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야, 김에다 기름 좀 바르렴!"
어릴 적, 김은 상급 반찬이었죠. 김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웠어요.
김에다 기름을 바르는 건 제 몫이었어요. 대부분 솔로 기름을 발랐지만 때로는 숟가락 뒷면에 기름을 묻혀 바르곤 했죠. 기름 바른 김에 소금을 살살 뿌리면 임무 완성! ^ ^
밥상에 오른 김을 마음껏 먹었던 기억은 없어요. 어른하고 겸상할 때는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 있어도 마음껏 먹지 못하던 것이 당시의 불문율이었기 때문이죠.
어제 식구들과 콩나물국밥 집에서 외식을 하다 밑반찬으로 나온 김을 대하니 불현듯 옛 생각이 나더군요. 그런데, 이상하죠? 지금은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 왜 눈치보며 먹던 그 시절 김맛이 안나나 모르겠어요. 너무 풍요로와서 그런 걸까요? 입맛이 변해서 그런 걸까요? 김맛이 달라져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손 맛이 없어져서 그런 걸까요?
사진의 일본어는 그 밑에 나온 우리 말 '맛깔진 전복 먹은 김'을 번역한 거에요. 일본어를 몰라도 한자 부분을 읽을 줄 알면 그 의미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美味(미미)는 '아름다운(맛깔진) 맛', 鮑食(포식)은 '전복을 먹은', 海苔는 '김'이란 뜻이니까요. 일본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일본어 표기를 병기한 듯 싶어요. 김이 전복을 먹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귀하고 맛있다란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일본어로 표기돼 있으니 일본어로 읽어보면, '오이시이 아와비오 타베다 노리'에요.
한자를 읽어 보실까요? 아름다울미(美) 맛미(味) 절인어물(전복)포(鮑) 먹을식(食) 바다해(海) 이끼태(苔).
鮑와 苔가 생소한 한자고 다른 것은 전에 다룬 한자네요. 두 글자만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죠.
鮑는 魚(물고기어)와 包(쌀포)의 합자에요. 소금으로(에) 싼(절인) 어물이란 의미에요. '저린어물포'라고 읽어요. 전복이란 의미는 본 뜻에서 연역된 거에요. 말린 전복이란 의미로요. 전복은 한자로 全鰒이라고도 표기해요. 이 때의 鰒은 날[生] 전복이란 의미에요. 鮑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鮑魚之肆(포어지사, 건어물을 파는 가게란 뜻으로 소인배들이 모이는 곳을 비유), 鮑尺(포척, 깊은 물속에 들어가서 전복을 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苔는 艹(풀초)와 台(治의 약자, 다스릴치)의 합자에요. 수초(手草)의 일종이에요. 얇은 융과 같고 청록색이며 수면에 떠다녀요. 台는 음을 담당하는데(치-->태) 뜻도 일부분 담당하고 있어요. 거두어 말려 반찬으로 이용한다는 의미로요. '이끼태'라고 읽어요. 苔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海苔(해태, 김), 靑苔(청태, 파래 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저린어물(전복)포, 이끼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靑( ), ( )尺
3. '김'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김에서 옛 맛이 안난다고 투덜댔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가장 큰 이유는 김이 흔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맛이란 것도 단순히 미각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며 그중에 희소성이란 경제 원리도 작용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