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嘆(자탄)

 

一 盃 一 絶 句 (일배일절구)

雖 不 合 幽 貞 (수불합유정)

詩 可 論 懷 鬱 (시가논회울)

酒 能 解 結 愁 (주능해결수)

聞 時 潛 塞 耳 (문시잠색이)

見 俗 自 搔 頭 (견속자소두)

雅 趣 唯 閒 適 (아취유한적)

更 無 此 外 求 (갱무차외구)

   

우리 고전 문학사에서 여류 문인들의 작품은 많지 않죠. 여성의 문학 창작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일거에요. 그러다보니 교육의 기회도 없고, 교육의 기회가 없으니 창작도 어려웠겠죠. 상황이 이러니 이따금 발견되는 여류 문인들의 작품에 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어요.

 

근자에 발굴된 여류 문인의 작품중에 '청취당집(淸翠堂集)'이 있어요. 해주 오씨의 작품인데, 이 분은 안성에서 22살에 서산 경주 김씨 일문에 시집와 일곱해 남짓 결혼 생활후 타계하신 분이에요. '청취당집'에는 182수의 시가 있는데,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문학적 성취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아요. 특별한 것은 이 분의 문학적 성취가 고난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에요. 이 분은 6세 이전에 부모를 여의고 조모의 손에서 컸고 시집도 재취로 왔으며 자식을 둘 두었는데(타계하던 해에 아들 하나를 다시 낳음) 모두 잃었고 타계하기까지 유종(乳腫, 젖에 종기가 생겨 곪는 것)으로 고생을 했어요. 남편은 과거를 포기한 사람이었고 시집의 형편은 어려웠지요. 고난으로 점철된 생애를 문학으로 승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에요.

 

최근 제가 즐겨 찾는 팔봉산에 이 분의 시비가 세워 졌어요(이분의 무덤이 팔봉면에 있거든요). 위의 사진은 시비의 일부분이에요. 무슨 내용인지 한 번 읽어 보실까요?

 

스스로 탄식하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 정숙함엔 합당치 않으나/ 시는 울적한 회포 논할 수 있고/ 술은 능히 맺힌 근심 풀어 낸다네/ 세상 일 들릴 땐 몰래 귀를 막고/ 속된 것 볼 때면 머리를 긁적이지/ 고아한 취미는 오직 한가로이 자적함일 뿐/ 이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요? (문희순 역)                                               

 

 

제목과 둘째 구만 빼고 읽으면 여인의 시라기 보다는 산림처사(山林處士)의 시라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산림처사의 시는 세상사와 거리를 둔 자족적 내용이 주를 이루죠. 이 시의 내용도 그런 모습을 보여요.

 

그런데 제목과 둘째 구를 집어 넣으면 산림처사의 시와는 판이한 내용이 되요. 우선, 제목이 '스스로 탄식함'이에요. 산림처사의 자족적 내용과는 거리가 먼 제목이죠. 둘째 구는 자신이 여인임을 밝히고 있어요. 여인의 덕목에 산림처사의 작시(作詩)와 음주(飮酒)는 적합한 덕목이 아니죠. 자신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어요.

 

따라서 이 시의 내용은, 산림처사처럼 자신이 선택하여 세상사와 거리를 두고 자족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선택으로 세상사와 거리를 두고 술과 시로 자족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산림처사의 외피를 빌어 정 반대의 내용을 담았다고 볼 수 있죠. 보통 솜씨가 아니라고 보여요.

 

시의 내용으로 견강부회하면 이 분은 대단히 자의식이 강하고 진취적인 기상을 가졌던 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시대가 수용하기에는 그 그릇이 너무 컸던 분 같아요(이런, 시 한 편으로 너무 확대 해석을 하는 듯… ^ ^;;).

 

자, 한자를 읽어 보실까요?

 

                                                   自嘆(스스로자 탄식할탄)                                                

 

                                  一 盃 一 絶 句 (일/ 배/ 일/ 끊을절/ 글귀구)                                    

                                  雖 不 合 幽 貞 (비록수/ 아니불/ 합할합/ 그윽할유/ 곧을정)                           

                                  詩 可 論 懷 鬱 (시/ 가할가/ 논할론/ 품을회/ 막힐울)                             

                                  酒 能 解 結 愁 (주/ 능할능/ 해/ 맺을결/ 근심수)                                  

                                  聞 時 潛 塞 耳 (들을문/ 시/ 몰래잠/ 막을색/ 이)                                  

                                  見 俗 自 搔 頭 (견/ 세속속/ 스스로자/ 긁을소/ 머리두)                              

                                  雅 趣 唯 閒 適 (우아할아/ 취/ 오직유/ 한가할한/ 알맞을적)                           

                                  更 無 此 外 求 (다시갱/ 없을무/ 차/ 바깥외/ 구할                                 

 

 

생소한 한자가 많군요. 다 자세히 다루면 힘들 것 같죠? 몇 자만 간추려 살펴 보도록 하죠. ^ ^

 

은 나무가 우거져 있다란 의미에요. 林(수풀림)으로 그 의미를 표현했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막히다'란 의미는 본 뜻에서 연역된 거에요. 우겨져서 잘 통하지 못한다란 의미로요. 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憂鬱(우울), 鬱火(울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물속으로 들어가 이동한다란 의미에요. 氵(물수)로 그 의미를 표현했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몰래'란 의미는 본 뜻에서 연역된 거에요. 물 속으로 남 모르게 이동한다란 의미로요. 潛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潛水(잠수), 潛在(잠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扌(손수)와 蚤(벼룩조)의 합자에요. 벼룩이 기어가듯이 손으로 긁는다는 의미에요. 搔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搔癢(소양, 가려운 곳을 긁음), 搔擾(소요,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남. 騷擾와 통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走(달릴주)와 取(취할취)의 합자에요. 물건을 잽싸게 취하듯[取] 신속하게[走] 일에 임한다란 의미에요. '뜻'이란 의미는 본 뜻에서 연역된 거에요. 자신이 뜻하는(생각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한다란 의미로요. 趣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趣味(취미), 趣向(취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가다'란 의미에요. 辶(쉬엄쉬엄갈착)으로 그 의미를 표현했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알맞다'란 의미는 본 뜻에서 연역된 거에요. '알맞게(적당히) 걸어간다'란 의미로요. 適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適當(적당), 適合(적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막힐울, 몰래잠, 긁을소, 뜻취, 알맞을적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味, (  )癢, (  )合, 憂(  ), (  )在

 

3. 여류 문인의 작품 하나를 소개해 보시오.

 

 

이 글을 읽으시는 님께서 만일 남자이고 기혼자라면 정말 아내 분한테 잘해야 합니다. 제가 6개월간, 아내가 아파서, 가사 노동을 해봤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절로 이런 말이 나왔어요. "여자로 안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너나 잘하라구요? 앗, 죄송합니다 ^ ^;;) 자의식이 강하고 진취적이었을 오청취당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이 가요.

 

아, 마지막으로 사족. 위 시에서 둘째 구의 貞은 앞의 글자 幽와 바뀐 것이 아닌가 싶어요(필사 과정에서). 운(韻)이 맞지 않거든요. 句(구) 幽(유)  愁(수) 頭(두) 求(구)로 해야 운이 맞아요.

 

내일 뵈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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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05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생 때 허난설헌의 `곡자(哭子)`를 읽고 눈물을 흘린 뻔 했습니다. 다시 봐도 슬픈 시입니다.

찔레꽃 2016-01-0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애절하죠... 자식이 삶의 전부였을 옛 여인들에게 자식을 잃는다는 것은 정말 감내하기 어려운 슬픔이었을 거에요.
 

               

             저의 딸 아이 이름은 '한솔'이에요. 큰 소나무처럼 꿋꿋하고 의기있게 살라는 의미로 지어

             줬지요. 그런데 사실 이런 의미는 부차적으로 붙인 거고, 처음 '한솔'이란 이름을 떠올리게

             된 건 차를 타고가다 본 광고판에서 연유해요. 한솔 PCS. 훗날 딸 아이가 자기 이름을 너

             무 하찮게(?) 지었다고 타박할까 봐 변병거리를 마련해 뒀지요.                                

 

             "공자님의 이름은 구(丘)고 자는 중니(仲尼)야. 머리통 모양이 가운데가 약간 패인듯한

             언덕 모양을 닮은데다 니구산(尼丘山)에서 기도하여 얻은 자식이라 이름과 자를 그렇게 

             지었어. 소박하게 이름과 자를 붙인거지. 성인의 이름도 이런데, 평범한 사람의 이름에 뭐

             그리 대단한 의미를 붙일 필요 있겠니? 하지만 아빠가 네 이름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야.

             네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을 하는데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어. 그런데 우연히

             그 광고판을 보고 네 이름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을 한거야. '한솔'이라는 말의 의미와

             발음이 네 이름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여겨지더구나."                                   

 

             아직 딸 아이가 자기 이름의 연원에 대해 묻지 않아 이 변명을 사용해 본적은 없어요. 아

             마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없지 않을까 싶어요. ^ ^                                                

 

              제게 작명을 부탁하는 이가 두 어명 있었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자식 이름은 부모가 지

              어야 한다는 지론에다 위에 든 변명거리를 첨가해서요.

 

              사진의 한자는 주(株) 승광(承光)이라고 읽어요. 승광주식회사란 의미지요. 다 아시죠?

               ^ ^;; 주식회사는 설명할 필요 없을 것 같고, 承光의 의미만 알아보면... 承光의 承은 이

              을승이고 光은 빛광이니 承光은 빛을 이어간다란 의미에요. 빛이란 선대의 좋은 업적을

              상징하는 말이에요. 이렇게 보면 承光은 선대의 좋은 일을 계승한다란 의미가 되요. 창

              업(創業)보다 수성(遂成)을 염두에 둔 회사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이상은 저의

              견강부회한 설명이었습니다 ^ ^).                                                                    

 

              그런데 이 회사는 수성에 실패했어요. 회사가 폐업됐거든요. ㅠㅠ 폐업됐다는 표시가

              입석에 덕지덕지 붙어있죠? 검게 퇴색된다다 이끼까지 끼어 있잖아요. 그리고 입석 주

              변엔 낙엽과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구요. 요즘 중소기업들이 불황때문에 도산하는 일이

              많은데 이 회사도 그렇지 않았나 싶어요. 사진을 찍을 때 괜시리 짠한 마음이 들더군요.

              새해에는 회사의 주인이 수성대신 창업의 기회를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회사 이름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광(造光, 빛을 만듦)으

              로요. ^ ^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木(나무목)과 朱(붉을주)의 합자에요. 나무의 위치 중 땅속의 뿌리와 가장 가

              까운 부분이란 의미에요. '그루터기주'라고 읽어요. 朱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

              분 담당해요. 그루터기의 목심(木心, 중심 부분)은 붉은 색이란 의미로요. 나무 밑둥

              [그루터기]을 베어 보면 중심 부분에 약간 붉은 색이 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株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株式(주식), 守株待兎(수주대토,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

              끼를 기다림. 고지식한 어리석음을 비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혹 株式의 어원에 대

              해 알고 계신지요? 

 

              株式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로 일본 에도시대의 '가부나카마(株仲間)'에서 온 말이에

              요. 가부나카마는 상공업자들이 막부로부터 독점적으로 상거래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결성한 '동업조합'이었죠. 여기에서 ‘株(かぶ·가부)'는 특정 동업자들의 자격·지위·

              특권을 가리키는데, 주식회사의 주주권과 유사한 개념이었어요. 그래서 19세기 후반

              서양의 주식회사제도가 일본에 들어왔을 때 일본사람들은 '가부'란 말을 이 제도에 적

              용했지요. 주식회사란 ‘가부(株) 방식(式)의 회사’라는 뜻이에요.                           
            
              株가 특정 동업자들의 자격·지위·특권을 가리킨다고 했는데 특별히 株라는 말로 그 뜻

              을 표현한 것은, 나무를 베어도 그루터기는 남듯, 세습 등에 의해 그 자격이 계속 유지

              되었기 때문이에요(이상 http://www.fnnews21.com/news/articleView.html?idxno=2835 참조).

 

              은 手(손수)와 卩(병부절)과 廾(받들공)의 합자에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병부(변

              방의 장수에게 내리는 신표(信標))를 받는다는 의미에요. '잇는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

              역된 것이지요. 병부를 내린 뜻을 이어간다란 의미로요. 承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

              까요? 繼承(계승) 起承轉結(기승전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火와 人(사람인)의 합자에요. 사람 머리위로 불을 높이 올려 불빛이 멀리 또

              넓게 비추도록 한다는 의미에요. 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光明(광명), 光

              線(광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그루터기주, 이을승, 빛광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式, 繼(    ), (    )線       

 

              3. 창업을 가정하고 회사 이름과 그 의미를 말해 보시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른 바 성명철학(姓名哲學)이라는 것이 일제 강점기때 도입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래저래 이름은 -- 개인 이름이 됐든 회사 이름이 됐든 -- 부

              르기 좋고 단순 소박한 의미를 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

              어요. ^ ^  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내일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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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동네 이름은 한내울이에요. 한내는 한자로 大川(대천)의 의미이고 울은 한자로 里(리)의 의미에요. 큰 물이 흐르는(있는) 동네란 의미지요.

 

  처음 이곳에 이사왔을 때 자연 지형과 마을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큰 물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거든요. 바닷가로 나가려면 30분 이상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마을 이름을 지은 것 같다고 보기도 어려웠구요.

 

  그런데 이사한 지 두어 달 지나 마을 입구에 대규모 저수지가 조성됐어요. 한내울이란 지명과 어울리는 자연 지형이 생긴 것이지요. 참 신기했어요. 누군가 이런 일이 있을줄 알고 미리 마을 이름을 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사람들이 풍수에 혹하는 것이 다 이유가 있구나 싶더군요. ^ ^

 

  사진의 한자는 삼송리(三松里) 이구(二區) · 송치(松峙) · 상류곡(上柳谷)이라고 읽어요. 서산시 해미면에 있는 마을 이름이에요. 해미읍성에서 개심사로 가다보면 만나는 마을이에요.

 

삼송리는 삼봉리(三峰里)와 송치리(松峙里)가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이름이에요. 삼봉리는 상왕산의 세 봉우리가 보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송치리는 마을 언덕에 소나무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상류곡은 동네 골짜기에 버드나무가 우거져서 붙여진 이름이구요. 상(上)은 윗동네란 의미로 붙인 거에요. 모두 자연 지형(물)을 이용하여 마을 이름을 삼은 것이지요. 대개 마을 이름은 자연 지형(물)을 이용하여 많이 짓지요. 님의 고향 마을 이름도 그렇지 않나요? ^ ^

 

그런데 마을 이름은 한자보다 한글이 더 정감있고 의미 전달도 잘되는 것 같아요. 송치보다는 솔티가, 상류곡보다는 버드실이 확실히 더 정감있고 의미 전달이 잘되는 것 같지 않나요? 저희 동네도 대천리라고 부르기 보다 한내울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감있고 의미 전달도 잘되요. ^ ^

 

사진의 한자를 한 번 읽어 보실까요? 석삼(三) 소나무송(松) 마을리(里) 두이(二) 지경구(區) 소나무송(松) 우뚝솟을치(峙) 윗상(上) 버들류(柳) 골(짜기)곡(谷). 區, 峙, 柳가 그간 다루지 않은 한자군요.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할까요?

 

는 品(물건품)과 匸(감출혜)의 합자에요. 많은 물건을 은닉시켜 놓은 곳이란 의미에요. 지경이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에요. 많은 이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은닉시켜 놓다 --> 구별되다) 장소란 의미로요. 區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市郡區(시군구), 區域(구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山(뫼산)과 寺(관청사)의 합자에요. 산이 우뚝 솟아있다란 의미에요. 寺는 음을 담당하면서(사-->치)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寺는 본래 관청을 의미해요. 관청은 보통의 건물보다 웅장하여 두드러져 보이기에, 이 의미로 산이 우뚝 솟아있다란 의미를 보충해주고 있어요. 峙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對峙(대치), 鼎峙(정치, 세 세력이 대립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木(나무목)과 卯(酉의 옛글자, 술(닭)유)의 합자에요. 木으로 버드나무란 의미를 표현했고, 卯로는 음을 나타냈어요. 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柳絲(유사, 버드나무 가지), 蒲柳(포류, 갯버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지경구, 우뚝솟을치, 버들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對(   ), (   )絲, (   )域

 

3. 본인이 태어난 동네 이름의 유래에 대해 말해 보시오.

 

 

 

최근에 주소지가 지역명에서 도로명으로 바뀌었는데, 영 정감이 안가요. 가장 큰 이유는 문화가 사라졌다는 점인데, 그래서 그런지 다음 글에 깊이 공감이 가더군요.

 

 

올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을 보다가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지난 70년대 한국 경제개발을 이끈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돌아보는 다큐다. 감독의 어머니가 당시 구로공단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시다(보조노동자)’였다. 카메라가 40년 전 회사들이 있던 구로구 일대를 훑는데, 도로표지판이 ‘디지털로’ ‘남부순환로’다. 70년대 한국 사회와 한국 여성의 상징이었던 구로동·가리봉동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안 그래도 내 삶엔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길에 접어들면 무엇이 있을까 막연히 설레던 청춘도 사라졌다. 그리고 동네 이름이 바뀌었다. 아예 동네가 사라졌다. 주소지 변경 이유가 아직도 잘 납득되지 않는 나는 매번 인터넷 검색으로 내가 사는 곳을 확인한다. 참을성도 없는 편이라 그때마다 짜증이 치민다. 아마도 쉽게 새 주소를 외우지 못할 것 같다.( 양성희, '내 마음의 골목', 인용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19304248)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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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에 바닷가에 나갔다가 사진을 한 장 찍었어요. 질문, 사진 속의 배는 움직이고 있는

             걸까요? 정지해 있는 걸까요? ^ ^  어떤 스님의 대답을 빌어 멋지게 대답하면, 사진 속

             의 배는 움직이고 있는 것도 정지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자리에 있을 뿐 입니

             다. 움직이거나 정지한 것은 님의 마음일 뿐입니다. ^ ^                                          

 

             각설. 바닷가에 외로이 떠있는 배를 보면 늘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요.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 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 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울 뿐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정태춘씨의 '떠나가는 배'에요. 정태춘씨의 초기 노래중 대표적인 노래이죠. 정씨 스스

             로 현실도피적인 노래였다며 자폄(自貶)한 곡이긴 하지만 애상적인 곡조와 시적인 가

             사로, 본인의 생각과 달리, 널리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던 곡이죠. 청춘의 한 시절 저도

             즐겨 불렀어요. ^ ^                                                                                  

 

             가사의 핵심 단어는 평화(平和)와 무욕(無欲)이에요. 그런데 왜 정씨는 평화와 무욕의

             땅을 찾아가려는 것을 현실도피적이었다고 자폄했던 것일까요? 그렇죠! 현실에서 평화

             와 무욕을 찾으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역으로 되짚어, 과연 현실에서 평화

             와 무욕을 찾을 수 있긴 한걸까요? 제가 보기엔 성취불가능한 가치가 아닌가 싶어요.        

             생명있는 존재에게 어찌 평화와 무욕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그건 무생명체에게나 가능

             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현실에서 가능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맹자의 표현을 빌면, 가욕(可欲)과 과

             욕(寡辱)이 아닐까 싶어요. 보편적으로 인정받을만한 욕심을 내는 것을 가욕이라 하고,

             욕심을 줄이는 것을 과욕이라 하지요. 보편적으로 인정받을만한 욕심[가욕]이란 물질

             적인 욕심이 아니고 선(善)에 대한 욕심이고, 욕심을 줄이는 것[과욕]은 물질적인 욕

             심을 절제하는 것을 의미해요. 현실에서 가능한 가치는 모든 악이 사라진 평화와 아무

             런 욕구가 없는 무욕이 아니라 욕심의 긍정적 방향전환[가욕]과 절제[과욕]이지요. 유

             교에서 평천하(平天下)의 바탕에 수신(修身)을 두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에요.

 

             정태춘씨는 이후 '떠나가는 배'류의 노래보다는 '아 대한민국'같은 류의 현실고발적인

             노래들을 부르지요. 정태춘씨의 이러한 방향 전환이 현실에서 평화와 무욕을 실현하겠

             다는 의지를 담은 것인지, 아니면 제가 말한 가욕과 과욕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

             를 담은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씨가 노래에 대한 가치 의식을 개

             인에서 사회로 고양시켰다는 점이에요.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죠.        

 

             그런데 아쉽게도 정씨는 현실고발적인 노래를 부른 이후 일반 대중들과는 거리가 멀어

             졌죠. 아마 경제적인 타격도 꽤 컸을 거에요. 그러나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은(걷고 있

             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죠(주고 있죠). 저도 그런 감명을 받은

             사람중의 하나에요. 정태춘씨는 대장부 가수에요. 맹자는 대장부를 이렇게 정의하죠.

              "천하의 가장 넓은 집에 거처하며 천하의 가장 바른 자리에 서서 천하의 대도를 행한다.

             부귀가 그를 타락시키지 못하며 빈천이 그의 뜻을 굽히게 하지 못하며 위세가 그를 굴

             종시키지 못한다."                                                                                    

 

             정태춘씨를 너무 높였나요? ^ ^ 아무튼 한국의 '빅토르 하라'라는 말을 들을만한 가수입

             니다. ^ ^                                                                                                            

 

 

             한자를 알아 보도록 할까요? '떠나가는 배'의 키워드인 平和와 無欲을 알아 보도록 하죠.

             平은 평평할평, 和는 화(목)할화, 無는 없을무, 欲은 바랄욕이에요. 다 아시죠? ^ ^;;

 

             平, 和, 無는 전에 다뤄서 欲만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겠어요.                                     

 

            은 谷(골짜기곡)과 欠(모자랄흠)의 합자에요. 모자라기에 채우고자하는 마음이란

             뜻이에요. 谷은 음을 담당하는데(곡 -->욕)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골짜기에 물이 쉽

             게 채워지지 않듯 쉽게 채워지지 않는 마음 상태란 의미로요. 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欲望(욕망), 欲心(욕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欲은 慾으로도 표기해요.       

 

             오늘은 정리 문제가 필요없겠죠? ^ ^ 대신 정태춘씨의 노래를 들어 보도록 하죠.        

             내일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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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유 2016-01-0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년 총선이 걱정이네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찔레꽃 2016-01-0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걱정이에요. 님께서도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_ _)
 

 

오늘이 2015년 마지막 날이군요. 시간에 어디 금[線]이 있어 여기까지는 묵은 해고 여기

부터는 새해이겠습니까만, 모든 일들이 그런 시간이 있는 것처럼 전제되어 진행되니 큰

 흐름을 거스를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여 오늘이 2015년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인식

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보니 좀 남다른 느낌을 가져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듭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한 해를 보내는데도 별다른 감흥이 없으니. 나무도 나이를 먹으면

 고목(枯木)이 되듯이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아니면 누구 말  

따나 혼이 비정상이라 그런지도… 하하하.                                                        

 

길거리에 나붙은 새해 축하 현수막을 찍었어요. 잘 아시죠? 근하신년(謹賀新年) -- 삼가

새해를 축하드립니다. (밑의 문구가 좀 이상해요. ^ ^) 흔하게 사용하는 연초 인사말인 

  데, 이 인사말은 일제강점기때 일본에서 들여온 거에요. 알고보면 썩 달가운 인사말은    

   아니죠.                                                                                                       

 

근하신년은 일본에서 연하장에 사용하던 문구인데, 연하장이 일본에 도입된 것은 명치

(明治)시기인 1871년 우편제도가 생기면서 부터에요. 이후 일본에서는 연하장을 보내  

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졌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발달한 지금도 일본에서는 여전히

연하장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연례행사로 취급되고 있어요. 근하신년은 연하장에 쓰기

  위한 새해 인사 문구로 고안된, 연하장 도입과 함께 만들어진 신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문구가 일제 강점기때 우리나라에 도입되었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근하신년과 함께 많이 사용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문구가 있는데, 이는 우리가 전

 통적으로 사용하던 문구이긴 하지만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쓰이고 있어요. 본래 송구

 영신은 기존의 관리를 내보내고 새로운 관리를 맞이 한다는 인사 발령에 관한 의미였는

 데, 지금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쓰고 있지요. 본 뜻에서 연역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이상 http://blog.daum.net/cleanrok/11306670 참조).        

 

 

한자를 한 번 읽어 보실까요? 謹은 삼갈근, 賀는 하례하, 新은 새신, 年은 해년이에요.    

新과 年은 전에 다뤘으니, 謹과 賀만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죠.                             

 

 謹은 言(말씀언)과 堇(진흙근)의 합자에요. 입자가 고운 진흙처엄 언사(言思)가(를) 신중

   하다(신중하게 한다)란 의미에요. 謹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謹愼(근신, 처벌의 일

       종), 謹弔(근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加(더할가)와 貝(조개패)의 합자에요. 상대에게 예물[貝]을 주며 축하한다는 의미 

에요. 加는 음을 담당하면서(가-->하)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상대에게 준 예물은 상대가

 가지고 있는 예물에 또 다른 예물을 덧보태준 것이라는 의미로요. 賀가 들어간 예는 무엇

이 있을까요? 祝賀(축하), 賀客(하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삼갈근, 하례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客, (   )愼

 

3. 새해 인사로 적합한 문구를 하나 말해 보시오.

 

 

3번 해보셨는지요? ^ ^ 근하신년, 왜색 용어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써 온 말이

 라 대체할만한 다른 인사말이 쉽게 떠오르질 않아요. 그렇지 않으신가요? 식민

    지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하여 저도 어쩔수 없이 이 말로 님들께 새해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죄송. (_ _)      

 

謹賀新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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