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부동산 사기꾼에 당할 수밖에 없는가?
김하진 지음 / 밝은강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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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분양형 호텔을 분양받은 시기를 보니 2015년이라고 한다. 호텔 분양 투자로 평생 월세를 받을 수 있다며 서평을 썼던 시기와 일치해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유튜브 검색창에 '호텔 분양 사기'로 검색하면 투자 피해를 입었다는 동영상이 수두룩하게 뜬다. 이 책은 호텔 분양 사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분투기이자 누구도 부동산 사기의 덫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피해자가 사기당했음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예전에 전국을 들끓게 한 기획 부동산 사기처럼 수법은 교묘하다. 미리 시나리오에 따라 상대방이 조바심을 내 계약서에 도장 찍기까지 온갖 달콤한 말로 현혹시킨다. 마치 지금 때를 놓치면 영영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처럼 말이다.


사기가 막대한 피해를 주는 이유는 물질적, 정신적 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피해자 처벌보다도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사기를 근절하려면 처벌 강화와 공소시효 폐지, 징벌적 손해 배상 등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은 여전히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피해 당사자 아닌데도 답답한 이유는 나도 모르게 피해 당사자가 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은 부록 1~3인 듯싶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예방이 최선이다.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구멍에 빠졌다고 생각될 때 드리는 조언, 해법이 필요한 문제 사항 정리, 부동산에서 사기에 걸리지 않기 위한 12계명 등 공부해두지 않으면 속절없이 걸려들 수밖에 없나 보다.


1. 공부하라
2. 남의 말을 믿기 전에 팩트로 검증하라

3. 절대 자만하지 말라

4. 미디어는 특히 조심하라

5. 좁은 길을 선택하라

6. 선수들의 존재를 인식하라

7. 시간과 싸우지 마라

8. 소탐대실을 잊지 말라

9. 운의 사이클을 주시하라

10. 나이 먹음을 대비하라

11. 두려움과 도전 사이의 밸런스를 찾으라


누구나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무서운 세상이다. 이들이 한몫 크게 잡으려고 투자했던 것도 아니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니 하나의 투자처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동안 힘들게 모은 종잣돈으로 과감하게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사기는 나라도 구제 못한다고 당한 사람만 억울할 뿐이다. 사기꾼들은 직접 판을 깔아둔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법망을 빠져나갈 준비를 해둔다. 사기꾼들의 수법을 미리 공부하고 증거자료가 될 모든 서류를 확보한다. 피해자들의 절절한 절규가 책 곳곳에서 느껴져서 마음이 무겁지만 이렇게 책으로 엮은 이유는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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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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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은 원작 소설보다 뮤지컬의 명성이 워낙 높은 작품이다. 41개국의 183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무려 1억 4,500만명이 관람한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이라 원작 소설이 존재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오페라 극장 안에서 실제로 유령을 목격했다는 제보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무대 장치 감독인 조제프 뷔케가 지하 3층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면서 관원들의 공포심은 극에 달한다. 유령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불길한 소식은 빠르게 오페라 극장가에 퍼져나간다.


추리소설로써 긴박감, 속도감, 치밀한 구성, 빠른 전개로 굉장한 몰입감을 준다. 고전작품 특유의 인간군상의 감정을 잘 짚어내줘서 그 유령이 누군인지 실체를 밝혀내는 과정도 무척 흥미롭다. 항상 2층 관람석에서 오페라를 관람하고, 크리스틴 다에가 주인공 역을 맡기라 요구하며, 좌석 안내원인 지리 부인을 통해 매달 수당과 계약서를 받겠다며 통보하는 등 일종의 협박 편지를 극장 측에 전달한다. 11장 남자의 목소리에서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라울은 약혼녀인 크리스틴 다에를 에릭으로부터 지켜내려고 한다.


13장 아폴론의 칠현금에서 크리스틴은 가까이에서 그 에릭이라는 남자를 보며 끔찍한 기분이 든다. 그가 자신의 방을 보여줄 때도 방 안의 모습을 보며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크리스틴이 묘사한 에릭의 얼굴은 흉측한 악마와 닮았다. 에릭은 왜 크리스틴에게 집착하는 걸까? 이후엔 라울, 크리스틴, 에릭 간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급기야 실종된 크리스틴을 찾기 위해 경찰서장이 수사에 들어간다. 괴물로 변한 에릭과 이들은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쥘 만큼 긴박하게 사건이 펼쳐진다.


부모와 가족 뿐만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인 에릭은 증오심만 남아버린 괴물이기만 했을까? 사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했을 뿐인데 오페라 극장에서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을 만나게 된다. 순수하고 순결했던 크리스틴 다에에게 빠져들었고 가면에 자신을 감춘 채 감미로운 목소리로 매료시키며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결국 증오심만 가득했던 기구한 운명의 남자가 치유받은 건 조건없는 사랑이었을까? 난생 처음 행복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놀랍게도 그 모든 일들이 납치 후 벌어진 일이었고 결혼 승낙을 받아 잠깐의 행복을 얻었지만 상처와 분노로 얼룩졌던 마음을 치유받은 에릭은 도로 결혼 반지를 돌려주고 자작과 함께 풀어주는 것으로 끝낸다. '미녀와 야수'가 생각나는데 순수한 사랑만이 괴물로 변한 남자라도 마음을 돌리고 치유받는다는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겉모습에 집착하는 우리도 라울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그 모든 걸 뛰어넘고 에릭을 받아준 크리스틴은 천사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속마음을 알기까지 넘어야 할 마음의 장벽은 얼마나 두터운가.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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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루시 폴록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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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감소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오십부터 인생의 마지막을 이야기한다면 슬플 것 같다. 어느 누구든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꾸준히 사회활동을 하며 성공적인 노년을 맞이하고 싶을 것이다. 이 책은 왜 7~80대 할아버지, 할머니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겪은 경험담을 통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노인의학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풀어냈던 거였다. 노년과 죽음이 밝고 희망찬 주제와는 거리가 멀어서 선뜻 노년에 겪게 될 이야기를 해줘도 머리와 마음에 와닿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인생이라는 게 어디 계획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이 있을까? 우연과 우연이 겹쳐 알 수 없는 일이 인생인데 참 무거운 주제다.


30여 년간 노인의학과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왔기에 수많은 삶과 죽음 속에서 나이 듦이 우리에게 어떤 성찰을 주는지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쉬웠던 건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나 간병인의 관점으로 쓰다 보니 거리감이 느껴졌다. 대부분 노년이 되면 하나둘 질병에 노출된다. 코로나19처럼 치명적인 경우 죽음을 한달음에 찾아온다. 끝이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모르지만 건강하게 살다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싶을 것이다. 한정된 삶을 살아가면서 남은 인생은 계획대로 살기 보다 우연과 우연이 겹치는 일에 도전해 보면서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다하며 지혜롭게 건강도 챙기면서 의미 있는 삶이기를 바란다.


오십이면 이제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셈이다. 이제 몇 2~30년 후면 노년이 될 나이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줘야 한다. 때를 놓쳐서 후회하지 말고 이 책에 나온 수많은 환자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건강만큼은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미래엔 실버산업이 크게 발달될 텐데 비슷한 나이대의 누군가와 진지하게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소중할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이 건강할 땐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살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건 우리의 착각이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인데 차근차근 나이가 든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하나씩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부를 실천으로 옮긴다면 노년엔 적어도 무리 없이 활동하다 끝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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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볼 수 없는 책 - 귀중본이란 무엇인가
장유승 지음 / 파이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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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조선시대 목판인쇄의 진실을 몰랐을 뻔했다. 목판인쇄 비용이 얼마나 들고 간행 부수가 적었던 이유까지.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팔만대장경도 인쇄물보다 판목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몰랐던 점은 목판인쇄라 찍어낼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습기, 화재에 취약해서 많이 찍을수록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재간행 간격이 대부분 3~40년을 둔 이유도 목판의 수명이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왕이 국가 차원에서 대량으로 찍은 몇몇 책을 제외하곤 간행 부수가 적고 지식인을 중심으로 읽은 이유도 알 것 같다. 목판집 문집의 간행 부수가 4~50부 정도에 불과했고 문집 간행에 현재 가치로 10억 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많이 찍지도 못했다.


앞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문집이나 사료, 중요 문화재를 만날 때면 남다른 의미로 자세히 들여다볼 것 같다.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후세에 원본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일이다. 책에 얽힌 이야기, 그 당시의 시대상을 엿본다는 건 늘 즐겁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귀중한 책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했고 전혀 몰랐던 사실도 알게 해주었다. 선조들이 기록을 남겨둔 덕분에 후세 사람들은 유추해 볼 수 있는 근거자료로 역사를 기억해 낸다. 책 제목처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한 아무나 보기 힘든 책일지도 모른다. 책이 지닌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움을 선사한다. 옛 것의 소중함은 실체가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역사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귀중한 문집과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고 그 책에 얽힌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박물관에서조차 쉽게 만나보기 어려웠던 자료들이 수록되었고 자세히 알려준 덕분에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 이면에 얽힌 이야기를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역시 시대상과 당시 환경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봐야 역사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간행 부수가 적고 백성들에게 왜 보급되지 못했는지 이 책을 읽고 나면 꺼내지도 못할 것 말이다. 책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었고 읽을수록 빠져들면서 읽게 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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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터스위트 - 불안한 세상을 관통하는 가장 위대한 힘
수전 케인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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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터스위트'를 풀이하자면 씁쓸하면서도 달콤함이거나 괴로우면서도 즐겁다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콰이어트>를 쓴 수전 케인의 신작으로 슬픔과 갈망, 승자와 패자, 죽음과 애도 등을 주제로 여러 상황 가운데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질문에 대한 방법을 알아보는 방식으로 쓴 책이다. 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의 꽤 긴 추천사로 시작하는데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잘 풀어낸 책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진득하게 읽다 보면 챕터마다 우리가 품었던 의문들이 조각을 맞추듯 감정을 풀어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읽기에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깨닫는 것도 많은 책이기에 진득하게 읽어볼 일이다.


달콤 씁쓸함에서 보듯 모든 현상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항상 이면이 존재하는데 교차하는 두 감정 덕분에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원천이라고 한다. 나 역시 우울감을 떨쳐내기 위해 시 짓기에 전념하면서 털어냈던 기억이 있다. 저자 역시 하루 동안 겪은 감정을 글로 쓰면서 이겨냈다. 글을 잘 쓰려고 할 필요도 없고 단지 솔직하게 글쓰기를 하면서 글로 감정을 표현할 뿐이다. 자신이 지닌 감정에 솔직해야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도 슬픔과 절망에서 얼른 빠져나오려면 달콤 씁쓸하게 감정을 다뤄야 한다. 그 아픈 기억을 다른 기억으로 전환시켜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인간의 감정은 예전부터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하는 게 사람의 감정인데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슬프지만 내일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하거나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가 존재한다는 걸 알면 마음이 편해진다. 애써 내가 이루지 못할 무언가를 위해 지나친 감정 소비는 몸에 해롭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에는 우울할 때 더 우울한 음악을 들으며 그 감정의 끝으로 깊게 파고든 적이 있었다. 슬플수록 슬픔에 빠져 기어코 눈물을 흘리고 말았는데 나중엔 얼른 벗어나야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빛과 어둠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지혜롭게 감정을 다루는 법을 연습하면서 오늘이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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