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덕수상고 동기동창 CEO 2인 ] *******************************
"우리가 얼짱 친구 라구요? 만나면 일 얘기뿐인걸요."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과 김광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은 덕수상고 동창이다.
75년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내년 2월이면 벌써 졸업 후 만 30년 이 되는 셈이다.
두 사람은 학교 다닐 때보다 사회에 나와 끈끈한 인연 을 맺게 됐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은 얼굴을 마주 대할 정도다.
상고 출신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두 사람은 서로 닮은 듯 다르다.
졸업 후 증권사와 외국계 보험회사, 한국신텍스 등에 근무했던 김효준 사장은 95년 BMW코리아 상무로 스카우트되면서 2000년 사장까지 올랐다 .
특히 김 사장은 아시아 지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독일 BMW그룹의 임 원(Senior Executive)에 선임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사장 별명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대로 '김고객'. 골프치는 시간이 아까워 재작년부터는 좋아하던 골프도 그만뒀다.
회사 주최 골프 행사를 열더라도 골프는 치지 않고 카트를 타고 다니며 고객 사이를 돈다.
골프를 치면 기껏해야 만날 수 있는 인원이 세 명이지만 카트를 타고 돌면 150명 이상 되는 고객들을 일일이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점심 먹기 위해 들른 한 호텔 일식당에서 반주로 맥주를 고르면서도 꼭 고객 회사 제품을 주문한다.
"이 회사에서 우리 차를 네 대나 가지고 있거든요. 음료 한 병을 시켜 도 이왕이면 고객 회사 것을 팔아드려야죠."
"직원들은 참 재미없는 사장을 만났다고 할거야. 매일 일 얘기만 하고." 김광진 회장이 너스레를 떤다.
김광진 회장 역시 사회 첫 발을 내디딘 곳은 증권사. 하지만 곧 자기 사업을 시작해 98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사업 때문에 골프마저 그만둔 김 사장과 달리 김 회장은 직원들과 어울 려 곧잘 술과 노래를 즐긴다.
김효준 사장은 "업계 특성상 고객을 찾아 발로 뛰어야 하는 우리와 달리 전략적 사업 관리가 가능한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추켜세웠다.
김효준 사장은 덕수상고 출신의 저력으로 '어떠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꼽는다.
"우리 동창생들은 머리는 있지만 가정 형편이 따라주지 않았던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더 빨리 직장생활도 시작했죠. 그런 어려움이 좋은 자양분이 됐어요.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 타당한 원칙들을 지키면서 사업에 접목시켜 나가는 것.
그게 바로 우리 동문들 의 힘인 것 같아요. 원칙들을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려면 자신의 철학이 없으면 지켜나가기 힘들거든요."
준비하는 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믿음 역시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 김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를 꿈꿔왔다"고 했다.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워 시장의 흐름을 읽고 준비 해왔다.
김 회장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였다.
"사회 초년병 시절 증권회사를 다닐 때 꼭 성공해서 이 회사 오너가 돼 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증권회사는 도저히 제가 좇을 수 없는 꿈이었죠.
그 이후에도 금융사를 꾸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공부해왔어요. 그러던 중 IMF가 터졌죠.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이전까지 프리미엄만 200억~300억원 붙던 것이 IMF 사태 이후에는 프리미엄 없이 인수하라는 조건이 들어오더군요."
김효준 사장도 마찬가지. IMF 이래 다른 회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 하거나 투자를 줄이는 사이 BMW코리아는 오히려 본사에서 2000만달러를 유치하는 등 과감하게 투자를 늘렸다.
상고 졸업 후 바로 사회에 뛰어들어 뒤늦게 대학(방송통신대ㆍ연세대 경영대학원) 공부를 마친 김 사장은 사원을 뽑을 때도 남녀 구분없이, 나이와 학벌 제한 없이 철저히 능력 위주로 선발한다.
항상 최종 인터뷰는 김 사장이 직접한다.
부유한 고객층을 상대로 하는 BMW코리아와 서민들을 상대하는 저축은행. 고객층이 양 극단에 위치한 두 CEO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어떨까.
"서민경제는 여전히 어렵죠. 신용불량 문제까지 겹쳐 하위층 폭이 점점 더 두터워지고 있어요. 제1금융권에서 대출 못 받는 서민들을 우리 같 은 제2금융권에서 도와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요. 악순환이죠. 저소득층 의 저신용 고객에게 신용대출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 고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쟁력 있는 시장이기도 하고요." (김광진 회장) "중간층이 사라지면서 소비자 분포가 모래시계 형태로 바뀌는 것 같아요. 소비뿐만 아니라 산업 자체도 고급 하이엔드(high-end)로 가느냐, 저가 로우엔드(low-end)로 가느냐의 두 갈래로 나뉠 겁니다."
우리 회사도 지난 1월에 비해 성장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입차 시장이 전체의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