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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이 산을 넘어야만 정상으로 갈 수 있는 등산로.
피해갈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더 험하고 미끄럽고,척박한 공기와 메마른 산이다.
밤이면 영하 20도를 넘는 차가운 절벽에서 밤을 새우는 비박을 해야
한다.
춥고 배고프다. 조금만 방심하면 천길 벼랑끝으로 떨어진다.
방법은 없다. 오직 인내하고 이 순간을 참고 견뎌 산에,정상에 오르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런 심정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다.
1권을 읽고 2번 째 중도 포기, 세번 째 위의 심정으로 이 책을
읽었다.
노튼 출판사가 영국,미국,호주 유명작가 125명에게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책10권을 선별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안나 카레니나>가 1등을 했다.
왜 그랬을까?
나에게는 난공불락의 성같이 날카롭고 차가운 저 산같은 책이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책이라는데...
나의 뇌에 문제가 있는건가? 내 독서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남들이 이해 못하는 그 어떤 숨은 방식이 숨어 있는 것일까?
그래서 다시 이 책을 통독하기로 했다.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한 나의 독서와 읽는 수준은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리...
그래서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하..
그런데 이런 마음으로 읽어서인지,아니면 어떤 임계점에 도달한
것인지,
안 보이는 게 보이고 안 읽혀지는 것이 안개가 걷히듯이 서서히
보인다.
눈이 띄이고 이해가 되고 저자와 하나가 되어가는 그 어떤 교감이 시작되는
거라....
아! 이제 내가 조금 삶에 대하여,사상에 대하여,저자와 독자 사이의 벽을 허물기
시작하는 것인가?
약간의 감동이 몰려오고 이제는 그 어떤 어렵고 힘든 책이라도 읽을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었다.
음식의 맛을 아는 것처럼, 나도 책의 그 어떤 깊은 맛을 이제는 조금 알게 되는 것
같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게 이런 심정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