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원손 아무개(무왕)가 모진 병을 만났습니다. 당신들 세 왕(태왕, 왕계, 문왕)은 이 원손을 보호할 책임을 하늘에게서 받았을터, 이 단(무왕의 동생 주공의 이름)을 아무개 대신 데려 가소서. 나는 아버지에게 순종하고 재주도 많아 능히 귀신을 섬길 수 있으나 원손은 나같지 못하여 능히 귀신을 섬기지 못할 것입니다…"
주나라 건국 초기 무왕은 격무에 시달려 자리에 눕게 되요.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무왕이 자리에 눕게 되자 조정은 뒤숭숭해지죠. 이 때 형을 돕던 주공은 제단을 세우고 주나라의 선대 세 왕에게 고유합니다. 무왕 대신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요. 그리고는 고유한 그 기원문을 금등궤(쇠사슬로 묶어 봉한 상자)에 넣어 보관해요. 훗날 이 금등궤에 있던 글(금등지사)은 성왕(무왕의 아들)이 삼촌인 주공에 대해 오해 -- 권력을 찬탈하려 했다는-- 를 푸는 단서가 되죠.
사진의 내용을 읽어 볼까요? "축 지역발전 기원 충남 서산시 인지면 금옥주택건립성 동용가야남옥야 도비백호노적봉 인덕학업성지인 영걸위국행복가 위기원무궁발전 수복강녕안태평 주식회사 산호 건립증정"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하고 찍었어요.
뜻은 다음과 같아요.

좋은 말들은 다 들어 있어요. 그런데 왠지 공허하게 들려요. 왜 그럴까요?
"당신이 나의 말을 허락한다면 나는 벽과 규를 가지고 돌아가 당신의 명을 기다리겠지만 당신이 나의 말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는 벽과 규를 감출 것입니다."
금등지사의 마지막 대목이예요. 처음에 형을 대신하여 자신의 목숨을 거둬 가달라며 간절하게 무왕의 쾌유를 기원했던 주공은 마지막엔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당신들 신을 섬기지 않겠다는 -- 벽과 규를 감춘다는 것은 신을 섬기지 않겠다는 의미 -- 으름장을 놓아요. 그만큼 원하는 것이 절박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죠. 지역 발전 기원문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이런 간절함과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에요.
모르긴해도, 이 기원문은 주택 단지를 조성한 회사 사장님이 동네분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경노당 어른께 부탁드려 지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차라리 한글로 간결하고 정감있게 두어 줄 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하지만, 저같은 이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해 준 것에 대해선 감사를 드려야 겠어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빌축(祝) 땅지(地) 지경역(域) 필발(發) 펼전(展) 빌기(祈) 원할원(願)
충성충(忠) 남녘남(南) 상서로울서(瑞) 뫼산(山) 시장시(市) 어질인(仁) 뜻지(旨) 낯면(面) 쇠금(金) 집옥(屋) 머물주(住) 집택(宅) 세울건(建) 설립(立) 이룰성(成)
동녘동(東) 솟을용(聳) 더할가(加) 땅이름야(倻) 남녘남(南) 기름질옥(沃) 들야(野)
섬도(島) 날비(飛) 흰백(白) 범호(虎) 이슬로(露) 쌓을적(積) 봉우리봉(峰)
사람인(人) 덕덕(德) 배울학(學) 일업(業) 성인성(聖) 뜻지(旨) 사람인(人)
꽃부리영(英) 뛰어날걸(傑) 위할위(爲) 나라국(國) 다행행(幸) 복복(福) 집가(家)
위할위(爲) 빌기(祈) 원할원(願) 없을무(無) 다할궁(窮) 필발(發) 펼전(展)
목숨수(壽) 복복(福) 편안할강(康) 편안할녕(寧) 편안안(安) 클태(泰) 평평할평(平)
그루터기주(株) 법식(式) 모일회(會) 땅귀신사(社) 뫼산(山) 호수호(湖) 세울건(建) 설립(立) 줄증(贈) 드릴정(呈)
낯선 한자를 자세히 알아 볼까요?
펼전(展)은 주검시(尸, 시신)와 옷잘입을유(褎)의 합자예요. 옷잘입을유는 약자 형태로 결합됐어요. 변화한다란 의미예요. 시신은 사람이 변화한 극한의 모습이기에 주검시로 뜻을 삼았어요. 옷잡입을유는 음을 담당하는데(유 -->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옷을 잡 입는다는 것은 상황에 맞게 변화한 모습을 보이는 거란 의미로요. 펴다라는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구부린 상태에서 변화한 것이 편 상태란 의미로요. 展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展示(전시), 展開(전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솟을용(聳)은 귀이(耳)와 좇을종(從)의 합자예요. 선천성 귀머거리란 뜻이예요. 그래서 귀이로 뜻을 삼았지요. 좇을종은 음을 담당하는데(종 -->용)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귀머거리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의 손짓이나 몸짓 혹은 얼굴 빛을 좇아 행동한다는 의미로요. 솟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상대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평지에서 돌출한 모습과 흡사하단 의미로요. 聳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聳立(용립), 聳擢(용탁, 남보다 뛰어나게 빼어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물댈옥(沃)은 물수( 氵)와 연꽃부(夭, 芙의 약자)의 합자예요.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도록 한다는 뜻이예요. 관개의 의미지요. 연꽃부는 음만 담당해요(요-->옥). 기름지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관개가 잘 돼 농사짓기 좋다란 의미로요. 沃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沃灌(옥관, 물을 댐), 肥沃(비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쌓을적(積)은 벼화(禾)와 구할책(責)의 합자예요. 곡식을 수확하여 쌓아 놓는다란 의미예요. 벼화로 뜻을 삼았지요. 구할책은 음을 담당하는데(책-->적)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곡식을 수확하여 쌓아 놓으려면 농사짓는데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는 의미로요. 積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累積(누적), 過積(과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일업(業)은 종이나 북을 거는 거치대를 그린 거예요. 윗 부분은 톱니 모양의 걸 수 있는 장치를 표현한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받침대를 표현한 거예요. 일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종이나 북을 설치한다[일한다]는 의미로요. 業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業務(업무), 事業(사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뜻지(旨)는 달감(日, 甘의 변형)과 비수비(匕)의 합자예요. 음식이 맛있다란 의미예요. 달감으로 뜻을 표현했죠. 비수비는 음만 담당해요(비-->지). 뜻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맛있는 음식처럼 수용하기 적합한 좋은 생각이란 의미로요. 旨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趣旨(취지), 密旨(밀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뛰어날걸(傑)은 사람인(人)과 홰걸(桀)의 합자예요. 높이 세워 놓은 횃대처럼 보통 사람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란 뜻이예요. 傑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豪傑(호걸), 傑出(걸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편안할녕(寧)은 끌어당긴다란 의미의 丁과 편안할녕(寍, 寧의 초기 글자)의 합자예요. 편안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예요. 기원하면 그 기원에 이끌려 편안함이 달성된다는 의미로 丁을 뜻 부분으로 삼았어요. 편안녕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마음 속으로 편안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로요. 寧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安寧(안녕), 康寧(강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드릴증(贈)은 조개패(貝)와 더할증(曾, 增의 약자)의 합자예요. 떠나는 상대에게 재화를 덧보태 준다란 의미예요. 贈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贈與(증여), 寄贈(기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드릴정(呈)은 입구(口)와 쾌할령(壬, 逞의 약자)의 합자예요. 그릇의 입구까지 내용물을 꽉 채워 부족함이 없게 했다란 의미예요. 쾌할령은 음을 담당하는데(령-->정)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부족함이 없게 했기에 흔쾌하다란 의미로요. 드리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상대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넉넉하게 주었다란 의미로요. 呈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獻呈(헌정), 謹呈(근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플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펼전展, 솟을용聳, 기름질옥沃, 쌓을적積, 일업業,
뜻지旨, 뛰어날걸傑, 편안할녕寧, 드릴증贈, 드릴정呈.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與, ( )出, 累( ), ( )開, ( )立, 謹( ), 康( ), 趣( ), 肥( )沃, 事( )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忠南 瑞山市 仁旨面 金屋住宅建立成
東聳加倻男沃野 島飛白虎露積峰
仁德學業聖旨人 英傑爲國幸福家
爲祈願無窮發展 壽福康寧安太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