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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평점 :
인간은 타인과 연대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고립된 생활을 자처하고, 낯선 이에 대한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여행하는 철학자 윌 버킹엄은 <타인이라는 가능성>을 통해 낯선 만남을 통해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환대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아내와 사별하고 일주일 만에 친구를 빈 방에 들였다. 환대의 힘을 아는 그는 상실의 아픔의 전형인 고립과 은둔 대신에 무너져내린 자신의 세계에 친구를 초대함으로써 타인과 다시 연결되며 북적이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상실은 세상에 구멍을 낸다. 우리를 발가벗기고, 찢긴 곳과 틈을 드러낸다. 혼란을 일으키며 우리 삶의 나침반을 망가뜨린다. 상실은 미래를 없애는데, 오로지 과거만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실은 전면적이지 않다. 때로는 그 틈과 찢긴 곳 사이로 새로움이라는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 우리가 망가졌음을 인정할 때, 취약함 속으로 낯선 이가 다가와 우리를 안아줄 수 있으며, 이 포옹 안에 새로움으로 향하는 다리가 놓여 있다.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낯선 이와의 관계가 곧 미래와의 관계라고 말했다. p.12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인 제노포비아는 결코 비이성적인 감정이 아니며, 새로운 사람과의 모든 만남에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타인을 신뢰하기를 거부하고 모든 가능한 관계를 거부하면 취약함 속에 홀로 남게 된다. 즉, 우리는 모든 것이 예측 불가한 세상에서 삶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 것이다.
<타인이라는 가능성>은 고립을 넘어서서 더욱 확장되고 타인을 환대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관계에서의 친밀감과 우리 집 안에서의 친밀감을 넘어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우선 타인에 대한 문턱을 넘는 방법으로는 타인에 대한 의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방문객은 가장 먼저 무장을 해제하기, 모호함을 포용하기, 선물 교환 등을 제시하고, 손님과 주인의 의무 그리고 환대의 예법에 대해 두루 살펴본다. 여행자의 삶을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낯선 이와 함께하는 삶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복작복작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외로움을 겪는 이유는 혼잡함 속에서 홀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타인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로움이 타인을 신뢰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때 그 결과로 발생한 불신은 바깥의 낯선 사람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향한다고 한다. 외로움이 심각해지면 무너진 사회적 관계의 증상을 넘어 문제 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행길에서 마주한 네고바노프치에서 외로움 극복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사람들을 바라보며 행복한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다. 관대함이 흐르는 물길을 내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즐거움을 나누어 배가함으로써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다. 브라스밴드가 명랑한 음악을 연주하고 테이블에 직접 만든 음식이 가득한 나무 그늘 아래서 이방인과 친구들을 만나 함께 동물적 온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다. p.307
코로나 3년 차에 접어들고 연일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다 보니 타인은 무관심의 대상을 넘어 껄끄러운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관계의 친밀감이 필요하며 타인과 연대하지 않으면 삶이 외롭고 허무해진다. 팬데믹이 끝나면 타인에 대한 경계를 풀고 온기를 느끼면서 연대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빨리 만나고 싶다. 여행길에서 낯선 이를 만나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는 날이 얼른 오기를 바라며 HELLO, STRA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