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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배신 - 실미도에서 세월호까지, 국민을 속인 국가의 거짓말
도현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불과 6~70년전에 이 땅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국가의 배신>을 읽어내려갈수록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만행과 뻔뻔한 거짓말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다.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이들은 알고 있었을까? 그냥 자신들의 통치수단과 권력을 잡기 위한 도구로 이용할 뿐 국가는 국민을 전혀 보호해주지 않았다. "처벌을 하는 데, 증거가 생략되어도 무방하다.", "제주도 도민이 모두 없어지더라도 대한민국의 존립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제주도 도민 전부를 죽여서라도 고입들을 남김 없이 소탕하라!", "대한민국을 위해 전도에 휘발유를 부어 30만 도민을 모조리 죽이고 모든 것을 태워라."는 발언을 자칭 국가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민간인을 대량 학살하는데는 아무런 증거가 필요없었다. 완장만 차고 있으면 언제든지 빨갱이로 몰아 죄없이 학살시킬 수 있었던 무법천지와 광기로 이글거리던 시대였으니 영문도 모르는 민간인들은 하루 아침에 빨갱이 딱지가 붙여 죽어야 했다.
이 책은 크게 세 챕터로 나뉘어서 분류를 해놓았다. 배신국가에서는 거짓 라디오 방송, 국민방위군 사건, 실미도 사건, 4대강 정비 사업을 다루고 있으며, 폭력국가에서는 국민보도연맹 사건, 거창·산청 양민 학살 사건, 삼청교육대, 무능국가에서는 IMF 구제금융 사태, 저축은행 연쇄 부도 사태, 세월호 참사까지 근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씌여진 책이다. 팟캐스트 방송이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서도 정말 이런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믿기지 않았으나 모두 사실이었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태백산맥>, <레드 툼>, <삼청교육대>, <나비>, <지슬> 등 이들 사건들을 소재로 영화화한 상영작들이다. 해방 후 지금까지는 국가를 믿은 국민들은 배신을 당해왔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이젠 거대자본과 권력 앞에 개개인의 힘으로는 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배웠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개개인의 인권과 자유는 무자비하고 야만적인 권력 앞에 짓밟혀야 했고, 진실을 가리기 위한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해왔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반대파의 적극적인 반대에 부딪혀 잠시 접었다가 권력을 잡은 뒤엔 4대강 정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명칭만 변경해서 추진했고, 수십조원에 달하는 돈을 강에 쏟아부어야 한다. 고스란히 그 피해는 국민들이 짊어지고 있다. 녹조현상은 더 광대해졌고 환경파괴는 이제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월호 참사는 대표적으로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수수방관한 사례인데 거짓말로 일관하여 관계자들이 구속된 것처럼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나라임을 보여주고 있다. 배신과 폭력 그리고 무능으로 얼룩진 나라. 국가마저 약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러면 힘없는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 법조차 힘있는 자에겐 자애롭고 관대하며, 힘없는 자에겐 매우 엄격하고 강압적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날이 갈수록 보수·우경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국가와 권력자들이 하는 말을 맹목적으로 믿지 말고 그들이 하는 일을 날카롭게 감시하고, 잘못되었을 때는 거침없이 비판하고 반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그런 일들이야말로 진정한 민주 사회의 시민들이 해야 할 의무다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국민들이 각성하여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때 국가의 권력자들이 국민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자신들의 뜻대로만 밀어부치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정신적으로 깨어있을 때 존립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