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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명상 살인>3부작의 2부인 <명상 살인 2>는 어른들이 작은 일에 욱하는 것이 어린 시절 부모님이 최상의 기본 신뢰를 제공하지 않았음에서 비롯됨을 지적한다. 나의 내면 아이와 화해하고, 부모님을 용서할 때 나의 과거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는 페이지터너 소설이다.
"이 여정의 마지막에 당신은 믿을 만한 파트너가 될 내면아이를 지닐 겁니다. 인생의 행복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강화시켜줄지도 모르는 파트너 말이죠. 어떻습니까?" p.73
마피아 보스의 변호인 비요른은 예기치 않게 마피아 보스를 살해하고 보스의 운전기사와 함께 유치원을 인수해 살면서 지하실에 드라간의 라이벌 보리스를 감금한다. <명상 살인 2>는 비요른이 아내와 딸과 함께 오른 스위스 여행길에서의 불친절한 종업원에게 감정이 폭발해 휴가가 엉망이 되고, 소소한 복수가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며 시작한다. 이에 카타리나는 비요른에게 상담을 다시 받을 것을 권하면서 비요른도 몰랐던 존재 5살 금발머리 소년 내면아이를 마주하게 되는데...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내면 아이다.
유년 시절의 모든 상처를 지닌 내면아이는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덜거덕거림을 멈추려면 내면아이를 치유해야 한다. p.13
부모님이 남긴 각인이 내면 아이가 지닌 감정 상태의 원인이 되고, 내면아이의 감정 상태는 어른이 되어서 문제로 발현된다. 브라이트너 박사는 내면 아이가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함께 살펴보면서 부모님의 어떤 신조가 내면 아이의 영혼을 고통스럽게 하고, 내면아이는 어떤 신조에 저항했는지 보면서 다양한 훈련을 통해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훗날 멍없는 내면아이를 품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즉, 잠재의식에서 우러나오는 장난을 치지 않는 내면 아이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보리스의 실종으로 비요른은 내면 아이와 팀을 이뤄 첫 과제에 도전하면서 내면 아이와 화해하는 것은 부모님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며 이는 부모님을 용서해야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깨닫는다. 또한 내면아이와의 화해는 다른 관계도 해결함을 몸소 느낀다.
"부모님은 당신에게 생명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양육하는 과정에서 당신 영혼에 이런저런 흠집을 몇 개 남겼어요.
우린 지금 여기서 그걸 수선하는 중입니다." p.361
작년 여름에 <명상 살인>을 읽으면서 카르스텐 두세라는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는 명상 살인 2에서 실망시키지 않았다. 저자는 어른에게는 누구나 어린 시절의 아이가 숨겨져 있다며 비록 인생의 모든 것이 아름답지 않지만, 아름다운 것에 자리를 내주는 것은 자신의 몫임을 이야기한다. 드라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비요른의 삶과 내면에 얽힌 실타래가 상처받은 5살 내면 아이의 영혼이었다는 천재적인 발상과 더불어 촘촘한 전개는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며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인간은 다이아몬드보다 소중하다. 하지만 둘 다 깎인 면이 있다. 깎인 면 각각은 빛이 어떻게 비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반짝인다. 누군가 다이아몬드를 단 한 단어로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보통 다이아몬드의 단순함 때문이 아니라 관찰자의 단순함 때문이다. p.401
명상 살인은 분명 살인 사건을 다루는 페이지터너 추리소설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명상의 힘을 녹여내 감동을 더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명상 살인 3부에서는 비요른이 순례길로 떠난다고 하는데 카르스텐 두세는 또 어떤 장치를 심어두었을까. 비요른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음에 설레면서 그의 행보가 궁금해 국내에도 빨리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문뜩 나의 내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커팅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나의 삶을 영롱하게 빛나도록 빚어 나가고 싶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