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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평점 :
캐나다 수상 스티브 하퍼에게 격주로 책과 편지를 선물로 보낸 얀 마텔의 단란한 북클럽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는 문학이 우리 삶에서 왜 필요한지 이야기하며 성공을 바란다면 책을 광범위하게 읽으라 권한다.
맨부커 상을 수상한 <파이 이야기>와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접했던 저자 얀 마텔은 101편의 편지에 100여 권이 넘는 도서를 소개한다. 그중 내가 읽은 책은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조지 오웰이 <동물 농장>,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등 고작 20여 권에 불과했다. 나름 문학을 즐겨있는다고 자부했지만 너무나도 초라했던 성적표다.
아무튼 얀 마텔은 우리가 책을 읽어서 좋은 점은 고양이 보다 더 많은 삶을 살게 해준다는 것이라 말한다. 고양이의 목숨이 아홉 개라지만, 책을 읽는 이는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한 번의 삶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삶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문학 작품은 무척 풍요롭고 다양해서 우리 마음의 양식이 되고 삶에 깊은 영향을 준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복잡한 21세기에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공감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논픽션보다 문학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영미권 작가 외에도 러시아, 인도, 중국, 체코, 콜롬비아 등 국적을 초월한 것은 물론이고 소설, 시집, 희곡, 논픽션, 아동 서적,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 작품을 소개한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외에도 <고도를 기다리며>를 소개하며 비록 지루하게 느껴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희곡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존재에서 덧없는 허영을 벗겨내고 기본적인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해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위대한 작품이라 덧붙인다.
책은 과거에 꿈꾸었지만 실현되지 않은 미래를
다시 되새기게 해주는 타임캡슐이고 순간적인 장면이며,
오랜 꿈이 저장된 박물관입니다. p.126
사적인 칼럼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는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가 무엇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고 어떤 마음을 품어야 하는지 전하는 북 캠페인으로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얀 마텔의 정성이 깃든 편지 한 통 한 통은 읽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한 얀 마텔의 사색은 어떠했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는 책장이 잘 넘어가지만 좋아하는 차 한 잔과 함께 느긋하게 음미하며 사색에 빠지고 싶어지는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그가 추천하는 책으로 자신만의 책 리스트를 만들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눈길을 끄는 책을 적다 보니 어느덧 수십 권에 달하는 리스트가 생겨버렸다.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는 평생 공부해야할 것이 끊이지 않는다듯 독서 리스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언젠가는 그의 추천 도서 리스트를 정복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