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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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다. 찌는 듯한 더위에는 일본 추리소설이 제격이다. 같은 동양권이라 쉽게 읽히기도 하고 독특한 소재에 대해 매우 밀도있게 전개되는 스토리텔링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드라마의 각본처럼 뚜렷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살아있고 전체적인 흐름이 속도감있게 이어진다. 아마 이런 모든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소설이라면 최근에 출가된 시즈쿠이 슈스케가 쓴 <범인에게 고한다>가 제격일 것이다. 요코야마 히데오와 이사카 고타로가 격찬하였고 주간 겐다이에서 최고로 재미있는 책 1위로 선정되었으며 제7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한만큼 이 책이 얼마나 잘 쓰여졌는지를 말해준다. 보통 상을 많이 받았다고 하면 명성에 비해 별로인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은 초반부터 가진 흡입력이 끝까지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두꺼운 분량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범인과의 치열한 두뇌싸움과 미디어를 활용한 범죄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처음 시작은 사업가의 자녀가 납치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고부터 시작된다. 유괴범은 자신이 지정한 장소로 요구한 돈보따리를 가지고 오도록 유도한다. 연쇄살인범과 이 책의 주인공인 마키시마 형사의 심리전이 볼만한다. 아이 유괴범을 잡지 못한 채 아이들을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 후로 일 년간 네 명의 희생자가 생겼는데 경찰이라는 조직은 자신들에게 향한 국민들의 분노와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 사람이 마키시마 형사인데 느닷없이 TV뉴스에 출연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게 된다. 정말 잔인한 일인 것 같다. 경찰 조직이 얼마나 내부적으로 부폐하며 무능한 지를 보여주는데 사건을 종식시키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기 보단 이런 방식으로 공격을 받을 대상자를 찾게 된다. 하지만 이 방식이 의외로 먹혀들어가는데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방송을 통해 범인과 고도의 심리전이 전개된다. 


범인과의 육박전이 아닌 날카로운 심리전이 좋았는데 마키사마 형사처럼 경직된 조직에 함몰되지 않고 범인을 잡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형사를 보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해본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왜 일본 추리소설이 높은 몰입도를 가지며 사랑을 받는 지 알 수 있을 듯 싶다. 이 여름 재밌는 추리소설을 찾는다면 당연 <범인에게 고한다>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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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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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책으로도 유명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한번쯤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워낙 인기를 끈 작품이라 일찌감치 영화화되서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아직까지 미국 사회에서 뿌리깊게 깔려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비단 미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종 차별 뿐만 아니라 특정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와 편견은 결코 지워지지 않은 생각으로 내재화되게 된다. 바로 이것이 무서운 점이다. 똑같은 죄를 저질렀어도 그 가해자가 어떤 인종이나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으냐에 따라서 처벌이 다르다면 이는 형평성에 큰 문제가 된다. 이 책은 그 부당함에 맞서 싸운 애티커스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건 마을에 강간 사건이 일어나면서부터다. 19살의 백인 처녀가 강간 당하는 걸 목격했다는 아버지의 신고가 들어오고 그 용의자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그 흑인인 톰은 매우 성실한 사람으로 자신의 도덕성과 결백함을 담당 변호사인 애티커스에게 털어놓으며 무죄를 주장한다.


근데 이 사건을 맡은 변호인측의 애티커스는 마을에 뿌리를 둔 사람으로써 정의로움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백인이자 두 남매의 아버지로서 마을의 위신을 위해 흑인에게 죄를 지우는 것이 합당한 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만약 그 용의자가 백인이었다면 이야기는 매우 단순해질 것이다. 인종에 대한 편견이 그 당시 미국 사회에서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준다. 흑인을 깜둥이라면서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하는 백인 사회에서는 그들의 생각과 다른 행동은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범을 찾을 생각도 없고 흑인인 톰을 가해자로 당연시 받아들이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독선과 아집, 인종 우월주의으로 가득 찬 백인들에겐 손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아무런 증거나 목격자가 없어도 가해자로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간혹 조선족이나 동남아, 아프리카인이라고 해서 조금 사람을 깔보고 이미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지으면서 속닥거리는 부류와 별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암묵적인 의견일치가 된 백인 사회에서 진실과 정의를 위해 편견과 흑백논리, 이중잣대에 맞서 이 사건의 부당함과 싸운 애티커스 변호사와 그를 굳건히 믿어준 두 자녀를 보면서 책이 출간된 지도 벌써 55년이 되었지만 문학적 가치를 넘어 고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인간이라면 지향해야 할 도덕성과 양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큰 의의를 지닌 작품이 바로 <앵무새 죽이기>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로 우리가 혹시 나와 다른 사람들을 향해 편견을 지닌 채 독설이나 비아냥을 퍼부으며 조롱하지는 않았는지 자기 반성을 하게 만드는만큼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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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유나 린나 스릴러
라르스 케플레르 지음, 이정민 옮김 / 오후세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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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은 확실히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스릴러물의 소설이다. 가독성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이나 스토리를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붙잡게 된다. 요즘 워낙 두꺼운 책들이 많이 나오지만 680페이지 수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몰입감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건 캐릭터의 성격이나 직업을 명확하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된 유레크 발테르가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 13년간 수감중인데 그와 말을 섞지 않기 위해 귀마개를 착용해야 한다는 괴물 같은 수감자다. 13년 전 유레크 발테르에서 납치되어 실종되었고 7년 전에 공식 사망 처리된 미카엘이 눈보라 몰아치는 철로길에서 발견되는데 이를 계기로 유나 린나 형사는 미카엘과 사라진 그의 동생 펠리시아를 찾아내고 유레크 발테르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기회라며 사건에 뛰어들지만 여기서부터 둘 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전개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이며 유레크 발테르가 과거에 저지른 사건의 전모는 어떤 것일까? 강력 범죄를 저지른 그의 잔인한 면모와 유명 작가의 자녀를 납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손에 의해 실종된 사람만 45명에 달했다. 그 사건들 중 다수가 가족 중 2명 이상이 함께 사라졌다고 하는데 미카엘은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납치된 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점들은 소설을 읽는 내내 따라 다녔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유나 린나와의 심리적과 추리가 볼만하다. 치밀하게 짜여진 복선과 인물들 간의 대립구도도 볼만하고 전체적으로 사건에 빠져드는 개인에게 몰입되는 전개로 인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유레크 발테르는 줄곧 무죄를 주장하는데 과연 이 말은 사실인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과연 북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답게 치밀하고 밀도있는 이야기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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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Acquaintance Rape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로빈 월쇼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 미디어일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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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죽음 부르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주제로 데이트 폭력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이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영상을 보면서 상당한 충격에 휩싸였다. 어떻게 한 때는 사랑했던 사이에서 여자친구를 죽이고 토막낸 후 야산에 암매장 할 수 있을까? 보면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힘의 논리에서라면 일반적으로 남성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이 안에는 정서적, 성적, 언어적, 신체적, 경제적 폭력을 말하는 데이트 폭력은 살인으로 이어져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문제도 여성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문제다. 신체적 결함을 가진 지체장애아나 지능이 유아에 머문 여자들을 대상으로 동네 사람들이 성폭력을 일으켜서 파장이 일으켰던 사건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근데 연인 사이에서 상대방이 거부하는데도 강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강간을 저지른다면 이건 책 제목처럼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닌 범죄가 된다. 성폭력 문제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데 특히 여성 독자일수록 수많은 사례를 통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이런 폭력에 노출되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여성은 강간 이후 의도치 않게 태아를 생겨 낙태를 할 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한다고 한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폭력 예방 및 대처 그리고 처벌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선 이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런 사건들에 불안하기 마찬가지다. 만약 서로 사랑하던 연인들이 뉴스 사건 사고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해서 나를 강제로 추행한다고 했을 때 느낄 심리적, 정서적 모멸감과 절망감을 무엇으로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을까고 고민해봐야 한다. 여전히 사회에서 여성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자 이런 강간과 같은 성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반부까지는 강간에 관한 풍부한 사례들을 들고 후반부에는 이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지침, 피해 예방과 사후 대처 방법에 관하여 설명해주고 있다. 


안전한 데이트를 위한 8가지 지침


1. 당신에게는 스스로 성적 한계선을 정하고 이에 대해 상대와 소통할 권리가 있다.

2. 당신의 결정과 선택에 확신을 가져라.

3.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라.

4. 새로 만난 데이트 상대에 대해 알아보라.

5. 통제력을 유지하라.

6. 스스로를 보살펴라.

7. 자신의 직감을 믿어라.

8.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일종의 판타지를 갖고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힘으로 제압해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보통의 남성이라면 여성을 보호해야 하며 사랑하고 아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강제로 제압한다는 건 양심과 도덕상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자제하고 욕구를 제어한다. 이 책이 충격적일 수 있는 이유는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들에 의한 강간에 높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성과 관련된 범죄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치료 및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도적으로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간은 범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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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기억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9
윤이형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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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지그시 떠올려 본다. 영상과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개인적 기억이란 같은 일이라도 저마다 조금은 다르게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기억은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처럼.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해낼 수 있다면 행복 보다는 오히려 불행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은 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망각은 잠시나마 불편했던 기억과 감정을 잊어버리게 해주고 기억에서 지워버리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이롭다. 만약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할 수 있다면 그 기억때문에 힘들어질 것 같다. <개인적 기억>은 노벨라 시리즈 중 9번째 작품으로 소설 속 주인공은 과잉기억증후군을 겪고 있다. 지율은 사소한 것까지 모두 기억하다보니 주변 친구들은 그녀를 가르켜 마치 컴퓨터 같다고 해서 '머신'이라는 별명을 지어 부른다. 기억은 분명 사라져야 할 것들이 있는데도 지율에겐 모든 감정을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괴로운 일이 되버렸다. 그녀가 바라는 일은 모든 감정을 온전히 누리고 적당히 망각하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쉽게 잊어버려서 괴로운 은유가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바로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일들만 기억한다는 점이다. 탤런트 박소현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망각이 쉽다면 괴로운 순간이나 어떤 나쁜 일이 생겨도 기억에서는 리셋이 되어버리니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오로지 현재에만 충실하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근데 마지막 순간이 기억의 전부이다 보니 과거의 행복한 순간이나 반드시 남겨져야 할 추억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슬픈 일이다. 인생은 역시 뭐든 과하면 안되는 것 같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지만 그 기억들이 모여서 현재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도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소설 속에는 <픽션들>이나 <기억의 천재 푸네스>가 등장하고 이는 소설 전반에 깔려있는 메세지를 은연 중에 내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내가 아는 세계는 매우 한정적이다. 기억과 관련된 증상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곤란함을 겪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여 저자는 매우 깔끔한 문체로 정적인 상태에서 표현하고 있다. 때로는 이런 중편을 통해 일상의 소소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듯 싶다. 지율과 은유는 서로 다른 기억과 망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둘은 그것때문에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 소설은 이 둘의 사랑을 통해 개인적 기억이 단지 현재에만 머무는 것 아니라 서로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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