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다시 읽기 -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
안병억 지음 / 열대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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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에 열광하는 팬들이라면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라는 부재를 단 이 책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는 거의 실존 인물처럼 그가 거주했던 베이커가 221b 2층 집은 현재 셜록 홈즈 박물관이 되었으며 실제 세계 각지에서 편지를 보내온다고 한다. 1887년 주홍색 연구를 시작으로 장편소설 4편과 단편소설 56편으로 구성된 홈즈의 '경전'을 컨설팅 탐정, 과학수사, 천재성, 더시티, 정의, 신여성, 옥스브리지, 네트워크, 제국주의, 전쟁, 영국과 미국, 심령주의라는 키워드로 우리가 잘 몰랐던 홈즈와 아서 코난 도일에 대해 알아본다. 셜록 홈즈에 대한 이미지는 최초의 컨설팅 탐정이자 작은 단서까지 놓치지 않는 철저한 과학수사로 증거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쓰였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후 추리소설의 방식과 경찰의 수사기법에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단순히 감이나 촉을 믿고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신문에 실린 주요 사건을 모두 발췌해서 기억에 저장시킨다. 요즘으로 치면 컴퓨터 DB에 빅데이터를 만든 것과 같다는 얘기다. 그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진범을 잡아낼 때의 쾌감은 다른 추리소설보다 짜릿했다. 그래서 한때는 영원한 미제 사건을 셜록 홈즈가 맡아 해결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셜록 홈즈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던 배경엔 1880년 런던은 1년에 23,920건의 중범죄가 발생했지만 계속된 경찰의 부실 수사와 부정부패 추문 등 무능한 이미지가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셜록 홈즈는 사람들이 어벤저스를 찾듯 사회를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지켜낼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셜록 홈즈가 활약하면 할수록 경찰의 무능함은 크게 부각될 뿐이다. 그의 영원한 라이벌인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도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 요소 중 하나였다. 당시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마지막 사건'에서 모리아티 교수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대결을 벌이다 폭포에 떨어져 사망했는데 홈즈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2만 명 이상의 <스트랜드> 독자들이 잡지 구독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소설의 명성과는 별개로 아서 코난 도일이 심령주의에 심취했다는 건 얼마나 모순이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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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 - 환경을 생각하는 당신이 들어보지 못한 기후과학 이야기
스티븐 E. 쿠닌 지음, 박설영 옮김, 박석순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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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기후변화가 심해져서 지구촌 곳곳은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유럽과 미국은 폭염으로 산불은 물론 열사병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다.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영국조차 40도에 이르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쓰나미, 엘니뇨, 해수면 온도 상승 등 언론에서는 연일 심각한 기후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기후 붕괴까지 갈 수 있다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기후 위기는 일부의 주장이며 과학적 근거가 극히 빈약하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요즘처럼 폭염으로 기승을 부리는 시기엔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재앙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사실 기후변화는 일반인이 아닌 과학자의 영역이기 때문에 언론 발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후과학의 현주소는 어디쯤에 있는 걸까? 기후과학과 관련 있는 언론, 정치인, 과학 기관, 과학자, 활동가들과 비정부기구, 대중 등 저마다의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데 저자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이것이다. "개인, 조직할 것 없이 과학계의 대다수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기후 위기론을 설득하기 위해 과학을 명백하게 잘못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그러니까 명백한 사실에 근거해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면 될 것을 기후 위기론을 부각시키기 위해 과학을 빙자한 잘못된 방식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얘기다.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거나 기본적인 상식처럼 여기던 기후와 관련된 사실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어쩌면 불확실한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인간에게 주는 영향을 꾸준히 감소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도록 국가 간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위험 신호는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1. 과학자를 '부정론자'나 '위기론자'와 같은 경멸적인 호칭으로 부르는 것은 정치 또는 선동 행위와 관련되어 있다
2. 과학자들 사이에 '97%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호소도 위험 신호다.

3. 기상과 기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위험 신호다.

4. 숫자를 누락시키는 것은 위험 신호다.

5. 전후 상황 설명도 없이 엄청난 숫자를 들먹이는 것도 흔한 전략이다.

6. 기후과학에 대한 비전문적 논의에서는 실제(관측된) 기후와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서 기후모델로) 예측한 기후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부터 기후 위기가 정치 이슈로 변질되고 있기는 하다. 위기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었거나 다른 이슈 때문인지 몰라도 이젠 과학계가 답을 내놓을 때가 되었다. 이 책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거짓말로 속인 증거들을 밝혀내고 있다. 현재 기후과학의 현주소를 밝혀주는 책으로 흥미롭게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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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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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려놓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완벽주의 성향도 분명 한몫을 했으리라.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행복과는 멀어지고 끝내 번아웃이 찾아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짐을 내가 지고 갈 이유가 없는데도 끝끝내 붙잡으며 일에 매달려 가느라 마음은 쉽게 지쳐만 갔다. 우리 주변에도 성실하고 자신에게 더 엄격한 사람들이 많다. 근데 워낙 성실하다 보니 좀처럼 마음의 여유도 없고 막중한 책임감에 짓눌리느라 삶이 고달프다.


이젠 어느 회사 소속의 직함도 가지지 않은 채 직장 생활을 돌이켜보니 결국 나를 힘들게 괴롭혔던 것 같다. 일도 느슨하고 여유롭게 편안한 상태에서 해도 될 일을 성실하기만 하면 인정받을 줄 알았다. 다 내려놓으니 이렇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데 일 중독자처럼 생각이 회사 안에 갇혀있어서 주변을 돌보지 못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부담을 다른 사람에게 덜어놓으면 즐거울 수 있는 일인데 혼자서 왜 험하고 힘든 길을 굳이 가려고 했을까?


어쩌면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건 멍청하고 미련한 짓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성실이 미덕으로 남지 않고 다 같이 행복하게 일하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말은 스스로 힘들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고 바쁘게 살아야 좋은 줄로 알았지만 이젠 내 행복이 우선이다. 그 누구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기에 과로하지 않도록 일의 강도를 조절해가며 쉴 때는 쉴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문제는 나를 내려놓고 기준을 낮춰 덜 엄격해지자는 것이다. 일도 좋지만 행복감을 잃어버리는 순간 의미도 퇴색해버린다. 내 몸이 망가지도록 일하는 게 과연 누굴 위한 것인가? 무리하지 않게 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프고 나면 나만 더 힘들 뿐이다. 내가 좋아지려면 내게 잘해줘야 한다. 숨 막히게 자신을 한계치까지 내몬 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제 그만 괴롭혀도 된다. 회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며 한 박자 늦게 쉬어가도 좋다. 이 책은 일에 빠져 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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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 속 세계사 - 129통의 매혹적인 편지로 엿보는 역사의 이면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최안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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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배우다보면 정사보다 야사가 훨씬 재미있을 때가 많다. 정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역사적 인물의 사생활을 은밀히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모습과 고스란히 감정이 드러난 글에서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129통의 편지는 역사의 중요한 장면이 되었다. 독재자 또는 정복자더라도 사랑하는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 무엇보다 달콤할 수가 없다. 편지지 위에 쓸 때는 진실된 글을 남기기마련이다. 지금이야 편지나 우편을 쓸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몇 일에서 몇 주씩 걸리던 그 당시엔 각별한 의미를 지닌 소통 창구였다. 책에 수록된 편지를 읽으면서 우리가 모르던 역사의 이면을 보는 것만 같다. 유일한 통신 수단으로써 역사적 인물이 남긴 편지를 모아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편지의 성격에 따라 사랑, 가족, 창조, 용기, 발견, 여행, 전쟁, 피, 파괴, 재앙, 우정, 어리석음, 품위, 해방, 운명, 권력, 몰락, 작별 등으로 분류하였다. 기원전 1370년경 카다슈만엔릴이 아멘호테프 3세에게 보낸 편지부터 2018년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까지 볼 수 있었다. 공산주의 동맹 관계에 있었던 소비에트연방과 유고슬라이아 관계가 틀어졌을 때 스탈린은 5명이나 암살자를 보내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요시프 브로즈 티토 대통령이 보낸 짧은 편지 한 통에 더 이상 암살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일화가 놀라웠다. 아주 손이 빠른 한 명을 보낼 것이며, 다음 사람을 보낼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통쾌하게 느껴졌다. 대단한 배짱이다.


유명 인사들이 보낸 편지를 읽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글을 쓴 당사자의 성격이 보이는 것 같다. 의외의 편지도 있었다. 평화주의자인 간디가 독재자 히틀러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라며 서신을 보낸 것이다. 어느 부분은 편지 한 통으로 역사를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만큼 편지가 가진 비중이나 무게감이 컸다는 얘기일 것이다. 편지엔 그간의 사정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겨있기 때문에 큰 신뢰성을 담보한다. 아마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편지가 가진 위력을 실감할지도 모른다. 개인의 운명부터 한 국가의 운명까지 뒤바꿀 수 있는 편지와 함께 역사를 알아간다면 분명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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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프로세스
칼 애스펠룬드 지음, 한정현 옮김 / CIR(씨아이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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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느끼지만 이론과 실무 사이에 괴리감이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 말은 이론대로 정석처럼 진행되지 않고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디자인 프로세스가 영감, 판별, 콘셉트 구성, 검토/개선, 확정/모델링, 소통, 생산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은 일정과 구성 인원에 따라 빠르고 빠듯하게 진행된다. 그러니까 한가하게(?) 어느 한 단계만 붙잡고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경력이 쌓이면 영감, 판별, 콘셉트 구성은 한 묶음으로 끝내고 이후 검토/개선을 거친 후 생산에 들어간다. 소통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진행되며 확정/모델링을 거친다. 이 책은 제품 디자인 위주로 설명되어 있는데 기본적인 절차가 어떻게 흘러간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실무에서 디자이너가 대우받기 어려운 환경이며, 웹디자이너의 경우 대개 퍼블리싱까지 도맡아 작업하는 경우가 흔하다.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로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길 기대하는데 사실 영감과 판별의 경우 평소에 되도록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소스를 보고 차곡차곡 라이브러리에 저장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빅데이터를 모으듯 자신의 분야에 맞는 디자인 중 잘 된 것만 추려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유추해 보며 왜 좋은 디자인인지 분석하는 능력이 실무에 도움을 준다. 콘셉트 구성 시 탄력을 받으며 평소에 쌓아둔 라이브러리가 위력을 발휘한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디자이너에겐 가혹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최대한 경험치를 올려서 디자인 퀄리티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디자인 프로세스를 거치는 이유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요구 조건에 맞춰 성공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 위함이다. 돈을 대가로 작업하는 디자인은 상업적일 수밖에 없으며, 클라이언트의 컨펌을 받는데 초점을 맞춘다. 아직도 디자인은 어려운 것 같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여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게 아니다. 디자인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할수록 자신의 한계를 여과 없이 드러내기 좋은 직업이 디자이너다. 결과물에서 자신의 실력이 들통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력 감별에서 정직한 영역이다. 내 바람이 있다면 디자이너의 근무환경에 개선되고 더 나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책에 나와 있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전문성을 높이고 디자인 퀄리티가 높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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