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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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

 

오랫동안 해소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기술한 소설.

 

띠지가 옆으로 둘러져 있는 책은 처음이라 신선했다. 책갈피도 많은 편이지만, 띠지의 종이가 굉장히 탄탄해서 책갈피로도 쓰기 좋다.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중국 작가의 작품이다. 묘하게 중국스러운 표지를 보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진다. 2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중편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였다길래 그런가보다 하며 읽었는데, 술술 읽히지만 내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소설이었다. 이 짧은 소설 안에 온갖 불쾌한 소재들이 가득하다. 옆집 사람 염탐, 불륜, 냄새, , 싸움 등 다소 역한 소재들이 가득해서 완독을 하고서도 찝찝한 마음이 가득했다.

 

다 읽은 뒤 옮긴이의 말까지 읽고 보니 그 불쾌한 감정까지도 작가가 의도한 게 아닐까 싶다. 해석의 여지가 무척 많은 작품이고, 글이 쓰인 시기를 검색해보니 중국의 대혼란 시기였다. 마오쩌둥이 죽은 뒤 문화대혁명이 종료되고 각자 자신의 집에서 숨죽이고 있던 격동의 시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혼란한 시기에 쓰인 글이다 보니, 현재 글을 읽는 독자들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만든 건 아닐까 싶다.

 

이토록 혼란한 시기였기에, 사람들이 사람답지 못하고 추악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 그게 작가가 말하고자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책을 읽은 감상은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이 책만큼 사람들의 감상이 갈릴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오래된 뜬구름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감상이 궁금해진다. 뜬구름 잡는다는 옛말처럼 오랫동안 해소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헛소리하는 것처럼 서술했지만, 그 헛소리로 치부하는 모든 것들이 당시 사람들이 느끼던 심정인 게 아닐까. 이 혼란스러움과 역겨움, 모든 불쾌한 감정들을 독자들이 고스란히 느껴보길 바란 게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당시 중국의 역사적 배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중국 역사를 알고 싶은, 혹은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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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1~2 세트 - 전2권
조 애버크롬비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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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1

 

긴박감 넘치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복수극을 다룬 책.

 

몬즈카로 몬자머카토는 농부의 딸이자 카프릴의 도살자로 불리던 용병대장이다. 그녀가 가는 곳은 어디든 정복대상이 되고, 살아남은 이는 굴종을 맹세한다. 그녀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 오르소 공작의 권력을 위협할 정도까지 오르게 된다. 정복이 끝난 날, 오르소 공작은 그녀의 동생 베나와 몬자를 살해한 뒤 시체를 성벽 바위 위로 던진다. 먼저 떨어진 동생의 시체 위에 떨어진 탓에, 몬자는 가까스로 살아남아 복수를 계획한다. 그녀가 숨겨둔 허먼의 금으로 독물학자와 용병을 고용해서 자신을 죽이려 한 일곱 명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 뒤 하나씩 처리한다.

 

1권에서는 일곱 명 중 3명을 처리하는데, 마지막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지도록 만든 뒤 끝난다. 2권을 자연스레 찾을 수밖에 없다. 복수밖에 모르는 몬자가 조력자인 시버스를 만난 후 약간씩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 시버스가 하기 싫은 살인에 참여하는 이유가 오로지 몬자 때문일 때마다 책에 코박고 독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감정적으로 을인 시버스가 몬자로 인해 어떤 희생을 하는데, 그 후 깨어나서 몬자에게 어떤 말을 하고 1권이 끝나 2권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몬자가 복수극을 벌이는 걸 알게 된 오르소 공작이 청부업자를 고용해 그녀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모조리 죽일 것을 명령하는데 그 긴박감이 영화를 보는 듯 하다.

 

또한 책의 표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권과 2권의 표지가 다른데, 1권은 몬자의 옆모습이, 2권은 칼이 표지를 차지했다. 몬자와 칼을 물방울이 감싸고 있는데, 다양한 파란색 물방울들에 유광으로 매끈한 촉감을 더해서 오히려 더 차갑고 빛나 보인다. 때문에 소설의 제목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표지라 너무 마음에 든다.

 

다만 묘사가 너무 잔인한 건 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수극이라 잔인한 건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지만 수위가 지나치게 높은 면은 있다. 떨어져 나간 뇌조각이라던지, 쪼개진 뒤통수라던지 이런 잔인한 묘사가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는데,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은 나조차도 인상을 찌뿌리며 읽게 된다. 그리고 19금씬이 1권 후반부에 나오는데 조금 상세하게 묘사가 되어 청소년 독자들은 성인이 된 이후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을 정도의 흡입력이지만 살인을 할 때 지나친 묘사가 나를 괴롭게 하는 건 어쩔 수가 없어서, 혹시나 트리거 요소가 될 수 있어 덧붙인다.

 

레베카 퍼거슨 배우 주연으로 영화화된다고 하던데, 이 배우가 미션 임파서블의 일사역으로 나왔던 배우라 액션은 믿고 볼 수 있어서 무척 기대된다. 다만, 책의 글자만 읽어도 살인 장면이나 전투 씬이 잔인하게 묘사되는데 그게 조금은 생략되고 축약되었으면 한다. 책은 상상의 여지라도 있지만 영화는 보이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약간은 덜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 ‘복수의 칼날은 차갑게로 조 애버크롬비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미 퍼스트 로’ 3부작과 광기 시대’ 3부작, 청소년 도서 대상작인 하프 어 킹까지 집필한 이력이 있는 작가였다.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기쁨을 누렸지만, 그의 번역본이 복수의 칼날은 차갑게외에는 없기에,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다른 작품들도 어서 출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안고 서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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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네버무어 두 번째 이야기 원더스미스 1~2 - 전2권 - 모리건 크로우와 원더의 소집자 네버무어 시리즈
제시카 타운센드 지음, 박혜원 옮김 / 디오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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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어째서 선임을 증명해야 할까? 예전에 쇼쉐이 부기가 추천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진짜 너무 재밌어! 다음 시리즈 번역이 안 나온다는 게 너무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민음사 황금가지 문동 어디에서라도 꼬옥 나왔으면 좋겠어ㅠㅠ 


주인공 모리건 크로우는 이븐타이드의 날에 태어나서 11살이 되는 순간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모리건 주변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운한 일이 생기면 전부 모리건의 탓으로 돌리고, 모리건의 가족들은 모리건이 죽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모리건의 고향인 윈터시 공화국에서는 입찰을 통해 11살이 되는 아이의 후원자가 될 수 있는데, 모리건이 입찰자로 뽑힌다. 애즈라 스콜의 고용인인 존스씨가 입찰하지만, 서류에 서명하기 전 존스 씨는 사라진다. 그리고 11살 생일 전날 밤, 모리건의 방 밑으로 주피터 노스가 입찰한다는 서류가 들어온다. 누군가 장난친 거라 생각한 모리건은 입찰 서류에 서명한 뒤 화로에 던져 태우지만, 다음날 주피터는 모리건을 데리러 와서, 연기 사냥꾼들을 물리치고 네버무어로 모리건을 데려온다. 주피터는 모리건을 원터러스 협회에 넣기 위해 네버무어에 데려왔지만, 모리건은 자신이 네버 무어에 속해도 되는지 혼란스러워 한다. 그러나 자신을 배척하기만 하던 원터시 공화국보다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네버 무어를 사랑하게 되고, 모리건은 네버 무어에 남기 위해 원터러스 협회에 들어가려 한다. 


원터러스 협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시험과 증명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증명 시험은 자신의 비기를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모리건은 자신의 비기를 모른 채로 시험을 치른다.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하면 주피터는 자신이 대신 증명해서 모리건이 증명 시험을 통과할 것이라 말한다. 모리건은 원터러스 협회에 들어가는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하여 원협 회원의 자격을 얻고, 약속대로 증명 시험에서 주피터는 심사위원들에게 모리건을 증명한다. 그리고 모리건은 심사위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비기를 알게 된다.  모리건은 그동안 네버 무어를 위협에 빠뜨렸던 애즈라 스콜과 같은 원더 스미스였던 것이다. 




자신이 애즈라 스콜처럼 사악한 원더 스미스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모리건을 보면 안쓰럽다. 생애 전체를 배척당하고 차별받으며 살아온 모리건이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끼는 곳이 네버 무어지만, 그곳에서조차 배척당하는 존재가 된다. 자신이 이전의 원더 스미스와 다른 존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매순간 착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다르지 않음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증오하고 차별하는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들에게 악감정을 품으면 그 순간, 원더가 소집되어 타인을 해칠 수 있으니까. 


어째서 선은 증명해야만 선임을 알 수 있을까? 내가 아무리 선한 존재라고 외쳐도 사람들이 계속 외면하고 차별한다면, 그냥 악을 행하는 게 사실은 더 쉽다. 모리건은 그럴 힘도 있으니까. 차별이 아무리 일상이라 해도, 미움받는 건 항상 외롭고 힘들다. 사람들이 싫어하면 싫어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게 더 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모리건은 다르다. 가끔 폭발해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선한 인물이다. 선하려 노력하고, 자신은 다르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 모습을 알기에 주피터와 잭, 호손, 케이든스는 모리건을 받아들인 것이다. 



해리포터 키즈라면 이 책을 싫어할 수 없다. 마법학교 세계관과 가족들에게서조차 차별받고 배척당하는 주인공이 네버무어에서는 최강자?! 읽으면서 해리포터가 파셀통(뱀의 언어)을 해서 슬리데린의 후계자가 아니냐고 차별받을 때가 생각나서 쪼끔 더 마음이 아팠다. 판타지 좋아한다면 네버 무어 안 좋아할 사람 없다고 자신한다. 청소년 소설로도 적합하지만, 어른들이 읽을 판타지 소설로도 무척 추천한다. 다만 정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즌3를 끝으로 국내 출판사에서 번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발 번역해서 출간해주세요.. 원서 읽을 자신은 없단 말이예요.. 저도 모리건의 네 번째 이야기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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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건너는 미술 여행
우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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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추상적인 근현대 미술 작품을 인터뷰와 작가의 해설로 풀어가는 작품해설집.

 

전시회 가는 걸 좋아하지만, 중세풍 그림이나 조선 전 후기 그림을 좋아해서 근·현대 작품은 잘 알지 못했다. 일단 무언가를 느끼기에 추상적이라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현대 작품은 잘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러던 와중, 친구와 함께 환기미술관을 가게 되었는데 김환기라는 아주 유명한(그러나 나만 몰랐던) 화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보는 순간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이 그림의 배경과 화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물밀 듯이 밀려와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후에 김환기 화백에 대해 알아보니 뉴욕으로 떠나 그림을 그리면서 고향에 있던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점화를 그린 것이라 한다. 그 때 깨달았다. 추상적이라 해서 다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니고, 그냥 직관적으로 느끼면 된다는 것을.

 

이후, 근현대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어떤 화가가 있고 어떤 작품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하기에 관련된 책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소개글을 보니, 근대 화가와 현대 화가를 한 단어로 엮어서 설명한 뒤 현대 화가의 인터뷰까지 넣은 책이라는 설명이 써져 있었다. 작품도 소개하고, 해설도 덧붙이는데 화가의 인터뷰까지! 일석삼조라는 생각이 들어 단숨에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는 우리가 잘 아는 박수근부터 잘 모르는 현대 작가들까지 두 명씩 한 단어로 엮어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단 화가들의 작품이 풀컬러로 들어가 있고, 5부에 걸쳐 많은 화가들을 소개하는데 읽다 보면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잘 몰랐던 현대 화가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작품을 알게 되어 뭔가 보석을 발굴한 기분이 든다. (이미 유명한 분들이지만) 또한 작가님이 애정을 갖고 글을 쓰신 게 보여서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며 독자도 같이 작품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다시 보게 된다. 국현미에서 일하신다고 써져 있던데, 언젠가 꼬옥 방문해보고 싶다. 현대 미술 작품들과 작품을 그린 화가들을 알아가보고 싶으신 분들, 근대 화가들이 작품을 그린 배경을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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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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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의 마지막 새

 

이 지구에 인간 이외에 다른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받아들인다는 것. 그동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

 

 

생물학자인 오귀스트는 아이슬란드의 어느 섬에서 한 마리 새를 산 채로 포획한다. 알고 보니 그 새가 멸종 직전인 큰바다쇠오리라는 종이었고, 그 새를 탐내는 사람들이 많아 오귀스트는 새와 함께 떠난다. 새에게 프로스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오귀스트의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귀스트는 우울감을 느낀다. 자신이 프로스프를 데려옴으로써 프로스프가 자연에서 살아갈 권리르 빼앗은 건 아닌지, 자신의 손으로 인해 한 종이 멸종하게 된다는 압박감 등을 받는다. 그 우울감은 아내와 아이로도 채울 수 없는데, 그러던 와중 어디선가 큰바다쇠오리를 봤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바다의 마지막 새는 엄청 흥미로운 책은 아닌데, 무척 몰입해서 읽게 된다. 읽으면서 점점 오귀스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종이 다르지만 서로만을 생각하고 의지하는 오귀스트와 프로스프의 우정을 생각하다가도 자연에서 살아가던 동물이 사람 손을 타게 만드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양가적인 감정이 들면서도 프로스프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오귀스트에게 포획된 이후, 큰바다쇠오리와 마주했지만 그들에게서 배척당한 프로스프이기에 오귀스트와 함께 살아가는 게 행복한 건가 싶은, 혼란스러운 마음이 든다.

 

오귀스트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큰바다쇠오리를 멸종케 한 것에 대한 인간들과 같은 종으로서 겪는 죄책감, 프로스프를 큰바다쇠오리 곁으로 돌려보내려다 실패한 것에 대한 한계가 글 너머로 고스란히 느껴져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멸종위기종들이 있음을 깨닫고, 헐레벌떡 그 종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사 박물관에 보낸다던지, 잡아먹기 위해 사냥한다던지 등의 행위는 모두 인간의 관점에서 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이 지구를 우리만 사는 곳으로 인식하는 건 아닐까. 지구는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닌데, 우리 이전에 살던 생물들이 정말 많은데도 인간은 지구의 주인인 것 마냥 행동한다. 동물원을 가면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다며 동물을 사육하지만 그게 과연 그 동물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인지는 알 수 없다. 인간이 아닌 생물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만약 누군가가 나를 보호한답시고 가둔 뒤 사육한다면 과연 나는 좋아할 수 있을까. 나를 가둔 누군가에게 애정을 느낄 수 있을까.

 

270페이지 정도인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여운은 결코 짧지 않다. 더불어 사유할 질문을 많이 던져주는 책이라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어볼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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