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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북쪽 지방 운하 골목에 조용히 문을 연 오르골로 가득 채운 작은 오르골 가게에서 펼쳐지는 감동과 기적.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는 오르골 가게를 찾은 이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음속에 흐르는 노래를 듣고 신비한 오르골에 담아준다는 오르골 가게라니 상상만 해보아도 찾아가고 싶어진다.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라는 제목처럼 실내는 오르골 소리가 끊임없이 들릴 것 같으나 정작 고요하다니 반전 매력이다. 조용한 실내를 유지하는 것은 손님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함이라니 더욱 신비롭다.
작가는 부모와 아이, 연인, 친구, 부부, 만남, 죽음 등 인생에서 마주하는 일상의 갈등을 다루며 마음에는 있어도 차마 하지 못하는 이야기 혹은 세상을 살아가다 잊힌 기억들을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환시켜 감동과 위로를 선사한다.
귀가 들리지 않는 3살 아이에게 청각 기능이 손상되기 전에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가 여전히 마음속 멜로디로 흐르고 있었다는 첫 번째 이야기부터 마음을 빼앗겼다.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에게 오르골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겠냐마는 아이의 소중한 추억을 되살려낸 덕에 되려 엄마가 위로받는다. 이처럼 우리는 소중한 이들과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며 작은 무언가에 위로받고 감정이 울컥 복받치기도 하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여행 중 들른 3명의 소녀에게 각기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의 멜로디를 담은 오르골과 동행하지 않은 또 다른 한 명의 선율까지 담아내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 낸 「모이다」는 소름이 쫙 끼쳤다. 마지막 70대 노부부의 추억을 소환한 아름다운 이야기 「먼저 가세요」 그리고 건너편 카페에서 맛 좋은 커피를 손님에게 내주는 오르골 가게의 특별함까지 더해진다. 더 진전될 것 같았던 카페와 오르골 가게의 에피소드는 여운이 남는다.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를 읽으면서 오버랩 된 소설이 있다. 지난여름 감성에 젖어들게 했던 소설, 추억이 깃든 음악을 선곡해 주는 레코드숍 레이첼 조이스의 <뮤직 숍> 이야기다. 어떤 이에게는 추억을 되살리고, 회복시키고, 어떤 이에게는 나아갈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음악의 힘은 참 대단하다.
"음악과 감정이 반드시 딱 맞춰지진 않아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우연히 들은 곡이 의외로 마음속에 오래 남기도 합니다." p.231
얼핏 옴니버스 같으면서도 오르골 가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피카레스크식 구성이 나에게도 추억을 소환해 줄 추억의 반주를 찾고 싶다는 갈망과 더불어 잔잔한 행복과 감동을 선사하는 듯하다. 나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선율이 내 마음에 흐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상념에 사로잡혀 나의 마음에는 어떤 멜로디가 연주되고 있을지 궁금하다.
또 찾고 싶은 오르골 가게는 안타깝게도 이전해 어딘가에서 또 다른 이들의 영혼을 달래주고 있을 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어딘가에도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작은 가게들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책장을 덮는다. 지친 여름과 일상에 휴식을 선사해 줄 힐링 소설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