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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지도 - 위대한 정신을 길러낸 도시들에서 배우다
에릭 와이너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행복의 지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 에릭 와이너의 신작 『천재의 지도』는 위대한 정신을 길러낸 도시들에서 배운다는 부제로 위대한 천재들의 비밀을 찾아 도시를 여행한다.
천재는 기분 좋아지는 단어다. 그러나 저자는 어디서나 '천재'라는 말이 난무하는데, 모든 사람이 천재라면 아무도 천재가 아니라는 자명한 이치를 깨닫지 못한 채 천재 인플레이션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창조적 의미에서의 천재, 최고의 창조성을 가진 사람의 흔적을 찾아 기원전 450년 지성의 중심인 아테네를 시작으로 중국의 송나라 항저우, 피렌체 등 천재와 관련된 역사적 장소 여섯 도시를 거쳐 현대의 실리콘밸리를 마지막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진정 유일한 앎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1. 아테네, 천재는 단순하다.
모든 도약의 첫 단계는, 도약이 필요함을 깨닫는 것, 자신의 앎이 불완전함을 깨닫는 것이다.
2. 항저우, 천재는 새롭지 않다.
인생사가 다 그렇듯, 천재성 역시 타이밍이다. 중요한 건 몇 번 성공하느냐가 아니라, 몇 번이나 다시 시작하느냐다.
3. 피렌체, 천재는 값비싸다.
메디치가는 최고 중의 최고를 원했다. 메디치의 후원을 받는 예술가들은 돈이 없으니 생각할 수밖에 없다.
4. 에든버러, 천재는 실용적이다.
지성에 불씨를 당기는 데는 금지된 배움만 한 게 없다.
5. 콜카타, 천재는 뒤죽박죽이다.
창조적 혁신을 위해서는 외부 충격이 가해져야 한다. 매끄러운 표면에는 아무것도 달라붙지 않는다.
6. 빈, 천재는 의도의 산물이 아니다.
빈은 차선을 용납하지 않았기에 음악가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냈으며 영감은 아마추어에게나 쓸모 있다고들 한다.
7. 실리콘밸리, 천재는 약하다.
빨리 실패하고 더 잘 실패하라.
커피를 마시면 생각이 빨라지지만, 차를 마시면 생각이 깊어집니다. p.110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를 만나고, 플라톤에게 만남을 거절당하는 유머러스함, 고대 그리스에서 동양의 송나라로 넘어가 항저우에서 소동파와 마윈을 거론하며 동서양을 아우르는가 하면, 르네상스를 꽃피운 피렌체로 넘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천재적 두각을 드러낸 예술가의 삶을 조우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모차르트와 프로이트의 자취를 살펴보면서 철학, 문학, 예술, 심리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지성에 감탄이 나온다.
소크라테스가 말한다. 좋았어. 그대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모든 지혜의 출발이라네. 고대의 제자 프로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친 확신은 분명 깊은 불안을 감추는 것이며 이는 아마도 우리 엄마와 관계가 있을 거라고 덧붙인다. 데이비드 흄은 소크라테스와 프로이트에게 맞장구치는 한편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모른다면 결코 실리콘밸리를, 아니 어디도 알 수 없을 거라고 덧붙인다. 그러면 나는 영영 어린아이로 남을 것이다. 이제 어른이 될 때다. p.446
<천재의 지도>는 촌철살인의 유머로 독자를 사로잡는 에릭 와이어나 세기말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인간의 창의력에 대해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책이라 흥미롭다.
에릭 와이너는 위대한 문명은 제각각의 이유로 위대해졌지만 무너지는 이유는 하나, '오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천재는 유전도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창조성을 적재적소에 최고로 발휘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저자는 창조성은 사람과 장소의 교차로에서 펼쳐지는 관계라고 이야기한다.
에릭 와이너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다만, 편집이 조금 아쉬웠다. 자간과 서체, 폰트의 미세한 차이가 가독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필력 덕분에 눈의 피로도를 이겨내고 지성의 오디세이로 차 한잔 음미하듯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