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톱으로 툭 튀면 쨍하고 금이 갈듯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듯
저렇게 청정무구를 드리우고 있건만
- <벽공>, 이희승
맑은 가을 하늘 사진을 하나 찍었네요. 소나무와 어울리니 맑은 하
늘 빛이 더 선명한 것 같죠? 하늘을 우러러보다 문득 고등학교 때
배웠던 시가 떠올라 읊조렸어요. 배울 당시는 별 감흥이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가슴에 와닿는군요. 이만큼 평이하면서도 간결하게
가을 하늘을 읊은 시도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 ^
위 시에 나온 낯선(?) 단어 두 개를 한자로 알아 볼까요? 한자를
알고 나면 시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청정무구는 淸淨無垢라고 쓰고, 벽공은 碧空이라고 써요. 淸은 맑
을청, 淨은 깨끗할정, 無는 없을무, 垢는 때구, 碧은 푸를벽, 空은
빌(하늘)공이라고 읽어요. 淸淨無垢는 '맑고 깨끗하여 때가 없다'
란 의미이고, 碧空은 '푸른 하늘'이란 뜻이에요.
어떠신가요? 한자의 뜻을 알고나니 이 시의 내용이 좀 더 명확해지
지 않으셨나요? ^ ^
한자들을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淸은 氵(물수)와 靑(푸를청)의 합자에요. 구름이 없는 깨끗한 푸
른 하늘처럼 물이 맑고 깨끗하다란 의미에요. 淸이 들어간 예는 무
엇이 있을까요? 淸明(청명), 淸掃(청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淨은 氵(물수)와 爭(다툴쟁)의 합자에요. 물로 더러운 것을 깨끗
이 제거했다란 의미에요. 쟁은 음을 담당하면서(음가가 좀 변했죠.
쟁-->정)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깨끗해지려면 물과 더러운 때가
다투게 된다란 의미로요. 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淨化
(정화), 自淨(자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無는 본래 나무가 무성하다란 의미였어요. 林(수풀림)과 大(큰대)
와 卌(40을 표현한 것으로 '많다'란 의미)의 합자가 다듬어진 거
에요. 지금은 본래의 뜻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없다'라는 의미로만
사용하죠. '없다'라는 의미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무성하다)'라
는 의미에서 연역된 것으로 보여요. 無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
까요? 有無(유무), 無所有(무소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垢는 土(흙토)와 后(뒤후, 뒤후는 보통 '後'로 많이 표기하죠)의
합자에요. 흙먼지 등이 바람에 날린 뒤 떨어져 켜켜이 쌓인 것[때]
이란 의미에요. 垢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垢衣(때묻은
옷), 垢面(때묻은 얼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碧은 玉(구슬옥)과 石(돌석)과 白(흰백)의 합자에요. 白은 음을
담당하는데, 소리값이 좀 바뀌었죠(백-->벽). 푸른 빛깔이 도는,
옥처럼 질좋은 돌이란 의미에요. 碧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 碧溪水(벽계수), 碧眼(벽안, 외국인의 눈을 가리키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空은 穴(구멍혈)과 工(장인공)의 합자에요. 솜씨좋게[工] 파낸
'굴'이란 의미에요. 단순한 굴이 아니고 거주지로서의 '굴'을 의미
해요. 구멍이란 의미는 굴이란 의미에서 연역된 것이지요. 하늘이
란 의미도 마찬가지에요. 空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空
間(공간), 蒼空(창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맑을청, 깨끗할정, 없을무, 때구, 푸를벽, 구멍공(하늘공)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面, ( )所有, ( )眼, ( )掃, ( )化, ( )間
3. '가을 하늘'로 4행시를 지어 보시오.
어떤 명상 책을 보니, 돌멩이 하나를 주워 거기에 이름을 붙인 뒤
(예: 쉼, 보다, 느낌 등등) 일하거나 공부하는 책상 옆에 놓고 명상을
해보라고 하더군요. 이따금씩 그 돌을 보며 그 이름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지요. 해보니, 괜찮더군요. ^ ^ 마음이 다소 맑아지는 느
낌? 님께도, 한 번 권해 드리고 싶어요. ^ ^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