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과 의사인 에릭 패리시는 다른 누구로부터 원한을 살만한 일을 한 적도 없거니와 오히려 환자들을 잘 보살피고 딸에게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모든 시작은 예기치 못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마 누구도 사건이 그렇게 전개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티크너 부인을 진료하던 중 홀로 남을 맥스 자보우스키라는 손자를 위해 상담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딸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며 어느 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던 에릭에게 어느 날 맥스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게 되는데 흥미로운 건 소시오패스 시점에서 독백처럼 내뱉는 부분이 등장한다. 심리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전개상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시오패스는 표적으로 삼은 자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여기서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자로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미 에릭과 맥스의 대결구도가 그려지고 점점 베일에 가려져 있던 맥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에릭은 "그 애를 맡았으니 내 책임이지"라며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 선의로 티크너 부인에게 맥스를 보살피겠다고 한 건가. 에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맥스는 폭파범이 되어 나타났고 갈수록 심리적인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 갑자기 어조를 바꿔 대답할 때는 등골이 서늘해져 왔다.


이 책은 무려 656페이지에 달하는 스릴러 소설이지만 빠른 전개로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각 잡고 읽으면 계속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 전개가 일품이다. 중후반을 지나면 급 분위기가 반전되며 스릴과 함께 분위기가 반전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데 흥미로운 것은 일반인도 아닌 정신과 의사를 표적으로 삼은 범인의 대범함이다. 정신과 의사는 심리를 다루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인데 억압된 자신의 분노를 엇나가게 표출시킨 범인의 심리로 번갈아가며 들으니 공포스러움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여름에 읽으면 더욱 좋을 소설로 제목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유추해 보면 읽는 재미가 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물이 감정을 가졌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식물들 잘 자라라고 음악을 틀어주는 것은 들어봤는데 자기방어를 위해 천적을 부른다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식물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모든 동식물이 마찬가지겠지만 애정과 사랑으로 대하는 만큼 돌려준다는 건 예측 가능한 일이다. 식물에 감정이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되었고, 식물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느냐가 관건일 듯싶다. 그런데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카를 폰 프리슈가 꿀벌들이 나누는 의사소통의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말을 하지 못해도 몸짓과 소리, 행동으로 개별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식물의 감정 전달을 색다른 시각에서 보게 해주었다.


식물의 비밀을 알게 되면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안정감을 취하게 하는 음악을 틀어준다거나 대화하듯 소통하고 식물을 어루만지면서 유익한 스트레스를 낳는 방법이 있다. 나무와의 접촉은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과 혈압을 낮춰 준다고 알려져 있어 마음 치유를 위해 나무를 끌어안으며 명상한다. 동물과 달리 감각기관이 없어 식물은 좋은 토지에 퇴비를 뿌려주면 알아서 잘 자라는 걸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식물에 대한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얘기들이 훨씬 많았다. 식물의 언어, 음악, 슬픔, 죽음, 미래 등 알면 알수록 놀라운 식물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중간 삽입된 일러스트 식물 그림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섬세할 일인가 싶게 식물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농부들이 애정을 가지고 키우는 이유도 알 것 같다. 잘 자라게 하려면 병충해를 막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는데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키우는 작물에 얼마나 애정을 듬뿍 담았는지에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얼마나 식물에 무지했던 걸까? 알아서 잘 자라주니까 당연하게 여겨왔던 건 아닐까? 식물도 하나의 생명체인데 아무런 감정이 없을 리가 없다. 확실한 건 관심을 쏟는 것에 비례하여 자란다는 사실이다. 이왕이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키우면 좋지 않은가. 그 누구도 몰랐던 식물의 이면을 알 수 있었고 만일 식물을 키우게 된다면 애정과 사랑으로 대해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원을 가꾸는 오래된 지혜
다이애나 퍼거슨 지음, 안솔비 옮김 / 돌배나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주말농장에서 3평 남짓 되는 작은 텃밭을 가꾸고 관리하는 것도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작은 평수에서 각종 쌈 채소와 가지, 호박, 배추, 무, 옥수수 등이 잘 자라줘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반면 화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시든 경우가 많았다. 정원이나 식물은 좋아하면서도 막상 키우려니 나와 맞지 않나 싶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원예의 기본부터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초보자라도 이 책을 교과서 삼아 따라 해도 될 만큼 씨앗을 심고 가꾸고 저장하며, 공짜로 씨앗을 받아내는 과정 등 정원사라면 알아야 할 모든 지식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텃밭이든 정원이든 자연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거저 주는 자연은 가꿔주는 만큼 보답해 주기 때문이다.


실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굉장히 유용한 책이다. 초보자가 도전해도 좋을 만큼 식물에 대한 사랑이 전해졌다. 한 번 실패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선순환 속에 밑거름으로 다시 도전해 보고 볼 일이다. 이 책에서 허브의 유용성을 알았는데 벌레를 퇴치해 주는 허브 중 민트와 바질, 세이지 등은 파리와 곤충이 오는 것을 막아준다고 하니 주방 근처에 키워두면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농작물을 수확하고 저장하는 것부터 닭을 키우고 양봉하는 법까지. 마치 시골에 내려가 귀촌 생활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주는 것 같다. 사실 귀촌/귀농이 아니더라도 알고 실천하면 좋을 법한 원예 기술이라 실용서로 활용하기에 매력적인 책이었다.


저자의 오랜 노하우로 매우 간결하면서 필요한 정보만 전해주기 때문에 무엇 하나 군더더기가 없다.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부분만 발췌한 것처럼 하나하나의 과정과 설명들이 실제 이 책으로 활용할 때 그림이 그려진다. 필요한 도구들은 무엇이고 각 식물들마다 가꾸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식물을 가꾼다는 건 고된 노동을 동반하지만 아무런 잡생각이 나지 않아 그 자체로 즐거운 노동이다. 잘 가꿔놓은 정원을 바라볼 때의 뿌듯함은 고생한 시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자연을 내 안마당으로 들여놓은 것처럼 사시사철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마음을 정화시킨다. 식물로 유용하게 스프레이를 만든다거나 활용하기 좋은 팁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감하는 유전자 -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대하여
요아힘 바우어 지음, 장윤경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 뛰어난 재능을 보이면 흔히들 부모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한때 서점가엔 <이기적 유전자>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우생학 사상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는 그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좋은' 또는 '나쁜' 유전자를 물려 받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개별 인간의 삶 속에서 유전자의 활동이 어떻게 조절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는 협력자로서의 역할만 주어졌을 뿐 실제로는 자기 삶과 주변 사람을 대하는 내면의 기본 태토가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주고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전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내 아이만큼은 건강하고 똑똑하기를 바라는 심리가 큰 것 같다.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가졌을 때 모두 내 탓인 것만 같다.


"인간은 개인적 관점에서는 의미 지향적 삶을, 사회적 관점에서는 사회 친화적 공전의 삶을 살도록 정해진 존재다. 이 둘이 합쳐진 것이 바로 '좋은 삶'이며, 다르게 표현하면 '인간성'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길러진 사회성, 인간성, 공감 능력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이다. 낯선 수많은 사람들과 살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정해져 있다. 유전자가 인간의 삶이나 재능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학습과 교류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나간다.


'공감'과 '공존'의 마음은 이렇듯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길러지는 능력이다. 유전자 결정론이 아닌 '소통'의 매개체로써 유전자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이 우리에겐 심어준 인식은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기는 하지만 생물학적인 기능 외 다른 것들은 얼마든지 변화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좋은 삶', '의미있는 삶'을 살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뇌가 아니라 몸이다 -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몸의 지식력
사이먼 로버츠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개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은 한 다른 세계를 완전히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직접 현장에서 체험으로 얻은 몸의 기억만큼 확실한 정보도 없을 것 같다. 단지 피상적인 현상이나 정보만으로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진정한 참여를 유도하려면 가슴으로 느끼게 해야 합니다. 이 모의 체험이 특별한 이유는 이것을 통해 공감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크로스로스의 모의 체험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해당 당사자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책상머리 위에선 어떤 해결책을 내놔도 현장과의 괴리감을 좁힐 수 없다. 무조건 현장에 가봐야 안다.


날로 발전하는 최첨단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인간이 가진 능력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주행하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경비원이 경험으로 얻은 지식을 인공지능은 습득하여 적용하기란 어렵다. 몸으로 체화된 지식은 유연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준다. 융통성을 발휘한다는 건 인간만이 가진 특징인 것이다. 장인들이 위대한 건 수십 년간 몸으로 단련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높은 학벌보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은 "생활의 달인"처럼 몸이 기억하는 대단한 능력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이 책으로 다시 증명이 된 것 같다. 머릿속으로 달달 외운 지식보다 현장 경험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학원에서 기술을 배워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도 실무에선 다양한 상황과 업무가 주어진다. 결국 수많은 경험을 해봐야 아는 것들이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기억하려 할 때 몸은 뇌와 동등한 파트너라는 점은 확실하다." 오랜 경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들은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에 능숙하게 대처한다. 일을 추진할 때 베테랑이 필요한 건 분명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기술직이 더욱 우대받고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졌으면 한다. 그 무엇도 인간의 몸으로 체화된 지식을 따라올 수 없다고 확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