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 물려 줄

  은동곳도 산호 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

 

  서산시 부석면에는 유명한 냉면집이 있어요. 사계절 내내 냉면만 파는데 가격도 싸고(5,500원) 맛도 좋아 항상 문전성시를 이뤄요. 이 집과 대조를 이루는 곳이 바로 사진의 '맛집'이에요. 사람들의 출입이 뜸해서 항상 문이 닫혀 있지요. 하도 사람들의 출입이 없어 폐업했나 싶었는데, 이따금 집앞에 소주병들이 나뒹구는 걸 보면 그렇지는 않은 듯 싶더군요.

 

  며칠 전 냉면집에 들렀다 집에 가는 길에 사진을 한 장 찍었어요. 낡은 건물과 푸른 하늘이 대비를 이루니 이상하게 더 쓸쓸한 느낌이 들어 처연(悽然)하기까지 하더군요.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시가 이용악의 '낡은 집' 이었어요(머리 부분). 이용악의 '낡은 집'이 식민지의 고단한 삶을 상징한 것이라면, 이 낡은 '맛집'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고단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자괴감이 들려주는 소리 -- '이 사람아, 그러면 자네라도 좀 들려서 팔아주지 그랬어. 안타까워만 하지 말고.' '그러게요, 저도 생각만 앞섰지 행동은 뒤따르질 못했네요.' 조만간 이 맛집에 들러 매상 좀 올려줘야 겠어요. 이 맛집의 메뉴는 추어탕과 족탕이에요.

 

님, 언제 시간내서 저와 함께 가시지 않겠어요? ^ ^

 

한자를 읽어 보실까요? 味는 맛미, 啖은 먹을담이에요. 합치면 '먹는 맛, 혹은 맛있게 먹다' 정도의 의미가 되겠네요. 익숙하지 않은 말이라 혹시 조어(造語, 억지로 지어낸 말)가 아닌가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조어는 아니더군요. 다만 일상적인 의미 -- 음식을 먹는 맛, 혹은 음식을 맛있게 먹다 -- 보다는 문학적인 비유 -- 대화하는 맛, 혹은 의미있게 대화하다 -- 로 사용하더군요. 만일 이 음식점의 주인이 味啖이란 상호를 이런 일상적인 의미와 문학적인 의미의 중의(重意)로 사용했다면 평범한 주인은 아닐것 같아요. ^ ^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口(입구)와 未(아닐미)의 합자에요. 다양한 맛이란 의미에요. 맛은 입을 통해 감지되기에 口로 뜻을 삼았고, 未는 음만 담당해요. 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調味料(조미료), 吟味(음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口(입구)와 炎(탈염)의 합자에요. 불꽃과 불빛이 뒤섞여 타듯 음식물을 뒤섞어 저작(咀嚼, 씹음)하여[口] 삼킨다란 의미에요. 啖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일상적인 예는 찾기 어렵고, 啖嘗(담상, 맛봄) · 啖食(담식, 게걸스럽게 먹음) 등 드문 예만 들 수 밖에 없군요.

 

오늘은 정리 문제를 아니내겠습니다. 대신에 '외딴 집'의 나머지 부분을 마저 읽어 보도록 하시죠. 내일 뵈용~ :)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랜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찻길이 놓이기 전

노루 멧돼지 족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놓고 뛰어 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 아들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두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가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 보냈다는

그날 밤

저릎등이 시름시름 타들어 가고

소주에 취한 털보의 눈도 일층 붉더란다.

갓주지 이야기와

무거운 전설 가운데서 가난 속에서

나의 동무는 늘 마음 졸이며 자랐다.

당나귀 몰고 간 애비 돌아오지 않는 밤

노랑고양이 울어울어

종시 잠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어미 분주히 일하는 방앗간 한 구석에서

나의 동무는

도토리의 꿈을 키웠다.

그가 아홉 살 되던 해

사냥개 꿩을 쫓아 다니는 겨울

이 집에 살던 일곱 식솔이

어디론지 사라지고 이튿날 아침

북쪽을 향한 발자국만 눈 위에 떨고 있었다.

더러는 오랑캐령 쪽으로 갔으리라고

더러는 아라사로 갔으리라고

이웃 늙은이들은

모두 무서운 곳을 짚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제철마다 먹음직한 열매

탐스럽게 열던 살구

살구나무도 글거리만 남았길래

꽃피는 철이 와도 가도 뒤울안에

꿀벌 하나 날아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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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2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쪽으로 간 백석은 국수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국수`라는 시를 짓기도 했어요.

찔레꽃 2015-12-24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 덕분에 `국수`라는 시를 읽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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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伴圃金君天瑞遺稿旣成。其子載朙。又旁搜博采。又於壞壁屋漏之殘。故箧蠧蝕之餘。得若干篇。篇殘而未完者若干句。嗣刻於原稿之下。籤而字之曰伴圃遺稿拾遺。載朙之於此。可謂至矣盡矣。噫。天下之古書。不得拾遺。而天下之古書。從而亡矣。古文邱索樂律之書。各國寶書。尙不可言。至於兩漢經師之說。有補於經訓者。如說文所稱易孟氏尙書孔注之眞文,春秋之鄒夾曁服賈之注。孝經,論語之孔鄭。與夫荀爽,虞翻,歐陽,夏侯,申培,轅固,后蒼,翼奉,蕭望之,匡衡,劉向,劉歆,馬融,盧植之學。皆亡而不傳。不傳者則不得拾遺也。後世拾遺之書。惟李氏易解。稍存典刑。而王伯厚采輯逸書諸編。近世春秋左傳,嚴輯古注,古微書,鄭氏遺書。皆守殘抱闕。蛛絲馬迹。百存其一。吁可悲也。每讀仁和盧氏徵刻天下古今人著作䟽。未嘗不掩文一唏也。蓋其憫英華之澌滅。悼令聞之未彰。圖存其亡。力扶其微。徵天下而刻之。公天下之所好。夫存亡。仁也。扶微。義也。徵天下而刻之。信也。公天下之所好。惠也。其於天下。尙能如此。况於其先人之遺文乎。故曰伴圃遺稿。至於拾遺而至矣盡矣也。伴圃遺稿之拾遺出。而窃自感於天下古書之不可得而拾遺也。癸卯荷花生日。實事求是齋書。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하지 않으신가요? ^ ^  괜히 클릭했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제가 봐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한데, 님이야 오죽하시겠어요? ^ ^

 

얼마전 서너시간 목각 체험을 한 적이 있었어요. 사진은 그 목각 체험을 한 공방에 걸려있던 한 작품이에요. 공방의 주인이 제작한건데 무척 정교하여 실제 글씨를 쓴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이 목각 작품의 원본을 사진아래 실어 보았어요. 똑같죠? 그런데 사실은 이 목각 작품의 원본도 실제 글씨를 쓴 것은 아니고 목판을 인쇄한 것이에요. 목각 작품은 이 목판 인쇄본을 그대로 본떠서 판 것이지요. 목판 인쇄본의 원글씨는 현재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면 이 목판 글씨는 누구 쓴 것일까요? 바로 추사 김정희선생이에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28세때 작품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그리고 그 내용은 한 여항(閭巷, 중인 계층을 지칭) 시인의 작품집 속편에 쓴 서문이에요. 

 

글의 내용을 한 번 읽어 볼까요?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번역된 것을 찾을 수 없더군요. 미흡한 실력으로 옮기다보니 오역도 있을 듯. 게다가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두느라 의역을 많이 했어요. 이래저래 부실을 면할 수 없네요.)

 

"반포 김천서군의 유고가 완성된 후에도 그의 아들 재명은 아버지의 유고가 더 남아 있는지 주변에 수소문하여 채집에 힘을 기울였다. 아울러 집안 외진 곳과 방치된 상자 속의 좀슬은 문서들을 뒤적여 약간의 시문을 수습했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잔편(殘編, 부스러기 글)과 미완의 작품 얼마간을 수습할 수 있었다. 재명은 이것을 '반포유고'의 판각에 이어 새긴 뒤 인쇄를 했는데, 그 제목을 '반포유고습유'라고 했다. 재명은 아버지의 유고를 수습하는데 지극한 정성을 다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천하의 고서(古書)들 중에는 습유(拾遺, 남아있는 것들을 수습함)되지 않아 없어진 것이 참으로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문(古文)중에 삼황오제의 글과 음악에 대한 글 및 각국의 보서(寶書, 중요한 책)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양한(兩漢)시대 경사(經師)들의 설도 제대로 남아있는 것이 없다. 예컨데 경전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설문해자에서 언급한, 역(易)에 대한 맹씨의 주석과 상서(尙書)에 대한 공씨의 주석 및 춘추(春秋)에 대한 추씨와 협씨 및 복가의 주석 그리고 효경과 논어에 대한 공씨와 정씨의 주석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이 뿐인가. 순상 · 우번 · 구양 · 하후 · 신배 · 원고 · 후창 · 익봉 · 소망지 · 광형 · 유향 · 유흠 · 마융 · 노식의 글도 전해지는 것이 없다. 전해지지 않으니 습유할 수도 없게 되었다.

 

후세에 습유한 책 중에는 이씨의 '역해'가 비교적 모범이 될 만하며 왕백후도 일서(逸書, 없어진 것으로 알려진 책)의 여러 편을 채집했다. 근세에 춘추좌전에 있어서는 '엄집고주' · '고미서' · '정씨유서' 등이 있는데, 모두가 쪼가리들을 어렵사리 모은 것으로 거미줄이나 말 발자국같은 일 단서에 불과한 것들이다. 그야말로 원모습의 1/100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매양 인화 노씨의 '천하고금인저작소' 판각을 읽을 때마다 책을 덮으며 울먹이지 않은 적이 없다. 왜인가? 가치있고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고 드러나지 못한 것이 마음아프기 때문이다.

 

미약하여 사라지려는 것을 힘써 유지시키고 남아있는 것을 거두어 판각하는 것은 세상의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저 망하려는 것을 보존시켜주는 것은 인이며, 미약한 것을 부지시켜주는 것은 의이며, 세상에 널부러진 것을 거두어 판각하는 것은 신이며, 세상의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것은 혜이다. 세상의 글에 있어서도 이와같이 하거늘 하물며 자신의 선친이 남긴 글에 있어서는 어찌해야 하겠는가. 하여 나는 재명이 지극한 정성을 다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반포유고습유'의 출간에 즈음하여 천하의 고서중에 습유되지 않은 것들을 생각하니, 절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계묘년 6월 24일 실사구시제에서 쓰다."

 

서문의 핵심은 선친의 유고 속편을 펴낸 김재명에 대한 칭찬이에요. 그 가치와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름만 남고 내용이 전하지 않는 글과 저자들을 두루 언급하고 있지요. 아울러 습유된 것들의 미약함도 언급하고요. 내용이 전하지 않는 글과 저자에 대한 아쉬움과 습유의 한계를 지적하여 김재명의 노력이 얼마나 의미있고 아울러 힘든 것이었는지를 드러낸 것이지요.

 

위 내용 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대저 망하려는 것을 보존시켜주는 것은 인이며, 미약한 것을 부지시켜주는 것은 의이며, 세상에 널부러진 것을 거두어 판각하는 것은 신이며, 세상의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것은 혜이다."란 대목이에요. 유고를 수습 간행하는 것에 대해 막중한 의미를 부여한 것인데, 비단 그 뿐만이 아니고 추사 선생이 견지했던 학문에 대한 태도를 표현한 것이라고도 생각되거든요. 오늘은 이 대목에 나오는 한자들을 좀 살펴 보도록 하죠.

 

그럼, 빨간 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한 번 읽어 보도록 할까요? 夫存亡 仁也 扶微 義也 徵天下而刻之 信也 公天下之所好 惠也 (부존망  인야  부미  의야  징천하이각지  신야  공천하지소호  혜야). 내용이 좀 길기도 하거니와 그간 다뤘던 한자들이 많아서 뜻과 음을 합쳐서 읽는 것은 생략하도록 하겠어요. ^ ^

 

 

그간 다루지 않았던 한자들만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할까요?

 

은 두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눈 먼 이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둘. 入(들입)과 乚의 합자이다. 乚은 담장 모퉁이 으슥한 곳을 표현한 것이다. 담장 모퉁이 으슥한 곳으로 들어갔다(도망했다)란 의미이다. '잃을(망할)망' 혹은 '달아날망'이라고 읽어요. 亡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滅亡(멸망), 逃亡(도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扌(손수)와 夫(사내부)의 합자에요. 사내처럼 씩씩하게 남을 도와준다[扌]란 의미에요. '도울부'라고 읽어요. 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扶助(부조), 扶持(부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보폭을 작게 하고 사뿐사뿐 걷는다는 의미에요. 彳(걸을척)이 뜻을 담당하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작을미' 혹은 '은밀할미'라고 읽어요. 본뜻의 일부분을 취하거나 연역한 것이지요. 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微細(미세), 微妙(미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微(작을미)의 약자와 壬의 합자에요. 壬은 보통 '아홉째천간임'으로 사용하는데, '선하다'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壬은 오행(五行)중 물의 속성에 해당해요. '선하다란 의미는 물이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데서 비롯된 의미에요). 여기서는 그 의미로 사용했어요. 徵은 선하다란 평판을 듣는 미천한 사람을 불러 벼슬을 내린다란 뜻이에요. '부를징' 혹은 '거둘징'이라고 읽어요. 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徵兵(징병), 徵發(징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亥(돼지해)와 刂(칼도)의 합자에요. 돼지가 주둥이로 땅을 훑듯이 칼을 가지고 물체를 판다란 의미에요. '새길각'이라고 읽어요. 刻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彫刻(조각), 刻骨難忘(각골난망, 잊지 못함이란 의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專(오로지전)의 약자와 心(마음심)의 합자에요. 타인을 사랑하기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하여 힘써[專] 타인에게 혜택을 베푼다는 의미에요. 惠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恩惠(은혜), 惠澤(혜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잃을망, 도울부, 작을미, 부를징, 새길각, 은혜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骨難忘, (  )兵, (  )澤, (  )助, (  )妙, 逃(  )

 

3. 애착을 갖고 있는 물건이 있으면 소개하고 그 이유를 말해 보시오.

 

 

  저의 어머니께서 세상에 남기신 유일한 기록물이에요. 초등학교 때 어린이 잡지 부록으로 나왔던 일기장인데,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지요.

 

  이것이 어머니의 유일한 기록물이 될지는 몰랐어요. 일기를 펼치면 늘 눈물이 나서 조금 읽다가 덮게 되요. 어머니의 신산한 삶이 가슴을 아프게하기 때문이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재명씨처럼, 저도 이 일기를 책으로 펴낼 생각이에요.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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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21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장 표지 그림이 한 권의 동화책 표지 같습니다. 옛날에는 저런 순수한 동심이 느껴지는 책표지가 많았어요. ^^

찔레꽃 2015-12-2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네요. ^ ^ 소년중앙, 새소년, 어깨동무... 그리운 이름들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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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답답해~"

 

 수년 전 아내가 갑자기 홍삼 액기스 한 상자를 사왔어요. 몸보신 하라고. 정성은 가없이 고마웠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을텐데, 상의도 없이 덜컥 물건을 사온 것이 조금은 마땅치 않았어요. 그래도 차마 내색은 할 수 없어 거짓으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치하했지요.

 

 팩 하나를 꺼내 마셨어요. 달달하고 쌉쌀하니 맛이 괜찮더군요. 그런데, 웬걸, 조금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얼굴에 화기가 올라오는거에요. 일종의 부작용이 생긴거죠. "가슴이 답답해~" 아내가 말했어요. "누구는 없어서 못먹는데, 줘도 못먹으니…" "그러게…"

 

이후 그 홍삼 액기스는 다용도실 한 구석에 놓였다가 처갓집으로 이송되었어요. 장인 어른 얼굴엔 화색(?)이 돌더군요.

 

사진의 한자는 동인비(彤人祕)라고 읽어요. 彤은 붉을칠동, 人은 사람인, 祕는 신비할비이니까 '붉은 칠한 사람의 신비'란 의미가 되겠네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죠? ^ ^ '동인(彤人)'은 '홍삼(紅蔘)'과 같은 의미에요. 紅과 彤은 똑같이 '붉다'란 의미이고, 蔘은 人(사람)과 비슷한 모양을 한 식물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동인비(彤人祕)를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이하면 '홍삼의 신비'라고 할 수 있어요. '홍삼비(紅蔘祕)'라고 표현하면 너무 식상한 표현이라 낯설게 표현한 것 같아요. 홍삼비보다는 동인비가 한결 더 우아하고 신비스런 느낌이 들긴 하죠? ^ ^

 

동인비는 홍삼을 활용한 한방 화장품이에요. 고가일 것 같더군요. 길거리를 지나다 사진을 찍었는데, 가게 주인이 뚱하게 쳐다보더군요. 살짝 목례를 하고 지나쳤어요. 그러면서 뜬금없는 든 생각 -- '홍삼이 안맞는 사람은 저 화장품도 안맞지 않을까?'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彤과 祕만 알아 보도록 하죠. 人은 잘 아시죠? ^ ^

 

은 丹(붉을단)과 彡(터럭삼)의 합자에요. 彡에는 (털을 묶은 붓으로) 무늬를 그린다는 의미가 들어 있어요. 하여 彤은 붉은 색을 칠하여 꾸민다란 의미에요. 彤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彤弓(동궁, 공이 있는 제후에게 천자가 하사하던 활), 彤圍(동위, 궁전의 별칭)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일상적인 예는 들만한 게 없어요.

 

는 示(神의 약자, 귀신신)과 必(閟의 약자, 닫힐비)의 합자에요. 귀신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신비스러운 일이란 의미에요. 必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하고 있어요. 알기 어려운 신비스러운 일은 개방된 상태가 아니라 닫혀있는 상태란 의미로요. 祕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祕訣(비결), 祕密結社(비밀결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祕는 秘로 표기하기도 해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붉은칠동, 신비할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訣, (   )弓

 

3.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이 있으면 2개 이상 소개해 보시오.

 

 

고등학교 다닐 때 외웠던 영어 격언이 있어요. There is no rule but exception(예외없는 규칙은 없다). 제게 홍삼은 바로 이런 경우인 것 같아요. 그 좋은 것을 먹을 수 없으니 복도 참 지지리 없는 것 같습니다. ^ ^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뵈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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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났던 씨랜드 사건을 혹 기억하시는지요? 유치원생 19명과 인솔 교

사 및 강사 4명이 죽었던 참사였지요.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건, 기억하시는지요? 

 새내기 대학생들 101명이 부상당하고 10명이 사망한 참사였지요. 두 사건의 공통점은 학

  생들이 수련원에서 당한 대형 사고라는 점이에요. 이 수련원들은 부적격 시설과 미흡한  

안전 관리로 대형 참사를 초래했지요. 흔히 말하는 예고된 참사였던 것이지요.             

 

대형 사고가 터지면 예의 해당 기관과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지만 개선되는 것은 없죠.  

그 극한의 예를, 비록 수련원은 아니지만, 작년 세월호 사건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잖

아요? 아,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무고한 생명 --  학생들 -- 이 희생되어야 제대로 된

 학생 수련 시설이 만들어질런지요? 예고된 참사가 지뢰밭처럼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져요.                                                                                   

 

사진은 인곡수련원(仁谷修練院)이라고 읽어요. 인곡은 이 수련원을 지은 법장(전조계종

총무원장)이란 분의 별호에요. 굳이 풀이하자면 '어진 골짜기(마을)' 정도의 의미가 되  

 겠네요. 모든 이를 포용하고 사랑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인곡수련원은 서산에 있는 서광사의 부속 건물이에요. 부속 건물이라고 하니까 따로 떨

어져 있는 건물 같지만 실은 한 건물안에 있어요. 서광사는 3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이 

  이 수련원이에요. 잘은 모르지만, 절에 딸린 수련원이니 주로 신도들의 수양을 위해 사용

 하겠지만 때론 학생들의 단체 활동 -- 템플 스테이같은 -- 에도 이용되지 않을까 싶어요.

  신도들이 사용할 때도 그렇지만 학생들이 사용할 때는 더더욱 안전 관리에 신경을 써서   

   절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수련원'이란 간판이 붙은 것만 보면      

  왠지 '사고'가 연상되서…                                                                                           

    

한자를 하나씩 읽어 볼까요? 仁은 어질인, 谷은 골짜기곡, 修는 닦을수, 練은 익힐련, 院

은 집원이에요. 전에 다룬 谷만 빼고 여타의 것들을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죠. ^ ^     

 

은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人(사람인)과 二(두이)의 합자이다. 짝을 맺은 두 사 

람간 친애의 마음을 뜻한다. 둘. 人(사람인)과 二(두이)의 합자로 二는 하늘과 땅을 의 

미한다. 사람이 하늘과 땅으로부터 받은 마음, 곧 생명을 탄생시키는 그 마음을 의미한

다. 仁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仁者無敵(인자무적), 仁慈(인자) 등을 들 수 있

겠네요.                                                                                                                 

는 彡(터럭삼)과 攸(아득할유)의 합자에요. 彡에는 털어낸다란 의미가 있어요. 털

같은 물건으로 (먼지 등을)털어낸다란 의미로요. 攸에는 침착하고 여유있다란 의미가 

있어요. 번잡하고 요란한 모습과 거리가 있다[아득하다]란 의미로요. 따라서 修는 옷  

차림과 태도를 단정히하여 유유자적한 모습을 보인다란 의미에요. 그것이 바로 '닦는 

(닦은)' 모습이지요. 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修養(수양), 修身(수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糸(실사)와 柬(가릴간)의 합자에요. 생사(生糸)를 삶아 제대로 익은 것과 그렇 

 지 않은 것을 가려낸다는 의미에요. 후에 어떤 기능이나 지식을, 그렇듯, 자기화하기 위

 해 노력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지요. 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練習(연

 습), 熟練(숙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阝(阜의 변형, 언덕부)와 完(완전할완)의 합자에요. 사방을 하나도 빠짐없이[完

] 언덕처럼 높게 둘러친 담장이란 의미에요. 집이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에요. 그

런 담장을 친 집이란 의미로요. 院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病院(병원), 修道

院(수도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어질인, 닦을수, 익힐련, 집원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   )者無敵, 病(   ), (   )習, (   )養

 

3. 수련원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하나 소개해 보시오.

 

수련원이란 이름은 군대적 어감이 강해요. 그래서 그럴까요, 많은 경우 학생수련원

들은 학생들을 군대식으로 다룬다고 들었어요. 좀 시대에 뒤떨어진 지도 아닌가 싶

 어요. 단기간에 사람을 변화시켜보겠다는 그야말로 군대식 발상에서 비롯된 지도인

  데,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군대 갖다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3년간 군대에서 아무리 '뺑이'쳐봤자 제대 후 1달만 지나면 도로 '민간인'과 똑같이

  되거든요. 하물며 1주일 내외 정도 군대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고 무슨 변화가 생

 기겠어요. 오히려 수련원에 대한 공포감만 키우겠지요. 재미있는 놀이 중심의 심리 

코칭 등으로 내용을 꾸려야 할 것 같아요.                                                           

 

내일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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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에서 청양(靑陽)쪽으로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비봉이라는 지역을 지나게 되요. 이 지역을 지나다 사진을 찍었어요. 어떻게 읽을까요? 네, 맞습니다. 비봉산(飛鳳山)이에요. 飛는 날비, 鳳은 봉새(황)봉, 山은 뫼산이니까 '날아가는 봉황의 형상을 한 산'이란 뜻이에요.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비봉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여러 곳 있더군요. 비봉이란 이름이 좋기도 하고 이곳과 유사한 지형이다보니 동일 이름을 쓰게 된 것 같아요.

 

비봉산이 있는 비봉면에서는 연초 뉴스를 뜨겁게 달궜던 한 인물이 태어 났어요. 누굴까요? 정답은, 이완구 전국무총리에요. 이 전총리의 고향은 청양군 비봉면 양사리에요. 그런데 이러저런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이총리가 단명하게 될 예언을 한 자료가 있더군요. 재미(?)있더군요. 소개를 하면...

 

"천자는 봄철(1-3월)에 동쪽에 있는 청양당(靑陽堂)에서 제후들의 조회를 받는다. 여름(4-6월)엔 남쪽에 있는 명당(明堂)에서 제후들의 조회를 받는다. 가을(7-9월)엔 서쪽에 있는 총장당(總章堂)에서 제후들의 조회를 받는다. 겨울(10-12월)에는 북쪽에 있는 현당(玄堂)에서 제후들의 조회를 받는다. 이총리는 부하들의 조회를 받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그의 출신지가 청양이다. 천자가 청양당에서 조회를 받는 것은 봄 한철이다. 따라서 이 총리는 짧은 기간만 총리에 재임할 가능성이 크다(이상 http://www.jeonnam.go.kr/mbs/jeonnam/jsp/board/view.jsp 참조 정리)."

 

2월에 이 글을 썼는데, 이 전총리는 정말 절묘하게(?) 3개월 한철만 총리직을 수행하고 사임했지요(4월). 이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점이나 예언에 호감을 갖나봐요. ^ ^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새가 양 날개를 펼치고 공중으로 비상하는 모습을 그린 거에요. 사진의 飛는 전서체에요. 飛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飛行(비행), 飛上(비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凡(무릇범)과 鳥(새조)의 합자에요. 凡은 음을 나타내는데 소리값이 좀 변했죠(범-->봉). 신조(神鳥, 신령스러운 새)라는 의미에요. 사진의 鳳은 예서체에요. 봉황에서 鳳은 수컷, 凰은 암컷을 뜻해요. 鳳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鳳雛(봉추, 봉의 새끼. 아직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지 않은 영재), 鳳姿(봉자, 봉새의 모습. 봉새와 같은 거룩한 풍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날비, 봉새봉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行, (   )姿

 

3.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산 이름과 유명 인물을 하나 소개해 보시오. 에피소드가 있다면 함께 소개하시오.

 

 

총선이 다가오죠. 이번에도 단명할 분들이 나올 수 있겠죠? 잘 헤아리고 미리 안나왔으면 좋겠어요. ^ ^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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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15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에도 옛날에 비봉산이 있었습니다. 우뚝 솟아오른 지형입니다. 그 위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제가 그곳을 졸업했습니다. 학교 이름이 비봉초등학교입니다. ^^

찔레꽃 2015-12-16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셔요. ^ ^ 님께서 멋지고 알찬 글을 쓰시는 것은 비봉산 영향도 있지 않을런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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