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동통신 봉수 - 우리 터 우리 혼, 오늘도 팔도가 무사하다 봉화가 전해 주네
최진연 글.사진 / 강이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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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전국 팔도에 세워졌던 봉수를 답사하고 조사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봉수가 세워진 지역을 직접 찾아가 주변을 조사하고 답사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책에 나온 사진들을 보면 원형 그대로 보존한 곳보다는 1885년 전신·전화 등 근대통신장비가 도입되면서 고종 32년 왕명으로 중단된 이후 방치된 채 파괴되거나 유실된 봉수가 많다고 한다. 이제는 쓸모없어진 시설이기에 다른 용도로 변경되거나 복원을 했더라도 관련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설프기 짝이 없는 봉수도 볼 수 있었다. 조선후기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증보문헌비고>에 보면 봉수는 전국에 676기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봉수전문 학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1,150여기인데 이중 북한이 650여기이고, 남한이 500여기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근데 이 중에서도 지금까지 그 흔적이 남아있는 건 400여기라고 하니 표지처럼 봉수 전문가가 아니면 단지 돌무더기에 불과한 채 남아있는 봉수가 많다고 한다.


봉수는 외부로부터의 위험을 알리기 위한 통신수단이었다. 봉수꾼이 봉수대 근처에 기거하면서 전국에서 전해져오는 신호를 알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동통신이었던 셈이다. 만약 연기를 피울 수 없는 상황이면 말을 이용하여 다음 봉수대에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현재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것은 수원 화성봉돈이다. 모양을 보니 남산 정상에 세워진 목멱산봉수가 복원할 때 많이 참고한 듯 싶다. 이 책은 역사에 있어서 봉수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지금 남아있는 봉수는 어떤 형태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생생한 사진으로 보여준다. 어떻게보면 인기없는 주제일 수도 있다. 역사 속의 유명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단지 봉수라는 것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 실린 사진으로 만나보는 봉수를 보고 있으면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땅을 살았던 선조들도 원거리에서 위험유무를 가장 빠르게 알릴 수 있는 통신수단을 고민해왔다는 것이고, 산 정상에 수많은 봉수대를 세우면서 소식을 전해들으려고 했다는 점이다. 


역사는 역사를 기억하는 일만큼이나 잘 보존하고 발굴해내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중요하지 않다며 유지보수에도 소홀히 할 때 하나둘 자연스레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30여년간 저자는 발로 뛰면서 현재 남아있는 봉수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얼마나 애를 썼는지 짐작조차 할 수 있다. 문헌에는 나와있다고 하지만 봉수를 기록한 자료는 몇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옛 이동통신 봉수>는 근래 봉수의 기록을 담은 최초의 책이자 역사서로써 기억될 것이다. 봉수마다 형태도 다르고 복원하기 위한 노력, 봉수대에서 바라본 주변 지형의 모습까지 실제 살아있는 역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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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편집
서정현 지음 / 함께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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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토요일토요일은 가수다>가 장안의 화제다. 90년대 가요 황금기를 겪고 자란 세대라면 그 당시의 인기가수가 활동하던 시절의 무대의상을 입은 채로 히트곡을 부를 때 아련한 추억에 빠져들었고, 다시 90년대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고 오래전에 발표된 음악이 차트 역주행 중이다. 한창 꿈을 키우며 커갈 때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듣고 있노라면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는 생각에 젖어들때면 아련해진다. 


나이 먹으면 다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나이 먹으면 다 존경받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영부영 마흔되더라.

살아보니 마흔이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니더라.


- 마흔에게 / 이수


이 시를 읊조리면 우리가 나이를 먹는 것은 어영부영 제대로 준비도 못한 채 찾아온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면 인생 제2막을 준비해야 할 시기를 언제 잡아야 할 지 망설여진다. 인생편집이라는 것도 편집점을 어디에 잡아야 하는지를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 하루를 힘내서 버틴다.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꿈을 꾸던 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을 빠르게 흐르기만 하고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인 듯 싶다. 우리는 커가면서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세상이 정해진 기준으로부터 강요받는 나와 나답게 살기 위한 행동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 위한 내적갈등을 심하게 겪는다. 저자는 인생에 크게 두 번 찾아온다고 하는데 보통 27~33세와 46~52세 사이에서 중대한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말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났고 앞으로 살 인생이 짧다고 짧고 길다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노후준비에 대한 걱정,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이 모두 공존한다. 한창 많은 나이에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후회는 없는지 자문하게 된다. 열심히는 살았는데 뭔가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한가득 일 때가 있다. 이 책은 바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적절한 책이다. 1인 기업가 정신, 100번의 법칙, 21번의 법칙, 10년 법칙 등 지금 인생 2막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면 정독할 내용들이 많다. 처음에는 그저그런 뻔한 자기계발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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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규 대백과 - 그래픽.웹디자인.일러스트레이션에 이르기까지 조경규와 함께한 클라이언트 & 그의 작품 이야기
조경규 지음 / 지콜론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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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현역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나로써는 마흔살이 넘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책까지 낸 조경규라는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본인이 CEO로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아니면 마흔을 넘겨서까지 활동하기 쉽지 않은데 저자는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아빠로서 여전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많은 작품들을 작업하고 있다. 그가 다루고 있는 영역도 광범위하기까지 하다. 수많은 그래픽, 일러스트 작업 뿐만 아니라 캐릭터, CD 표지, 홈페이지를 만드는 웹디자인까지 그가 만든 작품은 이 책에서 감상할 수 있다. 양장본인데다 판형이 큰데 조금 고전적인 표지와는 다르게 어떤 작품은 동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에서 B급 감성이 느껴진다.



어릴 적에 주사위 놀이를 하면서 많은 놀이를 해왔지만 이 책에서 뱀주사위 놀이를 만날 줄은 몰랐다. 완전 80년대 느낌 그대로였고 지금이라도 주사위 놀이를 해보고 싶어진다. 일러스트에 강하니 캐릭터를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재능이 부러웠다. 화려하게 잘 그린 작품보다는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고 8~90년대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잠시 아련해지는 기분이다.



유난히 딱지 그림이 많은데 이렇게도 조합시킬 수 있다는 점이 색달랐다. 나름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지만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은 자극을 받게 된다. 역시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자신만의 캐릭터나 감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조경규씨는 유독 뮤지션과의 협업을 이룬 작품들이 많다. 그들의 CD 자켓 뿐만 아니라 홍보 포스터까지 직접 그렸고 독특하게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오래 전 문방구에서 들춰봤던 캐릭터들을 끄집어내었다는 점이다. 



무(無) 스타일을 고집한다지만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였고,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한 것이다. 글을 읽기 보다는 작품감상하다가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오프라인으로 나왔을 떄 느낌은 어떨까? 지금 디자이너로 진로를 잡은 학생들이나 취준생들이 많을텐데 그들은 이런 작품을 보면서 자극을 받을지 아니면 한숨을 쉬며 자괴감에 빠질지는 모르겠다. 태생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그나마 잘 풀린 케이스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르겠다. 클라이언트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것도 복이다. 프리랜서가 되었을 때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이 구축되어서 분명 잘하는 무기가 꼭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요구조건을 유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서 동종업계에 있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선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고 그저 부럽기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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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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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기원을 알고나면 그런 뜻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주로 영어를 다루고 있는데 그 단어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라 흥미로웠던 것 같다. 언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해왔다. 우리가 쓰는 한글만 봐도 말투가 바뀌었고 글자체계가 재정비되는 과정을 겪어왔다. 그래서 언에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이  깊게 배여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마다 똑같은 의미를 지니는 말이라도 사투리, 방언처럼 조금 다르게 쓰인다. 알면 알수록 단어 하나하나가 흥미로운 이유이다. 강준만 교수를 통해 재미난 인문학 언어 탐구를 맛볼 수 있는데다 지적 상식까지 높여주는 책이다. 정말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지금에야 그런 의미인줄로만 알고 쓰인 언어가 그 배경을 알고나면 전혀 모르던 내용들이 나와 독자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있게 어휘공부도 하면서 영어의 역사와 기원도 배울 수 있는 교양서다. 기존에도 이런 비슷한 류이 나온 책들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단순히 단어와 기원만을 역는 것이 아니라 배경과 역사 그리고 문화까지 포괄적으로 알려주는데다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읽도록 씌여진 책이다. 길을 걷다보면 우린 수많은 외래어들이 난무하는 간판을 보곤 한다. 콩글리쉬로 만든 단어가 정착된 경우가 있지만 말이다. 그런 단어 조합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한 때 단어수집과 언어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있어서 많이 알아두는 것이 내가 글을 쓰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알고나서 사용하는 것과 일상적으로 쓰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쓰는 건 전혀 다르다.


언어의 기원을 찾는 과정은 늘 유쾌하기만 하다. 내 상식을 손바닥으로 뒤짚어놓아도 제대로 그 기원을 알게 되었다는 지적 쾌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강자의 논리에 따라 그 나라에서 나왔겠거니 생각해왔지만 사실은 인디언들에서 나왔다거나 페르시아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천사의 어원도 신선한 것이었다. 요즘은 한글을 준말로 쓰거나 괴상하게 조합을 한 신조어들이 인터넷을 뛰쳐나와 일상에서도 쓰이고 있다. 신조어들이 난무하는 것에 불편해하지만 그런 과정들을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서 단어들이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단어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 문화적인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기원을 알게 되면 인문학적 지식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 이 책은 의문으로 시작해서 속시원히 그 과정을 알려주기 때문에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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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셰어하우스 - 싱글녀 다섯과 고양이 두 마리의
김미애 외 지음 / 올댓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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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올리브 TV를 통해 방영된 <셰어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다 챙겨보면서 참 좋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서로 다른 직업과 꿈을 가진 젊은 남녀가 모여서 산다는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혼자였으면 개인적인 일로 묻어둘 일인데 같은 집에서 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도 함께 나누며,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함께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정도 싹트고 웃을 일도 더 많아진 것 같아서 보는내내 부럽기만 했다. 셰어하우스는 싱글남녀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도 셰어하우스가 운영되고 있는데 고시원에 살며 홀로 자취생활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셰어하우스는 같이 살 사람이 모여 1/n로 비용을 충당하고 함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싱글족이 늘어나고 집을 구하지 못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지하방이나 옥탑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셰어하우스에서 산다는 것이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해본다. 대가족이 해체되고 핵가족이 보편화된 지금,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삶을 함께 공유한다는 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책을 읽다보면 여자들끼리 모여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뭔가 아름다운 일들이 계속 펼쳐질 것 같은 환상도 가지게 된다. 바느질에 꽂혀서 다섯 명이 뜨개질로 작품을 만든다던가 말이다. 이들은 특집에 살면서 각자의 꿈을 나누고 있다. 지금 방영되는 <룸 메이트>를 보며 이렇게 사는 것도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봤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혼자일 때보다는 함께일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나 혼자라면 도무지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일도 같이 함으로써 해결하고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들이 쌓았을 추억들은 얼마나 많을지. 물론 초반에 나오는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과정이 험난한 것을 감수해야 한다. 아무리 잘 알아본다고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일들이라서 시행착오도 많고 큰 돈이 오가는 일이기 떄문에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들 돈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이니 대출금을 끌어모이고 집이 완성될 때까지 찜질방에서 생활한다거나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에 특집에서 사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행복할 지 부러운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꿈꾸고 있는 일상이 매일매일 이들 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셰어하우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나게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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