분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셰프들과 의전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분주하게 상대국과 초청받은 사람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여 만찬장에 반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국가 간의 외교는 국익과 안보가 직결되는 현장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대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미 역사로 남은 외교 현장을 기록하며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시의적절하게 딱 맞아떨어지는 음식으로 인해 외교적 승리를 가져오거나 관계가 악화되는 등 음식과 외교가 이렇듯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음식이라는 소재가 세계 역사의 외교를 이해하는 데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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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사는 법
고태희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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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누가 아무리 위로해 줘도 무너져버린 마음의 병은 쉽게 낫지 않는다. 우울증에 걸려본 사람이라면 저자가 보인 증상에서 자신을 투영하듯 아픈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큰 걱정 없이 대기업에 다니며 회사 생활에도 익숙해질 무렵 스타트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덥석 받아든 선택이 잘못이었을까? 결국 스타트업에서 짧은 생활은 악몽이 되었고 퇴사 후 스스로의 선택을 자책하며 심한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사소한 집안일에도 예민해졌고 온몸의 기력이 모두 빠져나간 듯 무기력한 생활을 보내야 했다. 불안 증세는 심해져서 한순간 커리어가 무너져 버렸다는 생각에 더 깊은 우울의 늪으로 빠져드는 저자를 보며 제대 후 심한 열등감과 우울감이 심한 채로 보냈던 내 이십 대 초중반을 보는 것 같았다.


다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은 살아있는 한 어떻게든 살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우린 매번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중에 몇 번은 후회를 하며 산다.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려면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과 자신을 되찾으려는 마음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심하면 심리 상담 치료도 받으면서 기나긴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와 다시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의 전환이 스스로 솟구쳐야 한다. 기다려주고 마음이 치유받을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어쭙잖은 위로의 말들은 때론 당사자에겐 상처가 되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뻔하고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조용히 다독거려주거나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제일 힘든 사람은 바로 당사자일 테니...


저자가 제안하는 희미한 우울과 우울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행복 제언은 다음과 같다.

· 잘 살려고 하지 않기

· 힘을 빼고 살아가기

· 초라한 마음을 보듬어주기

· 나의 세계를 돌아보기

· 지나간 일은 덮어두기

· 내가 원하는 것 알기

· 힘든 때는 지나간다는 것을 믿기


물론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힘을 낼 수 없을 때 힘을 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따스한 말들이 오히려 힘이 될 때가 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게 되어 있듯이 답답한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나 책이 있다면 우울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우울증은 정말 소리 없는 무서운 병이다. 심한 우울증의 깊은 심연에 빠져들면 누군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듯 마음이 병들면 안 좋은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같다. 따뜻한 볕이 드는 어느 공원에 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멍 때리면서 생각해 보면 나도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감지하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린 별것 아닌 일에 목숨 걸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 보상심리로 자신을 가둬버렸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우울증에서 이겨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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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 기본을 넘어 고수의 스킬까지
김형선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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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결국 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제로 한다. 돌고 돌아 수많은 재테크의 종착점이 부동산인 이유가 반드시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는 믿음이 굳건하기 때문인 듯싶다. 한정된 자원인 땅은 수요가 많은데 비해 공급은 늘 부족해서 수익성 부동산을 다들 선호한다. 시간은 걸리지만 결국 부동산 투자에 성공해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저자가 뽑은 좌우명으로 삼아야 할 땅 투자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1. 개발 예정지 인근에 노른자위가 있다.
2. 땅 투자는 마라톤이다.

3. 도로를 읽어라.

4. 배산임수의 명당 터가 최고다.

5.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승산이 높다.

6. 적절한 타이밍을 계산한다.

7. 접근성이 좋은 땅은 복덩어리다.

8. 지역 선정이 중요하다.

9. 토지 공부서류 분석이 성패를 좌우한다.

10. 호재가 겹치는 곳에 메리트가 있다.


콕 짚어 주는 땅 투자 포인트도 초보자에겐 천금같은 조언으로 새겨들을만하다. 위 10계명 중 토지 공부서류 분석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하는데 반드시 챙겨야 할 공부서류로는 등기부등본, 건축물관리대장, 토지(임야) 대장, 지적(임야)도, 토지이용계획확인원, 개별공시지가 확인서가 있다. 가장 확실한 건 매도자의 말만 믿기 보다 서류상에 나와있는 내용이 정확한 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내 돈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경험도 부족하고 부동산 관련 지식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이 책을 쓴 저자처럼 고수가 하는 대로 따라 해보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임장 활동도 하면서 좋은 매물을 찾아야겠지만 알짜 부동산 정보를 가려내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동산 투자 공부를 한다면 반드시 정독해야 할 책으로 가독성이 좋아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였다. 부동산 투자의 기본기를 다지기에 적절한 예시들로 가득 차다. 낚시 매물, 과대 과장 광고로 사기당하지 않으려면 역시 현장답사는 필수며, 관련 서류를 뽑아서 대조해 확인해 보는 것이 최선이다. 무조건 말만 믿고 섣불리 계약하기 보다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공부서류를 다 떼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 관련해서 배울만한 점들이 많았고, 고수가 가진 스킬을 터득할 수 있으니 기본 마인드를 확고히 다지기에 유익했다. 혹시 부동산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 정독해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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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일을 시작하라 - 독립적 인간으로 사는 첫 번째 스텝 변화하는 힘
이안 위트워스 지음, 김성원 옮김 / 북스토리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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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문득 평생 월급쟁이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스타일은 이미 회사 체질에서 벗어나 있었다. 오히려 프리랜서에 가까웠고 그보다 먼저 챙겨야 할 일들이 생겼다. 회사, 일, 야식을 반복하다 보니 급격하게 살이 찌기 시작했고 내과에서 진료받으러 갔다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우선 돈을 버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내 몸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일이었다. 그런 후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인생 후반부에 잠시 쉬는 지금은 독립적 인간으로 살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중이다. 이 책은 프리랜서, 1인 기업가, 자영업자, 소상공인, 벤처사업가 무엇으로 시작하든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배울만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전략, 판매 및 영업, 사람, 재정, 기술 등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본인이 직접 겪은 일들을 통해 교훈을 심어준다. 직원 관리, 경영, 비즈니스가 핵심으로 글의 논조는 벤처사업가에 가까웠다. 창업 후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 누구나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며 사업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직감적으로 우린 평생 회사에서 일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일부 공무원, 기술직을 제외하곤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다. 조기 퇴직, 명예퇴직 등의 수식어로 일정 나이가 차면 나가거나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대폭 연봉 삭감을 당해야 한다. 회사가 우리를 평생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예전과 다르게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많은 시대다. 늘 위기 속에 기회를 찾고 도전하는 사람은 있다.


성공을 위한 8가지 아주 평범한 방법


1. 제시간에 나타나라.
2. 당신이 한 약속을 지켜라.

3. 사람들과 그들이 하는 일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라.

4.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경청하라.

5. 타 업계의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 베껴라.

6.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머릿속으로 그려라.

7. 내가 대접받고 싶은 것처럼 사람들을 대접하라.

8.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정의하라.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위 8가지 방법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람 관계에서도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자신만의 사업을 꾸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조언은 때론 직설적이라 뼈를 때리기도 한다. 누구나 사업 초반에는 시행착오와 실수를 겪는다고 한다. 성공하려면 서로 존중하며, 사람이 재산이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생각보다 경영에서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는 곳이 많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것처럼 사람들을 대접하라'는 글귀가 더 와닿는 이유다.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를 함께 키워가는 것이고, 직원들도 성장에 많은 지분을 갖고 일하기 때문이다. 사업에 도전하든 1인 기업가로 움직이든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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