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이거 먹을게 없구나. 상을 물려라!"

 

 

신임 현감은 아전들에게 호통을 쳤어요. 아전들은 당황해서 부랴부랴 새 상을 차렸지요. 그러나 현감의 호통은 여전했어요. 아전들은 땀을 뻘뻘흘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지요. 그러자 현감이 말했어요. "내가 먹을 것은 오곡밥 한 그릇과 나물국 한 그릇이다!" 아전들은 어리둥절 했어요. 혹시 자신들을 시험하는 것 아닌가 싶었던 거지요. 어리둥절해 하는 아전들을 향해 현감이 다시 말했어요. "어허, 못들었는가? 내가 먹을 것은 오곡밥 한 그릇과 나물국 한 그릇이라니까!" 곧바로 내온 오곡밥 한 그릇과 나물국 한 그릇. 현감은 더없이 맛있게 먹었어요. 아전들은 신기한 눈초리로 신임 현감을 바라봤어요.

 

 

57살. 선조 6년. 토정 이지함은 생애 첫 관직으로 포천 현감을 제수 받았어요. 새로이 등극한 선조는 사화로 얼룩진 정치를 일신하기 위해 명망있는 재야 인사를 관직에 등용했어요. 토정 이지함도 이 때 발탁되었지요. 부임 첫 날 성대한 상차림을 대하고 토정은 어이가 없기도 하고 가슴이 아팠어요. 일개 현감이 이렇게 성찬을 대한다면 그 위의 벼슬아치들은 어떨 것인가 하는 생각과 재야에 있으면서 수없이 목격한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성찬은 자신이 먹을 음식이 아니었어요. 하여 먹을게 없다고 말했던 것이지요. 토정은 포천 현감으로 재직하는 동안 오곡밥 한 그릇과 나물국 한 그릇의 식사를 고수했어요.

 

 

지난 주말 보령가는 길에 토정 이지함 선생의 묘소를 찾았어요.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진 분이라 한 번 들려보고 싶더군요. '비결'의 주인공은 어떤 터에다 묘를 썼을까 궁금했어요. 선생의 묘소는 풍수지리에 일자무식인 제가 보기에도 좋아 보이더군요. 단순히 주변 지역을 정화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어요.

 

 

 선생의 묘소는 일종의 가족 묘지인데, 선생이 생전에 잡아놓은 터라고 해요. 어머니를 이장하면서 조성하게 됐다는군요. 사진(왼쪽)에 보이는 산소가 바로 토정 선생의 어머니 산소예요. 토정 선생의 묘소는 뒷편에 있지요. 선생은 어머니를 이곳에 이장하면서 자신과 형제들의 득남 그리고 조카 중 한 명이 영의정에 오를 것을 예견했는데 실제 그 예언대로 실현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제가 토정 선생의 묘소를 찾으면서 감탄한 것은 그런 예언이나 묘터의 훌륭함 때문이 아니라 선생의 묘비명 때문이었어요(위 사진).

 

 

 토정선생이공지묘(土亭先生李公之墓). 토정 이지함의 묘. 곤고한 백성들이 생각나 진수성찬을 마다하고 오곡밥 한 그릇과 나물국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웠던 그의 행동과 잘 어울리는 묘비명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조그만 벼슬 자리를 얻어도 묘비명에 치렁치렁 써대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신선한 묘비명인지요.

 

 

그런데 자신의 묘비명은 소박하게 썼지만 부인의 묘비명은 극진하게 썼어요. 공인완산이씨(公人完山李氏) 부좌(祔左). 공인은 정 6품이나 종 6품 벼슬을 지낸 관리의 부인에게 내리던 호칭이에요(부좌(祔左)란 돌아간 이를 왼쪽에 모셨다란 의미예요). 자신의 묘비엔 아무런 직책을 쓰지 않았지만 부인에게는 벼슬을 지낸 이의 아내였다는 것을 써주어 섭섭치않게 해줬어요. 이 역시 곤고한 백성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안일을 뒤로 미뤘던 그의 행동과 일치하는 일이에요. 이런 묘비명이 생전에 그가 미리 말해 두었던 것인지 아니면 후인이 그렇게 한 것인지 알 길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삶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묘비명이란 거예요.

 

 

토정 이지함은 기인과 예언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은 대단한 현실 개혁가 였어요. 비록 우여곡절로 현실 정치에 몸담지 않았지만 ― 그가 현실 정치에 몸 담은 것은 생애 말년의 일이에요. 포천 현감으로 1년, 아산 현감으로 3개월을 봉직했지요 ― 조정 내외의 주요 인사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고 당대 조선을 개혁할 혁신적인 방안 ― 상공업의 진흥과 자원 개발 ― 을 갖고 있었어요. 말년에 그가 유일(遺逸, 숨은 인재)로 천거된 것은 그의 이런 면모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그가 가졌던 개혁안은 그가 온 몸으로 현실과 부딪히며 배운 것들이었어요. 기인이나 예언가로서의 면모는 이런 과정에서 나온 부스러기라고 볼 수 있어요. 포천 현감으로 부임하며 보인 에피소드는 그가 온 몸으로 현실을 체험했기에 나올 수 있었던 일이지요. 하지만 그의 개혁안은 당대에 수용되지 않았죠. 만일 그의 개혁안이 당대에 수용되었다면 우리는 토정을 달리 기억할 거예요. 기인이나 예언가가 아닌 개혁 정치가로.

 

 

오늘은 묘(墓) 한 자만 살펴 보도록 하죠. 다른 한자들은 많이 익숙할 것 같아서. 墓는 土(흙 토)와 莫(暮의 약자, 저물 모)의 합자예요. 흙은 쌓아 올리지 않고 평지와 동일한 높이로 만든 무덤이란 의미예요. 土로 뜻을 나타냈지요. 莫는 음을 담당하면서(모→묘) 뜻도 일 부분 담당하고 있어요. 시신을 묻은 무덤은 으슥하단 의미로요. 무덤 묘. 墓가 들어간 한자는 무엇이 있을까요? 墓地(묘지), 墳墓(분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가 필요 없겠죠? ^ ^ 다음 번엔 토정 선생의 시 한수를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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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http://media.daum.net/culture/art/newsview?newsid=20061005135311895

 

 

"형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어디 신성한 부처님 앞에서 술과 고기를..."

"아, 이 사람아, 내가 살아서는 왕의 형이고 죽어서는 부처의 형이 될 사람인데 꺼릴게 무에 있단 말인가!"

"..."

 

양녕대군의 왕형불형(王兄佛兄) 고사예요. 양녕대군이 사냥해 온 짐승을 가지고 출가한 동생 효녕대군의 수도처에서 파티를 열자 효녕대군이 난색을 표하며 뭐라고 하니 거기에 대꾸했다는 일화지요. 여기서 왕은 동생인 충녕대군, 곧 세종이에요. 이 일화는 양녕대군의 탈속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예요. 살아있는 절대 권력[왕]과 정신적 절대 권력[부처]을 뛰어 넘는 기개를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그의 이런 면모가 예정됐던 왕위 계승을 사양(혹은 탈락)하게 만들었을 거예요.

 

사진의 내용은 양녕대군의 시예요. 제목이 "묘향산의 스님 시축에 쓰다(題香山僧軸)"인데 묘향산에 기거하는 산승의 시문에 발문격으로 쓴 시가 아닌가 싶어요.

 

山霞朝作飯   산하조작반   산 노을로 아침 밥 짓고

蘿月夜爲燈   나월야위등   솔 숲 달로 등불을 삼네

獨宿孤庵下   독숙고암하   홀로 외로운 암자에서 기거하나니 

猶存塔一層   유존탑일층   함께 있는 건 탑 하나 뿐

 

자연과 일체가 되어 홀로 살아가는 산승의 모습을 그렸어요. 마지막 구절의 '猶'는 홀로 사는 산승의 고적한 생활을 강화한 절묘한 시어예요. 번역을 '~뿐'이라고 했는데 속에 담긴 미묘한 의미를 담아내기엔 부족한 감이 있어요.

 

스님은 고적하게 살아가지만 그리움의 애욕에 흔들리지 않아요. 그것은 탑으로 상징되고 있지요. 함께 있는 대상은 바로 해당자의 분신이라고 할 터인데, 여기 탑은 바로 산승의 분신이라고 볼 수 있지요. 산승의 분신이 흔들리는 물체가 아니라 제 자리를 지키는 탑이라는 것은 바로 산승의 마음이 그리움의 애욕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에요. 스님의 시축에 쓴 최고의 상찬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무릇 상찬은 이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상찬의 말이 하나도 없지만 더없는 상찬을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모든 시는 그것이 비록 자신이 아닌 타인(물)을 대상으로 했다 하더라도 그 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죠. 이 시 역시 그렇다고 보여요. 탈속적이고 그리움의 애욕에 물들지 않은 스님은 곧 권력과 종교의 한계를 넘어섰던(넘어서려 했던) 대군의 일면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지요.

 

사진의 글씨는 대군의 친필을 각자한 거예요. 내용 만큼이나 글씨도 기개가 넘치면서 탈속적인 면모를 보여요. 멋진 글씨예요. 그렇지 않나요? ^ ^

 

한자를 낱 글자로 하나씩 읽어 보고 몇 자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죠.

 

山霞朝作飯   뫼 산/ 노을 하/ 아침 조/ 지을 작/ 밥 반

蘿月夜爲燈   여라 라/ 달 월/ 밤 야/ 삼을 위/ 등불 등

獨宿孤庵下   홀로 독/ 살 숙/ 외로울 고/ 암자 암/ 아래 하

猶存塔一層   오히려 유/ 있을 존/ 탑 탑/ 한 일/ 층 층

 

霞, 飯, 蘿, 層을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雨(雲의 약자, 구름 운)과 叚(빌릴 가)의 합자예요. 태양 빛을 받아 붉게 빛나는 구름 기운이란 의미예요. 雨로 뜻을 나타냈고,  叚로는 음을 나타냈어요(가→하). 노을 하. 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霞彩(하채, 노을의 아름다운 빛), 霞舒雲卷(하서운권, 노을같이 펴고 구름같이 말린다는 뜻으로, 그림의 필법과 착색 등이 아주 묘함을 이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食(밥 식)과 反(返의 약자, 돌이킬 반)의 합자예요. 밥이란 의미예요. 食으로 뜻을 표현했고 反으로 음을 표현했어요. 反은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다른 음식물도 마찬가지만 밥 역시 씹는 것과 삼키는 것을 자꾸 반복하여 먹게 된다는 의미로요. 밥 반. 飯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飯饌(반찬), 朝飯(조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艹(풀 초)와 羅(그물 라)의 합자예요. 쑥의 한 종류를 뜻하는 글자예요.  艹 로 뜻을 표현했고 羅로 음을 표현했어요. 羅는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가는 실로 직조된 그물처럼 이 쑥의 어린 싹과 잎새도 매우 얇고 가늘다란 의미로요. 쑥 라. '여라(이끼)'라는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여라는 쑥과 비슷하다는 의미로요. 여라 라. 蘿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蘿徑(나경, 여라의 덩굴이 무성한 소로), 莪蘿(아라, 쑥의 일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尸(屋의 약자, 집 옥)과 曾(거듭 증)의 합자예요. 이층 이상으로 된 집이란 의미예요. 曾은 음도 담당해요(증→층). 층 층. 層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階層(계층), 層間(층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노을 하   밥 반   여라 라    층 층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徑   (   )間   (   )饌   (   )彩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山霞朝作飯   蘿月夜爲燈   獨宿孤庵下   猶存塔一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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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 다른 식구를 집안에 들여 장기간 같이 생활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전 처조카를 3년간 데리고 있은 적이 있어요. 처조카 집에서 조카 아이를 고등학교에 진학시킬 형편이 못되어 저의 집에 부탁을 했는데, 저희 내외가 부탁을 받아 들였죠. 벌써 십 수년전의 일이네요. 처조카는 잘 성장해서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어요.

 

 이런 정도면 처조카와 저 사이는 뭔가 끈끈한 정이 있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유대감이 별반 생기지 않아요. 저도 처조카도 상호간에 깎듯하게 예를 다하지만 뭔가 항상 어색한 기운이 돌아요.

 

 2016년 3월 30일자 세계일보 보도를 보니 우리나라가 지난 해 중국, 에티오피아, 우크라이나, 우간다 등과 함께 미국에 아이를 보낸 '고아 수출국 톱 5'에 들었다고 하더군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을 빼면 경제성장에 성공한 중진국 중 지난 8년간 미국 입양아 '톱5'에 든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해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어요. 국격을 논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질타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예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가게 되는 곳은 대개 네 방향이 아닌가 싶어요. 해외 입양이나 시설 수용 그리고 친인척 수용과 자립. 자립은 명칭이 좋아 자립이지 사실은 '버림'이라고 해야 할 거예요. 자립에 비해 해외 입양이나 시설 혹은 친인척 수용은 형편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입양이나 시설 혹은 친인척 수용이 아이의 외적 환경 안전한 보호나 경제적 문제 을 해결하는 방안은 될 수 있어도 내적 환경 심리적 안정 을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여요. 상호간에 수용한 이와 수용된 아이 사이 친부모 친자식이 아니라는 근원적 불신(?)이 있기(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정말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자식은 역시 낳은 사람이 키워야 해요. 안전한 보호나 경제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안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논리적 귀결이기도 하지만 처조카를 데리고 있어 본 제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기도 해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당위에도 불구하고 당위를 무색하게 하는 자녀 유기(遺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데 있죠. 앞으로도 고아수출국이란 오명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아요. 사회적 대책과 아울러 윤리 의식의 고양이 병행되어야 할 터인데... 쉽지 않아 보여요.

 

사진은 목포에 갔다가 찍은 거예요. 저는 처음에 이 간판이 유치원의 다른 명칭인 줄 알았어요. 뒤에 알고보니 사회복지 법인이더군요. 가정 해체로 부모의 양육을 받지 못하는 0세 이하 18세 미만의 아이들을 보호 양육하고 있는 기관으로, 70명 내외의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고 해요. 꽤 큰 규모의 보육 기관인 듯 싶어요. 인원이 많으면 소외받는 아이들도 생기기 쉬울 것 같아요. 모쪼록 아이들이 두 번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곳에 종사하는 분들이 부단히 노력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목포아동원(木浦兒童園)의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木은 잘 아실 것 같으니 빼도록 하죠. ^ ^

 

는 氵(물 수)와 甫(씨 보, 남자의 미칭)의 합자예요. 물가라는 뜻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고 甫로 음을 표현했어요(보→포). 甫는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물가의 땅들은 남자의 미칭(아름다운 칭호)처럼 비옥하고 좋다는 의미로요. 물가 포. 浦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浦口(포구), 麻浦(마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어린 아이의 특징을 그린 거예요. 윗 부분은 아직 봉합되지 않은 두개골 모양을, 아랫 부분은 제대로 서지 못하는 연약한 다리를 그린 거예요. 아이 아. 兒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幼兒(유아), 小兒(소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辛(매울신, 묵형(墨刑)에 사용되는 바늘. 여기서는 '죄'란 의미로 사용)과 里(重의 약자. 무거울 중)의 합자예요. 중죄를 지어 노비가 된 사람이란 의미예요. '아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노비에게 일을 시키듯 쉽게 일을 시킬 수 있는 나어린 사람이란 의미로요. 아이 동. 童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童心(동심), 童顔(동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口(에워쌀 위)와 袁(옷길 원)의 합자예요. 과수원이란 의미예요. 과수원의 울타리를 나타내는 口로 뜻을 표현했어요. 袁은 음을 담당하면서 본뜻을 보충하고 있어요. 과수원의 나무들은 긴 옷처럼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혀서 심는다는 의미로요. '동산'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園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果樹園(과수원), 庭園(정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물가 포    아이 아    아이 동    동산 원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顔   庭(   )   (   )口   幼(   )

 

3. 보육원이나 아동원 봉사 경험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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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은 전에 남양군에 있을 때 이와같은 큰 계책을 세웠소. 그러나 나는 장군의 그 뜻이 너무 거대하여 항상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소이다. 그런데 오늘 그 계책을 성사시켰으니 과시 '뜻이 있는 자 반드시 그 일을 이룬다(有志者 事竟成)'고 할 수 있겠구료."

 

 

난적이었던 장보를 물리친 경엄에게 후한을 세운 광무제 유수가 한 말이에요. 남양에서 봉기할 당시 경엄은 유수에게 큰 밑그림을 제시했죠. 상곡군의 병사들을 거두어 팽총을 정벌하고 장풍을 취하며  장보 등을 평정하라고 권유한 것이죠. 당시만 해도 유수의 세력이 그리 크지 못했기에 경엄의 권유는 우활하게 들렸어요. 그러나 경엄은 끝내 자신의 밑그림을 현실화시켰어요. 유수는 그의 불굴의 의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하여 '뜻이 있는 자 반드시 그 일을 이룬다(有志者 事竟成)'라고 말을 한 것이죠.

 

 

뜻이란 쇠를 끌어 모으는 자석과 같죠. 뜻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그 뜻을 성취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끝내 성취를 가져오는 것이죠. 성취의 대소를 불구하고 뜻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말이에요(더불어 그 뜻을 지속적으로 간직해야 겠죠).『대학』에도 이와 유사한 말이 나오죠. "마음으로 진실되게 구하면 비록 적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본래 의도했던 것과)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心誠求之 雖不中 不遠矣)." 왠지 '유지자 사경성(有志者 事竟成)' 보다는 '심성구지 수부중 불원의(心誠求之 雖不中 不遠矣)'가 더 병폐가 없는 좋은 말 같아요. 어찌됐든 일의 성사에 있어 간절한 뜻이 최우선인 것은 분명해요.

 

 

사진의 글씨는 있을 유(有), 뜻 지(志), 마침내 경(竟), 이룰 성(成), '유지경성'이라고 읽어요. '유지자 사경성(有志者 事竟成)'을 줄여서 표현한 말이에요. 어느 허름한 음식점에서 찍은 사진인데, 장소가 허름할 뿐이지 손님은 결코 허름하지 않더군요. 액자를 그냥 허투루 달아놓은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有志竟成의 한자들은 전에 193회 '성공 비결'에서 다뤘어요. 그때는 '有志者 事竟成'으로 내용을 소개하며 다뤘지요. 한자의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시다면 193회 '성공 비결'을 한 번 참조해 주셨으면... 죄송합니다(_ _)

 

 

님께서는 지금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신지요? 모쪼록 그 뜻이 잘 성취되길 기원드려요. 有志竟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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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보이는 해바라기가 보기 좋아 사진을 찍었어요. 올 해는 밭에다 아무 것도 심지 않으려 했어요. 두 식구 사는데 뭘 심어봐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대부분 버리게 돼서 심는 것을 포기했어요. 게다가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말이지요(씨만 뿌린다고 작물이 저절로 자라는 것은 아니더군요). 그런데 옆집 형님이, 밭을 그냥 묵히면 잡초만 무성하니, 꽃이라도 보게 해바라기를 심으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마침 보관한 씨가 있다며 한 주먹 주셨어요. 별로 품이 안들어 갈 것 같아 씨를 뿌렸지요.

 

 

 

그런데 이 녀석이 요즘에 효도를 하고 있네요. 창 밖으로 이 녀석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한 거예요. 쪼란히 한군데로 몰아 심었더니 제법 운치있는 거 있죠? 처음 싹을 틔울 때 부터 꽃을 피우기까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아, 딱 한 번 거름을 줬네요) 저 홀로 잘 커서 아침마다 싱그러운 운치를 선사하니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 바람이 심할 때 이리저리 기울어진 것들이 있기에 뿌리를 잡아 세워 줬더니 금새 꼿꼿해진 것도 더없이 가상하구요.

 

 

 

해바라기의 꽃 말은 '애모' 혹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해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유래된 말이죠. 태양의 신 아폴론을 외사랑한 물의 님프 클뤼티에가 변한 것이 바로 해바라기라고 하죠. 어찌보면 슬픈 꽃이기도 한데 꽃 그 자체로는 더없이 활기를 느끼게 하니 ― 강렬한 노랑과 초록의 조화로 조금은 모순된 꽃말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바라기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라고 해요(어? 그렇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해바라기 전설은 어떻게 설명이 되지? 저도, 잘? 죄송합니다 ㅠㅠ). 신대륙 발견이후 유럽을 거쳐 러시아에까지 전해졌고 종자가 개량되어 키 큰 해바라기가 됐다고 해요. 해바라기 씨는 피부 미용, 위 보호, 심신 안정,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능이 있어 장복하면 좋다고 해요. 단 하루에 30g을 넘겨 먹지 않도록 권유해요.

 

 

 

꽃만 보는 것도 더없이 좋은데 씨를 남겨 건강까지 챙겨준다고 하니 참 괜찮은 녀석이에요. 올 해 씨를 수확하면 잘 보관했다 내년에 또 심어야 겠어요. 해바라기는 한자로 라고 써요. '해바라기 규'라고 읽지요. '아욱 규'로도 읽어요. 艹(풀 초)와 癸(戣, 창 규)의 합자예요. 艹로 의미를 나타냈고 癸로 음을 나타냈지요. 癸는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癸는 본래 세 개의 날이 있는 창인데 중심되는 날이 가장 크지요. 해바라기는 창 자루처럼 곧게 자라 꼭대기에서 큼지막한 꽃을 피우기에 癸의 창자루 및 중심 날과 흡사한 모습이 있어요. 하여 이것으로, 주로 외형상 특징으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葵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龍葵(용규, 한방에서 '까마중'의 잎과 줄기를 약재로 쓸 때 이르는 말)와 冬葵子(동규자, 아욱의 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가 필요 없겠죠? 대신 윤동주 시인의 동시 '해바라기 얼굴'을 읽어 보도록 하시죠. 정말 동심으로 쓴 시예요.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들어/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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