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애니메이션 작가인 구경선씨는 두 살때 열병을 앓은 이후 소리를 잃어버렸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의 목에 대고 발음을 한 자씩 해주며 알려준 덕분에 말까지는 잃어버리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청각장애로 인한 현실의 한계때문에 어렵게 입학한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스스로 중퇴하게 된다.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이력서를 넣어보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는데 유일하게 좋아했고 잘할 수 있었던 그림 그리기에 전념한다. 그러다 알게 된 싸이월드에서 스킨 작가를 모집한다는 공고. 하루로 쉬지 않고 그림 그리기에만 열중한 그녀는 9개월만에 싸이월드 스킨 작가가 되었고 남부럽지 않게 바쁜 시간과 어머니에게 용돈을 줄만큼의 돈을 벌게 된다. 마냥 행복할 것 같은 시간들도 싸이월드가 몰락하면서 그녀도 다시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버린다. 생각보다 그 공백이 길었는데 자신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내가 되고 싶은 나>라는 미술 선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각 나라의 아이들을 만나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하게 된다.



"나는 왜 재미없게 살고 있는걸까? 왜 남들이 사는대로 살려고 했을까? 나는 왜 절망만 했던 걸까!"



미술 선교 프로그램의 네 번째 나라인 필리핀. 준비하는 도중에 야맹증처럼 시야가 흐려지는 일이 잦아졌고 친구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그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서서히 앞을 못보게 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절망하던 그녀는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찾아오는지 모르겠다며 마음이 무거워졌는데 약속대로 떠난 필리핀에서 만난 아이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자신이 그려준 그림 한 장에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용기와 희망을 얻고 돌아온다. 앞으로 눈이 보이는 날 동안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30가지 중 25개만 채워넣었다는데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소박한 일들이다. 소리와 빛을 잃어도 따뜻한 손이 남아있다는 그녀의 말에 적어도 그녀보다 많은 것을 가진 내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 부끄러웠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는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아껴가며 살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것저것도 다 귀찮다며 우연하게 그려서 올린 <베니>라는 캐릭터는 이제 그녀를 대표하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그린 그림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따뜻한 그림체와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모든 조건이 불리했지만 그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감사하면서 <그래도 괜찮은 하루>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빛도 소리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언제까지든 기다릴 수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데키나 오사무 엮음, 김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요한 볼프강 폰 괴테라면 필생의 대작인 <파우스트>를 쓴 작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괴테가 인간을 연구한 결실이 소설 <친화력>이라고 한다. 책 속에는 주인공 오틸리에가 쓴 일기를 빌어 잠언격으로 적은 문장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우리는 자신이 깨달은 좋은 생각이나 다른 이에게서 들은 색다른 이야기를 일기에 적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 친구의 편지 속에서 인상적인 말이나 독창적인 의견 혹은 사소하지만 재기 넘치는 문구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생은 더없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은 그가 '인간관계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진중하게 생각해볼만한 주제에 대해서 간결한 문체로 쓰고 있다. 이미 아는 내용이라는 것만큼 오만한 말도 없을 듯 싶다. 왜냐하면 다 알면서도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죽은 지식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떤 가방에 넣어도 들어갈만큼 작지만 언제든 꺼내어 읽기에 좋은 내용들이 충실하게 적혀있는 책이다. 우리는 항상 인생을 살면서 갖는 고민들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건지 누군가로부터 속시원한 대답을 듣고 싶어한다. 이 책은 왼쪽 면에는 괴테의 문장을 넣었고, 오른쪽은 데키나 오사무의 편저를 넣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가장 기분 좋은 모임은 각 구성원 사이에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모임이다.


문장을 읽다보면 주옥같은 글들이 넘쳐난다. 이렇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살지 못하는 까닭은 그렇게 살고 싶어도 본성이 따라주지 못함이다.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교훈적인 문장이 눈에 띈다. 잔소리처럼 들릴지라도 먼저 인생을 경험한 사람의 얘기는 들어도 손해보는 일은 없다. 단 하나의 문장만 가슴에 남아있다면 그걸로도 이 책이 가진 역할은 다한 셈이다. 나를 변화시키는 문장은 가슴에 박히는 단 한 줄의 문장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나는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사람을 사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뼘한뼘 - 마음을 다독이는 힐링토끼의 공감동화
강예신 글.그림 / 예담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한뼘한뼘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동화같은 이야기를 꿈꿔본다. <한뼘한뼘>이라는 책은 강예작 작가의 감성으로 담아낸 공감동화로 이리저리 마음에 상처를 받은 현대인들에게 위안거리를 안겨주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양장본에 선명한 컬러로 채택된 그림에 등장하는 힐링토끼들은 때로는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들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보통 이런 류의 에세이 책들을 읽을 때면 빠르게 읽으면 글자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글을 읽은 다음에 그림을 보면서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림 속에 답이 있거나 글이 가진 의미를 더욱 확장시켜주기 때문이다. 


각박한 세대에 감정이 메마른 시대이기에 감성을 자극하고 소중했던 옛 것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들은 누군가의 손길에 들려져 과거의 아름다운 시절로 돌아가는 회상을 꿈꾸게 하는 작고 소박하지만 필요한 시간들을 갖게 해주기 때문에 그림만 하염없이 보고 있어도 저절로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여기저기 치이고 상처받느라 너덜너덜해진 마음에 <한뼘한뼘>은 그렇게 다가와서 다 그런거라며 쓸쓸하게 외로운 내 등을 따뜻하게 어루어 만져준다. 하나라도 실수하거나 어긋나면 흰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냉혹하고 인간미없는 생활은 내겐 갑갑한 창살과도 같은 독방이었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일들이 모험이었고 두려움이었다. 


같은 고민과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면 반가워서 온종일 얘기를 해도 즐거울 것 같은 상상을 하곤 한다. 화창한 어느 봄날로 데려가 기분좋은 꽃향기를 맡으며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과 천천히 흘러가는 파란 하늘 사이로 구름이 지나갈 때면 지긋이 눈감고 찰나의 행복을 만끽해본다. 언제 가버릴 지 모르는 행복한 순간을 온전히 온 몸으로 느끼고 내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꿈꿔본다. 창가로 빗방울이 인사를 하는 어느 날이면 방에서만 뒹구르며 자유로움을 누리고 싶다. 내게 잠시만이라도 숨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받고 싶다. 어지간히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날, 좋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은 것처럼 그렇게 <한뼘한뼘>씩 다가와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칼 비테의 자녀교육 불변의 법칙
칼 비테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MIREDU(미르에듀)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처럼 자녀교육에 열을 올리는 나라가 몇이나 있을까? 그 교육에 경쟁심에 의해 따라쟁이처럼 이웃집에서 뭘 한다는 소식을 듣곤 우리 아이도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기분이 들어서 아이에 성향이나 흥미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학원을 등록해놓고 피아노, 태권도, 영어 등등등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다.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손쉽게 아이의 교육을 맡길 수 있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이다 선행학습이다 같은 말을 되풀이할 뿐인 교육은 누구를 위한 교육일까? 작년 도정제 전에 엄청난 할인율로 눈길이 갔던 책이었는데 지금은 정가인하제로 인해 2천원이 안되는 돈으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직접 책을 받아보면 매우 얇고 가볍다. 200년간 전 세계 스테디셀러를 기록한 책이라기엔 다 아는 내용만 짜깁기해서 넣은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분량이 작은데 읽다보니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라서 반박의 여지가 없는 책임이 분명하다.


유대인식 자녀교육이 한 때 열풍이 불어온 적이 있는데 칼 비테식 자녀교육은 우리가 신경을 쓰지 못했던 부분을 중점적으로 알려주는 것 같다. 이 책의 부제가 '미숙한 아이를 뛰어난 영재로 키워 낸 기적의 자녀교육서'다. 아이의 두뇌는 4세 전까지는 백지상태라서 모든 지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가 엄마의 뱃 속에서 태동할 때부터 태교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가 먹고 마시는 것도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니 자신의 선호도나 기호에 맞춰서 먹지 말고 아이의 영양을 생각해서 먹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읊어주거나 동화를 읽는 것도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오감훈련을 하라고 하는데 4세 전까지는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어야 하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고 맛보고 듣고 보면서 인지시키는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자랄 때는 학습도 놀이라는 요소를 도입하여 재미있게 배우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자녀교육에 있어서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아이의 성격이나 학습태도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가 바로 엄마이기 떄문이다. 또한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른 시기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일들을 가감없이 받아들이게 하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가르쳐줘라. 이 책은 자녀교육에 있어서 반드시 실천하고 지켜야 할 내용들로만 채워진 책이다. 지금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내 조급함과 욕심을 아이에게 투영시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주기 보단 억지로 되고 싶은 것을 하도록 강요시킨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영재를 목표로 교육을 시킨다기보단 현명하게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을 넓게 가져가고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시킬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핵가족화 되어 가는 이 시대는 갈수록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차대한 시대인 것 같다. "민족의 운명은 어머니 손에 달려있다"는 유명인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올바른 인성과 마음가짐은 가정으로부터 나온다는 건 진리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바이블과 같은 책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마워 하루 - 언젠가 그리울 일상의 기록 하재욱의 라이프 스케치 2
하재욱 지음 / 헤르츠나인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가 쏘옥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체는 장 자크 샹뻬가 연상되었다. 일상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샐러리맨, 가족, 6호선, 계절, 마흔, 술, 아내로 각각 나눠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글과 그림들로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해주고 있다. 특히나 샐러리맨은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진하게 묻어나와서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 내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의자가 튼튼해야 한다거나 네모난 사각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일해야 하기 때문에 늘 목이 뻐근하고 눈이 침침하다. 술을 일부러 찾아 마시지 않은 관계로 패턴이 같지는 않지만 대개 가정을 둔 사람이라면 전쟁터와 같은 하루의 모습을 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는데. 참고 이겨내야지'라는 위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실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서 회사로 출퇴근하는데 어떤 날은 사람 진을 쏙 빼놓게 만들고, 붐비는 차 내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여 지각하지 않기 위한 사투가 매일매일 벌어진다. 우리의 인생이 그와 같은 것 같다. 출발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 버티며 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밀치고 들어가는 일들처럼. 더더구나 아이를 둔 맞벌이 가정은 남편이나 아내나 슈퍼맨과 슈퍼우먼으로 변신해야 한다.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무슨 일이든 꺼뜬히 해결해야 하며 모든 걸 원상태로 되돌려 놓고는 직장으로 쏜살같이 달려간다. 이 사회 속에서 살아남을려면 내 개인적인 일은 포기해야 할까? 누군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들어오는 압박과 강요에 의해 힘들지만 여러가지 일들을 해내야만 한다. 감상에 젖어있을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책 제목을 <고마워 하루>로 지었는지도 모른다.


책은 1~2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는 양이다. 만약 이 책을 지하철에서 읽었다면 울컥했을 지도 모른다. 어릴 적에는 참 뭐가 되고 싶다는 꿈들이 많았는데 어느새 꽉 찬 나이가 되보니 직장에 매인 노예처럼 내가 되고 싶었던 일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포기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몸은 회복이 뎌뎌 조금만 힘을 써도 지친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되돌아오지 않을 하루를 열심히 산 내게 이런 말을 똑같이 해주고 싶다.


오늘 하루도 너무나 애쓰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