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를 진단하다 아로파 총서 2
홍성태 지음 / 아로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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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아파트가 붕괴었을 때도 부실건설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지만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대형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대형사건만 나열해보면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참사,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세월호 참사까지 근본적으로 지켜야 할 절차들은 무시되었고 사고예방 시스템은 작동을 멈췄다. 끈질기게 이어오는 정계 유착관계로 로비를 한 덕분(?)에 부실시공을 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문제제기를 하면 일단 괜찮다고 둘러대지만 이런 경고를 무시한 후에는 반드시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한국사회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판교 환풍구 추락사건이 일어났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유스페이스 광장이 회사 근처에 있어서 마침 축제가 벌어지던 당일 가볼까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안가고 있었는데 실시간으로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환풍구에 올라서는 것을 막을 안전요원도 없었고, 사람들이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환풍구 설계나 허술하게 방치한 환풍구로 인해 사람들은 환풍구 위에도 올라서길 두려울만큼 불신감이 팽배해졌다. 누가 그 위에 올라서다가 추락할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요즘과 같은 시기에 시의적절하게 나온 책이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공동체로써 위험을 예방하며 안전사회로 가기 위해 세워야 할 로드맵을 보여준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 사고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런 징조나 메시지를 인지하면서도 무시했거나 뭐 별 일 있겠어라는 안일한 사고가 화를 더욱 키운 것들이다. 제2롯데월드만 해도 바닥에 균열이 생겨 갈라졌음에도 관계자는 컨셉이라는 식으로 둘러댔는데 손바닥으로 가릴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달린 문제이고, 당장의 수익보다는 철저하게 시공과 설계에서 문제는 없는지 확실하게 짚고 넘겨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은 최소한의 안전진단도 없이 왜 1차 오픈을 했느냐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은 뒤 더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저자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현재의 문제점들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고착화된 한국만의 문제인건지. 대형사고가 잊을만하면 반복해서 일어나는데 메뉴얼이 없는건지 훈련을 받지 않는건지 사고 이후 수습과정도 비슷하게 부실하다. 


책임회피, 거짓증언, 안전대책 세우기라는 패턴은 지긋지긋하다. 그리고 올곧게 사회시민단체들이 문제점들에 대해 경고를 하지만 한결같이 묵살하고 무시한 채 진행한다. 결과는 자연파괴, 혈세낭비, 인재로 이어져왔다. 토건 국가세력 또는 개발주의 세력과 치열하게 싸워 '생태 복지 국가'로 나아가는 길만이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그간 토건을 앞세우며 뭔가를 개발하면 발전을 불러온다는 논리도 전문가 집단과 결탁하여 4대강 사업처럼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왔다. 수십조에 달하는 혈세는 댐과 보를 세우는데 낭비되었고 녹조라떼로 자연은 파괴되고 심지어 여러 곳의 보는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이걸로 홍수를 예방하고 4대강은 살렸을까? 토건 지상주의와 밀어부치기식 행정이 바뀌지 않는 한 여전히 부실시공이 존재할 것이고 최소한의 안전진단도 허술하게 형식적으로 넘어갈 것이다. 하나의 문화재를 복원하기 위해 몇 년이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체계적으로 착착 진행하는 프랑스의 사례를 본받아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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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 새로운 답변 - 경제학 거인들의 거의 모든 경제이야기
조계완 지음 / 앨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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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두꺼운 책이다. 828페이지에 달할만큼 이제까지 경제학의 토대를 세운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대한 글로 채워져 있어서 이 모든 것을 다루다보니 섣불리 책을 집어들어 정독하기엔 다소 부담감이 느껴질만큼의 두께를 자랑한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시장과 개인, 경쟁을, 2부에서는 민주주의와 집단, 윤리, 3부에서는 발전, 제도, 통제를, 4부에서는 이데올로기와 과학, 정치를, 5부에서는 여사, 지식, 행복을 다루는데 경제학,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철학, 문화까지 지난 수백년간 유럽과 미국에서 발전해온 경제학의 모든 지적유산들을 단 한 권으로 총망라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초반부터 많은 경제학자들의 이름이 나온다. 그들의 이름을 달달 외우는 것보다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사항의 뼈대만 이해하고 목차 순서와는 상관없이 각개격파식으로 읽으면 좋을 듯 싶다. 소비와 생산, 자본이 맞물려서 경제학이라는 이론이 생겨난 것인데 번역서였으면 더 딱딱하게 읽혔을 것 같다. 하지만 딱딱한 이론만을 나열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거의 경제학의 총론을 다루고 있는 복잡한 주제의 책임에도 글은 대중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정도로 진입장벽을 낮췄다.


경제학의 대가들이 오랫동안 내려져온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저자는 비교, 분석하여 명확하게 꼬집어준다. 워낙 방대한 주제를 다루다보니 균형감을 잃을만도 한데 주제별로 각각 나눠서 설명해주니 전반적인 자본주의의 개념과 배분과 분배, 노동시장에 대한 얘기들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을 통해 독자는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 생각해볼만 하다. 경제라면 지긋지긋해서 아예 담을 쌓고 있는 분이라도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는 학자들의 주장을 보며 다각도의 시선을 갖고 읽을 수 있어서 유익한 책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더 좋은 점을 들면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가 경제에 미친 영향과 노동시장의 변화과정, 민주주의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부분들을 총괄해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나름의 생각을 갖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지적영역을 넓힐 수 있는 책인데 이 책을 전부 한 번에 완독해야겠다는 무모한 욕심만 버린다면 관심있는 주제부터 읽고 시야를 넓히는 데는 이만큼 남는 것이 많은 책은 없을 것이다.


저자가 2000년부터 이 책을 쓰기 위해 구상하고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만든만큼 고스란히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 있으며, 그 오랜 시간동안 기울인 노력 덕분에 개인과 집단, 제도에 대하여 좀 더 생각이 많아지게 된 책이다. 책 소개처럼 말 그대로 인문학적인 안목으로 만든 수준 높은 정치경제학 교양사로 근대 이후의 모든 경제학 이론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기사도 좋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담은 이 책을 먼저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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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2
나혜석 외 지음, 성현경 엮음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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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에 본격적인 여행의 시대에 접어들만큼 관광문화의 발달과 여행객의 급증으로 해외에 나가 문물을 익히는 층이 늘어났다고 한다. 서문에서 한 예로 기차를 타고 파리로 갈 경우 1등석이 1천원, 2등석이 730원, 3등석이 320원이였다고 하며, 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갈 경우에는 1등석이 330원, 2등석이 210원, 3등석이 110원이였다고 한다. 그 당시 받은 월급은 보면 대강 감이 잡힐텐데 신문기자 월급이 70원이었고, 여점원 월급 25원, 문인논객의 원고료가 120~350원일만큼 격차가 컸다. <삼천리>라는 대중잡지에서는 당시 엘리트들의 기행문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연재된 기행문에서 글을 발췌하여 현대적인 어법과 문장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그래서 간혹 옛스러운 표현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때 외국으로 나가 새로운 문화를 보고 느꼈을 엘리트들의 생각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일제에 식민지배를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 그 아픔을 함께 나눠가지려고 했다. 지금이야 마음만 먹으면 여권발급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것은 그리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다못해 가까운 일본도 배를 통해 당일치기로 갔다올 수 있는 세상이다. 1930년대는 지금과도 모든 것이 달랐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동거리에 있어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었고, 그들이 갖고 있는 지식도 어느 정도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조국을 해방시켜야겠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만국 유람기가 단순히 해외여행의 행운을 누리는 호사가 아니라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누구보다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설사 목숨을 잃는다해도 가야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허헌, 최승희, 나혜석, 박인덕, 정석태, 최영숙, 손기정, 오영섭, 안창호 외 그들이 남긴 기행문은 이제 후대에 와서 책으로 만나볼 수 있음은 행운인 듯 싶다. 그때를 살아보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려운데 근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이 <삼천리>라는 대중잡지에 실린 기행문을 통해 남겨졌기 때문에 소위 엘리트라고 지칭하는 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모든 것이 생소했을 듯 싶다. 어디서든 쉽게 해외사진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얘기로만 드는 것이 전부였을텐데 그들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현실을 직시하여 동등하게 바라봤다는 점은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강대국의 남긴 문화에 기죽지도 않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했으며 해외로 떠난 여행 이후에는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근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을 담은 이 책은 <미주의 인상>에 이은 현실문학 - 동아시아 근대와 역사 총서 두번째 책으로 앞으로 발간될 3, 4권도 기대가 되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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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 하루 60끼, 몸무게 27kg 희귀병을 앓고 있는 그녀가 전해 주는 삶의 메시지!
리지 벨라스케스 지음, 김정우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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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외모에만 집중하여 열광하는 외모 지상주의에 비판하면서도 여성을 볼 때 외모를 기준으로 본다. 사람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 마음의 중심을 봐야한다고 하지만 속마음은 상대방의 외모가 매력적으로 아름답기를 바란다. 하물며 여성은 스스로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여성인데 양수없는 자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태어났을 때는 몸무게가 0.9kg, 신장이 53cm일 정도로 정상체중에서 한참 부족했지만 의료진의 예상과는 달리 정신검사에서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다. 신체적으로 아주 작은 몸으로 태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부모님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어서 리지 벨라스케스가 다른 사람보다 작은 몸으로 태어난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혹시나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할까봐 직접 집으로 초대하여 리지와 어울려서 자랄 수 있도록 친구를 만들어주었고 리지가 성장할 때 큰 버팀목이 되어준다. 뒤에서 누군가 리지를 보며 수군거릴 때도 친구들은 그 사람에게 무안함을 안겨주면서 리지가 혹여나 상처받지 않도록 곁에서 거들어주었다. 그래도 여성으로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질 수 없는 리지는 때때로 자신을 향한 악의적인 손가락질과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로 올라온 유투브 동영상과 달린 댓글을 읽으며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누구라도 리지와 같은 입장에 놓여있게 되면 큰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는 선천적인 이유로 인해 하루에 30끼를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건강이 나빠져서 한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되었고 체형이 워낙 작아 어린이 옷을 입어야 할 정도다. 이 책을 쓴 때가 24살 정도니 아직 한창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다. 그런데도 그녀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부모님의 영향과 어릴 적부터 항상 곁에 있어준 친구들 그리고 신앙의 힘이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하루를 시작할 때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잡기 전에 긍정적인 쪽으로 자꾸만 생각하려고 노력한 덕분이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그렇게 사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그냥 죽으라고 종용하지만 그녀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심지어 강연을 하러 다니기도 한다. 그녀가 전해주는 희망의 메세지에 감동을 받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지금 자신의 삶이 남루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게 '난 살아서 행복해질 것을 선택했다.'는 그녀를 보며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더 예뼈지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성형하는 여성들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이 더 감동스러운 이유는 세상의 편견과 험악한 조롱에 직면해서도 당당하게 맞서 자신을 올바르게 지켜나간 삶의 흔적들 때문이다.



이 책은 각 이야기마다 끊임없이 질문한다. 생각을 나누고 리지가 제안하는 방식인데 아마도 책을 읽으면서 서로가 가진 생각을 무엇인지 공유하라는 의미를 담은 듯 싶다.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다.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지만 생각은 바꿀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표지를 봤을 때 과연 내가 리지를 두 눈으로 볼 때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대놓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뒤에서 수군거리는 짓은 하지 않을 듯 싶다. 우린 때때로 생각없이 행한 우리의 행위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모를 때가 있다. 내 입장과 기분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사회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라고 여기는 사회보다는 편견을 잠시 거두고 그 사람의 말과 진심 그리고 내면을 바라다볼 줄 아는 건전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 책이 바로 희귀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제2, 제3의 리지에게 희망을 전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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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 백 마디 불통의 말, 한 마디 소통의 말
김종영 지음 / 진성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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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보다 입으로 내뱉는 말이 때론 어려울 때가 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고 하며, 발없는 말이 천 리를 가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는 말은 소통이 중요한 요즘과 같은 시대에 더욱 그 의미가 중요해졌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공감과 소통의 수사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전에 수사학은 무엇일까? 최초의 수사학이라는 학문이 나온 곳은 바로 고대 그리스인데 지금으로부터 2,500여년 전이라고 하니 고대에도 사람들과 토론을 할 때 수사학 기법이 얼마나 잘 쓰였는지를 보여준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지식 정보화 시대로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짐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 일부러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유명한 철학가들을 많이 배출해내었다. 그 정점에 서 있는 책이 바로 인류 최고의 서사시로 일컬어지고 있는 <일리아스>라는 책에 기술되어 있다. 각 철학자들마다 주장한 수사학의 개념도 조금씩 다르다. 이들의 말을 공통적으로 짚어보면 수사학은 단지 말을 잘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연설자의 덕목과 교양을 키우며 논리적으로 말을 하는 능력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공감과 소통이 없는 말은 일방향으로 전달할 뿐이며,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역사적 사실들 속에서 수사학의 개념들을 풀어내고자 한 점이다. 


이 책에선 수사학 소통의 원리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제1원리는 발견의 원리, 제2원리는 배치의 원리, 제3원리는 표현의 원리, 제4원리는 기억의 원리, 제5원리는 전달의 원리이다. 결국 말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고 있다. 적들로부터 고립된 상황에서 그리스 용병은 크세노폰의 일장연설에 힘을 얻어 위기상황을 이겨내고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예는 그래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말을 현명하게 쓰면 상대방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능력을 키우게 되지만 말에 폐부를 찌르는 독한 말은 상대방을 좌절케 만든다. 강단에 올라서서 청중들을 향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미리 적어온 글만 읽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켜서 그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건 많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이 책은 실용서보다는 인문교양서에 가깝지만 수사학을 통해 말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었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수사적 소통의 기본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1. 그럴 법하게 말하라, 2. 시의적절하게 말하라, 3. 조화롭게 말하라인데 타이밍을 잘 맞춰서 상식선의 말과 균형감있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실된 말이 중요해진 이 시점에서 단지 말만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보다는 진심을 담아서 상대방에게 호소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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