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장직원에서 피자집 CEO로... ] ******************************
지난 5월 피자헛에선 매장 직원 출신의 대리점 사장 3명이 한꺼번에 탄생했다. 우수직원에게 대리점 프렌차이즈권을 주는 '직원 라이선스' 제도의 첫 수혜자가 나온 것이다.
고등학교 또는 전문대 졸업 후 20대 초반부터 피자를 날라온 이들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 대졸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이미 자신의 매장을 관리하고 있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입사 4∼5년이던 20대 중반의 나이에 직영점 점장으로 승진한 억척스러움이다.
피자헛은 이들이 독립적으로 프랜차이즈 대리점을 운영하더라도 회사 이미지 유지에 손색이 없겠다고 보고 아예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다.
춘천 강원대점장인 정애란 (여·33)씨는 단골손님의 전화 주문 목소리만 듣고도 누구인지, 언제 어떤 메뉴를 주문했는지를 맞히는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
철저한 손님 위주 서비스 덕분에 매장을 옮겨도 찾아오는 '고정팬'까지 꽤 생겼을 정도다.
주말에 손님이 많이 몰릴 때는 피자를 학수고대하는 손님을 대신해 주방에서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직원들로부터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손님의 트집에도 얼굴 한번 구긴 적 없다. 대신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몰래 접시 한 장을 들고 바깥으로 나가 사정없이 깨뜨려 버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89년 서울 대치점 사원으로 입사했고, 92년 상계점 부점장, 94년 광장점장, 99년 본사 컨트롤팀의 감사 업무 담당으로 파죽지세의 승진을 했다.
그는 “시키는 일만 하지 않고, 항상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생각했던 것이 남보다 한발 앞설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한다.
세 사람 중 유일한 미혼. 현장경험을 사업에 접목시키기 위해 올해 동국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일산 원당점장인 주선희 (여·33)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듬해인 90년 롯데월드점에서 서빙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92년 잠실점 부점장을 거쳐 94년 그랜드백화점장으로 승진했다. 연신내 점장으로 근무하다가 일산 원당점을 열게 됐다.
잠실점에서 함께 근무했던 남자 동료와 열애 끝에 결혼, 부부가 함께 피자헛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남들이 대학갈 때 앞치마 두르고 서빙하는 게 부끄러웠던 것이 사실”이지만, “기왕 들어온 것,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이 한번 되어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그 분야의 최고가 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게 그의 지론.
손님을 향해 짓는 '살인미소'가 특기이며, 포크와 나이프 100개를 2분이면 씻어내는 '설거지의 달인'이다.
인천 가좌점장인 임학렬 (36)씨는 전문대를 졸업한 후 92년에 입사, 94년 동인천점 부점장, 96년 롯데 인천점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달 1일 직원 가맹점 1호인 인전 가좌점을 열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남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이 주방쪽이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아침 재료의 유효기간을 점검하고 오븐을 예열하는 게 습관이 됐다.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지식이 대학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값지다”고 주장하는 체험파다.
그의 꿈은 배달 전문점인 현재의 매장을 대규모 레스토랑형으로 키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