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하인후 옮김,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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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군주론>을 쓴 마키아밸리인데 이 책은 그가 남긴 최후의 저작인 <피렌체사>를 길잡이 삼아 쓴 책이다. 책의 구성은 1~2부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1부 평민의 시대는 1216년에서 1434년까지, 2부 메디치 가문의 시대는 1434년에서 1525년으로 피렌체의 방대한 역사를 인문학자가 마키아밸리의 시선을 빌려 썼다. 고품질의 사진과 삽화를 수록하여 책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피렌체 역사서로 알고 읽었지만 생소한 부분도 많아서 다소 애를 먹어야 했다.


1216년 베키오 다리에서 베아트리체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건너던 부온델몬테가 황제파 일당에서 공격을 받아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한다. 이후 부온델몬티 가문과 우베르티 가문 사이에 긴 반목 끝에 1239년 부온델몬티 가문이 우베르티 가문을 몰살시키면서 결국 종식된다. 현재 흰색 바탕에 붉은색 백합을 그려넣은 피렌체 휘장도 1250년에 채택된다. 연표만 보더라도 수많은 가문의 반란과 통치, 전쟁 등이 얽혀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책을 보면 비중은 메디치 가문의 시대가 훨씬 높은데 피렌체가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한 중요한 가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예술가를 후원함으로써 훌륭한 건축물과 명화를 남길 수 있었다.


메디치 가문의 역사만 잘 이해해도 대부분 피렌체라는 도시를 아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마키아밸리의 <피렌체사>에서 많은 참조하였기에 그가 피렌체 역사를 정리하는 의도를 알 필요가 있다.


"지배하려는 귀족의 욕망과 복종을 거부하는 평민의 저항에서 비롯되는 귀족과 평민 간의 심각하지만 자연스러운 적의가, 공화국에 창궐하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왜냐하면 공화국을 뒤흔드는 다른 모든 것이, 대립하는 이 두 기질에서 그 자양분을 얻기 때문이다."


지배하려는 자와 지배 당하지 않으려는 자의 투쟁이지만 지배하려는 자는 방법을 몰랐고, 지배 당하지 않으려는 자는 자유를 지키는 방법을 몰랐다. 두 계급 사이의 얽힌 이해충돌은 현재도 유효하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계층 간의 갈등, 갑을관계, 경제 양극화 등 언제든지 집단 사이에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피렌체의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저자가 정리한 것처럼 "지배하려는 자는 위엄을 지켜야 하고, 지배 받지 않으려는 자는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한 사회에 존재하는 미덕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아마도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서로 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되어야 반목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피렌체는 단테, 미켈란젤로, 마키아밸리 등 3대 천재를 낳은 곳이자 메디치 가문의 영향력이 강했던 도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매력적인 붉은 백합의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방대한 <피렌체사>를 함축적으로 썼기 때문에 기본적인 역사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서양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파고들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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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같은 걱정 한입씩 먹어치우자 - 인생의 단계마다 찾아오는 불안한 마음 분석과 감정 치유법
장신웨 지음, 고보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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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불안이 물밀듯 밀려올 때면 글쓰기로 마음을 다잡으며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선 저자처럼 '스스로 하는 글쓰기 연습'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내보자.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어봤지만 지나친 걱정과 불안은 오히려 정신건강을 해칠 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안이 더 큰 불안을 키운다고 문제 해결과 상황을 모면하는데 훼방만 놓을 뿐이다. 하루 5~10분 정도 주제가 무엇이 됐든 상관 말고 글쓰기 루틴을 실천하다 보면 자신에게 관대해질 것이다. 글이 곧 생각을 지배한다고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면을 찾게 되면서 인생을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매일 글쓰기를 함으로써 글쓰기, 내용, 내면의 변화가 찾아와 한층 성장시킬 수 있다.


사실 우릴 가장 불안하게 하는 건 경제적 궁핍과 사기, 죽음도 있지만 알 수 없는 미래가 계획대로 흘러가리란 굳은 믿음이 흔들릴 때다. 조금은 자신을 내려놓고 한 번 왔다가 흙으로 되돌아가는 존재라 여기면 걱정과 불안은 부질없는 일이다. 글쓰기가 생각을 바꾸고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기엔 제격이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과 진실되게 만나는 시간은 솔직하게 써 내려갈 수 있다. 불안이라는 코끼리로부터 벗어나 평정심을 되찾으려면 글에 담아서 봉인시키자.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로 자신을 불안이라는 감옥에 가둬 괴롭히지는 말자. 항상 마음이 무겁고 사는 게 힘들 때면 말로 못 할 감정을 글로 표현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엄습해오는 불안을 피해 갈 수 없다면 슬기롭게 이겨내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다. 우리가 모든 감정을 통제할 수는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억눌러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망가진 현대인들이 많다. 우리가 정답이라 믿어왔던 일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차츰 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게 되면서 정답만을 찾는 삶이 아닌 나답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우린 짧은 글쓰기만으로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젠 걱정 대신 글쓰기 루틴으로 가볍게 넘겨버리고 자존감을 살린다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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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 발밑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한 곤충학자의 이야기
정부희 지음 / 동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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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라는 단어보다 곤충이 한결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곤충을 사랑해서 곤충학자가 된 저자가 들려주는 곤충 이야기는 마흔 중반에 문과 출신이 곤충분류학이라는 학업에 도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시작을 하기 전부터 온갖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처음에는 벌레라고 해서 징그럽게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곤충들을 관찰하고 특징을 이해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한국의 곤충 수가 약 1만 8000종이라는데 개체수도 굉장히 많아 '계-문-강-목-과-속-종'의 분류 체계에 맞춰 계통과 족보를 정리하는데 분류학이 생물학의 중요한 기초 분야라고 한다. 저자가 여러 분야 중 분류학이 가장 관심을 끌었고 곤충들의 이름과 한살이 과정이 몹시 궁금했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 읽은 '파브르 곤충기'처럼 동네 주변으로 곤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징그럽기는 해도 눈앞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이 책은 해충이 아니라 곤충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 호기심 천국이 되어 마음 편히 읽었다. 저자가 뒤늦게 곤충 학도로서의 길을 걷는 과정을 보니 얼마나 곤충을 사랑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단순히 곤충에 대한 흥미만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대학원에 들어간 지 5년 만에 박사 학위를 따냈는데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록된 곤충 삽화와 자세히 관찰하며 쓴 이야기 덕분에 신비로운 곤충 세계에 빠져들며 읽었다. 알면 알수록 놀랍고 작은 어마어마한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숲에서 죽은 나무조차 곤충들이 서식하는 삶터라는 걸 몰랐다. 그냥 내버려 두면 죽은 나무를 주임으로 생태계는 알아서 잘 돌아간다니 놀랍다.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졌다고 치우는 건 살상이라니 새겨둘 말이다. 곤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일 수 있다. 생태계가 균형을 맞춘다는 건 최대한 자연 그대로 남겨둘 때가 아닌가 싶다. 대표적인 경우로 2020년 여름, 대벌레 때가 출몰해서 골머리를 앓자 지자체는 대벌레 퇴치 작전으로 몰살시켰지만 이후 천적이 없어진 러브버그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도시 생태계가 균형을 잃어 발생한 원인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몫이다. 읽을수록 곤충의 세계는 흥미롭고 생태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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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비밀지도 -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
마크 빅터 한센 지음, 정수란 옮김 / 레몬한스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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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를 풍미했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저자로 유명한 마크 빅터 한센이 쓴 부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재테크 비법이나 투자 노하우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그의 책들이 대개 그렇듯 부를 얻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을 바꿔야 하는지 교훈을 주는 성격이 강하다. 부에 관련한 크고 놀라운 비밀이 있다기보다 생각의 전환을 해보라는 책이다. 역시 쉽고 편하게 읽히며 실천적이다.


큰 것을 얻으려면 크게 생각하라며 돈은 네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1. 나의 일이다. 스스로를 뛰어넘어 리더십을 발휘하고, 봉사하고, 경영하며, 금융 자금을 조달하라.
2. 다른 사람의 일에서 돈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을 일하게 하라.

3. 돈이 일한다.

4. 아이디어가 일한다. 아이디어는 큰돈을 벌게 한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부를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은 사업과 투자라고 생각한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부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이유가 내가 쉬고 있는 동안에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중에 돈이 바닥나면 삶이 비참해진다. 최소한 돈 걱정 없이 살 만큼 부유해지고 싶은 건 다 같은 마음이 아닐까. 13가지 단계별 실행 전략으로 부자가 되기 위한 길로 나아가자.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매달 월급이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기 때문에 잘 인지하지 못하다가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어야 할 때 절실히 깨닫는다. 지금은 돈을 버는 경로가 다양해 졌고 도전해 볼 만한 일도 많다. 명확한 목적으로 크게 생각하려는 마음의 자세가 부를 이끄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돈을 좇기 보다 돈이 나를 찾아오게 한다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돈 버는 일에 무지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힘들게 일한 대가로 번 돈도 소중하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데 돈까지 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남이 가진 부를 부러워하기 보다 내 능력껏 일한 만큼 벌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들어가는 글 첫머리에 쓴 문장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무한한 부로 가득한 삶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번영을 누리는 삶에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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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죽음 -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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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로서 삶과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본 깨달음을 엮어 펴낸 이 책은 각각 환자들이 걸린 종양과 질병에 관해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환자들을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보게 된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과 환자들마다 지닌 사연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매우 민감하게 뇌를 다뤄야 하는 신경외과의 손끝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갈린다. 의사로서 매일 환자들을 상대하며 어려운 수술을 해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의사로서의 높은 사명의식이 아니었다면 버텨내기 여간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영원한 것은 없으며 항상 건강을 잃고 난 후에야 일상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다. 질병에 걸려 병원에 오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건강관리를 못한 죄책감과 후회로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다. 송과체종, 동맥류, 혈관모세포종, 앙고르 아니미, 수막종, 맥락총유두종, 전두엽 백질 절제술, 뇌실막세포종, 아교모세포종, 경색, 신경 절단, 수모세포종, 뇌하수체선종, 축농, 무동무언증, 휴브리스, 광시증, 성상세포종, 티로신키나아제, 희소돌기아교세포종, 무감각통증 등 이름도 모를 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임종 부분에 나온 말처럼 "멋진 삶이었어. 우리는 할 일을 다했어."라고 마지막에 삶을 회고할 수 있을까? 괜찮은 죽음을 우린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


이 책은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는 명상록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죽음을 앞두고 성공과 실패가 무슨 의미가 있나? 잠시 멈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린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는 건데 왜 하루하루 죽어가는 삶을 사는 걸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매번 해보지만 정답은 구할 수 없었다. 진정한 자유로움은 건강을 스스로 지킨 후에야 찾아온다고 믿는다. 헨리 마시는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의사로서의 인간적인 고뇌와 환자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느끼게 한다.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을 다루고 있지만 가독성이 높은 책이다. 오늘을 건강하게 살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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