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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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포르투갈을 떠올릴 때 아줄레주와 블루 색상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북대서양을 바라보며 제일 먼저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포르투갈 곳곳으로 마치 여행 다녀온 듯 사진은 찬란했고 새로운 면모를 알게 해주었다. 저자가 홀딱 빠진 이 나라에 10여 년 동안 여행 다녔다는데 그는 포르투갈을 다섯 가지 오브제로 정리했다. 파두, 정어리, 포트와인, 블루 아줄레주 그리고 아프리카이며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역사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 것은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와 저렴한 물가였는데 2유로에 가성비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고 하니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711년부터 1492년에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이 이슬람교도들을 축출하여 완전히 몰아내기까지 무려 800년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아왔다. 국토회복운동이 종식되기까지 길고 길었던 지배의 역사가 파두라는 포르투갈 음악의 한으로 남아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포르투갈 독립전쟁, 내전 등 큰 아픔의 역사가 있다. 이슬람 지배로 인해 포르투갈과 이슬람의 문화양식이 결합되어서 경제, 문화에 걸쳐 이슬람 양식이 남아있고 수학과 과학이 크게 발달하게 된 원인도 찾을 수 있다. 스페인과 함께 이베리아반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문화유산 이면엔 오랜 지배와 전쟁으로 인한 국민들의 희생과 인고의 시간이 깃들여있는 셈이다.


대서양과 마주한 거대한 포도밭과 중세 문화유산, 대항해시대의 흔적 등 지금은 평화로운 곳이지만 아줄레주에 새겨진 그림은 고스란히 포르투갈의 역사를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블루로 덧칠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북대서양 또는 지중해를 닮은 청량하고 짙은 블루는 모든 슬픔을 희석시켜주고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던 포르투갈 인에겐 희망의 메시지와 같아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하던 여행이 완화된 이후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에 내 마음마저 포르투갈 어딘가에 서 있는 기분이다. 이 책과 함께라면 잠시 포르투갈의 낭만에 빠져들어 블루가 주는 각별한 의미를 되새겨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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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흑역사 - 아름다움을 향한 뒤틀린 욕망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이상미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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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가 시작될 무렵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려하지 않고 만들다 보니 화학 염료, 비소, 수은, 인화성 섬유 등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았다고 한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물론 염료, 비소, 수은으로 만든 의류를 입은 사람들은 장시간 노출로 온갖 질병에 걸려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른다. 19세기 초까지 불편한 패션을 입어야 했던 사람들은 실용성을 추구하기 전까지 믿기지 않을 옷과 신발을 신고 생활해야 했다. 빅토리아 시대 신발을 보면 발 모양을 고려하지 않은 직선 형태의 길쭉한 신발을 신어야 했는데 발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선했다. 코르셋을 허리가 꽉 조일 정도로 입은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성인 3명을 차지할 정도로 큰 고리 모양의 페티코트는 최악인 것 같았다.


더욱 아름답고 싶고 차별화된 패션을 원하는 뒤틀린 욕망은 개인의 안전과 건강 따윈 가볍게 무시해버린다. 무지와 안전 불감증도 그 원인 중에 하나인데 때론 기괴하고 이해하지 못할 패션이지만 그 당시에 굉장히 유행하던 패션이었다. 액세서리부터 겉치장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무모한 시도도 많았고 옷에 사용하는 염료와 옷감 재질이 몸에 끼치는 위험성을 잘 인지하지 못했다. 책에서도 여러 차례 나오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입는 옷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고 생명을 잃었다는 걸 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발밑까지 내려오는 드레스를 입고 정상적으로 활보는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지금 실용성 있는 패션을 입기까지 어쩌면 산업화 과정 속의 희생양이었는지도 모른다.


알찬 삽화와 깊이 있는 내용은 흑역사라고 말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 귀족이나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서민들도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산업화 이후 저렴하고 질 좋은 옷을 찾게 되었다. 이전에 수작업을 거쳐 생산되었다면 이젠 공장에서 대량 생산으로 같은 옷을 생산해낸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교훈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이다. 근대화의 전유물로 흥미롭게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패션의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패션에 대한 관심 유무와 달리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읽으면서 경악할 만한 일들이 많은데 그래서 더욱 알찬 시간들로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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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 세계를 바꾼 다섯 가지의 위대한 서사
바츨라프 스밀 지음, 솝희 옮김 / 처음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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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 세계를 이해하는데 <총·균·쇠>만큼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인류 역사상 극적인 변화는 산업혁명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 각 분야에서 어떤 대전환이 일어나는지 주목한다.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 원인은 도시화 과정에서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기계화 비율의 증가, 합성 비료 사용, 대작농 등으로 식량의 수확량이 늘어났고 의학의 발전과 영양 개선 등 평균 수명의 증가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충분한 에너지의 공급은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고 식량 생산의 혁신을 가져왔다. 이는 산업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을 높여준 원인이었다. 무역의 발전과 대륙 간 이동으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이다.


경제 발전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빠른 변화를 가져왔다. 비행기, 철도, 고속 열차, 자동차 산업은 연료를 높은 효율로 전환시켰기에 발전할 수 있었고 도소매 상품, 교육, 재정, 오락, 레저 활동 등 광범위한 서비스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띄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하고 안전하며 풍요로운 환경을 누리며 살고 있다. 하지만 화석 연료를 비롯한 개발로 인한 산림 파괴, 토양 침식, 생물 다양성의 파괴는 지구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 현상과 기후 변화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 인류에게 닥칠 커다란 위험을 초래했다.


이 책을 종합해 보면 대전환으로 세계가 어떻게 바뀌어갔는지 데이터와 통계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일반화의 오류로 자칫 부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겼는데 이 책을 읽으면 무엇이 결정적으로 인류의 삶 자체를 바꿔놓았는지 그 흐름을 알게 해주었다. 각 분야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문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이런 세상이 오리라는 상상을 했을까?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말은 자동차로 대체되고 평균수명은 100세까지 바라보고 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도시화, 기계화, 정보화로 우린 믿을 수 없을 만큼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인류사를 관통하는 커다란 흐름을 놓치지 않고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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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하인후 옮김,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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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군주론>을 쓴 마키아밸리인데 이 책은 그가 남긴 최후의 저작인 <피렌체사>를 길잡이 삼아 쓴 책이다. 책의 구성은 1~2부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1부 평민의 시대는 1216년에서 1434년까지, 2부 메디치 가문의 시대는 1434년에서 1525년으로 피렌체의 방대한 역사를 인문학자가 마키아밸리의 시선을 빌려 썼다. 고품질의 사진과 삽화를 수록하여 책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피렌체 역사서로 알고 읽었지만 생소한 부분도 많아서 다소 애를 먹어야 했다.


1216년 베키오 다리에서 베아트리체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건너던 부온델몬테가 황제파 일당에서 공격을 받아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한다. 이후 부온델몬티 가문과 우베르티 가문 사이에 긴 반목 끝에 1239년 부온델몬티 가문이 우베르티 가문을 몰살시키면서 결국 종식된다. 현재 흰색 바탕에 붉은색 백합을 그려넣은 피렌체 휘장도 1250년에 채택된다. 연표만 보더라도 수많은 가문의 반란과 통치, 전쟁 등이 얽혀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책을 보면 비중은 메디치 가문의 시대가 훨씬 높은데 피렌체가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한 중요한 가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예술가를 후원함으로써 훌륭한 건축물과 명화를 남길 수 있었다.


메디치 가문의 역사만 잘 이해해도 대부분 피렌체라는 도시를 아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마키아밸리의 <피렌체사>에서 많은 참조하였기에 그가 피렌체 역사를 정리하는 의도를 알 필요가 있다.


"지배하려는 귀족의 욕망과 복종을 거부하는 평민의 저항에서 비롯되는 귀족과 평민 간의 심각하지만 자연스러운 적의가, 공화국에 창궐하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왜냐하면 공화국을 뒤흔드는 다른 모든 것이, 대립하는 이 두 기질에서 그 자양분을 얻기 때문이다."


지배하려는 자와 지배 당하지 않으려는 자의 투쟁이지만 지배하려는 자는 방법을 몰랐고, 지배 당하지 않으려는 자는 자유를 지키는 방법을 몰랐다. 두 계급 사이의 얽힌 이해충돌은 현재도 유효하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계층 간의 갈등, 갑을관계, 경제 양극화 등 언제든지 집단 사이에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피렌체의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저자가 정리한 것처럼 "지배하려는 자는 위엄을 지켜야 하고, 지배 받지 않으려는 자는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한 사회에 존재하는 미덕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아마도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서로 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되어야 반목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피렌체는 단테, 미켈란젤로, 마키아밸리 등 3대 천재를 낳은 곳이자 메디치 가문의 영향력이 강했던 도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매력적인 붉은 백합의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방대한 <피렌체사>를 함축적으로 썼기 때문에 기본적인 역사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서양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파고들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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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같은 걱정 한입씩 먹어치우자 - 인생의 단계마다 찾아오는 불안한 마음 분석과 감정 치유법
장신웨 지음, 고보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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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불안이 물밀듯 밀려올 때면 글쓰기로 마음을 다잡으며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선 저자처럼 '스스로 하는 글쓰기 연습'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내보자.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어봤지만 지나친 걱정과 불안은 오히려 정신건강을 해칠 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안이 더 큰 불안을 키운다고 문제 해결과 상황을 모면하는데 훼방만 놓을 뿐이다. 하루 5~10분 정도 주제가 무엇이 됐든 상관 말고 글쓰기 루틴을 실천하다 보면 자신에게 관대해질 것이다. 글이 곧 생각을 지배한다고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면을 찾게 되면서 인생을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매일 글쓰기를 함으로써 글쓰기, 내용, 내면의 변화가 찾아와 한층 성장시킬 수 있다.


사실 우릴 가장 불안하게 하는 건 경제적 궁핍과 사기, 죽음도 있지만 알 수 없는 미래가 계획대로 흘러가리란 굳은 믿음이 흔들릴 때다. 조금은 자신을 내려놓고 한 번 왔다가 흙으로 되돌아가는 존재라 여기면 걱정과 불안은 부질없는 일이다. 글쓰기가 생각을 바꾸고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기엔 제격이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과 진실되게 만나는 시간은 솔직하게 써 내려갈 수 있다. 불안이라는 코끼리로부터 벗어나 평정심을 되찾으려면 글에 담아서 봉인시키자.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로 자신을 불안이라는 감옥에 가둬 괴롭히지는 말자. 항상 마음이 무겁고 사는 게 힘들 때면 말로 못 할 감정을 글로 표현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엄습해오는 불안을 피해 갈 수 없다면 슬기롭게 이겨내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다. 우리가 모든 감정을 통제할 수는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억눌러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망가진 현대인들이 많다. 우리가 정답이라 믿어왔던 일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차츰 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게 되면서 정답만을 찾는 삶이 아닌 나답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우린 짧은 글쓰기만으로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젠 걱정 대신 글쓰기 루틴으로 가볍게 넘겨버리고 자존감을 살린다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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