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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평점 :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아마존 차트를 역주행하며 소설의 결말에 토론이 끊이지 않는 콜린 후버의 《베러티》는 현실적인 묘사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 얘기하는 듯 소름 돋게 만드는 스릴러 소설이다.
《베러티》는 스릴러 소설답게 전반적으로 다소 어둠이 깔려있는 분위기다. 생활고를 겪는 스릴러 소설 작가 로웬이 어머니를 간병 끝에 장례식을 치르고, 에이전시 미팅을 가던 길에 끔찍한 교통사고를 목격하며 사상자의 피를 뒤집어쓴다. 우연히 로웬과 사고 현장에서 마주치고 그녀에게 셔츠까지 건네준 매력적인 남성 제러미가 알고 보니 로웬의 비즈니스 미팅 상대로 운명적인 만남 같은 분위기에 파격적인 제안까지 더해지며 로웬의 공기가 급변한다.
사고로 누워있는 작가 베러티를 대신해 로웬이 비밀 계약을 맺고 9권 분량의 기획 소설 '고귀한 미덕' 중 용기, 진실, 명예에 대한 세 권을 완성하러 그녀의 집으로 들어와 베러티의 작업실에서 발견한 베러티의 자서전격 소설을 읽으면서 《베러티》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로웬과 베러티의 시점이 교차함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떨어지기는커녕 서스펜스의 속도가 빨라진다.
마지막 반전에 드러난 그녀의 편지는 과연 진실일까? 과연 그녀가 조작한 진실은 무엇일까. 베러티가 완성하지 못한 미덕 중 세 가지인 용기, 진실, 명예가 힌트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거짓말에 능숙하고, 진실을 왜곡시키며 사람의 심리를 다룰 줄 아는 작가의 마지막 거짓 변론에 불과했던 것일까. 《베러티》가 왜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아마존 차트를 역주행하며 그토록 의견이 분분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베러티의 진실과 더불어 의심스러운 부분은 저자는 제러미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면서도 딸 둘을 연달아 잃어버리고, 베러티의 교통사고까지 겪은 만성 애도자라고 일컫지만, 그는 과연 진실한 사람일지 의문이 간다. 로웬을 지정한 것, 베러티의 글을 읽지 않았다고 한 점, 베러티를 목 조를 때의 행동이 베러티의 기록과 일치하는 등 점점 의심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비록 로웬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어둠에서 빛으로 온도가 바뀐듯하지만, 무덤까지 안고 가야 할 비밀을 품고 살아가야 할 반전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또 다른 어둠 속에 살아가야 하는 터. 만일 베러티가 드라마였다면, 시즌 2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다. 베러티와 제러미의 진실이 무엇인지 과연 로웬은 비밀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니 말이다.
다만 로맨틱 스릴러 소설이다 보니 남녀 관계 묘사가 다소 많은 부분과 열린 결말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진실을 폭로하는 숨 막히는 전개에 책장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상의 안일함에서 비롯된 사고를 시작으로 로웬, 베러티, 제러미의 불완전한 캐릭터에 섬세한 심리 묘사가 더해져 현실적이기에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콜린 후버의 차기작도 기대가 된다.
로맨틱 심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콜린 후버의 장편 소설 《베러티》를 재밌게 일독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으로 만들어 낸 세계는 내가 실제로 사는 세계보다 더 어두워야 했어.
그렇지 않으면 두 세계 모두를 떠나 버리고 말 것 같았거든. p. 345
*만성 애도자
지속적으로 불운에 노출되는 사람.
만성적인 비극, 또는 연이어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건의 후유증을 견디며 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