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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깨닫는 지혜의 방법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평점 :
인간의 삶이 안정적이고 계획대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 철학이 필요했을까?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가 소크라테스, 논어 등 동서양을 불문하고 철학에 심취하는 이유도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읽으면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크라테스는 책을 쓴 적도 없고, 강의에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 적도 별로 없다. 그러나 끊임없이 질문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며 깨닫게 하는 지혜로운 수업을 이끌어 철학의 진수를 전했다. 2,0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가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제자 플라톤이 《국가론》과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 책으로 소크라테스의 지혜를 전했기 때문이다. 다만, 플라톤이 엮었기에 플라톤의 생각과 소크라테스의 사상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은 "성찰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플라톤의 책에서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다음의 주제로 나누어 정리했다. 지혜란 무엇인지,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교육할지, 가족과 이웃, 우정과 사랑, 자유와 의무, 돈, 소유와 존재, 죽음과 영혼 그리고 신, 예술과 영혼, 인간이 지켜내야 할 도덕에 대하여, 무엇이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인지 알아본다.
"우리는 항상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는다.
마침내 그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더 나은 것을 기대한다.
그것이 최고이자 마지막인 줄 모르고!"
-플라톤, 고르기아스
영원할 것만 같던 행복한 시간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에 빠졌을 때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낙심하고, 행복한 순간에는 행복에 취해 앞으로 닥쳐올 상황을 대비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상태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한다. 그러면 당신은 행운에 크게 기뻐하지도 않을 것이고 불행에 크게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소크라테스는 소유에 대해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얻더라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갖고 싶던 무언가를 샀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것에 눈길을 주고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인간의 소유욕과 만족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한다.
인생을 행복하고 가치있게 사는 것을 중시한 소크라테스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라 강조한다. 잘 산다는 것은 인생에서 더 즐거운 일들과 함께 당신의 원칙에 따라 사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인다. 또한 그는 행복의 비결을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며 절제의 미덕을 중요시한다.
소크라테스는 잘 살 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에는 겸손하고, 젊어서는 절제하며, 어른이 되어서는 정의롭고, 늙어서는 신중해야 한다며 인생을 4단계로 나눈다. 나는 여기에 나이를 대입해 20대 초반까지는 겸손하고,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절제하며, 30대 중반부터 40대는 정의롭고, 50대부터는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고 변형해 본다.
사람은 20대와 30대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0대에 겸손하지 않으면 인생의 지혜를 배우려고 노력하기보다 자만에 빠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무절제한 삶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찍이 겸손과 절제를 깨우치지 못하면 인생에서 지식과 재정을 축적해야 하는 황금기를 흘려보내게 되는 것이다. 30대 후반에 들어서면 2-30대를 절제하고 꾸준히 축적해 온 이들과의 인생의 격차는 이미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게 되고, 결국 현실을 자각하고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겸손과 절제를 습관화하는 생활이 필요하다.
철학의 기초를 닦은 그의 지혜들은 2천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직도 그의 철학을 기본으로 삼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소크라테스를 왜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 부르는지를 다시금 느껴본다.
행복도 불행도 영원하지 않는 유한한 세상을 살아가는 연약한 인간이지만, 보다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소유자로서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은 소크라테스의 명언집은 생각을 정리하고 삶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유익했다. 나의 인생도 한 단계 더 성숙해졌기를.
'지적인 사람은 모든 것에서 배우고, 평균적인 사람은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운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이미 모든 답을 알고 있다.'라고 했듯이 나의 무지를 깨닫고, 모든 것에서 배우는 지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