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꽃이나 심으려고요."

 

옆집에서 옥수수 모종이 남았는심겠

고 하기에 대꾸한 말이에요. 작년에

저것 심었는데 남들 나눠 주고도 남아

아 그냥 썩혀서 버린 것이 많았어요. 식

도 둘 인데다 입이 짧아 어쩔 수가 없더

요.

 

 

하여 올 해는 아예 아무것도 안심고 꽃

나 뿌려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어요. 왠지 귀가 간질간질 하네요. "누구 염장지를 일 있냐!"고 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어떡한대요? 먹지도 못할텐데 계속 비용 들여가면서 심고 가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바닥만한 밭을 다른 이에게 빌려주기도 그렇고.

 

저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생긴 것이 바로 '유통' 아닌가 싶어요. 유통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서로 살리는 가교라고 볼 수 있죠.  유통이란 존재는 불가사의한 존재예요. 노자가 말한 '곡(轂, 바퀴 홈통)'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곡' 자체는 바퀴를 굴리는 그 무엇도 아니죠. 하지만 이것이 없으면 바퀴살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어 바퀴가 굴러갈 수 없죠. 유통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그 자체로는 생산과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것이 없으면 생산과 소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럴까요? 유통이 이따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보려 횡포를 부릴 때가 있죠. 매점매석이 그 대표적인 예이죠. 그러나 '곡'이 자신을 비울 때 가치를 지니듯, '유통' 역시 자신을 비울 때, 다시 말하면 상도(商道)를 지킬 때,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곡'이 자신을 비우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처럼, '유통'도 자신을 비우지 않으면 결국은 생산과 소비에 문제를 일으켜 끝내는 자신도 망가질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점에서 보면 규제와 제재라는 외적 수단으로 유통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유통을 담당하는 주체의 자기 역할에 대한 도의(道義)의식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 같아요. 너무 낭만적인 생각일까요?

 

 

사진의 한자는 '서경(瑞景)'이라고 읽어요. 瑞는 '상서로울 서'이고 景은 '빛 경'이에요. 瑞景은 '서산의 빛'이란 의미예요. (瑞는 여기서 단순히 상서롭다는 뜻이 아니고 지역의 의미예요.) 농산물 유통에 관한 한 서산에서 가장 모범적인 업체가 되겠다는 의미로 붙인 상호 같아요. 부디, 그런 업체가 되시길!

 

 

한자의 뜻과 음을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玉(구슬 옥)과 耑(의 약자, 헤아릴 췌)의 합자예요. 본래 왕이 작위에 따라 신하에게 나누어 주던 옥으로 만든 기물이란 뜻이었어요. 상서롭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왕으로부터 하사품을 받는 것은 좋은(상서로운) 일 아니겠어요? 상서로울 서. 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祥瑞(상서), 瑞氣(서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日(날 일)과 京(언덕 경, 서울 경으로도 많이 사용)의 합자예요. 햇빛이란 의미예요. 京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햇빛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비춘다는 의미로요. 빛 경. 景은 경치 경으로도 많이 사용하죠. 이 경우는 본뜻에서 연역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햇빛이 따사롭게 비치는 풍경이란 의미로요. 景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景光(경광, 상서로운 빛), 風景(풍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플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상서로울 서   빛(경치) 경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光    祥(    )

 

 

3. 유통의 가치를 느낀 경험 사례 한 가지를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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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多寫洞庭君山景讀之超然於彼矣見敎作詩旣才思拙陋又多難畏人不作一字者已三年矣所居臨大江望武昌諸山咫尺葉舟縱遊其間風雨雲月 陰晴早暮態狀千萬一語略寫其彷彿耳會面未由惟千萬以時珍重何時得美解當一過我耶[蘇軾, 答上官長官二首]

 

 

보내주신 시편에 동정호 군산의 풍경을 묘사하신 것이 많더군요. 읽으면서 홀연 그곳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이 일었습니다. 작시의 가르침을 주셨으나 재주가 불민하고 사람들을 어려워하는터라 한 글자도 짓지 못한 채 3년을 보냈습니다. 사는 곳이 대강에 임한지라 무창의 제(諸) 산들이 지척에 보입니다. 때로 조각배를 띄우고 그 사이를 노닙니다만 바람과 비 그리고 구름과 달 흐린 날과 개인 날 이른 아침과 저물녘 그 천변만화의 모습들을 핍진하게 그릴 단 한 마디도 얻지 못한 것이 너무도 한스럽습니다. 뵈올 길이 없군요. 부디 몸 조심하시옵소서. 언제 아름다운 해후를 할 날이 있을런지요? 한 번 찾아 주시지 않을런지요? [소식, '상관 장관에게 답하다']

 

 

 

사진은 이따금 들르는 칼국수 집 벽지를 찍은 거예요. 자체(字體)에 익숙치 않아 무슨 내용인지 파악할 수가 없더군요. 도장에 '소동파'라고 되어있어 혹 '적벽부(赤壁賦)'의 일부인가 싶어 - 적벽부는 소동파의 대표작이죠 - 찾아 보았으나, 아니더군요. 여러 날 창문에 붙여놓고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 봤으나 막막하기만 하더군요.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관련 자료가 있는 거예요!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11&dirId=110802&docId=128418159&qb=7IaM6rGw7J6E64yA6rCV&enc=utf8§ion=kin&rank=1&search_sort=0&spq=0&pid=SxvgVdoRR10ssuJBaEdsssssssR-045096&sid=HhGdxLm4g6IuGgYjRRyKmQ%3D%3D)

 

 

얼마나 기쁘던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허무하기도 하더군요. 앞으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단 인터넷을 먼저 찾아봐야 겠어요.

 

 

인터넷 자료를 참고하여 벽지의 내용을 보니 제가 이해하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더군요. 원문을 두서없이 짜집기하여 늘어 놓았기 때문에 이해가 안됐던 거예요(위 내용의 색깔 표시 글자 참조. 파란색 글씨는 벽지의 하얀 색 글자임).

 

 

그런데 인터넷 자료의 내용이 좀 부실하더군요. 위 벽지 내용의 원문과 번역을 실어 놓았는데 번역이 약간 이상했어요. 글쓴이의 노고가 반감된 듯 하여 안타깝더군요. 하여 제가 약간 손을 봤어요. 하지만 저의 번역도 완벽하다고 장담하진 못하겠어요(죄송).

 

 

소동파의 산문은 섬세하면서도 유장한 것이 특징이에요. 위 짧은 편지로는 그런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지만 약간은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소동파는 이 편지에서 글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어요. 저간의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단순히 표현력이 부족하여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편지 말미에 상대가 자신을 방문해주길 기대한다는데서 그런 기미가 느껴져요. 단순한 마무리 인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왠지 간절히 방문을 바라는 것 같거든요. 방문을 바라는 것은 자신의 처지가 답답하기 때문 아니겠어요? 그런 답답한 처지가 소동파로 하여금 붓을 들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거죠.

 

 

벽지에 나온 한자를 읽어 볼까요? 짜집기한 것이니 다 읽기는 그렇고, 문장이 연결되는 부분만 빠진 원문을 첨가하여 읽어 보도록 하죠.

 

 

所居臨大江                  바 소, 거할 거, 임할 임, 큰 대, 강 강.

望武昌諸山咫尺          바랄 망, 굳셀 무, 창성할 창, 모두 제, 뫼 산, 길이 지, 자 척.

葉舟縱遊其間.    때 시, 다시 부, 잎사귀 엽, 배 주, 놓을 종, 놀 유, 그 기, 사이 간.

 

 

臨, , 武, 咫, 縱, 遊가 좀 낯설어 보이는군요.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할까요?

 

 

은 臥(엎드릴 와)와 品(물건 품)의 합자예요. 몸을 숙여 여러 사물을 살펴보는 모습을 표현한 거예요. 그런 모습을 '임하다'라고 하지요. 임할 임. 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枉臨(왕림), 再臨(재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亡(도망할 망)과 朢(보름 망)의 약자가 합쳐진 거예요. 도망한 사람이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의미예요. 朢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보름달이 이지러짐없이 온전하듯 도망한 사람이 제자리에 돌아와 온전해지기를 바란다는 의미로요. 바랄 망. 望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希望(희망), 野望(야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戈(창 과)와 止(그칠 지)의 합자예요. 무력[戈]으로 무력을 그치게[止] 한다란 뜻이에요. 전쟁을 한다는 의미지요. 전쟁은 전쟁을 없애기 위해 하는 자기 부정적인 행위예요. '굳세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武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武器(무기), 武力(무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尺(자 척)과 只(다만 지)의 합자예요. 보통 여인의 손 길이인 팔촌(八寸)을 의미해요. 주나라 때는 팔촌을 한 자[一尺]로 삼았었기에 尺으로 뜻으로 표현했어요(지금은 십촌을 한 자로 취급하죠). 只는 음만 담당해요. 길이 지. 咫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咫尺(지척, 가까운 거리), 咫步(지보, 얼마 안 되는 걸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糸(실 사)와 從(좇을 종)의 합자예요. 느슨하게 풀어 놓았다란 의미예요. 실을 잡아 당기지 않고 느슨하게 내버려둔 것으로 그 의미를 나타냈어요. 從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거스르지 않고 따른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하고 있는 거죠. 느슨하게 풀어놓은 것은 상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란 의미로요. 놓을 종. 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放縱(방종), 縱擒(종금, 놓아 줌과 사로 잡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辶(걸을 착)과 斿(깃발 유)의 합자예요. 깃발이 바람따라 휘날리듯 특별한 목적없이 한가로이 여기저기 거닌다는 의미예요. 놀 유. 遊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遊覽(유람), 遊戱(유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임할 임   바랄 망   굳셀 무   길이 지   놓을 종   놀 유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放(   )   (   )力   枉(   )   (   )覽   希(   )   (   )尺

 

3. 다음 문장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所居臨大江  望武昌諸山咫尺  葉舟縱遊其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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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뺑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김승옥의 '무진기행(霧津紀行)' 일부예요. 시각을 통해 안개를 묘사하고 있지만 그 속에 청각과 후각을 가미시켜 매우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죠. 여기의 안개는 1960년대 한국 사회의 불안과 혼돈을 상징하고, '무진기행'은 그러한 한국 사회에서의 무기력한 개인을 그린 것으로 보고 있죠.

 

사진은 아침 산책길의 안개를 찍은 거예요. 안개 풍경을 대하며 문득 '무진기행'이 떠올라 인용해 보았어요. 여담. 전 무진이 실제 지명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부끄). 순천만과 인접해있는 대대포를 염두에 두고 만든 가상의 지명이더군요.

 

보통 안개는 모호의 상징으로 사용돼죠. 그러나 제게 안개는 은유의 상징처럼 느껴져요. 모호와 은유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죠.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정체를 드러내기 싫어서 드러내지 않는 것이 모호인 반면 드러낼 수 있지만 일부러 감추고 있는 것이 은유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모호는 주로 사회 현상과 관련이 있는 반면 은유는 주로 예술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봐요. 안개를 모호보다 은유의 상징처럼 보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전 예술 취향인가 봐요. 하하하.

 

'무진기행(霧津紀行)'의 한자를 한 번 알아 볼까요? 霧는 안개 무, 津은 나루 진, 紀는 벼리 기, 行은 다닐 행 이에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雨(비 우)와 務(힘쓸 무)의 합자예요. 습기가 냉기를 만나 가는 비처럼 내리는 것이란 의미예요. 務는 음을 담당해요. 안개 무. 霧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海霧(해무), 煙霧(연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氵(물 수)와 聿(붓 율)의 합자예요. 물을 건널 수 있도록 설비를 해놓은 곳이란 의미예요. 聿은 '붓, 혹은 붓에 가한 장식물'이란 의미인데 '밝다'라는 의미로도 사용해요. 장식물은 대개 화사하다는데서 나온 의미지요. 여기서는 바로 '밝다'란 의미로 사용됐어요. 나루터가 물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곳이기에 밝음을 준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지요. 종합하면, 津은 물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밝은 기쁨을 안겨주는 장소란 의미예요. 나루 진. 津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津岸(진안, 나룻배를 댈 수 있는 일정한 곳), 津梁(진량, 나루터에 있는 다리. 건널 수 있는 시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糸(실 사)와 己(몸 기)의 합자예요. 각각의 실들을 한 곳에 모으는 곳이란 의미예요. 己는 음을 담당해요. 벼리 기. 紀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紀綱(기강), 紀律(기율, 도덕적으로 사회의 표준이 될 만한 법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彳(걸을 척)과 亍(자축거릴 촉)의 합자예요. 彳은 오른 발로 걷는 것을, 亍은 왼 발로 걷는 것을 의미해요. 왼 발 오른 발을 교차하며 걸어간다는 의미예요. 行을 사거리를 표현한 글자로 보기도 해요. 이 경우도 사거리로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란 의미로 사용한 것이죠. 다닐 행. 行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通行(통행), 行步(행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안개 무   나루 진   벼리 기   다닐 행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海(    )   (    )步   (    )岸   (    )綱

 

3. '무진기행'으로 사행시를 지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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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 진달래의 별칭이에요.

 

흔히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진달래를 참꽃이라 부르고, 철쭉은 먹을 수 없는 꽃이라 하여 개꽃이라 부르지요. 그런데 참꽃을 이렇게 '먹을 수 있는'으로 한정 짓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 큰 것 같아요. 참꽃 하면 말 그대로 참된 꽃이니 모든 꽃들 중에서 가장 진실된 꽃이란 의미잖아요? 이 말을 달리하면 이 꽃 이외의 꽃들은 전부 거짓된 꽃이란 의미가 돼죠. 진달래에 대해 이 말 만큼 최고의 상찬(賞讚)은 없는 것 같아요.

 

사진은 지난 주말에 인근의 야산에 갔다가 찍은 진달래예요. 바위 틈에서 홀로 꽃을 피우려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여 한장 찍었어요. 뭐, 모든 초목들이 주어진 자리와 여건에서 다 제 몫을 해내기에 이 진달래라 하여 특별히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봄의 전령사 역할을 다하려는 듯하여 더 기특하게 느껴지더군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진달래는 杜鵑花(두견화)라고 하여 촉나라 망제(亡帝: 죽은 임금)와 관련된 전설을 갖고 있더군요. 위나라에 망한 촉나라 임금 두우가 죽어서 된 새 두견새가 피울음을 토하며 울 때 흘린 피가 젖은 꽃이라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반면 우리 말 진달래의 전설은 진씨 성을 가진 농부의 딸 달래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하다 죽게 되자 그 아비되는 이도 슬퍼하다 죽었는데 이들의 무덤에서 피어난 꽃이라 하여 진달래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둘 다 아름다운 전설이 아니고 한이 담긴 슬픈 전설이에요. 저 돌틈 사이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려는 진달래가 자신에게 붙여진 이 전설들을 들으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 궁금해 지더군요. 혹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요?

 

"저를 겉만 보고 그리 약하디 약한 꽃으로 보는건 정말 아쉽습니다. 까슬한 봄날을 연한 감성으로 매만지는 저의 연분홍 꽃잎을 보고 그리들 판단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저는 외유내강의 꽃입니다. 일면으로 저를 파악하여 애상적인 감상으로 저를 대하는 건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진달래의 한자어인 杜鵑花(두견화)의 한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木(나무 목)과 土(흙 토)의 합자예요. 팥배나무라는 뜻이에요. 木으로 뜻 부분을 삼았죠. 土는 음을 담당하는데(토→두)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토는 적갈색인데, 팥배나무의 색깔이 약간 적갈색이기에 土로 뜻을 보충해주고 있는 것이죠. 팥배나무 두. 막을 두로도 많이 사용해요. 이 경우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팥배나무를 촘촘히 심어 안보이게 했다는 의미로요. 杜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杜蘅(두형, 쪽두리풀), 杜門不出(두문불출: 집 속에만 들어 있고 밖에 나가지 아니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肙(涓의 약자, 물졸졸흐를 연)과 鳥(새 조)의 합자예요. 졸졸 흐르는 물처럼 지속적으로 서럽게 우는 새란 뜻이에요. 두견이 견. 鵑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鵑血滿胸(견혈만흉: 두견의 피가 가슴에 가득하다는 뜻으로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함을 이름), 鵑花(견화: 두견화의 준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흐드러지게 핀 꽃 혹은 꽃가지라는 뜻이에요. 十十의 합자예요. 十十는 본래 꽃가지가 늘어진 모양을 그린 거였는데 뒷날 풀초(十十)의 모양으로 변했어요. 化는 음을 담당해요. 꽃 화.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百花齊放(백화제방: 온갖 꽃이 피었다는 의미로 사상과 주장이 만개한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 花卉(화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막을 두   두견이 견   꽃 화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卉  (    )血滿胸   (    )門不出

 

3. 진달래 꽃에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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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초 아이스크림을 무지하게 사먹었어요. 뜨거운 피를 식히려고 그랬었나봐요? 하하하. 지금은... 찬 것이 너무 싫어요. 이따금 예전 생각이 나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어 보는데, 뱃속이 편칠 않아요. 아이스크림도 따땃하게 데워서 먹어야 할까봐요.

 

사진은 어느 빙수가게 간판이에요. 호미빙(好味氷)이라고 읽어요. 대만 빙수 디저트카페라는 부제가 붙어 있기에 대만 요식업체의 체인점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유상무라는 국내 개그맨의 사업체더군요. 호미빙의 뜻은 무엇일까요? 맛있는 빙수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중국어에서 '맛있다'란 표현은 '好味'를 사용하지 않고 '好吃'이나 '有味'를 사용해요. '好味'는 우리 말의 '맛 좋은'을 그냥 중국어처럼 번역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대만 빙수 디저트 카페라고 하니 호미빙을 중국어로도 한 번 읽어 볼까요? 하오 웨이 빙.

 

화려한 간판 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빙수를 판매하고 있는 모양인데 제게는 모두 '그림의 떡'이에요. 저 빙수 가게가 제 신혼 시절에도 있었다면 필경은 저도 부지기수로 사먹었을 것 같아요. 거 참, 어느 새 세월이 이렇게 가버린 것인지? 허허허.

 

전에 다 다룬 한자들이지만 다시 살펴 보도록 할까요?

 

는 두 가지로 설명 해요. 하나. 女(여자 녀)와 子(자녀 자)의 합자로  여성이라는 의미이다. 의미가 연역됐다. 여성은 대개 아름답고 성격이 온순하기에 사람들이 좋아한다란 의미로. 둘. 女(여자 녀)와 子(사내 자)의 합자로 남녀가 서로 좋아한다는 의미이다. 좋아할(을) 호. 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好惡(호오: 좋고 싫음), 好感(호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입구)와 未(아닐 미)의 합자예요. 입으로 느끼는 여러가지 맛이란 의미예요. 未는 음을 담당해요. 맛 미. 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味覺(미각), 吟味(음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冫(얼음 빙)과 水(물 수)의 합자예요. 본래 冫으로 얼음이란 뜻을 표현했는데, 후에 얼음의 재료인 물을 강조해서 水를 추가했어요. 冰으로 표기하다가 지금은 氷으로 표기해요. 冫은 본래 얼음의 무늬를 표현한 것이에요. 얼음 빙. 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氷上(빙상), 氷河(빙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好 좋아할 호    맛 미    얼음 빙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허벅지에 쓰시오.

 

   (     )覺   (     )河  (     )惡

 

3. 아이스크림이나 빙수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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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4-0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벅지에 쓴걸 ㅡ찔레꽃님이 확인하시나요?^^ㅋㅋ
아찔한데 ㅡ

찔레꽃 2016-04-0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도 아찔하네요. `허벅지에`가 아니고 `손바닥에`로 쓴다는게 그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