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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는 사람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추리 소설보다 재밌다는 고바야시 야스미의 SF 소설 <바다를 보는 사람> 은 7편의 단편들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엮어 놓았다. 우주라는 공간에서 인간은 힘 없이 약한 존재이지만, 사랑과 연대의 힘으로 올바른 길을 선택하며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같은 환경에 살아도 바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즐거움과 괴로움이 전혀 다르지.
같은 일을 해도 목적이 있을 때와
싫지만 해야 할 때는 피로도가 완전히 다르지.
인간이란 그렇게 되어 있어.
그럼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바라는 게 있으면 견딜 수 있어?
바람이나 괴로움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뭐, 그렇게 생각해도 될 거야.
뒤집힌 세계는 힘든 세계였어. 하지만 비밀을 발견했을 때 세계는 다시 뒤집히지.
고바야시 야스미의 <바다를 보는 사람>의 모든 이야기는 사랑으로 귀결된다. 아무런 힘없는 자신 때문에 고민하고, 소중한 걸 위해 뭐든 노력하는 사람, 희망이 뒤집힌 세계에서 희망을 잃은 남자의 이야기, 거짓 세계에서 사는 남자의 모험 이야기 등 7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그가 말하는 세계의 비밀이 사랑일까. 설령 지금과는 다른 어떤 세상에서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결국엔 사람 사는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무튼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양자 텔레포트, 도플러 효과, CTL 등 과학적 상식은 덤으로 얻게 된다.
나는 평소 SF 소설과 판타지류를 즐겨 읽지는 않는 편이다. 블랙홀, 양자 역학, CTL 물리 등 과학 용어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바다를 보는 사람>에 수록된 단편들은 하드 SF에 속해서 평소 다른 소설에 비해 책장 넘기는 속도가 더디긴 했다.
그러나 첫 챕터보다 두 번째 챕터가 더 재밌고, 점점 빠져드는 책이긴 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읽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얼마 전 유퀴즈에서 다정한 물리학자로 불리는 김상욱 교수의 발언 때문도 있었다.
19세기와 20세기의 큰 변화는 양자 역학에서 비롯되었으며, 과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찰나의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부족함을 아는 바 <바다를 보는 사람>을 읽어나가면서 앞으로는 과학적 상식이 부족하면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수포자도 포로로 만드는 매력적인 SF라는 역자의 후기를 보며 공감하는 한편, 번역을 포기하려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 영화보다 가슴이 뛰었다는 말에 '초반에 나만 어려웠던 게 아니구나' 하며 위로받았다. 읽을수록 재밌어지는 건 장점이지만 첫 챕터가 제일 안 넘어간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어쩌면 역자의 흐름이 독자에게 전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보여주고 싶은 것으로 SNS를 장식하는 우리의 세계를 빗댄 듯 추리소설 작가답게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으로 가장하고 있지만, 타인은 그런 나를 봐주지 않는다.
타인은 내가 모르는 나를 계속 보고 있다.
그런 세계는 숨 막힐 것 같아. p.211
이외에도 선악은 상대적이지만 사람은 반드시 분별해야 하며, 사람이 사람으로 있으려면 사람 안에서 살아야 하며, 사람은 소중한 걸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비롯해 단편 곳곳에 저자의 저자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원인이 되기에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결과를 잊지 않아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되새겨본다.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원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