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 발밑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한 곤충학자의 이야기
정부희 지음 / 동녘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레라는 단어보다 곤충이 한결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곤충을 사랑해서 곤충학자가 된 저자가 들려주는 곤충 이야기는 마흔 중반에 문과 출신이 곤충분류학이라는 학업에 도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시작을 하기 전부터 온갖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처음에는 벌레라고 해서 징그럽게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곤충들을 관찰하고 특징을 이해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한국의 곤충 수가 약 1만 8000종이라는데 개체수도 굉장히 많아 '계-문-강-목-과-속-종'의 분류 체계에 맞춰 계통과 족보를 정리하는데 분류학이 생물학의 중요한 기초 분야라고 한다. 저자가 여러 분야 중 분류학이 가장 관심을 끌었고 곤충들의 이름과 한살이 과정이 몹시 궁금했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 읽은 '파브르 곤충기'처럼 동네 주변으로 곤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징그럽기는 해도 눈앞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이 책은 해충이 아니라 곤충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 호기심 천국이 되어 마음 편히 읽었다. 저자가 뒤늦게 곤충 학도로서의 길을 걷는 과정을 보니 얼마나 곤충을 사랑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단순히 곤충에 대한 흥미만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대학원에 들어간 지 5년 만에 박사 학위를 따냈는데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록된 곤충 삽화와 자세히 관찰하며 쓴 이야기 덕분에 신비로운 곤충 세계에 빠져들며 읽었다. 알면 알수록 놀랍고 작은 어마어마한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숲에서 죽은 나무조차 곤충들이 서식하는 삶터라는 걸 몰랐다. 그냥 내버려 두면 죽은 나무를 주임으로 생태계는 알아서 잘 돌아간다니 놀랍다.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졌다고 치우는 건 살상이라니 새겨둘 말이다. 곤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일 수 있다. 생태계가 균형을 맞춘다는 건 최대한 자연 그대로 남겨둘 때가 아닌가 싶다. 대표적인 경우로 2020년 여름, 대벌레 때가 출몰해서 골머리를 앓자 지자체는 대벌레 퇴치 작전으로 몰살시켰지만 이후 천적이 없어진 러브버그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도시 생태계가 균형을 잃어 발생한 원인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몫이다. 읽을수록 곤충의 세계는 흥미롭고 생태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의 비밀지도 -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
마크 빅터 한센 지음, 정수란 옮김 / 레몬한스푼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년대를 풍미했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저자로 유명한 마크 빅터 한센이 쓴 부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재테크 비법이나 투자 노하우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그의 책들이 대개 그렇듯 부를 얻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을 바꿔야 하는지 교훈을 주는 성격이 강하다. 부에 관련한 크고 놀라운 비밀이 있다기보다 생각의 전환을 해보라는 책이다. 역시 쉽고 편하게 읽히며 실천적이다.


큰 것을 얻으려면 크게 생각하라며 돈은 네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1. 나의 일이다. 스스로를 뛰어넘어 리더십을 발휘하고, 봉사하고, 경영하며, 금융 자금을 조달하라.
2. 다른 사람의 일에서 돈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을 일하게 하라.

3. 돈이 일한다.

4. 아이디어가 일한다. 아이디어는 큰돈을 벌게 한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부를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은 사업과 투자라고 생각한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부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이유가 내가 쉬고 있는 동안에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중에 돈이 바닥나면 삶이 비참해진다. 최소한 돈 걱정 없이 살 만큼 부유해지고 싶은 건 다 같은 마음이 아닐까. 13가지 단계별 실행 전략으로 부자가 되기 위한 길로 나아가자.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매달 월급이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기 때문에 잘 인지하지 못하다가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어야 할 때 절실히 깨닫는다. 지금은 돈을 버는 경로가 다양해 졌고 도전해 볼 만한 일도 많다. 명확한 목적으로 크게 생각하려는 마음의 자세가 부를 이끄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돈을 좇기 보다 돈이 나를 찾아오게 한다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돈 버는 일에 무지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힘들게 일한 대가로 번 돈도 소중하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데 돈까지 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남이 가진 부를 부러워하기 보다 내 능력껏 일한 만큼 벌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들어가는 글 첫머리에 쓴 문장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무한한 부로 가득한 삶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번영을 누리는 삶에 당신을 초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 괜찮은 죽음 -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신경외과로서 삶과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본 깨달음을 엮어 펴낸 이 책은 각각 환자들이 걸린 종양과 질병에 관해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환자들을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보게 된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과 환자들마다 지닌 사연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매우 민감하게 뇌를 다뤄야 하는 신경외과의 손끝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갈린다. 의사로서 매일 환자들을 상대하며 어려운 수술을 해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의사로서의 높은 사명의식이 아니었다면 버텨내기 여간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영원한 것은 없으며 항상 건강을 잃고 난 후에야 일상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다. 질병에 걸려 병원에 오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건강관리를 못한 죄책감과 후회로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다. 송과체종, 동맥류, 혈관모세포종, 앙고르 아니미, 수막종, 맥락총유두종, 전두엽 백질 절제술, 뇌실막세포종, 아교모세포종, 경색, 신경 절단, 수모세포종, 뇌하수체선종, 축농, 무동무언증, 휴브리스, 광시증, 성상세포종, 티로신키나아제, 희소돌기아교세포종, 무감각통증 등 이름도 모를 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임종 부분에 나온 말처럼 "멋진 삶이었어. 우리는 할 일을 다했어."라고 마지막에 삶을 회고할 수 있을까? 괜찮은 죽음을 우린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


이 책은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는 명상록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죽음을 앞두고 성공과 실패가 무슨 의미가 있나? 잠시 멈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린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는 건데 왜 하루하루 죽어가는 삶을 사는 걸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매번 해보지만 정답은 구할 수 없었다. 진정한 자유로움은 건강을 스스로 지킨 후에야 찾아온다고 믿는다. 헨리 마시는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의사로서의 인간적인 고뇌와 환자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느끼게 한다.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을 다루고 있지만 가독성이 높은 책이다. 오늘을 건강하게 살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왜 부동산 사기꾼에 당할 수밖에 없는가?
김하진 지음 / 밝은강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가 분양형 호텔을 분양받은 시기를 보니 2015년이라고 한다. 호텔 분양 투자로 평생 월세를 받을 수 있다며 서평을 썼던 시기와 일치해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유튜브 검색창에 '호텔 분양 사기'로 검색하면 투자 피해를 입었다는 동영상이 수두룩하게 뜬다. 이 책은 호텔 분양 사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분투기이자 누구도 부동산 사기의 덫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피해자가 사기당했음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예전에 전국을 들끓게 한 기획 부동산 사기처럼 수법은 교묘하다. 미리 시나리오에 따라 상대방이 조바심을 내 계약서에 도장 찍기까지 온갖 달콤한 말로 현혹시킨다. 마치 지금 때를 놓치면 영영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처럼 말이다.


사기가 막대한 피해를 주는 이유는 물질적, 정신적 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피해자 처벌보다도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사기를 근절하려면 처벌 강화와 공소시효 폐지, 징벌적 손해 배상 등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은 여전히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피해 당사자 아닌데도 답답한 이유는 나도 모르게 피해 당사자가 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은 부록 1~3인 듯싶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예방이 최선이다.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구멍에 빠졌다고 생각될 때 드리는 조언, 해법이 필요한 문제 사항 정리, 부동산에서 사기에 걸리지 않기 위한 12계명 등 공부해두지 않으면 속절없이 걸려들 수밖에 없나 보다.


1. 공부하라
2. 남의 말을 믿기 전에 팩트로 검증하라

3. 절대 자만하지 말라

4. 미디어는 특히 조심하라

5. 좁은 길을 선택하라

6. 선수들의 존재를 인식하라

7. 시간과 싸우지 마라

8. 소탐대실을 잊지 말라

9. 운의 사이클을 주시하라

10. 나이 먹음을 대비하라

11. 두려움과 도전 사이의 밸런스를 찾으라


누구나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무서운 세상이다. 이들이 한몫 크게 잡으려고 투자했던 것도 아니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니 하나의 투자처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동안 힘들게 모은 종잣돈으로 과감하게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사기는 나라도 구제 못한다고 당한 사람만 억울할 뿐이다. 사기꾼들은 직접 판을 깔아둔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법망을 빠져나갈 준비를 해둔다. 사기꾼들의 수법을 미리 공부하고 증거자료가 될 모든 서류를 확보한다. 피해자들의 절절한 절규가 책 곳곳에서 느껴져서 마음이 무겁지만 이렇게 책으로 엮은 이유는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 소설보다 뮤지컬의 명성이 워낙 높은 작품이다. 41개국의 183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무려 1억 4,500만명이 관람한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이라 원작 소설이 존재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오페라 극장 안에서 실제로 유령을 목격했다는 제보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무대 장치 감독인 조제프 뷔케가 지하 3층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면서 관원들의 공포심은 극에 달한다. 유령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불길한 소식은 빠르게 오페라 극장가에 퍼져나간다.


추리소설로써 긴박감, 속도감, 치밀한 구성, 빠른 전개로 굉장한 몰입감을 준다. 고전작품 특유의 인간군상의 감정을 잘 짚어내줘서 그 유령이 누군인지 실체를 밝혀내는 과정도 무척 흥미롭다. 항상 2층 관람석에서 오페라를 관람하고, 크리스틴 다에가 주인공 역을 맡기라 요구하며, 좌석 안내원인 지리 부인을 통해 매달 수당과 계약서를 받겠다며 통보하는 등 일종의 협박 편지를 극장 측에 전달한다. 11장 남자의 목소리에서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라울은 약혼녀인 크리스틴 다에를 에릭으로부터 지켜내려고 한다.


13장 아폴론의 칠현금에서 크리스틴은 가까이에서 그 에릭이라는 남자를 보며 끔찍한 기분이 든다. 그가 자신의 방을 보여줄 때도 방 안의 모습을 보며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크리스틴이 묘사한 에릭의 얼굴은 흉측한 악마와 닮았다. 에릭은 왜 크리스틴에게 집착하는 걸까? 이후엔 라울, 크리스틴, 에릭 간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급기야 실종된 크리스틴을 찾기 위해 경찰서장이 수사에 들어간다. 괴물로 변한 에릭과 이들은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쥘 만큼 긴박하게 사건이 펼쳐진다.


부모와 가족 뿐만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인 에릭은 증오심만 남아버린 괴물이기만 했을까? 사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했을 뿐인데 오페라 극장에서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을 만나게 된다. 순수하고 순결했던 크리스틴 다에에게 빠져들었고 가면에 자신을 감춘 채 감미로운 목소리로 매료시키며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결국 증오심만 가득했던 기구한 운명의 남자가 치유받은 건 조건없는 사랑이었을까? 난생 처음 행복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놀랍게도 그 모든 일들이 납치 후 벌어진 일이었고 결혼 승낙을 받아 잠깐의 행복을 얻었지만 상처와 분노로 얼룩졌던 마음을 치유받은 에릭은 도로 결혼 반지를 돌려주고 자작과 함께 풀어주는 것으로 끝낸다. '미녀와 야수'가 생각나는데 순수한 사랑만이 괴물로 변한 남자라도 마음을 돌리고 치유받는다는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겉모습에 집착하는 우리도 라울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그 모든 걸 뛰어넘고 에릭을 받아준 크리스틴은 천사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속마음을 알기까지 넘어야 할 마음의 장벽은 얼마나 두터운가.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