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와 황토흙으로만 만든 집에 저 산너머 새해가 떠오른다.
새소리와 자연의 상쾌한 풀내음에서 나오는 안개 자욱한 아침을 맞는다.
기지게를 한번 하고 바로 앞의 호수라고 생각하는 개울에서 세수를 한다.
뒤 채마밭에서 아침이슬이 떠있는 산나물이나 직접 재배한 채소를 개울로 가서 씻어낸다.
흙을 씻어내어서 가지런히 소꾸리에 넣어서 가져온다.
군불을 지펴서 오래된 솥에 직접 밥을 지어 먹는다.
누릉지가 나오는 그 밥은 정말 꿀맛이겠다.
내가 직접 만든 탁자에 방금 따온 산나물과 약초, 상추로 아침을 먹는다.
고추장은 내가 직접 제조한 것이면 더욱 좋겠지. 녹차를 우려만든 물로 보리차를 대신한다.
점심에는 뒷산에서 칡을 캐어서 즙을 내어 만들어 먹기도 하고 뿌리는 국수를 만드는 것에 쓰기도 한다.
울타리를 만들어 제법 쳐놓은 우리에서 오리며 닭도 키워본다.
시장에서 가져온 돼지는 산속에서 살기에 말 그대로 산돼지가 되는 것이다.
더우면 개울가로 발을 담구어 본다. 발을 담구어도 시원치 않으면 반신욕도 좋겠지.
목침하나 베고 졸리면 자면 그만이다. 자장가는 옆 개울에서 물소리가 자장가인 것이다.
가끔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 또한 재미나는 일이다.
사람이 별로 없으니 소음이 조금 커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깨면 옆에 있는 책 하나를 펼쳐읽는다.
언제든 좋은 글귀는 밑줄을 그어야 하니까 색볼펜이 하나 있으면 그만이다.
독서는 저자와의 진지한 대화라고 했던가. 같이 있으니 나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점심도 먹었겠다.
이제 땀을 흘릴 시간이다.
채마밭으로 나가서 밤새 자라난 풀들을 김매기한다.
호미로 골도 내주고 풀고 뽑고 거름도 주어본다.
돌아오는 길에 지게로 한아름 장작거리도 가져와 본다.
침을 퇘 밷어 손에 물기있게 하여 도끼로 장작을 패본다.
겨울내내 써야 할 장작이기에 잘 말려 바람이 잘 드는 곳에 산처럼 쌓아본다.
저녁이면 내가 직접 자르고 도끼질한 참나무나 통나무로 군불을 지피우고 불빛을 본다.
멀리서 소쩍새가 울고 이름모를 새가 우는 것은 같은 식구라는 표현의 방법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불이 약해져 숯불이 남거든 냉동실에 얼려둔 삼겹살 남은 것을 꺼내게 된다.
오래 묵혀둔 더덕술이면 더 좋고 매실주나 칡술도 관계가 없다.
이리 좋은 곳에 와서 독한 소주를 마실 일은 일년에 얼마 없을 것이다.
달빛이 너무도 좋구나. 별 빛 또한 그려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구나.
등짝은 온돌이라 뜨겁다. 새벽녁까지는 걱정없다.
신선이 따로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구나.
옛일을 명상 하는 것 또한 그리 나쁠 것도 없다.
어제의 나와 지나온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지를 않은가?
고생하고 힘든 삶은 잘 견디어 준 내 자신을 위하여 건배이다.
자신만의 풍류산방 오두막집을 만들어보자...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기에 떠날 수 있다.
인생의 여행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쉴 수 있는 곳,나만의 신성한 곳, 그 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안정이 되는 곳,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 성찰과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곳, 밤 하늘의 별과 달을 보면서 툇마루에 앉아 술 한잔을 기울이면서 세상번뇌를 내려 놓을 수 있는 곳...
그런 휴식의 공간이 필요하다.
삶은 화살보다 더 빠르게 가고 있다.
이 세월의 화살은 한 번 시위를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그리고 나이의 숫자 만큼 그 속도가 더 빠르다.
이 화살같은 인생에서 나를 내려놓고 쉴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행복, 그렇다. 한 번 세상에 태어나 행복하게 살아야한다.
이 행복은 타인이 가져다 주지 않는다.
내 스스로 찾고 노력해야 그 행복이 주어진다.
가족에게 희생과 열심이라는 이유로 땀흘리지 않는 가장이 어디있는가?
그런 희생과 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인성이 필요하다.
그 가장 큰 힘은 자신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공간에서 나온다.
공간, 이 공간이 중요하다.
그 공간에만 있으면 치유가 되고 삶이 즐거워지는 그런 곳 말이다.
풍류산방.
내가 이 풍류산방이 필요한 이유는 내안의 나를 사랑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와의 대화가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도시의 높다른 빌딩과 자동차,매연과 소음,스트레스라는 괴물에 시달리면서 살아가는 내 안의 나를 때론 쉬게 해줘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 내 가족과 인연들을 사랑하게 된다.
풍류산방은 그 곳에서 아웃사이더, 세상과 분리된 나만의 철저한 이기주의자를 만들게 해준다.
풍류산방의 삶이 나를 더 살 찌우고 키운다.
영혼의 키를 더 키우고 양식의 텃밭에 씨를 뿌리게 한다.
삶은 소중하다.
단 한 번 이기에 소중하다.
두 번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소중하지 않다.
그런 곳에서 내공을 키워나가면 세상풍파에 절대 휘둘리지 않는다.
풍류산방은 내 영혼의 쉼터이자 내가 돌아갈 여행의 마지막이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법,
단 한 가지이다. 내 가슴속에서 시키는대로 살아보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법이다.
풍류산방에서 살아가는 것,이제 내가 가장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다.
2014년 4월29일 드디어 33편의 글을 만들어본다.
모든 초고는 걸레라고 했다.
이 글들을 황금덩어리로 만들어보마. 살아서 움직이는 알라딘의 요술램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