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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미술관 - 그림에 삶을 묻다
김건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4월
평점 :
명화 감상은 언제나 설레인다. 달과 6펜스 사이에서 고뇌한 불멸의 예술가들을 조명한 <인생미술관>은 화가의 삶을 중심으로 작품을 해석하며 그림 감상 여행으로 초대한다.
<인생 미술관>은 한 가족이 생애 가장 찬란하고 따스한 한때를 보내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 빈센트 반고흐의 <첫 걸음마>로 페이지를 연다. 저자는 봄맞이 의식으로 봄의 초입에 <첫걸음마>를 챙겨보며, 생이란 긴 여정의 첫 발걸음을 뗄 아기를 보며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실패의 연속인 삶을 살다가 죽은 뒤에야 노력의 결실을 맺은 빈센트 반 고흐를 시작으로 희대의 스캔들 메이커라는 조롱을 받다가 회화를 전통과 규범에서 해방시킨 혁명가로 추앙받는 에두아르 마네, 요절한 천재화가 라파엘로를 거쳐 생에서 성공과 부를 거머쥔 피터 파울 루벤스까지 22명의 화가의 삶을 들여다 본다. '부고'로 시작하는 점이 색다른데, 삶의 단면을 정리하고 그들이 남긴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가 투영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어나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리가 위대한 화가라 여기는 이들의 현실은 실로 녹록치 않았다. 당시 화가의 신분은 높지 않았을뿐더러,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화가는 당연하거니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들 작품 활동에 전념하다 생을 빨리 마감하기도 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속에서 화가들은 자신의 작품성과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오로지 작품으로 증명해야 했다.
젊은 화가 라파엘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 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 3대 화가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인문주의적 정서가 녹아 있는 걸작 <아테네 학당>덕분이다. 인문과 예술 그리고 철학의 연관성을 표현한 <아테네 학당>의 중심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나란히 배치하고, 등장인물의 얼굴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그리고 본인의 얼굴을 그려 넣는다. 라파엘로는 화가는 작품으로 자신을 증명해 냄을 보여준 산 증인이었던 것이다.
미술책은 역시 도판이 풍부해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인생미술관>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도 많이 수록되어 있지만, 풍부한 도판과 마치 도슨트하듯 저자의 성실한 설명 덕분에 파리, 피렌체, 마드리드를 오가며 명화 투어하고온 느낌을 들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심취했다.
저자는 <인생미술관>에서 소개한 100여점의 작품 중 인생 작품을 만나보기를 희망하는데,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아를의 좁은 길>이다.
코로나로 무산된 남프랑스 여행 계획탓도 있지만, 상처받은 영혼 반 고흐마저 색상의 밝게 만든 아를의 태양을 맘껏 맛보고 싶다. 얼른 코로나와 정세가 안정되어 빈센트 반고흐의 자취를 따라 걷는 프랑스 아를로 떠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