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 바로 <이방인>이다. 근데 책 띠지에 적힌 말들이 도발적이다. 25년을 속아왔다니 그러면 지금까지의 번역은 제대로 된 번역이 아니라는 말인가? 오래 전에 <안네의 일기> 국내 최초의 완역본이라 소개한 책을 읽으면서 원래 이렇게 두꺼웠었나 의아해했는데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적나라한 부분까지 있어서 삭제되었던 것이다. 번역은 제2의 문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누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원문이 다르게도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 작업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한 작가의 작품만을 담당하는 전문번역가도 있는데 누구보다 작가의 문학세계나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전 명작을 재번역 과정을 걸쳐서 다시 내놓는다는 건 심리적 부담이 큰 작업일 것이다. 원문을 읽으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해냈는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사실 <이방인>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갖고 있다. 근데 번역의 오묘한 점은 같은 줄거리를 가진 번역서임에도 다르게 읽힌다는 점이다.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역자노트는 <이방인> 자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역자가 번역하는 동안 겪었을 고충이 이해가 되었다. 번역을 거치면서 단어 선택과 잘못 표현된 조사까지 바로잡는 과정은 완벽하게 내용을 이해하지 않으면 소화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이렇게 많은 분량을 역자노트에 할애했다는 것은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누락되었거나 인칭대명사의 차이가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어투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음을 부연설명으로 달아두었다. 그래서 <이방인>이라는 작품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 삶은 사막처럼 건조하고 분위기 자체가 외롭다. 전혀 따뜻하지가 않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겪는 일들도 무미건조할 따름이다. 감정 자체를 극도로 자제한 듯 나와 타자를 구분한다.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스스로 이방인의 삶을 추구한다. 무리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그는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무관심으로 채워져 있다. 요즘 같으면 자기방어로 인정되어 사형에 선고되지 않을텐데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 '뫼르소'는 타자에 의해 비도덕적인 인간이 된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뫼르소'에겐 빈껍데기 뿐인 인간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는 점을 카뮈는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수많은 번역서들을 서점에서 만난다. 하지만 정말 문장이 어색해서 읽기 거북한 책도 있는 반면 자연스럽게 읽히는 책도 있다. 번역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책이라서 이 책 이후에도 잘못 해석된 고전들이 재번역되어서 나왔으면 한다. 번역자가 책임감있게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면 많은 독자들에게 읽힐 책들이기에 역자노트에서 기존 번역서와의 비교와 해석은 한번쯤 독자들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지를 남기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가 부모에게 답하다 - 청소년과 부모가 영화로 소통하는 인문학 이야기, 2014 세종 도서 교양 부문 선정 도서 인문학 콘서트 1
최하진 지음 / 국민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여러모로 곱씹어서 읽을만한 책을 만났다. 이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몇 번을 봐도 감동적인 작품들이다. 아이와 함께 영화감상한 뒤 느낀 점들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좋은 책이다. 영화와 인문학을 소개하는 책 중에서 아마 교육적으로도 좋은 시도이고 실제로 청소년과 부모가 서로 소통하는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이 책에 제시한대로 시도해봐도 좋을 듯 싶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명작들을 보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 아무리 부모가 아이를 교육시킨다고해도 잔소리 정도로만 듣게 될텐데 명작들은 아이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가족의 소중함과 내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할만하다. 


어릴 적에 눈물을 흘리며 봤던 영화를 내 아이가 보면서 어떤 감동을 받을지 그런 과정들이 반복될수록 서로 돈독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책 내용 자체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몰입하면서 읽을만한 재미있다는 점이 좋다. <자전거 도둑>에서 느꼈던 부성애와 아버지의 그늘진 뒷모습은 저자의 경험과 겹쳐지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바로 내 얘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 명작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 영화를 보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삶의 많은 교훈들은 본인이 직접 겪거나 아니면 간접적으로 겪는 방법이 있다. 영화와 책은 우리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얘기들인데 인문학적 요소를 잘 살린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책이다. 영화마다 아이들이 쓴 감상문도 실려있으니 아이들에게 감상문을 쓰도록 한다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 같다. 21편의 영화들은 저자가 내리는 해석과 영화에 담긴 가치는 결국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단순히 영화에 대한 소개와 경험담이 전부가 아니라 명작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고 꼭지마다 시가 있어서 읽을만한 가치가 높은 책이라 하겠다. 누군가 영화와 관련된 괜찮은 책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이와의 소통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거나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폰 괴테를 읽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류시건 옮김 / 오늘의책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책 제목만으로 생각했던 것은 괴테의 문학작품을 분석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괴테 필생의 역작인 <파우스트>에 주석을 달아서 꼼꼼하게 설명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첫 장을 펼쳐보니 제목과 다른 <파우스트>였던 것이다. 이럴거면 <파우스트>라는 제목으로 나왔으면 제목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럼에도 <파우스트>라는 작품은 여전히 불멸의 고전임에는 변함이 없다. 636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파우스트>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무려 60년에 걸쳐 완성한 책인데 1771년에 처음으로 구상하였는데 이 때 괴테의 나이는 불과 22세였다. 27세에 초고를 완성한 뒤 57세에야 1부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1831년 8월에 이르러 대망의 <파우스트>은 완결짓게 되는데 82세에 이르러서야 그가 젊은 시절에 구상한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파우스트>는 명작의 반열에서 항상 언급되는 작품인데 인간의 본성과 영혼 구원의 진리를 탐구하는 대서사시이다. 희곡 형태의 작품으로는 셰익스피어에 비견될만하며 다른 번역본보다는 조금은 읽기 쉽게 번역하여서 읽는데에는 무리가 없다. 파우스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오류투성이이며,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위대한 작품이다. 아직 이 작품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다. 파우스트, 메피스토펠레스 대화 속에는 파우스트가 사랑을 갈구하지만 점점 타락해져가는 모습을 그린다. 1부에서는 그렌첸을 사랑하고 2부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헬레네를 사랑한다. 완벽하게 꾸며진 이 무대는 등장인물 간의 대사가 얼마나 시적이고 아름다운 지 언어 선택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로 인해 계속 되새기며 읽게 된다. 인간의 욕망은 선과 악 사이에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희곡 형태의 책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무대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그리며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긴 런닝타임의 무대를 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다른 번역본과 다르게 고어체를 살리지 않은 점은 호불호가 갈릴 듯 싶고 오탈자로 인해 의미를 이해하는데 방해하는 점은 책의 완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마디로 큰 차별점은 느껴지지 않은 책이었고 그나마 부록에 실린 해석으로 <파우스트>가 쓰이게 된 배경과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있는데 이왕이면 차별화되지 못한 편집과 구성은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삐딱해도 괜찮아 - 똑같은 생각만 강요하는 세상을 색다르게 읽는 인문학 프레임
박신영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을 다르게 본다는 것은 생각이 깨어있음을 뜻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교육은 단 하나의 정답만을 찾아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다른 가능성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보고 왜 세상을 삐딱하게 보냐고 다그친다. 아웃사이더같은 존재로 낙인찍히며 까칠하다거나 성격이 이상한 거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넓혀보면 우리가 배운 것, 우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양성을 잘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창조적인 생각이 나올리가 없다. 음악이나 예술을 제외하고는 우리 일상속에서의 모습은 매우 균일화되고 보편적인 것을 추구하도록 강요당한다. 튀지 않고 군중 속에 섞여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생각도 비슷비슷해진 것은 아닐까? 지금도 그렇지만 환승 지하철을 오가는 통로에서 기분 좋아지는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여기에 디스플레이 광고물이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누구나 음악이 나올 때 똑같이 춤춘다면 어떨지에 대한 상상은 내가 남들과 같지 않다는 만족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와중에 나온 <삐딱해도 괜찮아>는 우리가 익히 읽어왔던 문학작품부터 영화, 전래동화까지 저자의 관점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낸 책이다. 보다가 피식거리기도 하고 앗! 그럴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흥겹게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여자친구나 학교친구가 들려주는 것처럼 여성만의 감수성으로 녹여내었다. 우선 내용이 무겁지 않아서 좋다. 각각의 작품들을 가볍고 신나게 읽을 수 있어서 읽는 부담도 없다. 누구나 똑같은 작품을 읽어도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다르게 내리듯 이 책도 그런 생각으로 읽고나면 깨달음을 뒤늦게 밀려온다. 저자는 자신만의 생각으로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데 정작 나는 내 생각을 투영하여 해석을 내리고 있었나 하는 점이다. 그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인 것처럼 오인하여 묵인한 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는지. 저자는 내 편견을 깨주는 책과 세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려주는 역사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안중근 의사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아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뜻인데 이는 하루라도 책을 읽으면서 자기 성찰을 하지 않으면 남을 헐뜯게 된다고 한다. 다양한 책을 읽게 되면 세상을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을 잡아준다. 그리고 52편의 이야기를 마치는 맺음말에는 저자가 도움을 받은 책과 강력추천하는 책들이 있으니 참고해보면 좋을 듯 싶다. 마치 메타북을 읽다가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하게 된 것처럼 독서의 편식하지 않고 두루두루 읽어볼 일이다.


독자중에 인문학을 색다른 시점에서 읽고 공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즐겁게 쭉쭉 읽어나갈 수 있는 <삐딱해도 괜찮아>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독서를 할 때마다 의문점을 갖고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똑같은 생각만을 강요하는 현재 프레임에 손을 번쩍 든 저자처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자. 그건 삐딱한 것이 아니라 편견을 갖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두 달, 제주 - 월별로 골라 떠나는 제주 여행
양희주 지음 / 조선앤북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도 여전히 제주를 꿈꾼다. 대학교 졸업여행때 처음 가 본 제주의 기억은 내 현실 속 환상과 맞닿아있다. 그래서 제주를 소재로 한 책을 읽을 때마다 설레임으로 마음을 채워놓는다. 제주만큼 자연 그대로 보존되기를 바라며 우도의 하얀 백사장과 오묘하게 푸른 바다빛깔에 매료되어 모든 것이 새로웠던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성산일출봉에 올라갈 때도 낮게 깔린 안개마저 자연의 일부로 신비로웠고,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은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낮아서 더 정겨웠던 제주도. 굳이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의 유산이다.


이 책의 컨셉은 제주도 여행을 떠날 때 수많은 관광지와 맛집들을 월별로 정리해둔 것이다. 저자는 도시를 떠나 제주살이 4년째에 접어든 제주이민자 혹은 제주생활자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도 매일보면 일상이 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마음마저 정화시켜주고 시간의 흐름이 여유로운 그 곳에 정착하여 생활한다면 심신이 지친 마음을 치유할 것만 같았다. 근데 제주에서 생활할려면 머무를 집을 구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한다. 신령 신을 붙인 신구간에 구할 수 있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아름다운 제주를 담은 사진과 너무 잘 어우려져서 제주에서의 삶이 가깝게 느껴졌다. 사계절을 담은 이 책은 휴가 시즌을 앞두고 제주도의 매력을 물씬 느끼기에 좋은 책이다. 일단 느낌 자체가 당장 제주로도 날아가서 여기저기 둘러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읽는 내내 다 눈에 밟혔다. 


스스로 도시를 벗어나 제주에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주도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꾸려가는 자유인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제주방언과 문화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섬에서의 삶은 어떤 느낌일까라는 궁금점도 있다. 사진을 보면 월별로 정리해둬서 이 달에 가면 꼭 가보면 좋겠다는 가이드가 되어준다.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된다면 올레길 정주에 도전해보고 싶다. 아니면 스쿠터를 빌려서 여기저기 편하게 둘러보고 싶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고 싶다. 이 책은 여행서라기 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여행서적보다는 에세이의 비중이 높고 맛집 정보나 교통편은 간단하다. 하지만 상세코스로 동선을 파악할 수 있고 저자가 갔던 길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 에세이로만 읽으면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여행관련 정보는 굉장히 많으니 그 부분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다시 여행을 떠난다면 이 책을 한 손에 들고 제주도로 떠나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