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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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에 문을 연 고바야시 서점의 실화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힐링 소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대를 이어 70년간 명맥을 유지한 비법을 출판 유통 새내기 직원에게 전수해 주며 따스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았던 리카가 출판 유통회사 다이한에 입사해 오사카로 발령받으면서 일본 출판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활자 공포증이 만연한 시대에서 출판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막상 독서량이 압도적으로 적어 자존감이 낮은 그녀에게 유미코는 다독가는 이 사회에 일부이고, 책을 안 읽는 사람이 다수라며, 다수의 마음을 알 수 있으니 약점을 장점으로 만들라고 조언해 준다.

 

발상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 타겟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평소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판다면? 더 많은 기획안이 생겨나지 않을까. 물론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첫 문장으로 고르는 책' , '내가 만드는 띠지 그랑프리', 북토크, 북 페어 등 도서 프로모션 내용들도 녹아있으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출판사 직원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의 출판유통 업체인 북센과 비슷한 듯 다른 거 같은 다이한, 우리나라 출판시장과 일본의 출판 시장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아버지의 서점을 물려받게 되기까지 남편의 과감한 결단과 사랑이 있었던 유미코의 소토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있다. 특히 작은 동네 서점 고바야시 서점이 아마존을 이긴 스토리나 우산을 파는 서점이라는 이색 타이틀 등 출판 유통시장에서 인정하는 서점으로 자리하기까지 유미코의 열정이 돋보이는데 논픽션 소설이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바야시 서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장 유미코가 있기에 힘들 때 찾아가 얘기하고 싶어지는 서점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인 책의 매력이지만, 어쩌면 추천해 주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책이 읽고 싶어지기도 하다는 사실을 유미코를 통해 보여준다. 믿고 보는 유미코 픽처럼, 신뢰관계를 쌓은 서점 사장님이 있는 고바야시 서점 단골손님이 많은 건 당연지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은 가독성 좋은 힐링 소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유미코와 함께한 1년간 폭풍 성장하며 일과 사랑을 다 거머쥔 리카의 활약상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문뜩 대형 서점과 차별점을 둔 우리나라 독립 서점이나 동네 서점들을 방문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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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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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점 직원이 가장 팔고 싶다는 책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는 책을 만들고 독자와 연결시키는 이들의 일터, 서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응원하는 따뜻한 소설이다.

 

"나도 책에 구원받은 적이 있어."

 

서점 직원을 이야기와 독자를 이어주는 훌륭한 직업이라 여기는 서점 계약직 직원 다니하라 교코는 박봉의 월급에도 소설이 그녀에게 최고의 자기계발서이자 삶의 길잡이라 여기며 책을 사는데 아낌없어 사면의 벽 중에서 3면이 책으로 뒤덮인 방에 사는 책벌레다. 의지하던 선배의 퇴사로 사직서를 품고 출근하는 직장인의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녀의 일상에 녹아든 주변 인물들 그리고 기저에 깔려있는 핑크빛 기류는 단조로웠던 그녀의 삶을 드라마틱 하게 바꿔놓는데...

 

"나는 세상의 모든 자기 계발서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아니, 단 한 권도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거기서 구원을 받는다면 아무리 수상쩍은 자기 계발서라도, 정체 모를 종교라 하더라도 원하는 만큼 기대면 된다. 나에게는 소설이 최고의 자기계발서고 삶의 길잡이일 것이다. " p. 146

 

서점의 도서 배치를 보면 어느 책을 밀고 있는지, 어느 책이 잘 팔리는지 보이기에 신간 매대는 둘러봐야 직성이 풀리는 책 러버들에게 서점은 놀이터와 다름없다. 시선을 사로잡는 커버를 보면 무심코 손이 뻗어지고, 호기심이 간다. 비록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면서 서점 직원의 추천으로 책을 산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는 서점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서점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저자가 소설의 매력을 다른 누군가의 삶을 '추체험' 할 수 있는 점이라 하듯,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를 읽다 보면, 어느새 다니하라 교코의 삶에 깊이 몰입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은 점장이 너무 바보 같아서를 시작으로 소설가가, 사장님이, 영업 직원이 너무 바보 같아서 이윽고 고객이 너무 바보 같다가 결국에는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며 마무리된다. 자신의 평범한 일상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을 때 어떤 희열과 감동을 느끼게 될까.

 

서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만으로도 매력 있지만, 현실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우리네 이야기라는 점에서 재미는 더해진다. 급여는 오르지도 않는데 일은 많고, 상사의 바보짓에 화가 나 사직서를 품고 출근하는 직장인의 애환 그래도 맘 터놓을 수 있는 동료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버틸 수 있다 위로하는 리얼 공감 스토리라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쉬웠다.

 

비록 지금은 눈물 젖은 하루하루를 보낼지라도, 언젠가 반짝반짝 빛날 날을 위해 매일매일 즐겁게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교코를 응원한다. 삶의 도피처가 되는 책의 행복을 되뇌게 하는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의 보너스 트랙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결국 가방에 사직서를 넣고 다니는 시점에서 우리는 그만두지 못해. 세월이 흐를수록 책임은 점점 무거워지고 내 마음대로 안되는 일은 점점 더 늘어나. 윗사람은 점점 더 바보 같아 보이고 그 속에서 아등바등하는 내가 한심하기만 해. 하지만 그런 생황으로 몰리면 몰릴수록 책이 더 사랑스러워져. 그보다, 지금의 내게 도피처가 되는 구원 같은 이야기가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다니까 " p.190

 

"결코 반짝반짝하지 않지만 어떻게든 행복해지고 싶어서 하루하루를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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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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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에서 영감받아 집필했다는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두 엄마의 운명을 건 도주극을 그려낸 소설로 재미와 감동을 다 잡아낸 페이지터너 소설이다.

 

15년간 남편 프랭크의 폭력을 참아왔던 하들리,

남편 지미의 반복된 도박 습성으로 미래를 위협을 느낀 그레이스.

 

하들리는 현금을 챙기려 남편 사무실에 갔다가 우연히 프랭크에게 받지 못한 수수료대신 금고에서 한몫 챙기려고 사무실에 들른 그의 비서 그레이스를 마주친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같은 목적으로 마주한 하들리와 그레이스,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 딱 들어맞는다. 숨겨둔 금고의 위치를 아는 그레이스와 금고 여는법을 아는 하들리의 완벽한 공조, 금고의 예상 밖의 큰돈까지. 그러나 두 여인의 새로운 시작을 축포를 올리기도 전에 프랭크의 범죄를 추적하던 FBI의 감시망에 발각된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FBI를 상대로 롤러코스터급 도주극이 시작되는데...

 

그러나 하들리와 그레이스가 남편을 떠나기로 결심한 데는 자신의 자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하들리는 딸에게 가해질 폭력으로부터, 그레이스는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는 남편 때문에 아들의 미래까지 위협당하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아마 이것이 '하들리와 그레이스'가 '델마와 루이스'와 다른 이유이자 더 뜨겁게 공감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불완전한 두 여성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아이들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뒤바꿀 운명의 도주는 매혹적이다. 믿을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 믿었던 그레이스지만, 하들리를 만나 하들리와 두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된다. 나를 믿어주는 가족과 함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흡입력 있게 휘몰아치는 서사에 몰입되다 보면, 어느새 하들리와 그레이스를 응원하게 된다. 현대판 델마와 루이스라 불리는 엄마는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들리와 그레이스의 연대는 FBI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까? 하들리와 그레이스의 결말이 아름답기를 희망하는 독자의 바람대로 그려질지, 그들의 도주는 직관하시기를. 그 감동과 전율이 있을테니:)

 

문학 러버라면 시간 순삭 소설 《하들리와 그레이스》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수잔 레드펀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점도 하나의 수확이었다.

 

지나간 일들은 결코 돌이킬 수 없었다.

한 가지 결정을 내리면 많은 일들이 연쇄적으로 달라진다.

실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처음 출발했던 곳,

혹은 가고자 했던 곳과는 전혀 상관없는 어딘가에 서있게 된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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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깨닫는 지혜의 방법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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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 안정적이고 계획대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 철학이 필요했을까?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가 소크라테스, 논어 등 동서양을 불문하고 철학에 심취하는 이유도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읽으면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크라테스는 책을 쓴 적도 없고, 강의에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 적도 별로 없다. 그러나 끊임없이 질문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며 깨닫게 하는 지혜로운 수업을 이끌어 철학의 진수를 전했다. 2,0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가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제자 플라톤이 《국가론》과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 책으로 소크라테스의 지혜를 전했기 때문이다. 다만, 플라톤이 엮었기에 플라톤의 생각과 소크라테스의 사상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은 "성찰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플라톤의 책에서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다음의 주제로 나누어 정리했다. 지혜란 무엇인지,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교육할지, 가족과 이웃, 우정과 사랑, 자유와 의무, 돈, 소유와 존재, 죽음과 영혼 그리고 신, 예술과 영혼, 인간이 지켜내야 할 도덕에 대하여, 무엇이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인지 알아본다.

 

"우리는 항상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는다.

마침내 그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더 나은 것을 기대한다.

그것이 최고이자 마지막인 줄 모르고!"

-플라톤, 고르기아스

 

영원할 것만 같던 행복한 시간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에 빠졌을 때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낙심하고, 행복한 순간에는 행복에 취해 앞으로 닥쳐올 상황을 대비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상태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한다. 그러면 당신은 행운에 크게 기뻐하지도 않을 것이고 불행에 크게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소크라테스는 소유에 대해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얻더라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갖고 싶던 무언가를 샀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것에 눈길을 주고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인간의 소유욕과 만족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한다.

 

인생을 행복하고 가치있게 사는 것을 중시한 소크라테스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라 강조한다. 잘 산다는 것은 인생에서 더 즐거운 일들과 함께 당신의 원칙에 따라 사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인다. 또한 그는 행복의 비결을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며 절제의 미덕을 중요시한다.

 

소크라테스는 잘 살 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에는 겸손하고, 젊어서는 절제하며, 어른이 되어서는 정의롭고, 늙어서는 신중해야 한다며 인생을 4단계로 나눈다. 나는 여기에 나이를 대입해 20대 초반까지는 겸손하고,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절제하며, 30대 중반부터 40대는 정의롭고, 50대부터는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고 변형해 본다.

 

사람은 20대와 30대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0대에 겸손하지 않으면 인생의 지혜를 배우려고 노력하기보다 자만에 빠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무절제한 삶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찍이 겸손과 절제를 깨우치지 못하면 인생에서 지식과 재정을 축적해야 하는 황금기를 흘려보내게 되는 것이다. 30대 후반에 들어서면 2-30대를 절제하고 꾸준히 축적해 온 이들과의 인생의 격차는 이미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게 되고, 결국 현실을 자각하고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겸손과 절제를 습관화하는 생활이 필요하다.

 

철학의 기초를 닦은 그의 지혜들은 2천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직도 그의 철학을 기본으로 삼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소크라테스를 왜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 부르는지를 다시금 느껴본다.

 

행복도 불행도 영원하지 않는 유한한 세상을 살아가는 연약한 인간이지만, 보다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소유자로서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은 소크라테스의 명언집은 생각을 정리하고 삶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유익했다. 나의 인생도 한 단계 더 성숙해졌기를.

 

'지적인 사람은 모든 것에서 배우고, 평균적인 사람은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운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이미 모든 답을 알고 있다.'라고 했듯이 나의 무지를 깨닫고, 모든 것에서 배우는 지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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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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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야쿠마루 가쿠의 새로운 승부작이라는 소설 《어느 도망자의 고백 》은 사람을 죽인 가해자의 시선으로 흡입력 있게 전개해 나가는 소설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면서 짙은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쇼코는 여자 친구 아야코의 호출에 빗길에 음주 운전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할머니를 들이받고 도망친다.

 

이 단 한 번의 사고는 가해자와 피해자 가정의 평온하던 일상을 뒤집어 놓는다. 앞날이 창창하던 대학생은 살인자가 되고, 세상의 온갖 지탄은 결혼을 앞둔 누나를 파혼시키고, 아버지의 명성도 일순간에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가해자의 가족도 풍비박산 났지만 갑작스레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이별한 피해자 가족의 아픔은 어찌 위로할까.

 

피해자 유족에게는 한없이 가볍게 느껴지는 가해자의 형량, 가해자는 과연 속죄를 하고 있을지, 공분을 사는 범죄가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에서 저자가 꼭 써야 했다는 소설 《어느 도망자의 고백 》은 지루한 틈이 없이 단숨에 읽힌다. 이는 저자의 뚜렷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플롯 그리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삼박자에 필력이 더해져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사건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범죄자, 가해자를 믿고 싶은 가해자 가족, 진정성 있는 사죄를 구하라는 변호사, 형량대로 교도소를 다녀오면 죗값은 다 치렀다고 생각하는 수감자,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는 피해자 유족의 심경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해 소설의 몰입도를 높이며 감정을 쌓아간다.

 

아버지가 인생을 다하는 순간에 아들을 생각하며 반면 교사하라고 마지막으로 남긴 진심이 담긴 편지는 마음을 먹먹하게 하고, 다시 한번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다.

 

"네가 사고를 내고 나서 나는 내내 도망만 다녔다.

부모의 책임으로부터, 너로부터, 가정으로부터, 일과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왔어. 그런 삶을 계속하는 가운데 아버지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단다.

웃지 못하게 되더구나.

그래. 계속 도망치는 한 사람은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죄를 지은 아들에게 이런 걸 바라다니, 피해자 유가족에게 죄스럽지만, 아버지로서는 언젠가 네가 진심으로 웃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p.340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의 가족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모면하고자 도망가는 삶을 택한 자는 결코 용서받을 수도, 자유로울 수도 없음을 야쿠마루 가쿠는 묵직하게 그려냈다.

 

내가 쇼코의 입장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한편, 아내를 잃은 할아버지의 행동이 무언가 이상하다. 치매에 인플루엔자까지 생명이 위태로운 할아버지는 가해자를 만나 한을 풀고자 하는데 ... 그가 감추어둔 한은 무엇이며, 과연 한을 풀 수 있을까? 진실은 《어느 도망자의 고백 》에서 확인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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