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서울에 올라 갔다가 서울역에서 찍은 거에요. 강우규(姜宇奎)의사에 대해서는 '사이토 총독에게 폭탄을 던졌다가 실패했다'는 정도만 알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 사진을 계기로 인터넷을 찾아보고 색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첫째는 강의사가 거사 당시 65세의 고령이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강의사가 한의사 출신이면서 교육 사업에 남다른 헌신을 했다는 점이고, 세째는 거사 후 도피했다가 일본인에게 체포된 것이 아니고 같은 한인인 김태석(당시 고등계 형사)에게 붙잡혔다는 사실이에요.
첫째 사실과 둘째 사실로 미루어 강의사의 의거는 단순한 혈기에게 비롯된 것이 아니고 생사를 초월한 깊은 생각과 결단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어요. 유시의 내용에서도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죠. 세째 사실을 통해 우리는 친일 청산이 왜 필요한지를 새삼 확인하게 되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동족을 희생시킨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않고 어떻게 국가의 기강을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강우규 의사의 호 '왈우(曰愚)'는 굳이 번역하면 '바보[愚:어리석을우]라 불러다오[曰: 가로왈]'에요. 무슨 뜻일까요? 나라잃은 백성이니 바보란 뜻일까요? 한의사도 하고 교육사업도 벌였지만 돌아보니 다 부질없는 짓 헛똑똑이 짓으로 여겨져서 그렇게 붙인 것일까요? 사심없이 살겠다는 뜻일까요? 단순히 자신의 천성이 아둔하다는 뜻일까요? 여러가지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호에요.
강우규 의사의 시는 그의 생사를 초월한 고결한 의지가 잘 나타난 시에요. 그런데 우리가 좀 눈여겨 볼 것은 시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죽음에 임해서 시를 남겼다는 점이에요. 전통 학문에서 시는 일상과 유리된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니었어요. 그랬기에 죽음을 앞두고도 시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오늘날 문학 교육은 반성할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왜 우리는 그토록 오랜 시간 문학 교육을 받았지만, 시 한줄 쓰기를 어려워 할까요? 시와 일상의 간격을 너무 벌려 놓은 것 같아요. 다시 그 간격을 좁혀 일상이 시이고 시가 일상인 문학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자, 한자를 하나씩 뜻과 음으로 읽어 볼까요?
曰愚 姜宇奎 義士(왈우 강우규 의사):
曰: 가로왈, 愚:어리석을우,
姜: 성강, 宇: 집우, 奎: 별규, 義: 옳을의, 士: 선비사.
斷頭臺上(단두대상): 斷: 끊을단, 頭: 머리두, 臺: 돈대대, 上: 윗상.
猶在春風(유재춘풍): 猶:오히려유, 在: 있을재, 春: 봄춘, 風: 바람풍.
有身無國(유신무국): 有: 있을유, 身: 몸신, 無: 없을무, 國: 나라국.
豈無感想(기무감상): 豈: 어찌기, 無: 없을무, 感: 느낄감, 想: 생각상.
이제, 일부(頭, 臺, 春, 風, 有, 無, 國, 義, 士) 빼고, 자원을 알아 볼까요?
曰는 口(입구)와 一의 합자에요. 말할 때 입[口]에서 나오는 기운[一]을 표현한 거에요. 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曰可曰否(왈가왈부)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愚는 禺(원숭이우)와 心(마음심)의 합자에요. 외형은 사람처럼 생겼으나 지력(智力)은 사람에 훨씬 못미치는 원숭이처럼 인식능력이 낮고 반응이 둔하다는 의미에요. 愚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愚鈍(우둔), 우문(愚問)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姜은 고대 성군의 한 명인 神農氏(신농씨)가 자신의 성으로 삼은 성씨에요. 신농씨는 姜水(강수) 근처에 살았는데, 강 이름으로 자신의 성을 삼았어요. 姜에는 상서롭고 온순하다는 의미의 羊(양양)과 女(여자녀)가 들어 있지요. 신농씨가 왜 姜을 자신의 성으로 삼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요. 성씨라 굳이 예를 들 필요는... 아, 姜邯瓚(강감찬), 강우규(姜宇奎)를 예로 들면 되겠네요.
宇는 宀(집면)과 于(탄식할우)의 합자에요. 탄식할 때 기운이 밖으로 발산되듯 지붕밑에 사방으로 달아낸 물건이란 뜻이에요. 처마란 의미지요. 지금은 처마보다 '집'이란 뜻으로 주로 사용하죠. 처마는 '檐(처마첨)'으로 표기해요. 宇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宇宙(우주), 寺宇(사우, 사원 건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奎는 大(큰대, 여기서는 두 팔과 두 다리를 벌린 사람을 의미해요)와 圭(홀규)의 합자에요. 본래 넓적다리와 넓적다리 사이의 넓은 공간이란 의미였어요. '쩍별남(녀)'를 생각하면 되겠네요. 홀이 위는 각(角: 뿔각)지고 아래는 펑퍼짐한 모양이듯이, 넓적다리는 펑퍼짐하고 넓적다리 아래는 좁아지는 모양이기에 圭로 음을 삼았았어요. 지금은 '별'이란 뜻으로 사용하는데, 奎를 본 의미와는 다르게, 홀[圭]을 가진 사람[大]이란 의미로 풀이한데서 연유해요. 홀을 가진 사람은 크게 성공한 사람이란 의미인데, 문필로 대성한(할) 사람을 상징하는 하늘의 별이 바로 '奎'에요. 奎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奎星(규성), 李奎報(이규보, 고려 무신집권기의 유명한 문인이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斷는 㡭(絶(끊을절)의 옛 글자)와 斤(도끼근)의 합자에요. 도끼를 사용하여 끊어낸다란 뜻이에요. 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切斷(절단), 斷腸(단장, 창자가 끊어질 듯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上은 땅[一] 위에[卜] 있다란 의미로 풀이하기도 하고, 땅에서 위로 양기가 올라가는 모습[卜]을 표현한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해요. 上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上下(상하), 上昇(상승)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猶은 두가지 설이 있어요. 하나: 원숭이를 나타낸 것이다. 둘: 족제비를 나타낸 것이다. 둘 중 무엇이든 간에 뜻은 犭(개견)과 관련있고, 酉(닭유)는 음만 담당해요. 의심하고 머뭇거린다는 의미를 표현할때 '猶豫(유예)'란 말을 사용하는데, 원숭이보다는 족제비가 더 의심이 많은 동물이기에 족제비를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어요. 생김새도 원숭이 보다 족제비가 개를 더 닮은 것 같구요. 지금 사용하는 '오히려'라는 의미도 의심과 관련된 의미이니, 이래저래 본 뜻은 원숭이보다 족제비일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 猶는 '같다'라는 뜻으로도 사용하죠. 유명한 '(過猶不及(과유불급, 지나친 것과 부족한 것은 똑같다)'이 그 예이죠.
在는 才(재주재)와 土(흙토)의 합자에요. 才는 본래 식물이 싹을 틔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에요. 싹을 틔우는 모든 것들은 대지에 의지하여 존재한다란 의미에요. 在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存在(존재), 不在(부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身은 서있는 사람의 몸을 그린 거에요. 身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身體(신체), 心身(심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豈는 본래 개선할 때 연주하는 음악이란 의미였어요. 이 음악은 예식 음악이죠. 예식 음악이란 의미는 제사 그릇의 의미인 豆(제기이름두, 보통 콩두로 많이 사용하죠)로 표현했어요. 제사 그릇을 진설하고 물리 때 연주하는 장중한 음악처럼 개선군에게 연주해주는 장중한 음악이란 의미지요. 山은 微(작을미)의 약자로 음을 담당하는데, 음가가 약간 바뀌었죠(미-->개, 기). 지금은 개선 음악이란 의미로는 사용 안하고 '어찌'라는 뜻으로만 사용해요. 의미의 변천 과정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개선음악을 의미하는 글자를 지금은 '凱(승전가개, 개선할개)'로 표현해요. 豈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豈有此理(기유차리, 그럴 리가 있으랴)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感은 咸(다함)과 心(마음심)의 합자에요. 대상과 주체가 일치될 때 느끼는 마음의 공명이란 의미에요. 感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共感(공감), 好感(호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想은 相(볼상, 보통은 서로상으로 많이 사용하죠)과 心(마음심)의 합자에요. 대상에 대하여 관찰하고 깊이 생각한다란 의미에요. 想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想像(상상), 瞑想(명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가로왈, 어리석을우, 성강, 집우, 별규, 끊을단, 윗상,
오히려(같을)유, 있을재, 몸신, 어찌기, 느낄감, 생각상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昇, 好( ), 存( ), 心( ), 李( )報, 切( ),
( )可( )否, ( )鈍, ( )邯瓚, 過( )不及, ( )有此理, ( )像, 寺( )
3. 다음을 소리내어 읽고 뜻을 풀이해 보시오.
斷頭臺上/ 猶在春風/ 有身無國/ 豈無感想
오늘은 공부 내용이 좀 많았네요. 고생하셨어요.^ ^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