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적 사명은 무명씨들을 부당한 현실과 맞서 싸우는 투사로 이름을 남기게 했다. 격동의 시기,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는 성별, 나이, 신분, 직업과는 무관하게 옳다고 여기는 일을 행동으로 옮겼다. 다른 역사 책에선 언급되지 않은 근현대사의 인물들을 마주하며 분연히 일어선 용기와 깨어있음에 놀라곤 한다. 분명 이들은 역사의 현장에 있었고,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투철했던 분들이다. 이들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들은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최초라는 무게감은 남들이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때 앞장서서 나아간 이들이기에 남다르게 다가온다. '시기 상조'라는 반대에 맞서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가 된 이태영의 이야기는 그래서 본받을만한 점이 많다.


세상은 기득 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쥔 채로 쥐락펴락하기 때문에 일개 노동자가 대항하여 목소리를 내 싸운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들어줄 것 갖지 않은 암담한 현실은 길 위에 전사로 비취게 바꿔놓았다. 읽으면서 각 인물들의 삶과 사연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민초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을 때는 뿌리째 뽑히는 약한 존재지만 함께 연대하여 뭉치면 잡초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뿌리내린다는 사실을 이젠 안다. 누가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생고생을 하겠는가?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하고, 인간적인 대우와 공평한 처우를 받았다면 불행한 일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점점 빠르게 모든 것이 변해가는 세상에서 차별은 사라지고 공정은 지켜질 수 있을까?


모르던 인물을 알게 해줘서 감사한 마음이 드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에 수록된 25명 외에도 어디선가 이름 없이 소명을 다하고 삶을 마감한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는 옛 선조들의 희생으로 얻어낸 빚인 셈이다. 가부장제가 남아있던 일제강점기에 여성들은 오히려 더 강인하게 최고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자신의 희생으로 다른 이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면 명예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겠다는 정신이 지금의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었다. 근현대사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보다 숭고한 뜻을 기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주변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세상을 떠난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이어령 선생님이 남긴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세 번째로 <너 어떻게 살래>라는 제목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인간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뤘다. 책은 두껍고 다양한 주제를 다뤘지만 꼬부랑 열두 고개의 꼬부랑길을 지나는 길은 가벼웠다. 왜냐하면 짧게 짧게 끊어서 빠르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요즘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최첨단 과학 기술은 우리 일상 가까이에 이미 와 있다. 이를 지적 영역으로 끌고 와 인문학을 가미해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탁월한 필력에 감탄한다. 가독성이 워낙 좋은 데다 짧은 글귀에 망치를 맞은 듯 생각할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그 시작은 '왜'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우린 제대로 가는 것이 맞냐며.


한때는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들이 넘쳐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모든 영역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기계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이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너 어떻게 살래"라고 물었을 때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어차피 일어날 일들이다. 메타버스, NFT, XR 등 디지털 세계에선 뭐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공지능 세계에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 컴퓨터와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우리나라 컴퓨터 산업이 성장의 발판이 될 필수 기술이다. 이 책은 읽으면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발전하고 우리의 삶도 빠르게 변해간다.


적지 않은 고령인데도 이런 세상의 변화를 꿰뚫어보고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는 사실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사람의 두뇌를 능가하는 정보 수집과 데이터 분석에 따른 최적의 수를 놓는 알파고에 우린 열광했다. 좋든 싫든 하루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의 흐름을 알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인 이야기이면서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앞으로 출간될 '한국인 이야기' 다음 책이 기대가 된다. 그때는 어떤 주제를 담았을지 궁금해진다. 역시 최후의 저작답게 한국인과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아 시리즈 전부 읽어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친절한 포르투갈 순례길 안내서
김선희 지음 / 까미노랩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산티아고 순례길만큼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리스보아에서 출발해 파티마를 거쳐 종착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걷는 포르투갈 순례길은 660㎞를 걸어야 하는 긴 여정이다. 보통 순례길을 떠올릴 때 뙤약볕 아래 끝없는 지평선을 걷는 고행길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포르투갈 순례길 코스 안에 도시를 가로질러 가거나 교외로 벗어나면 목가적인 풍경과 마주한다. 예기치 않게 변하는 날씨와 아름다운 대자연과 마주할 때면 잠시 고된 행군도 잊게 만든다. 저자는 29일 일정으로 리스보아에서 시작하는 파티마 길과 센트럴 루트 I, II 코스를 완주했다. 책을 읽다가 QR코드로 이동하면 까미노랩에서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어 생생한 현지 분위기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영상 때문에라도 포르투갈 순례길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오를지도 모른다. 또한 저자가 우연히 순례길에 만난 G 할머니 제안에 벤피카 교구 성당 소속 일행과 함께 파티마 길을 걸으면서 본 로컬들은 친절하고 온정이 넘쳐흘러 보였다. 낯선 사람에게도 선뜻 호의를 베풀 줄 알며 저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연락을 취하는 모습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다시 연락이 닿아 데리러 온 역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인사가 "밥은 먹었어?"라니. 배낭 안에는 3개월 치 유로화와 여권 등이 다 들어있었는데 말이다. 순례길의 기적은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지 낯선 땅에서 긴 순례길 여정도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각 일정마다 시간별로 겪었던 일들을 적어서 더욱 생생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왜 순례길을 걷는지 그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굳이 이유를 찾으려 들지 않아도 그들은 도로를 걷는 지금 행복하다는 거다. 하루 일정은 매우 단순한 루틴에 따라 흘러간다. 생각을 비우고 걱정거리를 내려놓으니 처음 만난 낯선 사람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순례길은 이제 가톨릭 신도들만 걷지 않는다. 전 세계 사람들이 평생 한 번쯤은 걸어봐야 할 도전이라 여긴다. 영상을 보니 하나의 목표를 위해 걷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국적과 나이, 성별은 제각각이지만 순례길 위에선 모두가 평등했으며, 포르투갈 순례길도 걸어볼 만한 여정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 - 안전거리와 디테일이 행복한 삶의 열쇠다
장샤오헝 지음, 정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을 갓 졸업한 후 짧은 인턴 생활이 생각난다. 아르바이트 경험도 없었고 아직 군대를 가기 전이라 사회생활을 전혀 몰랐다. 어느 날 저녁, 원장님과 담당 선생님이 함께 어느 식당에서 식사 자리가 마련되었다. 원장님이 슬며시 휴가 얘기를 꺼냈는데 담당 선생님에게 되물어보지 않고 내 멋대로 답한 이후 어색해져서 남은 인턴 기간 동안 겉돌았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모든 것이 서툴렀던 시기였다. 사회 초년생이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적어도 실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부분 사회생활이든 직장 생활은 인간관계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한마디나 행동이 그 사람의 모든 인상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뭐든 선을 잘 지키고 무던해야 오래갈 수 있다.


선을 넘기 시작하면 웬만큼 실력이 뛰어나지 않는 한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결국 나쁜 평판을 듣고 동료와의 사이가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가끔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말투 하나에도 조심스러워해야 한다. 딱 적당히 거리를 두고 내 할 일은 확실하게 끝내는 게 제일이다. 특히 인사를 주고받는 기본부터 지나친 사생활 캐기는 삼가는 게 좋다. 예의범절 교육은 가정에서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 경험을 쌓고 나면 저절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면 좋은지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중도 선이 어디까지인지 알아챌 수 있다. 그걸 지키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스트레스받고 힘든 것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협업하며 일한다는 게 보통 대단한 작업이 아니다. 서로 발맞춰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모으는 작업에서 자기도 모르게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선을 넘어버리면 그땐 갈 때까지 간 것이다. 둘 중 하나는 퇴사를 해야 할 만큼 격해진 감정은 조직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이다. 대개 선이란 개인이 감당할 만큼의 영역을 뜻한다. 상사에겐 체면을 세워주거나 아래 직원이 잘 따라올 수 있게 관리하는 일 모두 선을 지키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듣기에 따라 어려운 듯 보이지만 사실 기본적인 도덕관념에서 보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이 책에 적힌 방법을 실천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집·땅·사람 이야기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쓴 임형남·노은주 두 건축가 부부를 알게 된 건 EBS에서 방영 중인 <건축탐구 - 집>이었다. 집을 지은 분과 정감있게 오가는 대화를 들으면서 '나도 저런 곳에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제야 행복을 찾은 사람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집을 소개하는 그들을 보며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좋은 집은 주인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듯 가꾸는 만큼 점점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된다. 많은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닌데 돈을 좇으며 살아온 것도 아닌데 도시에서의 삶은 스트레스와 극심한 피로감을 주는 일상이었다. 오랫동안 공들여 설계한 집을 내 손으로 완성했을 때 세상에 정복되지 않은 진정한 왕국을 건설한 기분일 것이다. 앞으로 쭉 살아갈 내 집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싶을 테다.


출간 20주년 기념판으로 개정되어 나온 이 책은 이야기가 쌓인 만큼 '제1장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을 추가하였다. 단순히 집을 의뢰받아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땅과 사람이 꿈을 꾸는 공간을 만드는 일인 것이다. 건축가로서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생각이다. 수많은 의뢰인과 집을 설계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외로운 기분이 엄습할 때면 그건 집이 마냥 편안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사람답게 사는 집을 모두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보며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쳇바퀴처럼 일상을 반복하다 세월을 다 보내긴 싫었다. 우리에겐 집은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방송에서 보던 것 그대로 담백하게 써 내려가는 글이 좋았다. 그들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갈 사람들의 꿈을 이뤄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인생도 나무처럼 욕심을 비우고 자연에 순응하며 산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번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해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나름 꿈을 이루며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편안했다. 어떤 역할이 주어져서 무엇이 되어야 한다거나 성공과 실패 사이에 끼워 맞추고 싶지 않다. 흙에서 자라 흙으로 돌아갈 우리, 나를 닮은 소박한 집 한 채 지어놓고 자연이 흘러가는 대로 욕심내지 않고 내 걸음에 폭에 맞춰 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제부터인가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거의 잊힌 그 기억이 다시 되살아난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