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의 딸 아이 이름은 '한솔'이에요. 큰 소나무처럼 꿋꿋하고 의기있게 살라는 의미로 지어
줬지요. 그런데 사실 이런 의미는 부차적으로 붙인 거고, 처음 '한솔'이란 이름을 떠올리게
된 건 차를 타고가다 본 광고판에서 연유해요. 한솔 PCS. 훗날 딸 아이가 자기 이름을 너
무 하찮게(?) 지었다고 타박할까 봐 변병거리를 마련해 뒀지요.
"공자님의 이름은 구(丘)고 자는 중니(仲尼)야. 머리통 모양이 가운데가 약간 패인듯한
언덕 모양을 닮은데다 니구산(尼丘山)에서 기도하여 얻은 자식이라 이름과 자를 그렇게
지었어. 소박하게 이름과 자를 붙인거지. 성인의 이름도 이런데, 평범한 사람의 이름에 뭐
그리 대단한 의미를 붙일 필요 있겠니? 하지만 아빠가 네 이름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야.
네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을 하는데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어. 그런데 우연히
그 광고판을 보고 네 이름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을 한거야. '한솔'이라는 말의 의미와
발음이 네 이름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여겨지더구나."
아직 딸 아이가 자기 이름의 연원에 대해 묻지 않아 이 변명을 사용해 본적은 없어요. 아
마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없지 않을까 싶어요. ^ ^
제게 작명을 부탁하는 이가 두 어명 있었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자식 이름은 부모가 지
어야 한다는 지론에다 위에 든 변명거리를 첨가해서요.
사진의 한자는 주(株) 승광(承光)이라고 읽어요. 승광주식회사란 의미지요. 다 아시죠?
^ ^;; 주식회사는 설명할 필요 없을 것 같고, 承光의 의미만 알아보면... 承光의 承은 이
을승이고 光은 빛광이니 承光은 빛을 이어간다란 의미에요. 빛이란 선대의 좋은 업적을
상징하는 말이에요. 이렇게 보면 承光은 선대의 좋은 일을 계승한다란 의미가 되요. 창
업(創業)보다 수성(遂成)을 염두에 둔 회사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이상은 저의
견강부회한 설명이었습니다 ^ ^).
그런데 이 회사는 수성에 실패했어요. 회사가 폐업됐거든요. ㅠㅠ 폐업됐다는 표시가
입석에 덕지덕지 붙어있죠? 검게 퇴색된다다 이끼까지 끼어 있잖아요. 그리고 입석 주
변엔 낙엽과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구요. 요즘 중소기업들이 불황때문에 도산하는 일이
많은데 이 회사도 그렇지 않았나 싶어요. 사진을 찍을 때 괜시리 짠한 마음이 들더군요.
새해에는 회사의 주인이 수성대신 창업의 기회를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회사 이름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광(造光, 빛을 만듦)으
로요. ^ ^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株는 木(나무목)과 朱(붉을주)의 합자에요. 나무의 위치 중 땅속의 뿌리와 가장 가
까운 부분이란 의미에요. '그루터기주'라고 읽어요. 朱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
분 담당해요. 그루터기의 목심(木心, 중심 부분)은 붉은 색이란 의미로요. 나무 밑둥
[그루터기]을 베어 보면 중심 부분에 약간 붉은 색이 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株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株式(주식), 守株待兎(수주대토,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
끼를 기다림. 고지식한 어리석음을 비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혹 株式의 어원에 대
해 알고 계신지요?
株式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로 일본 에도시대의 '가부나카마(株仲間)'에서 온 말이에
요. 가부나카마는 상공업자들이 막부로부터 독점적으로 상거래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결성한 '동업조합'이었죠. 여기에서 ‘株(かぶ·가부)'는 특정 동업자들의 자격·지위·
특권을 가리키는데, 주식회사의 주주권과 유사한 개념이었어요. 그래서 19세기 후반
서양의 주식회사제도가 일본에 들어왔을 때 일본사람들은 '가부'란 말을 이 제도에 적
용했지요. 주식회사란 ‘가부(株) 방식(式)의 회사’라는 뜻이에요.
株가 특정 동업자들의 자격·지위·특권을 가리킨다고 했는데 특별히 株라는 말로 그 뜻
을 표현한 것은, 나무를 베어도 그루터기는 남듯, 세습 등에 의해 그 자격이 계속 유지
되었기 때문이에요(이상 http://www.fnnews21.com/news/articleView.html?idxno=2835 참조).
承은 手(손수)와 卩(병부절)과 廾(받들공)의 합자에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병부(변
방의 장수에게 내리는 신표(信標))를 받는다는 의미에요. '잇는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
역된 것이지요. 병부를 내린 뜻을 이어간다란 의미로요. 承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
까요? 繼承(계승) 起承轉結(기승전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光은 火와 人(사람인)의 합자에요. 사람 머리위로 불을 높이 올려 불빛이 멀리 또
넓게 비추도록 한다는 의미에요. 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光明(광명), 光
線(광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그루터기주, 이을승, 빛광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式, 繼( ), ( )線
3. 창업을 가정하고 회사 이름과 그 의미를 말해 보시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른 바 성명철학(姓名哲學)이라는 것이 일제 강점기때 도입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래저래 이름은 -- 개인 이름이 됐든 회사 이름이 됐든 -- 부
르기 좋고 단순 소박한 의미를 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
어요. ^ ^ 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내일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