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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구 : 흙의 장벽 1~2 - 전2권 ㅣ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마리즈 콩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평점 :
2021년 노벨 문학상을 탄자니아 소설가가 수상한데 이어 부커 상과 콩쿠르상마저 아프리카계 작가가 수상하면서 아프리카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나무 세계문학 시리즈의 다섯 번째 도서 마리즈 콩데의 소설 <세구 : 흙의 장벽 1,2>은 18세기 유럽의 영향으로 변화의 기로에 놓인 '세구'를 배경으로 전개해 나간다.
흑인 부르주아 엘리트의 삶을 살았던 마리즈 콩데가 개인의 비극을 겪으며 폭력과 차별에 대해 공감하며 검은 백인의 시선으로 18세기의 아프리카로 안내한다.
세구는 술책이 자라나는 정원이다.
세구는 배신 위에 세워진다.
세구 바깥에서 세구에 대해 말하라.
하지만 세구 안에서는 세구에 대해 말하지 마라.
서아프리카의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던 세구 왕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 세구: 흙의 장벽 1,2 >의 중심인 세구는 밤바라족이 세운 왕국으로 전쟁이 세구의 지배력과 영광의 원동력이라 여기며 끊임없이 주변국을 침략해 영토를 확장해 나가다 18세기 후반 이슬람 문화가 유입되며 세구의 사상이 흔들리고, 유럽의 영향으로 노예무역이 시행되는 등 혼란스러운 격동기를 맞게 된다.
두지카의 장자이자 이슬람 교로 개종하며 곧 세상은 문자와 책에 담긴 지식을 소유한 자의 것이 될 거라는 티에코로, 노예사냥꾼에게 잡혀 운명이 뒤바뀌며 죽음을 맞은 나바,
장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상인의 길에 들어선 시가,
가출해 용병의 삶을 사는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 말로발리
질투의 대상이었던 세구 왕국의 귀족인 트레오라 가문의 수장 두지카 삼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해 나간다. 세구 왕국에 자리 잡은 배신과 술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두지카와 두지카의 네 아들은 급사, 실종 등 끝없는 비극을 맛보게 되는데...
불행은 불행을 낳고,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임을 보여준다. 토템적인 아프리카 전통에 유럽 식민지를 거치며 이슬람과 기독교 색채가 혼재된 오묘한 분위기는 아프리카 문학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전쟁을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이슬람 문화는 이해할 수 없지만,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는 종교적 신념의 대립,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격동의 아프리카를 간접 경험함으로써 아프리카의 민낯을 보게 된다.
특히 <세구 : 흙의 장벽 1,2>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노예 무역의 실상과 인간의 폭력성을 고발하며 인간이 얼마나 탐욕적인 존재인지 여실히 드러낸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지구 반대편에는 문명을 맛보지 못하고 18세기 세구를 살았던 이들처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아프리카의 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세구 : 흙의 장벽 1,2, >는 등장인물이 많아 인물도를 그려가며 읽어야 하는 아프리카 문학이지만 읽을수록 아프리카 역사에 빠져드는 소설이었다. 두지카의 삼세대의 후속편도 이어진다고 하니 그들의 운명은 어찌 될지 기대해 본다.
각자의 삶이란 게 결국에는 고약하고 보잘것없는 길고 긴 죽음에 불과한데도
그 사실을 부인하듯 끊임없이 삶의 환멸을 곱씹는 남자였다. p.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